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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91989년 대만 중국의약대학 객좌부교수 시절이다. 주요 임무는 그 대학에서 처음 개설한 박사과정에서의 강의였다. 첫 학기에는 조우쉐시(鄒學熹)의 『易學十講』을 교재로 수업했었다.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그 대학의 연구소(대학원) 소장 황웨이산(黃維三) 교수(1923~2001)의 학부과목인 鍼灸學과 『難經』을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녹음하면서 청강했었다. 황 교수님은 山東省 출신으로 民初의 鍼灸大家 承淡安(1899~1957)의 제자이며 1949년 국민당정부를 따라 대만으로 건너왔다. 당시 그는 대만 중의학계에서 내과학의 마광야(馬光亞) 교수와 양대 축을 이루고 있었다. 그 때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중의학 대가들이 그분들의 직계 스승이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매일 새벽 황 교수님과 학교 藥園(본초원)에서 태극권을 수련하고 근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같이 하는 등 마치 父子간의 情을 나누었다. 부속병원 실습을 통해 그분에게서 중국식 鍼刺法을 배우는 기회도 가졌다. 그분의 강의 내용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三焦에 대한 그의 해석이다. 침구학 전문가로서 그는 『內經』시대 12경락 명칭을 붙일 때 삼초 역시 오장육부와 같은 수준으로 상정하였기 때문에 삼초도 역시 다른 腑와 같은 실체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삼초는 주로 체간부의 腸間膜이며, 따라서 영어 번역도 triple energizer나 triple burner같이 좀 우스꽝스런 표현보다는 triple membrane이 더 어울린다고 했다. 미국 내 언론, “새로운 장기를 발견했다” 지난 3월 말부터 서양의학계에서는 New York의대와 Manhattan의 Mount Sinai Beth Israel 병원의 닐 타이스(Neil Theise) 교수팀이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interstitium(間質)’이 화제가 되고 있다. NBC 등 미국 내 유력 언론매체들이 “새로운 장기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피부과학계의 저명한 학자 Charles E. Crutchfield III 박사(미네소타의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실제로 이 발견은 우리 체중의 20%에 해당하는 조직 즉, 체내에서 가장 큰 장기라고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라고 할 수 있는 피부보다도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間質은 몸 전체에 체액으로 가득 차 있는 격자형 網狀 구조의 밀집된 결합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래전부터 間質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생체 조직을 볼 수 있는 탐침형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 내시경(probe-based confocal laser endo- microscopy·pCLE)으로 새로운 발견이 가능했다. 기존의 현미경 슬라이드에서는 이 조직을 체액이 없는 밀집된 섬유로 보여주었다. 그 조직 샘플을 준비하는 과정에 정작 그 잠재적 중요성을 볼 수 없도록 변해버린 것이다. 살아있는 조직을 볼 수 있는 pCLE로 보면, 間質은 피부, 폐, 동맥, 정맥, 근육, 요도와 장간막 등 인체의 넓은 부분과 연관된 적지 않은 양의 체액을 포함하고 있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으로 만들어진 결합조직 네트워크의 상당한 양의 체액으로 가득 한 공간이다. 間質은 체내 대부분에 분포 연결되어 있다. 기존 현미경으로는 이처럼 대량의 체액으로 가득 찬 조직을 볼 수 없다. 슬라이드를 만드는 과정에 체액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를 발견한 연구자들이 농담 삼아 말하기를 ‘이 새 臟器는 거의 백 년 동안 빤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었다’고 하였다. 間質이 새 장기로서의 지위를 가지려면 ‘심장, 신장, 피부, 간이나 뇌처럼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는 고유한 구조를 지닌 조직의 조합’이라는 臟器의 정의를 만족시켜야 한다. 어떤 학자는 방대하면서 체액으로 차 있고 공간 사이에 있다는 점이 장기의 정의에 어울린다고 하지만, 의학교재를 새로 쓰기 전까지 여전히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모든 새로운 이론에 대해 조심스럽게 그리고 회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들은 여전히 間質의 체액에 있는 물질의 성분과 특별한 功能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고 우리들의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지금 間質의 잠재적인 역할에 매료되어 있다. 누군가는 그것이 인체를 위해 충격 흡수라는 방어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또 임파계와 상호 작용하는 체액의 유동적인 江이면서 면역계통을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he Daily Beast는 타이스 교수팀의 논문이 Scientific Reports에 실리기 전에 여덟 개 저널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혁신의 무게만큼 기존의 거부감은 무겁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타이스 교수가 ‘間質’을 “a highway of moving fluid: 흐르는 수액의 고속도로”라고 하였다. 