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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진료 가능한 일차의료의 위한 교육 필요[한의신문=김대영 기자] 대한한의사협회 송미덕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세종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의약 미래 기획포럼에서 현대 의료인으로서 독자진료 능력을 갖춘 한의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역량중심 통합의학 교육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 부회장은 “시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적응하고 변했어야 했지만 한의계는 의료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앞날을 예측하지 못했고 이에대한 대비도 하지 않은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의생명과학을 대폭 수용해 기초이론으로 도입해야 했고 의료인으로서 갖춰야할 역량인 진단‧치료‧예방‧관리를 모두 다 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교육이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생명과학을 도입해 통합의학으로 진화한 교육과 참여형 임상실습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졸업 후 전문의과정을 필수화할 것을 제안했다. 세계의과대학목록(WDMS)에 등재돼 있는 상해중의대(본과 5년+주원의사규범화교육 3년)나 대만(개원하기 위해 중의책임의사 교육 2년 수련 필수), 미국의 Doctor of Osteopathy(DO, 3~6년의 인턴 포함한 레지던트 교육)의 경우를 보더라도 졸업 후 수련과정을 거치며 독자진료 능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DO의 경우 주목할 점은 한의사와 마찬가지로 전인적 관점을 갖고 진료하는 DO의 45%가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 한의사는 일차의료를 담당할 좋은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개편방향에 대해 송 부회장은 2023년 기초종합평가 후 2026년에 임상종합평가를 마친 한의사는 독자진료가 가능한 전문의과정을 거치도록 해 일차의료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하되 기존 한의사 역시 이 시점에 맞춰 보수교육 등을 통해 일차의료의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기초 의생명과학을 통해 통합의학으로 진화하고 한의기초이론에 현대적 생‧병‧약리가 도입돼 현대의료인으로서 요구되는 진단과 치료에 대해 배워나오는 수준이 학교교육이라면 임상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의료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 졸업 후 교육이 될 것”이라며 “독자진료가 가능하고 검사, 감별진단, 전문적인 상담‧진료‧술기가 가능한 사람을 전문의라고 한다면 한의사로서 전문의는 일차의료전문의에 특화돼 있다는 점, 각과 전문의들과 충분히 협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부분이 반드시 필수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개혁에 한방은 없다. 다만 패스트트랙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의지가 중요하고 또 하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송 부회장은 정책적 지원방안을 제안했다. 학계에는 △KCD진단을 위한 현대의생명과학 도입 △일차의료내용 교과반영, 치료방법의 확장과 교육 △전문의과정을 포함한 학제로의 변경을 요청했다. 입법사항으로는 △의료기기사용, 의료기사지휘권, 응급의약품 사용 관련법 개정△영유아 건강검진, 학교 건강검진, 예방접종에 대한 검진기관 관련법 개정을, 행정적으로는 △한의치료보조도구(리도카인 등), 예방접종, 응급의약품 사용을 위한 유권해석 △지역병원, 보건소, 요양병원, 재활병원, 양방병원, 대학병원 등을 활용한 수련병원 확충 △환자중심 통합의료 전담 일차의료 형성을 주문했다. -
2019 미국 뉴욕 통합암학회(SIO) 국제 컨퍼런스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3일 동안 미국 뉴욕 미드타운 힐튼 호텔에서 ‘제 16회 국제 통합암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SIO) 컨퍼런스’가 ‘통합 암치료의 과학과 기술적 진보(Advancing the Science & Art of Integrative Oncology)’를 주제로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미국의 대표적인 암센터인 Memorial Sloan Kettering 암센터가 공동으로 개최했으며, 전 세계의 의료인, 연구자, 대체 의학자, 영양사 및 기타 건강 관리 분야 종사자 및 학생 등 다학제로 구성된 대규모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Lee Jones, Dawn Hershman, Michael W. Young, 그리고 Jamie H. Von Roenn 등 저명한 석학들의 기조연설을 포함한 전체 강연과, 6개의 서로 다른 강연장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다양한 세션이 있어서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유방암 환자 관절통 부작용, 침치료 효능 접근 본회의 발표는 암환자의 라이프 스타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그리고 수면과 관련된 주제로 진행되었고, 동시 세션에서는 다양한 워크샵과 각국 학자들의 구술 초록 발표를 통해 최신 임상, 연구 및 방법론적 이슈에 대한 지견을 공유하는 장을 가졌다. 워크샵은 암환자의 수면, 무용 치료, FDA 규제 프로세스, 통합 종양학 지지, 건강 관리 서비스 제공자를 위한 교육, 응용 정신 건강 의학, 간헐적 단식 또는 칼로리 제한 등 다각도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연구는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의 Dawn Hershman 박사가 발표한 ‘암 생존자를 위한 통합 의학의 안전성과 효능 평가’에 대한 연구이다. 많은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하는데, 환자들이 아로마타제 복제제 복용을 중단하게 하는 부작용 중 가장 흔한 원인인 관절통에 대해 침치료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한 연구이다. 이 연구는 아로마타제 억제제 유발 관절 증상에 대해 통증과 강직도 두 가지 측면에서 침치료 뿐 아니라 Duloxetin 약물 복용, 운동치료, 오메가-3 지방산 섭취, 그리고 플라시보 등 다른 중재에 대해서도 평가하여 침치료의 효능과 안전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검증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번 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한 Memorial Sloan Kettering 암센터에서는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했는데, Memorial Sloan Kettering 암센터는 1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통합치료를 적용한 암치료 및 연구 기관으로, 현재는 뉴욕주에만 8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센터에서는 암환자의 증상 완화 및 심리 안정을 위해 요가, 음악 치료, 마사지, 침 치료, 운동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통합암치료가 보편적이며 적극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환자와 의료진의 인식이 통합암치료에 매우 우호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국제 학술대회에 처음 참석해본 필자는 아침식사 시간마저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적극적인 토론의 장을 펼치고, 전 세계의 통합암치료의 현황에 대해 공유하는 모습이 매우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이번 학회에 참석함으로써 통합암치료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큰 흐름이며 향후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국내 연구자들에 의한 통합암치료에 대한 다양한 발표도 이루어졌다. 대전대학교 동서암센터 유화승 교수님의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유방암 환자의 전자침술을 이용한 말초신경병증 및 삶의 질 변화 평가에 대한 임상시험’, 경희대학교 윤성우 교수님 연구팀 김은혜 선생님의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서 한약과 항암화학요법의 통합 치료의 효과’, 필자가 발표한 ‘전향적 한의 종양 케이스 코호트 연구’ 등은 많은 국외 전문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해외 의사들이 한의학적 암치료에 더 포용적 필자는 한의학적 암치료에 대해 한의학의 본고장인 국내에서보다 오히려 해외의 의사들이 더 포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관심을 가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의학의 효과와 안전성을 양방에서 이해하고 인정하여 통합의학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의료인들과 환자들에게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끝으로 이번 기회를 만들어주신 대전대 서울한방병원 동서암센터의 유화승 교수님과 함께 동행해주신 대한통합암학회 최낙원 이사장님, 한국한의학연구원 정미경 박사님, 또 뉴욕에서 반갑게 맞아주신 맨하탄에 개원 중이신 박지혁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
‘한의학’ 패러다임론 VS 창조적 유물론?나는 지식사회학자로서 한국의 지식사회에 관한 전문가다. 다른 지식집단과 비교해 내가 연구하고 경험한 한의사 집단은 한국 최고의 우수 두뇌 집단에 속한다. 이들은 책을 좋아하고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진 지적으로 탁월한 집단이다. 올해 5월 나는 경희대 한의대와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경희대 한의대에서 열린 이 학회에서 데니스 노블, 주디스 파쿼, 프랑수아 줄리앙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동아시아 의학의 잠재력’에 대해 발표했다. 내가 이 학회에서 놀란 것은 이 석학들의 발표가 아니라 한의대생들의 집단적 열기와 탁월함이었다. 국제학술대회가 하루 종일 진행됐음에도 이들은 흐트러지지 않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석학들에 주눅 들지 않고 질문하는 자신감과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표현하는 언어구사력은 20여년 전 내가 처음으로 한의계를 연구할 때 만났던 세대들과는 다른 개방성과 글로벌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한의대 김태우 교수는 복 받았어. 저렇게 우수한 인재들과 같이 공부하니깐.’ 한의학 박사가 아니면서 인류학 박사로 한의계 최초의 교수가 된 김태우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는 나와 비슷한 ‘한의학의 인류학’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그 날보다 김 교수가 부러웠던 적은 없었다. 한의대생들 한의학의 정체성 놓고 혼란과 갈등 겪어 아무리 똑똑한 학생들이라고 해도 한의학을 처음 배우면 한의학의 정체성, 한의학과 과학의 관계, 한의학의 기원과 진화 등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과학과 양의학이 지배적인 세계에서 이들이 겪는 혼란과 갈등은 당연하다. 이들 중에는 이 문제들을 풀기 위해 과학철학, 인류학, 의사학 등의 분야를 공부하고 나름대로 답을 찾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답을 찾기는 대단히 어렵다. 한의대 학생으로부터 시작해 한의사가 되고 난 다음에도 이와 같은 의문은 좀체 풀리지 않고 평생을 안고 살아간다. 내가 출간한 책의 야심 중의 하나는 이러한 혼란과 갈등을 풀기 위한 것이다. 한의계에서 한의학의 정체성과 한의학과 과학/양의학의 관계에 대해 가장 지배적인 관점은 ‘패러다임론’이다. A한의원의 웹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 있다: “동서양은 세계와 자연을 인식하는 패러다임이 다릅니다.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세계관이 다르면 받아들이는 인식이 다릅니다. 틀린(wrong) 것과 다른(different) 것은 다릅니다. 어떤 서양 의학자들은 한의학을 틀렸다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패러다임론에 기반한 한의학의 이해는 거의 모든 한의사들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틀렸다. 토마스 쿤(Thomas Kuhn)의 『과학 혁명의 구조』는 20세기 지성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책 중의 하나이며 학술서로는 드물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과학철학에서 과학과 非과학을 구분하는 논리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있어 왔다. 귀납주의, 입증주의, 반증주의 등 프란시스 베이컨에서 칼 포퍼에 이르기까지 과학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요한 요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는 진지하게 시도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쿤은 과학철학의 이러한 형식 논리를 거부하고 역사를 통해 실제로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통해 과학이 관찰이나 실험이 아니라 ‘패러다임’ 또는 ‘세계관’에 근거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했다. 쿤은 과학혁명을 하나의 세계관에서 다른 세계관으로의 변화라고 설명하면서 이 세계관들 사이에 ‘불가공약성’(incommensurability)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불가공약성은 서로를 비교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쿤에 의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은 뉴턴의 물리학과 공통분모가 없고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은 뉴턴의 물리학과 공통분모가 없다. 어떤 세계관이 다른 세계관과 비교할 수 없는 공통분모가 없다면, 곧 우열관계가 없다면 모든 패러다임들은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쿤의 패러다임 논쟁은 향후 수십년간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으며 그 논쟁은 상당히 길다. 쿤의 패러다임론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전통의학을 수행하거나 공부하거나 분석하는 그룹들에게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패러다임론은 전통의학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동시에 과학/전통지식간의 우열관계를 부정함으로써 커다란 정치적 효과를 낳았다. A한의원의 웹사이트에서 설명하듯이 한의학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쿤의 패러다임론에 대한 비판과 대안은 과학철학, 과학사회학, 과학인류학 분야의 탁월한 학자들에 의해 제시되었다. 쿤의 이론 중심적 또는 세계관 중심적인 과학관은 과학을 ‘일관된 전체’(coherent whole)로 본다. 패러다임론에 비판적인 학자들은 과학은 이론중심적인 일관된 전체가 아니라 이론, 실험, 기구와 같은 과학 하위문화들이 제각기 독립적인 생명을 가지며 상호 교류하는 ‘다양한 세트들의 연합’으로 본다. “과학도 한의학도 일관된 전체가 아니다‟ 과학이 일관된 전체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한의학도 실상은 일관된 전체가 아니다. 이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과학도 한의학도 일관된 전체(coherent whole)가 아니다’. 예를 들어 한의학이 음양오행의 원리라는 유기체론과 전일론에 입각해 발전했다는 주장은 한의학이 균질적이고 일관된 원리에 바탕하여 작동하고 있다는 패러다임론과 같다. 의사학자들은 한의학이 도교의 원리뿐만 아니라 유교, 불교, 주술 등의 이질적이고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발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중국 한나라 시대 이전의 한의학의 발전을 담고 있는 마왕퇴 사료들은 침이론과 한약이론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해 왔음을 보여준다. 또한 침과 한약의 발전이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 발전해 왔기 때문에 한의학이 단일한 이론에 의해 단선적으로 발전해왔다는 가정은 틀렸음을 의사학자들은 밝혀냈다. 한의학의 발전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패러다임론을 거부하는 것은 중요하다. 곧 인식론적 중심 또는 세계관 중심의 한의학에 대한 이해는 한의학의 발전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된다. 