『素問·靈蘭秘典』에서는 “三焦者、決瀆之官、水道出焉: 삼초는 수액을 순환시키는 기관으로 물길이 나온다”고 하였다. 또한 『靈樞·營衛生會』에서 “上焦如霧,中焦如漚、下焦如瀆: 상초는 안개와 같고 중초는 거품과 같고 하초는 도랑과 같다”고 한 것은 삼초를 체간부에 분포된 수액의 양상을 중심으로 본 것이다. 혁신적 발견은 최신 장비와 기법들이 있었기에 가능 이는 최근 만성 신장병 환자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는 복막투석에 복강 내 間質이 관여하고 있는 것과 통한다. 이들과 관련하여 清의 唐宗海가 『血證論·臟腑病機論』에서 “三焦,古作膲,即人身上下内外, 相联之油膜也: 삼초는 옛날에 膲라고 하였으며, 사람 몸의 위아래와 안팎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름막이다”라고 했다. 전신에 분포되어 있는 間質과 흡사한 표현이다. 또 타이스 교수는 間質에 있는 단백질 덩어리가 장기나 근육이 움직이면서 굽혀질 때 전기를 형성하는 것 같으며, 따라서 鍼의 작용과 관련하여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른다고도 말했다. 이는 『難經 六十六難』에서 “三焦者, 原氣之別使也, 主通行三氣,經歷五臟六腑”라 하여 인체의 기가 삼초에 의해 오장육부로 보내지고 전신으로 퍼진다는 내용과 관련된다. 구조 형태 수준에서 더 나아가 기능의 유사성까지 확인해야 한다. 향후 침구학 분야에서 더불어 검증해 나갔으면 한다. 지난해 3월22일자 Nature에 UCSF의대 마크 루니Mark R. Looney 교수팀은 폐가 호흡을 할 뿐만 아니라 혈액 생성에도 주도적으로 관여한다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 역시 『靈樞·營衛生會』에서 “上注於肺脈, 乃化而爲血: 위로 폐맥으로 가서 변화하여 피가 된다”는 한의학에서의 혈액 생성에 관한 내용과 상통한다. 루니 교수팀의 발견이 가능했던 것은 새로 개발된 2광자 생체내 영상 (two-photon intravital imaging) 기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의 혁신적 발견은 최신 장비와 기법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많은 영양학자와 한의사들이 暗視野 (dark field) 현미경으로 생혈진단을 하면서 적혈구 주변에 銀河처럼 반짝이는 작은 물체들을 보았지만 그에 대해 더 이상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의 혈액에서는 반짝이면서 활발히 움직이지만 암환자의 경우 숫자가 줄어들고 운동성도 떨어진다. 바로 그 작은 물체가 인간의 생명활동에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원자력현미경과 전자현미경에 최신 기법들을 동원하여 20~150 nm 크기 생명체로 확인한 것과 같은 경우이다. 한의학은 위대했다고 자만하는 것이 아니다 Thomas Kuhn의 말처럼, 첨단 장비도 필요하고 동시에 통찰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집념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끄는 발견을 가능케 한다. 이처럼 과학이 발달할수록 한의학이 전제하고 있던 내용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입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兩者가 완전히 구체적으로 일치하는 그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방향과 의미 부여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macro하게 보아왔고 서양과학은 micro하게 보려 할 뿐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서로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했지만 그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으면 상호 보완하여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2000년 전 『內經』에서 이야기했던 그림들이 첨단 과학이 밝혀주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그동안 그를 전제로 했던 한의학이 지닌 역할과 가치를 웅변해준다. 다만 앞으로 그러한 그림을 구체적이고도 객관적으로 확정지어 가는 것이 우리 후학들이 할 일이다.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고 한다. 통찰과 집념과 도구만 갖춰지면 오히려 그 디테일에 엄청난 지식과 기술의 寶庫가 숨겨져 있음이다. 역시 한의학은 위대했다고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지금 어떤 첨단 과학기술을 도구로 취할 것인가 탐색하고 고민해야 한다. 타이스 교수팀의 발견이 30년 전 황웨이산 교수님의 신념에 찬 강의 모습을 불현듯 떠올리게 한다. Interstitium과 三焦 뿐만이 아니다. -
자궁내막증 수술 후 경구피임약과 한약 동시 복용시 임신율은?[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KMCRIC 제목 자궁내막증 수술 후 경구피임약과 한약을 병용하는 것이 임신율을 높이고 골반통을 줄이는가? ◇서지사항 Zhu S, Liu D, Huang W, Wang Q, Wang Q, Zhou L, Feng G. Post-laparoscopic oral contraceptive combined with Chinese herbal mixture in treatment of infertility and pain associated with minimal or mild endometriosi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BMC Complement Altern Med. 2014 Jul 5;14:222. ◇연구설계 randomised, three-arm, trial ◇연구목적 경도의 자궁내막증 여성에 있어서 자궁내막증 수술 후 경구피임약 복용 또는 경구피임약과 한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 수술만 단독으로 시행한 것에 비해 임신율을 높이는지 확인 ◇질환 및 연구대상 1년간 임신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뒤 자궁내막증 수술을 받은 20~40세 여성 156명 ◇시험군중재 자궁내막증 수술 후 경구피임약을 33일 복용, 이후 30일은 경구피임약과 함께 Dan’e mixture를 복용 (단삼, 아출, 적작약, 당귀, 시호, 현호색) ◇대조군중재 대조군 1 : 자궁내막증 수술 후 경구피임약을 63일간 복용함. 