왜냐하면 만약 한의학과 과학이 각기 다른 패러다임이라면 이들의 만남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한의사가 X-ray를 사용한다든지 양의사가 침을 사용한다는 것은 패러다임론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패러다임의 전환은 구성원들의 개종(conversion)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들은 개종이 아니라 한의학과 과학/양의학 사이의 양다리를 걸치며 혼종 의료문화를 탄생시킨다. 인식론적 관점이 아니라면 한의학의 발전과 진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한의학의 제도화, 전문화,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는 한의학이 기존의 경계를 넘어 새롭게 재편되는 것을 뜻하며 이는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론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패러다임론의 대안으로 나는 ‘창조적 유물론’(creative materialism)을 제시한다. 한의학과 과학·양의학은 공존할 수 있는가? 창조적 유물론은 한의학의 발전과 진화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일 뿐만 아니라 사회-물질 현상을 설명하는 일반 이론이다. 마누엘 데란다, 브루노 라투르, 앤드류 피커링, 로지 브라이도티 등이 주도한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은 물질세계의 우선성을 설파하며 맑시즘의 역사유물론과는 달리 자연-물질-인간-사회 세계 사이의 창조적 생산을 설명한다. 신유물론의 선두 주자 데란다는 집합체 또는 어셈블리지(assemblage)라는 개념으로 이 관점의 단초를 제공한다. 무엇이 어셈블리지인가? 들뢰즈에 강한 영향을 받은 데란다는 그를 인용하면서 이 개념의 설명을 시도한다: “무엇이 집합체(assemblage)인가? 이것은 많은 이질적인 면들로 이루어진 다양체(multiplicity)이고 그들 사이의 다른 속성들 예를 들어 나이, 성, 지배를 가로질러 연결, 관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집합체의 유일한 통일성은 공-기능(co-functioning)이다. 이는 공생(symbiosis) 또는 ‘동정’(sympathy)이다. 이것은 결코 중요한 친자관계(filiations)가 아니라 연합 또는 합금이다. 이것은 계승이나 계보가 아니라 감염이자 전염이자 바람이다.” 생성의 철학자 들뢰즈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새롭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유물론적 시각을 제시한다. 집합체(assemblage)는 다른 말로 다양체(multiplicity)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는 친자관계가 함축하는 뿌리나 연속이 아니라 다양하고 이질적인 요소들이 리좀을 통해 공생을 이룸을 의미한다. 한의학의 제도화, 전문과, 과학화, 산업화를 들뢰즈식으로 이해하면 어떻게 한의학과 과학/양의학이 서로의 기원에 뿌리두지 않고 연합하여 새로운 다양체를 이루며 공생 또는 공-기능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집합체의 생산에 있어 부분과 전체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며 이는 또한 패러다임론의 반박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새로운 집합체 혹은 다양체의 형성에 있어 부분들은 기원에 뿌리를 두지 않고 연결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패러다임론의 거부와 새로운 대안적 관점으로서의 ‘창조적 유물론’은 한의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음 칼럼에서 다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이 칼럼의 일부 내용은 필자의 책 <하이브리드 한의학>에서 가져왔다.) -
‘1인 가구 청년 의료이용’ 국가적 차원에서 해법 마련해야1인 가구 청년은 동거 가구 청년에 비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오즈(다른 상대에 일어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비율 또는 확률)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보건사회연구원이 ‘청년층 의료이용 양상: 1인 가구 청년과 동거 가구 청년 간 비교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1인 가구 청년과 동거 가구 청년의 의료이용 양상을 비교해 가구 유형에 따른 청년층의 의료이용 관련 특징을 통계 분석해 발표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분석을 위해 한국의료패널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20~39세 이하 미혼자 2342명을 대상으로 의료이용 여부와 의료이용량을 추정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1인 가구 청년의 의료이용에서 가구 유형과 청년층의 특징이 어떠한 방식으로 결합해 나타나고 있는지 그 특성을 파악하고 1인 가구 청년의 의료이용 관련 특징들을 분석하는 데 목적을 뒀다. 또한 1인 가구 청년, 동거 가구 청년 간의 의료이용 여부 및 의료이용량의 차이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살펴보기 위해 △1인 가구 청년과 동거 가구 청년의 매칭 전후 인구 사회학적 특성 △1인 가구 여부가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활동 상태별 1인 가구 여부가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 △소득 분위별 1인 가구 여부가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 등 통계 분석을 실시했다. 1인 가구 청년, 동거 가구 청년에 비해 의료서비스 이용하는 비율 낮아 1인 가구 청년과 동거 가구 청년 집단의 특성을 통제한 이후에도 의료이용에 있어 가구 유형에 따른 차이가 존재했다. 1인 가구 청년은 동거 가구 청년에 비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오즈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오즈비: 0.77),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경제적 이유 또는 방문 시간제한으로 인한 미충족 의료이용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분석에서는 1인 가구 청년이 동거 가구 청년에 비해 미충족 의료이용을 경험할 오즈가 약 1.8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분위별 교호작용을 활용한 분석에서는 소득 1분위에 비해 소득 5분위인 1인 가구 청년이 의료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낮게 나타났다. 위 연구는 1인 가구 청년이 동거 가구 청년에 비해 의료이용 오즈비가 더 낮게 나타나 가구 유형에 따른 의료이용에 차이가 존재함을 나타낸다. 개인의 의료이용에는 개인의 특성과 주변 환경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1인 가구는 가족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으며 도구적 지지, 정보적 지지, 정서적 지지의 측면 모두 동거 가구 청년에 비해 취약하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1인 가구의 경우 가족 내 돌봄과 지지를 받기 어렵고, 아프거나 질병을 겪을 경우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인적 지원체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기관을 찾기까지는 개인의 가구 유형 특성이 의료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의료기관 방문 후에 결정되는 의료이용량은 환자가 가진 건강상태 또는 질병의 중증도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가구 유형이라는 특성은 의료비 지출 수준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선행·가능·필요 요인 등 1인 가구 청년층 의료이용의 가능성에 영향 미쳐 선행 요인(개인이 의료이용을 하기 전부터 지니고 있었던 특성으로 연령, 성별, 가족구조, 혼인상태, 건강 관련 가치관과 태도, 사회경제적 특성을 포함) 측면에서 본 연구 결과에서 성별에 따른 특성은 남성보다 여성일 경우 의료이용의 가능성이 높았다. 경제활동 측면에서는 진학/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경우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과 비교해 의료이용 경험의 오즈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다. 