대조군 2 : 자궁내막증 수술만 하고 다른 치료는 받지 않음. ◇평가지표 평가 지수 1 : 임신율과 생아 출산율 평가 지수 2 : 통증 점수 (VAS), 부작용 ◇주요결과 자궁내막증 수술 후 12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시험군에서는 30.77%의 임신율을 보였음. 대조군 1에서는 38.46%, 대조군 2에서는 46.15%의 임신율을 보였으며, 세 군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음. 생아 출생률에서도 세 군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음. 통증 점수인 VAS는 연구 종료 후 6개월 시점에서 추적 관찰했을 때 연구 초기에 비해 시험군과 대조군 1에서 대조군 2와 비교하여 유의한 감소를 보임. 시험군과 대조군 1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음. 두 군 모두에서 부정출혈과 유방압통 증상이 있었으나, 두 군간 발생률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음. ◇저자결론 경도의 자궁내막증 여성에게 자궁내막증 수술 후 추가로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거나, 경구피임약과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수술만 단독으로 시행하는 것에 비해 임신율을 높이지 않았다. ◇KMCRIC 비평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바깥으로 나와 만성적인 골반 통증과 난임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는 여성의 30~50%는 난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1]. 경도의 자궁내막증의 난임과 관련된 병리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여성들에 대한 치료는 복강경 수술이나 기대 요법, 배란 유도, 보조 생식술과 약물 요법 (가짜 폐경을 만드는)이 포함됩니다. 자궁내막증 수술을 통해 모든 자궁내막 병변들이 제거될 수는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수술 후 약물 사용은 논쟁적인 이슈입니다. 현재까지는 자궁내막증 수술 후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임신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2,3]. 이 연구 역시 자궁내막증 수술 후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자궁내막증 수술 단독 요법에 비해 임신율을 높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수술 단독 요법에 비해서 통증을 억제하는 데에는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구피임약과 함께 약 한 달간 한약을 복용하는 것은 임신율을 높이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증에 있어서는 경구피임약과 함께 부가적으로 약 한 달간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경구피임약만 먹는 것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수술 후 한약 단독치료군이 없는 점과 경구피임약과 한약을 동시에 복용했기에 한약의 효과를 얻기에 충분하지 못한 연구 설계로 보입니다. 또한 한약 복용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기에 임신율에 별 영향이 없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울러, 환자가 눈가림 (blinding)이 되어 있지 않으므로 편견이 개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향후 이런 점들을 보완한 잘 설계된 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 ◇참고문헌 [1] Holoch KJ, Lessey BA. Endometriosis and infertility. Clin Obstet Gynecol. 2010;53:429-38. https://www.ncbi.nlm.nih.gov/pubmed/20436320 [2] Wu L, Wu Q, Liu L. Oral contraceptive pills for endometriosis after conservative surger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Gynecol Endocrinol. 2013;29(10):883-90. https://www.ncbi.nlm.nih.gov/pubmed/23919282 [3] Yap C, Furness S, Farquhar C. Pre and post operative medical therapy for endometriosis surgery.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04;(3):CD003678. https://www.ncbi.nlm.nih.gov/pubmed/15266496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RCT&access=R201407035 -
中, 전통에 대한 자부심 대단… 우리는 어떠한가?[편집자 주]본란에서는 중국 상하이 중의약 박물관 견학과 남경 중의약 대학의 제1 부속병원인 강소성중의원을 참관한 주성완 강남구한의사회 기획이사의 소회를 게재한다. 중·서의 서로 적대감 없이 우호적…현대 의료기기도 장벽 없이 사용 강소성중의원장 “우리도 현대의학 하는 의사” 국가의 전폭적 지지 덕분 강남구한의사회 이사가 되고 난 이후 처음으로 해외 행사에 참여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중국 여행 자체가 처음이었다. 강남구한의사회에서는 집행부의 능력 계발을 위해 2년에 한 번 정도씩 해외 탐방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한다. 5월5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만나 상하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짧은 비행 후 상하이에 도착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다행히 극심한 미세먼지는 만날 수 없었다. 첫 방문은 상하이 중의약 박물관이었다. 처음 보자마자 상하이 중의약 박물관의 외부 규모에 놀랐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도립이나 시립 박물관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중의학의 역사를 소개하는 관, 중의학 본초를 소개하는 관 등으로 각 층을 차별화 하여, 체계적이고 세련되게 정리 및 안내가 되고 있었다. 비록 전공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가족들끼리 와서 보기에 부담이 없고 즐거운 시간이 될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남짓 박물관을 다 둘러보자, 그들의 중의학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또 굉장히 부러웠다. 이 글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야기를 하겠지만 이번에 중국 여행을 하면서 크게 느꼈던 것은, 중국은 자신들의 전통 혹은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전통과 정체성이 버림받는 한국의 여러 가지 현실이 대비되어 여행 내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튿날 오전에 상하이 홍챠오 역으로 가서 고속전철을 타고 난징으로 향했다. 상하이 역은 외관상 규모가 인천공항보다도 컸다. 인상이 깊었던 것은 마치 공항처럼 여권과 신분증을 가지고 예약을 하고, 타기 전에 검색대에 소지품들을 검사하고 인적 사항을 확인해야 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에 대한 통제가 아주 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마 전혀 제어가 안 되어서 그랬으리라. 아무튼 국내 고속열차보다 빠른 속도의 것을 타고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지나 난징에 도착하였다. 중국 여행 이튿날에는 난징의 중산릉과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하였다. 중산(中山)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쑨원(孫文)의 호다. 중국인들은 쑨원의 정치사상을 최고로 생각하며, 그를 위대한 인물로 존경한다고 한다. 때문에 그의 묘와 주변의 기념 공원을 거대한 규모로 만들어두었다. 쑨원이 죽을 당시 중국의 인구가 3억9200여 명이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능까지 오르는 계단을 392개로 만들어두었다는데, 개인 묘를 가기까지 그렇게 많이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선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강남구한의사회 박성우 회장님과 개인적인 담소를 나누면서 392개의 계단을 오르자 눈 아래로 드넓은 풍경이 펼쳐졌다. 끝없이 펼쳐진 안개 낀 숲은 중국의 기개가 느껴지는 장관이었다. 그러한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새삼 중국은 본인들의 긍정적인 역사를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에 뭉클해졌다. 중산릉을 내려와서 난징대학살 기념관(이 관의 정확한 명칭은 侵華日軍南京大屠殺遇難同胞紀念館이다)으로 이동하였다. 난징은 1937년 중일전쟁 당시 난징에서 30만명 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한 그야말로 잔인한 학살의 현장이었다. 일본인 장교 두 명이서 경쟁하듯이 일반인 머리 빨리 자르기 내기를 했을 정도이니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잔혹했을지 짐작이 간다. 단지 당시 국민당의 수도가 난징이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전쟁과 아무런 상관없는 이들이 죽어나가고, 그 트라우마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곳. 그러한 참극을 잊지 않고 새기기 위해 그들은 거대한 기념관을 만들어두었다. 난징인들의 자부심이 중산릉이라면, 난징인들의 내재화된 분노가 난징대학살 기념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 역시 굉장히 체계적으로 안내가 되고 있었는데, 대학살의 생존자들이 살아남아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최근에 찍은 가족사진들이 전시가 된 마지막 관에 이르러서는 여행에 참여했던 모두가 울컥해하는 것이 보였다. 전시관을 나오면서 적은 문구가 아직도 머리에 맴돈다. ‘용서는 하되 잊어서는 안된다. 과거를 기억해 미래의 스승으로 삼아야한다.(历史可以宽恕 但不可以忘却. 前事不忘 后是之師)’ 마지막 3일째는 아침부터 남경 중의약대학의 제1 부속병원인 강소성 중의원에 참관을 가게 되었다. 사실상 이번 여행의 핵심인 셈이었다. 