특히 진학/취업 준비 상태의 청년은 진학 경쟁, 노동시장 진입 경쟁 증가와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의 낙오로 인해 교육이나 고용, 복지 체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노동시장에 참여해 경제활동 중이거나 학업 중인 청년 1인 가구보다 진학/취업 준비 상태 청년 1인 가구가 더 적은 의료이용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능 요인(의료이용을 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나 능력에 관한 요인으로 가족 자원 등을 포함) 측면에서 본 연구 결과로는 민간보험에 가입한 청년이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의료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의료이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이 민간보험에 더 적극적으로 가입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요 요인(개인이 가지는 장애나 질병에 관한 생리학적 및 심리학적 요인으로 인해 의료이용을 하는데 직접적 원인이 되는 요인) 측면에서 본 연구 결과에서는 만성질환 개수가 1개인 대상자의 경우에는 만성질환이 없는 경우에 비해 의료를 이용할 가능성(오즈비: 2.76)이 높았으며, 만성질환 개수가 2개인 대상자의 경우에는 만성질환 미 보유자에 비해 의료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오즈비: 4.92). 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의료비 지출 또한 만성질환이 존재하는 경우 증가했고, 생활습관 변화, 사회적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청년층에서도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 추세를 보여 향후 만성질환으로 인한 청년층의 의료비 지출이 큰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 어려워, 청년층 수요와 특성에 맞춘 의료이용 정책 수립 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의료 이용 측면에서 1인 가구 청년이 동거 가구 청년보다 취약한 계층일 가능성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은 의료에 있어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과 건강행태 개선에 초점을 맞춰 청년층이 사회적으로 직면한 현실을 극복하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자기 통제, 정서적 지원 체계 마련, 주변 관계망 형성 등 1인 가구 청년들의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청년층의 수요와 특성에 맞춘 의료 이용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위 연구 결과를 통해 1인 가구 청년이 의료이용 측면에서 취약한 계층임을 알 수 있었다. 1인 가구는 동거 가구에 비해 가족의 돌봄이나 지지를 받기 어렵고 의료이용에 관련한 의사결정에서 적절한 정보를 제공받기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연령층으로 인식돼, 청년층의 의료이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보건사회연구원은 가구 유형에 따라 그리고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의료이용에 관한 경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의료 이용에 취약한 1인 가구 청년에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는 무엇인가. 궁극적 결론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다만,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이며, 개개인은 좋은 죽음을 위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대의료는 생명의 연장을 무한대로 늘리고 있다. 국내 모 대기업의 총수가 죽음을 죽음으로서 맞이하지 못하고 생의 모진 연을 이어가고 있음이 그 방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죽음의 질 제고를 통해본 노년기 존엄성 확보 방안’이란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일반인들이 희망하는 좋은 죽음의 예를 제시한 바 있다. 좋은 죽음의 예로는 임종 때 정신이 온전할 것, 죽을 때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간병비나 병원비로 가족들을 고생시키기 않을 것, 생사와 관련된 결정을 본인이 할 수 있을 것 등을 꼽았다. 이에 반해 좋은 죽음의 조건이 아닌 반대의 경우는 좋지 않은 죽음의 예인 셈이다. 일반인을 좋은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은 어찌보면 의료인이 하여야할 소중한 책무중 하나다. 질병을 퇴치하여 건강한 삶을 유지케 하는 것은 물론 마지막 가는 길을 최대한 편안한 상황서 맞이할 수 있는 죽음으로 안내하는 길잡이의 역할 또한 의료인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대한한의사협회가 웰다잉시민운동(이사장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홍보와 정책 개발 및 관련 입법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키로 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업무협약에 참석한 차흥봉 이사장과 원혜영 공동대표(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5선)도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해 한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관련 인프라 구축과 대내외 홍보, 미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해 한의사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지만 생명 연장의 수단과 방법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양방 처치가 대부분인 실정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평온한 삶의 마지막을 도울 수 있는 한의약의 영역은 매우 드넓을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연명의료결정법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명의료 중단에 따른 결정 사항 등 상당 부분이 양방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 보니 한의 차원에서는 이 부분을 다소 소홀이 다뤄왔던게 사실이다. 의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 웰빙(Well Being)에 맞춘 초점을 이제는 웰다잉(Well Dying)까지 돌려야 할 때다. -
한의약 경쟁력 위해 지자체별 육성 조례 필요 上[편집자 주]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한의약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의약 산업을 통한 성과가 입증된 데다 전 세계적으로 전통의학 수요가 산업으로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산업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올 연말 ‘한의약산업 혁신성장 전략(가칭)’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한의약 육성 조례’와 ‘한의약 난임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한 광역지자체는 각각 3곳, 7곳에 불과한 상황. 이에 한의약 관련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한의약 육성’과 ‘한의약공공사업 확대’ 두 가지 키워드를 중점으로 소개한다. ‘한의약산업 혁신성장 전략(가칭)’에 맞춰 자자체도 속도 맞춰야 지난달 22일 대구광역시의회(의장 배지숙)는 제270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대구광역시 한의약 육성에 관한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전국 17개 시도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 경기에 이어 세 번째 ‘한의약 육성 조례안’이다. 대구시 한의약 육성 조례에는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한의약, 한의약 기술 등을 육성, 지원하기 위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시민의 건강증진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서울·경기·대구시의회 한의약 육성 조례 제정 대표발의한 김대현 의원(윤리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자유한국당)은 발의 배경에 대해 “대구약령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最古)의 약령시’임에도 최근 많이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역 시민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대구약령시의 고유한 가치를 되살리는 것은 물론 한의약산업을 활성화시키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의약을 통한 국민 건강증진 효과는 물론 산업으로서의 가치도 대단히 크기 때문에 한의약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 실제 그의 말처럼 세계 대체의학시장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세계 대체의학시장은 2015년 1140억 달러(131조8980억원)에서 2020년에는 1540억 달러(178조178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그 중 생약제제(Herbal medicine)는 58.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중의학과 동종요법이 각각 29.4%, 8.8%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한 제약회사에서만 연간 500억원 이상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제약회사의 한약제제 매출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이 중국과 일본이 산업으로서 성장하게 된 이유에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의 대규모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의계의 분석이다. 경기도한의사회 이승진 법제이사는 “중의약관리국 예산은 1조3461억원에 달하며 국가자연과학기금에서 중의약에 투자하는 금액은 1081억원”이라며 “이로 인해 중국은 한의약품 수출로만 매년 2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한국은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등 11개 정부 부처의 한의약 투자 금액을 모두 합한 금액은 2017년 기준 94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즉, 세계 대체의학시장에서 산업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 진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의 한의약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통의학, 사회 전체 의료비 낮추는 효과도 있어 산업 성장 외에도 한의약 육성은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통의학은 사회 전체의 의료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승진 이사는 “실제 일본의 경우 치매환자에게 한약제제인 ‘억간산’을 투여해 의료비 경감 효과를 보고 있다. 또 대장암 등 복부 수술 이후 ‘대건중탕’을 사용해 약 2일 정도의 입원 일수와 4000달러 정도의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개발사업단 부단장도 “2010년 일본신경학회가 발간한 치매질환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억간산’은 “알츠하이머, 루이소체병, 혈관성치매에 수반된 행동심리증상을 개선하는 동시에 일상생활기능, 가족의 간병부담을 개선시킨다고 가이드라인에 제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한의약 분야의 ‘비용효과성(Cost-effectiveness)’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발표되고 있으며, 미국, EU, 일본, 중국,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전통의학을 국가 건강보험 체계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승진 이사는 “미국, 유럽을 비롯한 해외 많은 나라에서 전통의학과 관련된 정부 부서를 설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서양의학만을 통한 보건의료에서의 사회적 비용 관리가 임계점에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법적 근거 마련하고,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 필요” 그런 만큼 ‘한의약산업 혁신성장 전략(가칭)’에 맞춰 지자체도 한의약 기술 연구·개발 촉진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과 국가경제 발전에 궤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세계 전통·보완의약산업 4대 강국으로 도약을 위해 ‘국민 신뢰 속에 첨단 맞춤의료로 도약하는 한의약 산업’을 비전으로 오는 12월 말 ‘한의약산업 혁신성장 전략(가칭)’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의약 기반산업의 성장과 한의약공공사업 수행을 모두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의계 관계자는 “지자체 차원에서의 한의약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한의약 육성법 조례 제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진 이사는 한의약 조례 제정 다음단계로 “한의약 관련 난임사업, 출산여성 산후조리사업, 치매사업, 노인건강사업, 영유아사업 등이 각 기초단체별, 보건소별로 흩어져 있어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진두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도내 한의약 관련 전담부서 설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한의약 기반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각 지역 특성에 맞춘 한의약 연구센터 건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한의약 관련 연구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한의학연구원(대전) △한국한의약진흥원(경북)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한방진흥센터(서울) △제주한의약연구원(제주) 등 총 5곳이다. 그 중 정부부처 산하기관인 한의학연구원과 한의약진흥원을 제외하면 지자체나 재단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단 세 곳뿐인 실정. 이승진 이사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시책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한의약기술 진흥시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는 한의약육성법 제3조에 따라 각 지역 실정에 맞는 연구센터 건립이 필요하다”며 “이는 세계시장 진출을 마련하기 위한 기지로써도 반드시 큰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한방병원 통해 한국형 통합의료의 표준 제시할 것”지난 9월 2일 문을 연 대전대학교 서울한방병원(병원장 유화승)이 지난달 24일 내외빈 및 교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식을 갖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서울 송파구 문정법조단지 내에 지상 13층, 지하 3층 총 50병상 규모의 서울한방병원은 고주파 온열치료실, 면역주사실, 감압치료실, 뜸실, 임상병리실, 영상의학실, 물리치료실은 물론 좌훈실, 족욕 및 반신욕실, 요가명상실 등 환자관리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갖췄을 뿐 아니라 국내 최고 건축가인 승효상 씨의 설계를 기반으로 입원 환자들을 위한 도서실, 실내정원 등 고품격 편의시설을 구비해 환자와 그 보호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서울한방병원은 동서암센터, 통합면역센터, 척추신경재활센터, 여성의학·소아청소년센터를 기반으로 9명의 전문의가 차별화된 한·양방 협진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화승 병원장은 “그동안 한의계에서 일반적으로 진료해 왔던 질환을 대상으로 진료하려 했다면 굳이 서울에 개설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대학의 연구인프라를 바탕으로 정밀의학 기반 유전자 검사 및 면역세포치료 프로그램, 글로벌 헬스케어 프로그램 등 미래혁신형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통합, 면역, 재활이라는 현대 의료에서 가장 핫한 이슈를 모두 담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화승 병원장에 따르면 대전대학교 혜화의료원은 지금으로부터 82년 전인 1937년 대전 은행동에서 시작된 혜화당한의원을 근간으로 1980년에 설립돼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의 모태가 됐다. 