중국 의료의 상황에 대해 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일단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그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강소성 중의원은 일 평균 외래 환자 수가 무려 3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중국 내에서 연구 성과나 진료 실적에 대한 중의 병원 평가 2위를 한 곳이란다. 그 수없이 많은 환자가 아주 질서 정연한 시스템 하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병원측에서는 강남구한의사회 임원단 일동을 아주 크게 환대를 해주셨다. 꽤 장시간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긴 시간 동안에도 모두가 미소를 잃지 않고 상세히 설명을 해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한국의 한의학 현실과 다른 핵심적인 부분은 중의와 서의가 상당히 서로에게 호의적이라는 것, 중의들도 현대 진단 의료기기를 큰 장벽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중성약을 비롯하여 중약 역시 과학화를 이루어가고 있어서 현대적인 의료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등이었다. 해당 병원의 병원장님은 ‘우리는 서의가 아니지만 현대 의학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아주 자부심이 넘치게 이야기할 정도였으니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분께서 어떻게 중의학이 그렇게 발전을 할 수 있었느냐고 물어보자 병원측에서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다’라고 답변을 했다. 전폭적인 지지, 그렇다. 2015년 개똥쑥으로 만든 말라리아 치료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탄 투유유 여사도 사실상 전통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중국의 문화가 이루어낸 쾌거였던 것이다. 중의 의료진과의 대담은 대한민국의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많은 청사진을 얻는 시간이었다. 이후 병원측의 가이드를 받으며 병원 이모저모를 둘러보았다. 한국의 한방병원처럼 처방을 직접 달여서 주는 형태가 아니라 원내 약국에서 한약재를 담아서 주는 방식으로 처방이 되고 있었다. 80~90년대 한국의 한방병원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진료실, 입원실, 약국, 대기실을 막론하고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지금이야 말로 중의학의 전성기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소성 중의원 참관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중국에서의 일정은 끝이 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을 돌아보았다. 여행을 오기 전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해서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은 중국이 그렇게 쉽게 생각할 국가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본인들 스스로 중국인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나라, 본인들의 자랑스러운 혹은 뼈아픈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나라, 본인들의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려는 나라, 그러한 거대한 문화적 흐름의 끝에 중의학이 있었다. 향후 중의학이 대성을 한다면 전통을 존중하는 국가와 국민의 정신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향후 중국이 대성을 한다면 전통과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이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생각의 끝에 한국의 현 상황과 한의학의 현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자부심이 있는가? 우리는 우리의 전통을 존중하는가? 우리는 우리의 값진 역사를 사랑하는가? 쉽게 답하기가 힘들다면,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
"5월 광주 정의를 세우다"-광주민주화운동과 한의학“광주민주화운동과 한의학은 우리 사회와 의료계의 제도적 소외자들의 대표격이다. 그런데 광주의 한의학이라면 얼마나 더 깊은 제도적 소외 속에서 버텨나가겠는가? 국가적 제도의 소외 뿐만 아니라 메이저 의과대학 두 개가 꽉 잡고 있는 시의 정책에 광주의 한의학은 더더욱 차별 받고 있다.” 지금 광주는 한창 외부손님들을 맞이하는 준비에 바쁘다. 38년 전의 이날 광주에는 외부손님들을 못들어 오게 하려고 광주시민들이 피를흘려가며 막았었다. 그 피도 부족했는지 계엄군은 그렇게 광주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렇게 38년이 흐르고 지금은 외부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한창인 광주의 5월이다. 2018년 5월 18일은 38주년을 맞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5월 18일에는 ‘5월 광주, 정의를 세우다!’라는 슬로건아래 많은 행사가 준비 중이다. 국립 5.18민주묘지와 금남로 일대에서 추모공연, 헌화·분향, 기념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이 진행되고,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이창현군(당시 8세)과 38년간 아들을 찾아다닌 아버지 이귀복 님의 사연을 담은 씨네라마(영화+공연)가 공연되어 깊은 울림을 전달할 예정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널리 알려진 독일인 기자 故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도 참석한다. 38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도 당당하게 제창 할 수 있는 행사가 되었다. 