이후 1982년에는 대전 대흥동에 대전대학교 부속 한방병원을, 1990년에는 청주 봉명동에 청주한방병원을, 1998년에는 천안 두정동에 천안한방병원을 설립하고 2005년 현 위치인 백석동으로 확장이전했다. 2004년에는 대전 둔산동에 둔산한방병원을 개원했고 지난해에는 대전한방병원과 둔산한방병원을 통합, 명실공히 국내 최고 수준의 한의과대학 기반 연구, 교육, 진료 시스템을 갖췄다. 그리고 지난 9월 2일 대전대학교 혜화의료원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서울한방병원은 ‘혁신·세계화·도전·창조’라는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형 통합의료를 실현하는 환자중심·미래혁신 병원’을 구축해 대전대학교의 외연확장과 혜화의료원의 플래그쉽 병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1982년 대전대학교 한방병원을 개원하면서 부터 꾸준히 축적해 온 대학기반 연구인프라와 다양한 임상연구를 수행해 한의학의 국제화와 과학화를 선도하고 있는 임상시험센터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동서암센터의 수레바퀴 암치료 프로그램, 통합면역센터의 항산화·항노화 프로그램, 척추신경재활센터의 도침 및 추나치료 프로그램, 모자건강센터의 생애주기별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암 위험도를 예측하고 노화 진행상황을 측정하며 개인별 맞춤 면역세포치료를 시행하는 정밀의학 기반 유전자 검사 및 면역세포치료 프로그램과 최신 한의치료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제의료의 인프라 조성을 위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유화승 병원장은 “지방대학교 브랜드로 어떻게 치열한 서울 시장을 뚫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많은 분들이 대전대학교 한방병원의 성장 원동력은 동서암센터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학 기반 통합 암 치료가 경쟁력도 있고 대학병원에서 해야 할 의미있는 진료라고 판단했다. 동서암센터를 필두로 내세우고 척추관절센터가 중간 허리라인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며 여성의학·소아청소년센터가 전체를 아우르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한방병원만의 차별화 전략은 표준화에 있다. 막연하게 한약을 복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약재별 모든 성분을 지정할 수는 없지만 주요 항암면역성분을 분석해 적어도 1~2개 주요성분을 명확하게 지정, 용법·용량이 표준화된 약물을 유효용량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해 처방하고 있는 것. 대표적으로 항암단의 경우 코디세핀과 노토진세노사이드 R1성분을, 면역단은 진세노사이드 Rh2와 넥탄드린 B 성분을, 건칠고는 부테인, 피세틴, 설퍼레틴 성분을, 미슬토 약침은 렉틴 성분을, Rg3 약침은 진세노사이드 Rg3 성분을 표준화시켰다. 유화승 병원장은 서울한방병원을 통해 한국형 통합의료의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췄다. “8~90년대에 현대 의학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완대체의학을 받아들이면서 세계 의료 패러다임은 통합의학으로 바뀌었다. 많은 나라에서 전통의학과 보완대체요법을 거부감 없이 근거중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증상완화나 삶의 질 개선으로만 그친다면 상대적으로 의미가 떨어지겠지만 생존률 연장이나 인류의 불로장생 꿈을 이뤄나가는데 의미있는 역할을 한다면 매우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환자의 증상관리에 있어 한의약 치료 효과는 이미 보편화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표준화된 치료와 합쳐졌을 때 어떠한 시너지를 낼 것인가가 화두다. 그래서 그동안 쌓아온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한국형 통합의학을 집대성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통합의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고 그 중심에 서울한방병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암이라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평소 소명을 위해 모든 것을 서울한방병원에 쏟아부어 한국형 통합의료의 메카로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이를 발판삼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밝힌 유화승 병원장. 그는 ‘초심불망(初心不忘)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사자성어로 각오를 대신했다. “초심을 잊지 않고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초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대전대학교 서울한방병원이 처음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잊지 않도록 초대병원장으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성실히 다하고자 한다.” -
趙憲泳(1900-1988)의 醫學思想(6)의사로서 환자를 보살피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기본 원칙은 한의사로서 누구나 지니고 있는 소양이라 생각한다. 단, 그러한 원칙에 얼마나 집중하여 실천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실제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최근 들어 한의학에서도 의학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교육과정 속에서도 윤리 교육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趙憲泳은 1935년 10월 『新東亞』에 기고한 「漢方醫學의 危機를 앞두고」라는 글에서 몇 가지 한의학의 발전책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한의학 교육의 보급으로, 당시의 일반 학교에서 2~3년만이라도 한의학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의술의 민중화를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지금으로 보면 초중고 및 일반 대학의 교육에서 한의학에 대한 소개를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의학자를 양성하고 의서를 간행하자고 하였는데, 평범한 ‘의사’보다는 ‘연구자’가 되어서 자신의 학문을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하게 되면 많은 의사들이 이를 바탕으로 공부하여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趙憲泳은 儒醫 제도의 부활과 漢醫의 嚴選主義를 주장하였다. 이 부분이 바로 의학윤리와 관련이 있다. 한의사의 자격과 자질을 강화하는 嚴選主義 주장 우선 趙憲泳이 주장한 解放主義와 嚴選主義의 의미를 살펴보면, 한의학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여 누구나 한의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解放主義이다. 근현대 이후 의사의 신분을 규정함에 있어서, 국가가 제도적 관리를 통하여 배타적인 의료의 권한을 인정하는 즉,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면허제도가 성립되었다. 이전의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醫科 제도가 시행되었으나 관료에 해당하는 醫官을 선발하였을 뿐이다. 아마도 趙憲泳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자신이 생각하는 민중 사상에 입각하여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일부의 한의사만이 한의학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는 것에 대하여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趙憲泳은 동시에 전문 한의사의 자격과 자질을 강화하는 嚴選主義도 주장하였다. 