당시 승리로 축배를 들었던 군부세력들과 그 한가운데 있었던 그의 딸은 늙고 병들고 감옥에 들어가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와 닫는다. 흔히 우리민족을 ‘한’의민족이라고 한다. 그만큼 역사상 무수한 고통과 억압을 견뎌내 온 민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역시 군부독재의 억압속에서 한이 폭발한 경우 일 것이다. 38년전의 5월은 아주 최근의 역사이다. 그 때의 피해자가 아직도 살아있고, 군부독재의 총 칼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가족들이 여전히 살아 있는 최근의 역사이다. 민주국가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최근의 역사속에서 온몸으로 고스란히 겪었던 사람들은 그 후로도 차별과 억압속에서 더 큰 한을 품고 살아왔다.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자유를 얻기 위해 싸웠던 피해자들은 오히려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빨갱이 지방이라며 차별 받던 지역의 일이 그나마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이 그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었다. 그러나 그 큰 상처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어린 시절 그 무서움을 모르고 지나간 필자에게도 그러한 환자들이 심심치 않게 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와 마음속 ‘한’의 치료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한의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만년을 이어온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의학이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민족말살 정책하에 온갖 난도질을 당했으며, 그 적폐의 영향이 현재까지 국가정책 속에 온전히 들어가 있지 못하는 차별을 받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서 서구의 국가들까지 한의학을 육성하고 체계화해가는 국가적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정책에서 한의학이 배제되어가고 있다. 이 역시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서 억누르고 있는 한민족의 ‘한’일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과 한의학은 우리 사회와 의료계의 제도적 소외자들의 대표격이다. 그런데 광주의 한의학이라면 얼마나 더 깊은 제도적 소외 속에서 버텨나가겠는가? 국가적 제도의 소외 뿐만 아니라 메이저 의과대학 두 개가 꽉 잡고 있는 시의 정책에 광주의 한의학은 더더욱 차별 받고 있다. 한의학에서 병인을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나누고 내인을 그 최상으로 둔 것은 인간의 칠정이 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인가를 강조한 것이다. 가슴속의 칠정의 한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직접적인 피해자 뿐만아니라 광주시민의 가슴속에는 차별과 억압에 대한 깊은 한이 있다. 몸을 아프게 한다. 지역적 특성상 이런 내인을 고려해야 치료가 된다. 마치 세월호의 안산처럼 지역적 특수성이 있는 ‘한’의정서를 고려해야한다. 이러한 직간접적인 피해자들에게는 가벼운 감기부터 몸의 큰 상처까지 그냥 교과서적인 치료가 아닌 한을 감싸주는 치료를 더해야 한다. 다른 환자들보다도 더 깊은 한을 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국가적 폭력에 상처입은 사람들을 일제의 폭력에 양방의 폭력에 상처입은 의학이 치료하는 것은 어찌보면 참 운명적인 것도 같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사망피해자들의 사진을 보고 홍어택배 운운하며 조롱하던 일베의 일원인 최대집씨가 의사협회 회장이 되었다. 광주시민이자 한의사인 내가 보기엔 충격적인 일이었다. 얼마나 많은 차별과 억압을 받을 것인가라는 것은 둘째 치고, 과연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을 뽑을 정도로 의사라는 집단은 민주시민인가? 지성인인가? 라는 충격.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돈다. 언제나 흥한 사람은 없다. 바른 것은 반드시 제자리를 찾는다. 희망을 갖자.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군부독재의 후신인 과거의 여당이 무너지고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적으로 불릴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처럼 한의학도 다시 국가의 틀안에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그동안 과거의 정부에서 행해왔던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국가적 소외나 한의학의 국가적 소외를 이제 바른 위치에 올려주어야 한다. 바른 위치는 동등하게 대우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기울어져있던 운동장을 바르게 맞추려면 약자와 소외자를 더더욱 우대해주어야 그나마 동등해진다. 정부는 한의학을 더 우대하고 국가제도는 한의학을 더 육성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적폐가 청산되고 양방과의 균형이 맞는다. 소외와 차별이 없는 사회, 화합과 소통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한민족의 ‘한’을 풀어주는 가장 훌륭한 치료제이다. 그 가운데서 한의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와 차별이 문제였지 한의학이 문제가 아니다. 쫄지마 한의학! 쫄지마 한의사!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
“실크로드 타고 건너온 한의학 쫓아 한국 왔어요”우즈벡 의사 자크릴로 씨, 한의학 치료 연수 1인당 GDP 1238달러의 가난한 농업국서 뜨거운 한의 침 치료 열기 [caption id="attachment_396251" align="alignleft" width="225"]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유니드한의원 입구에서 하상철 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닥터 자크릴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caption]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의 한 한의원. 발목 염좌 환자에게 침을 놓는 한의사 옆에 수련을 받는 외국인이 서 있다. 실크로드를 타고 중앙아시아로 갔던 한의학에 매력을 느껴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직접 건너왔다는 닥터 자크릴로(Dr. Ulmasov Zikrillo)씨. 한국에서 침을 놓으면 불법이라 직접 실습은 못하지만 어깨 너머로 공부하는 그의 수첩은 빽빽했다. 하나라도 놓칠까 열심히 따라다니는 그에게서 한의학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한의학이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지 올해로 21주년. 국내 한의학 전문가들이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한국과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양국 간 지속적인 교류를 거듭한 끝에 우즈베키스탄에서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수요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시작된 한류 열풍 후 한의학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 언어권인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이 세계 전통의학 가운데 한의학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한의학은 이미 특별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서양의학을 공부하는 의대생들에게 한의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침을 놓는 미스터리한 민간치료법이 아니라 전침, 약침, 추나, 매선 등의 다양한 치료방법과 근거가 존재하는 현대 의학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닥터 자크릴로는 “한의사들이 해외 진료단을 구성해 수도 타슈켄트 내 친선병원에서 침 치료 봉사하는 것을 어깨너머로만 봤는데 환자들의 반응도 뜨겁고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어 자비를 들여 한국으로 오게 됐다”며 “이번 한국 방문은 세 번째로 한 달 동안 두 군데 한의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침 맞겠다고 줄서는 환자들 한우친선한방병원은 지난 1996년 8월 KOMSTA(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가 타슈켄트 타쉬미 제1병원과 벡티미르 41병원에서 의료봉사활동을 실시하면서 태동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도움으로 지난 1997년 설립됐으며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를 통해 정부파견 한의사와 국제협력 한의사가 파견돼 진료와 함께 현지 우즈베키스탄 의사들에게 한의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10년 한국 한의학을 공부한 우즈베키스탄 의사들이 우즈베키스탄의사협회 산하에 우즈베키스탄 한국한의학학회를 설립했다. 한의학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국가의료기관에 한의과가 개설됐다. 한국의 전통적 침법인 사암침법 러시아어 번역본도 출간됐다. 그러나 병원이 두 군데에만 있어 4~5시간 떨어진 곳까지 의료진이 직접 가긴 힘든 상황이라 높아지는 한의약 치료 열기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년 전만 해도 의료진 한명당 하루에 15명 정도의 환자를 봤는데, 이제는 하루 내원 환자가 50명 정도가 모인다고 한다. 자크릴로는 “우즈벡은 공화국이라 의사들이 준 공무원처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한다”며 “향후 침 치료 등 한의학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해 퇴근 후 개인클리닉을 개원할 것을 목표로 더 배우러 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침 치료 한 번에 어깨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환자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지근거리에서 접한 자크릴로는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관심이 많아 이 곳 한의원을 찾았다고 한다. 고려인이 20만 명 이상 살고 있는 중앙아시아 중부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은 2018년 기준으로 인구 1인당 GDP가 1238달러(세계 163위)인 가난한 농업국으로 대부분 허리, 목, 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은 탓이다. 