직업적으로 한의약업에 종사할 사람에게는 인물적 전형과 학술적 고시를 시행하여 선발하자고 하였는데, 이 가운데 인물적 전형이란 지방 관청에 의뢰하여 해당자가 그 지역에서 어떠한 인물적 신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고토록 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사회 구조가 아직까지 지역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으므로 의사를 지원하는 인물이 의학을 연구하고 의술을 펼치기에 적합한 자인지를 그 사람이 살아온 지역 커뮤니티를 통하여 검증하려 한 것이다. 지금으로 보면 한의과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경력, 자기소개서 등을 검토하고 면접을 통하여 인성을 평가하는 제도와 유사하다. 그러면 趙憲泳이 생각한 한의사의 자질과 자격은 어떠한 것이었는가. 바로 儒醫를 모델로 하였는데, 여기서 儒醫는 유학 철학사상으로 무장된 의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趙憲泳은 같은 기고문에서 동양의 의학자는 전통적으로 民衆을 사랑하며 蒼生을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구하려는 사람이었다고 규정하고, 그 예시로서 伊尹, 張仲景, 張景岳, 李東垣, 朱丹溪 등의 의가들과 한국 역사 속의 柳成龍, 丁茶山, 중국 성리학자인 朱子, 그리고 현대사의 孫文 등을 거론하고 있다. 양의학은 覇道的, 한의학은 誘導的이고 王道的 의학의 종류를 王道와 覇道로써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당시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제국주의 경쟁 속에서 식민지의 비참한 현실을 겪고 있었던 상황을 감안한다면, 민중들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도록 구제하려는 생각을 가진 趙憲泳으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趙憲泳은 한의학 자체가 민중의학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양의학이 强力的이고 覇道的인데 비하여 한의학은 誘導的이고 王道的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의학에는 文武王覇의 구분이 있어서 攻瀉法은 武斷的이고 覇道에 속하며, 補養法은 文化的이고 王道에 속하는데, 현대 문명이 물질적 번영을 숭상하여 재산적 이익과 권력의 위세를 탐하게 됨으로써 생존 경쟁이 극렬한 覇道的 시대를 맞이하였으므로 필연적으로 의학도 攻瀉法에 주력하게 된다고 보았다. 만약에 정신적 생활에 치중하고 청렴을 숭상하며 평화를 애호하는 王道的 시대가 된다면 의학도 필연적으로 補養法에 힘쓰게 된다는 것이다. 攻瀉法을 쓰는 覇道的 의학에 대한 비판은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일본 古方派에까지 이르렀는데, 趙憲泳은 당시 양의적 한의로 조직된 日本漢方醫學會에서 外感에만 쓰는 傷寒治法을 內傷雜病에도 일률적으로 써서 예를 들어, 폐결핵에 補養法을 쓰지 않고 麻黃, 半夏 등을 쓰는 것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늘 인간과 사회 생각하며 한의사의 올바른 역할 고민 또한 趙憲泳은 현대 문명이 물질주의에 치우침으로 인하여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 가운데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을 지적하였는데, 물질문명이 동양에 수입된 이후로 생존경쟁이 극렬해졌으며 그 결과 민중들은 불안과 초조, 煩鬱 등으로 충만하여 병이 발생하였고, 이 병을 고치기 위하여 더욱 불안과 초조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았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해진 환자들이 치료 행위만이라도 눈앞에 보이는 것을 쫓아가고 일시적으로 고통을 면하려고만 하여, 근본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정직한 의사에게는 환자가 가지 않고 거짓으로 치료를 약속하는 ‘얼치기’ 의사에게만 물밀 듯이 몰려드니, 이러한 시대 상황을 무시하고 자기 소신대로 견뎌나갈 의사가 얼마나 되겠는가 하고 한탄을 한다. 근본적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정신과 육체를 모두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의학의 목표로 삼았으며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한의학을 선택한 것이다. 의학윤리는 의사 개인이 단지 몇 가지 선서나 서약을 지키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주변 사회, 문화 등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어떠한 목표를 추구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자각이 선행되어야 한다. 趙憲泳은 1932년에 의료 계몽운동 단체인 朝鮮理療會를 결성하였고 한의계에 투신한 이후에도 많은 사회 활동을 해나갔다. 그가 행했던 사회 활동이나 정치적 행보에 대하여 단순히 민족주의 노선 상에 있었다고만 평가하는 것은 부족하다. 전통적 애민 사상을 바탕으로 민중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여 궁극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만드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목표의 실현을 위하여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물론 모든 한의사들이 NGO 단체에 들어가 활동할 수는 없다. 그러나 늘 인간과 사회를 생각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한의사가 될 필요는 있다. 근현대 한의계의 인물인 趙憲泳의 삶을 조명해 보면서, 以力假仁이 覇道요 以德行仁이 王道며, 永言配命이 自求多福이라는 구절과 같이 어떠한 한의사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69)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14년 ‘한방의악계’ 제2호에 나오는 의학위인전 기록. 1913년 간행된 『漢方醫藥界』는 한국 최초의 한의학 학술잡지로서 의의가 있다. 불행하게도 1913년의 창간호는 현재 남아있지 않고 1914년 간행된 제2호만 남아 있을 뿐이다. 현재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에 남아 있는 이 자료 속에는 朝鮮醫生會 會長인 洪鍾哲, 副會長인 徐丙琳, 評議長인 張容駿, 朝鮮醫生會 幹事인 裴碩鍾, 私立醫學講習所長인 李峻奎 등의 글이 실려 있다. 이들은 여러 글들을 통해 쇠퇴해 가는 한의학을 되살리고자 학문적 우수성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역설하고 있다. 이들의 값진 노력의 결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후 한의학은 다시 부활해 현재까지 온 국민 곁에 있게 되었다. 이 잡지가 담고 있는 정신뿐 아니라 자료적인 측면에서 값진 것은 당시 朝鮮醫生會에서 활동했던 인물에 대한 면면을 소개하는 난이 앞부분에 있어서 근현대 한의학 인물을 연구하는 필자와 같은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소개가 되어 인물로는 朝鮮醫生會의 會長 洪鍾哲, 副會長 徐丙琳, 總務 黃翰周, 幹事長 李鶴浩, 評議長 張容駿, 私立醫學講習所學監 洪在皥, 朝鮮醫生會 幹事 沈希澤, 私立醫學講習所講師 裵碩鍾, 朝鮮醫生會 幹事 趙性燦, 私立醫學講習所 講師 李世浩, 朝鮮醫生會 評議員 孫師濬, 私立醫學講習所 講師 朴海鎭, 漢方醫藥界編述員 李洵宰 등이 있다. 이 잡지에 채워져 있는 글들은 시사적 의미가 있는 것들이 많다. 徐丙琳은 “醫門參古懲今”이라는 글에서 경쟁적 세계사회에서 한의학이 살아남기 위해서 日新又日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뒤로 張容駿의 “運氣綱領”, 李峻奎의 “傷寒論”, 裵碩鍾의 “傷寒汗下虛實辨論”, 洪鍾哲의 “婦人論”, 黃翰周의 “鍼灸總論”, 崔奎憲의 “小兒生長調護論”, 李鶴浩의 “內傷論”, 姜元熙의 “人有四象說” 등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어서 게재하고 있는 金聲根의 ‘陽平君小傳’, ‘鄭北窓先生傳’, ‘芝田先生小傳’은 한국을 대표하는 醫家로서 陽平君 許浚, 北窓 鄭 , 芝田 李臣奎 등의 전기를 위인전의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 한의학 학술잡지에 최초로 등장하는 위인전 형식의 글이 아닌가 한다. 지면 관계상 ‘陽平君小傳’의 내용을 번역하여 아래에 기록하고, ‘鄭北窓先生傳’, ‘芝田先生小傳’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고자 한다. “양평군 허준은 양천사람이다. 선조시기에 儒醫였다. 임진난 때 의주로 임금을 호종하여 크게 수고하여 崇政의 품계를 받아 扈聖의 훈록을 받았다. 나중에 의서편찬의 명을 받아서 허준이 여러 해 동안 깊이 생각하여 위로 헌원과 기백에서부터 근세의 경험방에 이르기까지 강과 령을 설정하여 내용별로 나누어서 여항간의 우매한 지아비라도 분명하게 손바닥을 가리키는 것 같이 밝게 하니, 이름하여 동의보감이라고 하여 세상에 간행해내니, 무릇 25권이다. 外史에서 옛 사람이 재상이 되지 못하면 마땅히 良醫가 되라 하였으니, 博施濟衆함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 그러나 의술만 있고 그 책이 없다면 후세에 전하는 바가 없을 것이니, 어찌할 것인가. 또 중국 사람들이 조선에 三大 의서가 있으니 許浚의 東醫寶鑑이 그 가운데 하나라고 하였다.” ‘鄭北窓先生傳’은 北窓 鄭 의 전기를 쓴 것으로서 각종 신기한 이야기로 가득한 그의 생애와 奇蹟을 적은 것이며, ‘芝田先生小傳’은 순조시기 순원왕후를 치료하여 이름을 떨쳤던 李臣奎의 행적을 적은 것이다. -
침 치료가 유방암 환자의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는가?[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 KMCRIC 제목 침 치료는 유방암 환자에게 호르몬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개선해줄 수 있을까? ◇ 서지사항 Pan Y, Yang K, Shi X, Liang H, Shen X, Wang R, Ma L, Cui Q, Yu R, Dong Y. Clinical Benefits of Acupuncture for the Reduction of Hormone Therapy-Related Side Effects in Breast Cancer Patients: A Systematic Review. Integr Cancer Ther. 2018 Sep;17(3):602-18. doi: 10.1177/1534735418786801. ◇ 연구설계 침 치료군과 무처치군, 샴침군 또는 표준 약물 치료군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대상으로 수행한 체계적 문헌고찰. ◇ 연구목적 침 치료가 유방암 환자에게 호르몬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주는 효과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함. ◇ 질환 및 연구대상 호르몬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유방암 환자. ◇ 시험군중재 시험군 중재1: 침(13편) 시험군 중재2: 전침(4편) ◇ 대조군중재 대조군 중재1: 샴침(6편) 대조군 중재2: 무처치(5편) 대조군 중재3: 이완 요법(2편) 대조군 중재4: 일반 처치 - 약물 복용(2편), 자가침 요법 교육(2편) ◇ 평가지표 1. 통증 강도(VAS, BPI) 2. 강직감(WOMAC) 3. 갱년기 증상 평가(KI) 4. 우울증 평가 지표(HADS) 5. 피로감(BFI, MFI) 6. 인지 기능(FACT-B) 7. 수면 장애(PSQI) 8. 면열감(HFCS) 9. 생화학적 지표(IL-17, TNF) 10. 건강 및 삶의 질 평가 지표(HAQ-DI, QLQ) ◇ 주요결과 총 17개 RCT, 8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결과를 분석했다. 1. 분석 대상 연구의 질 평가는 상대적으로 bias가 적게 나타났다. 2. 침 치료군은 대조군에 비해 강직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를 보였다. 3. 침 치료군은 대조군에 비해 열상충, 피로, 통증, 위장관계 증상, 갱년기 지표, 일반적인 건강 상태, 종양괴사인자 (TNF), 인터루킨 수치의 개선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저자결론 침 치료는 기능적인 강직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보다 큰 규모의 근거중심 디자인의 확증적 연구가 필요하다. ◇ KMCRIC 비평 유방암 환자의 75%는 에스트로겐 또는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가 있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고 수술 후 혹은 유방암이 재발했을 때 항호르몬 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항호르몬 요법에 많이 이용되는 물질로는 타목시펜(tamoxifen)이라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억제 약물이 있다. 또한 아나스트로졸(anastrozole), 레트로졸(letrozole), 엑세메스테인(exemestane) 등의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는 에스트로겐의 체내 합성에 필수적인 효소 아로마타제의 작동을 저해함으로써 에스트로겐의 생성 자체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폐경 후 여성에게 수술 후의 보조 호르몬 요법으로 처방되고 있다[1]. 치료적 목적으로 처방하는 타목시펜 또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인해 유발되는 부작용은 안면홍조, 우울, 피로, 관절 통증, 강직감 등 정신, 신체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는 치료에 대한 순응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해한다[2]. 이 때문에 유방암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당 증상들에 대한 약물 또는 비약물 관리 요법에 임상적 요구가 있으며 침을 포함한 보완대체의학 요법이 시행되고 있다[3]. 본 리뷰 논문은 호르몬 요법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들에 대해 침 치료의 효과를 평가했는데, 분석 대상 연구의 증상의 종류, 평가 지표, 치료 기간, 침 치료 프로토콜, 대조군 등이 다르고 이질성이 커서 하위 그룹 분석을 시행하더라도 어떤 결론을 제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발표된 Hershman DL 등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침 치료가 아로마타제 억제제 복용에 따른 유방암 환자의 관절통 증상을 유의하게 개선시켰다[4]. 이 연구는 이번 리뷰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226명 대상(시험군 110명 포함), 3-arm, 다기관 RCT를 시행하여 통증 평가 지표인 BPI-SF에서 침 치료군이 가짜침군에 비해 0.92점(95% CI, 0.20-1.65; P=.01), 대기군에 비해 0.96점(95% CI, 0.24-1.67; P=.01) 감소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고, 이는 본 리뷰 논문에서 침 치료가 유방암 환자에게 호르몬 요법으로 인한 강직 증상을 개선한다는 결론과 연결해볼 수 있는 결과였다. 또한 본 리뷰 논문은 유방암 환자의 호르몬 요법 부작용에 대한 침 치료의 효과를 개괄적으로 제시하였고, 침 치료 선혈의 중요성과 침의 진통 작용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로써 향후 유사 주제 연구의 침 중재 프로토콜 작성에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 참고문헌 [1]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 NCCN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in Oncology: Breast Cancer. 2017. https://www.nccn.org/professionals/physician_gls/pdf/breast.pdf [2] Cella D, Fallowfield LJ. Recognition and management of treatment-related side effects for breast cancer patients receiving adjuvant endocrine therapy. Breast Cancer Res Treat. 2008 Jan;107(2):167-80. https://www.ncbi.nlm.nih.gov/pubmed/17876703 [3] Greenlee H, Balneaves LG, Carlson LE, Cohen M, Deng G, Hershman D, Mumber M, Perlmutter J, Seely D, Sen A, Zick SM, Tripathy D.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on the use of integrative therapies as supportive care in patients treated for breast cancer. J Natl Cancer Inst Monogr. 2014 Nov;2014(50):346-58. https://www.ncbi.nlm.nih.gov/pubmed/25749602 [4] Hershman DL, Unger JM, Greenlee H, Capodice JL, Lew DL, Darke AK, Kengla AT, Melnik MK, Jorgensen CW, Kreisle WH, Minasian LM, Fisch MJ, Henry NL, Crew KD. Effect of Acupuncture vs Sham Acupuncture or Waitlist Control on Joint Pain Related to Aromatase Inhibitors Among Women With Early-Stage Breast Cancer: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8 Jul 10;320(2):167-76. https://www.ncbi.nlm.nih.gov/pubmed/29998338 ◇ KMCRIC 링크 http://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 cat=SR&access=S201809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