참고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2775달러로 우즈베키스탄의 26배가 넘는다. 자크릴로에게 한의학 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 하상철 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에게 교육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묻자 “발목을 삐었는데 왜 다른 곳에 침을 놓느냐는 질문을 한다”며 “침 놓는 행위 자체가 흉내낼 수는 있어도 원리를 터득하는데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것을 너무 다 내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아주 중요한 핵심적인 기술까지는 공유하지 않고 있다. 가르쳐 주는 순간 비법이 풀릴 수 있지 않습니까(웃음)”라고 답했다. 침 등 새로운 버전을 받아들이려는 적극적인 태도에 감동받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이론과 기술이 서술된 영문 서적을 몇 권 소개시켜줬다는 하 명예회장은 대신 실용적이며 침과 함께 병행하기 좋은 테이핑 요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테이핑 요법의 경우 빠르고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어 우즈베키스탄내에서도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자크릴로의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한의원 입구에 붙여 놓은 하 명예회장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시작으로 평창올림픽까지 근골격계 질환에서 침과 추나를 비롯한 한의학적 치료는 메달리스트들의 훌륭한 조력자로 세계인들에게 통한다는 게 충분히 입증됐다”며 “오늘날 우즈벡 의사의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인들에게로 뻗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 명예회장은 오는 6월 8일부터 프랑스의 액상 프로방스(Aix-en Provence)에서 개최되는 Volleyball National League를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편집자 주] 최근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들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각종 보건 관련 기념일을 제정, 국민들에게 질환에 대한 이해 및 치료, 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에 본란에서는 대한한의학회 및 산하 회원학회 전문가들이 각종 보건 관련 기념일에 맞춘 해당 질환 및 질병 등에 대한 유익한 정보 제공은 물론 다양한 한의약적 치료법 및 예방법을 소개하는 '대한한의학회, 한의학의 미래를 열다'라는 칼럼을 게재한다. 5 · 17 ‘세계 고혈압의 날’ 기념 고혈압은 혈관 속을 흐르는 혈액의 압력이 높아진 상태를 말하며 수축기 130 mmHg, 확장기 80mmHg 이상을 고혈압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30세 이상 전체 성인의 1/3이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나이가 듦에 따라 그 유병율이 증가하여 60세 이상에서는 남녀 공히 50% 이상, 즉 2명 중 1명은 고혈압에 이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혈압은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이 발병할 수 있으며 고혈압에 걸리더라도 두통이나 머리가 멍한 느낌, 뒷목 뻣뻣함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나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아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우기도 합니다. 즉, 고혈압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둘 경우 동맥경화증을 악화시켜 합병증으로서 뇌혈관에 문제를 일으켜 뇌졸중을 유발하므로 혈압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뇌졸중 발병가능성을 30~40% 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고혈압은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 심부전, 망막출혈, 시력손실, 신부전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적극적인 예방 및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중등도 이상의 고혈압은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하나 가벼운 경도의 고혈압인 경우는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으로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고혈압의 소인(素因)을 평소에 치료, 관리해야 합니다. 즉 가족력상 중풍,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및 당뇨병 등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화다(火多)한 체질, 습다(濕多)한 체질, 원기(元氣)가 허약한 체질 등 고혈압으로 쉽게 이환될 수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조절하여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침 치료는 혈압강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손목 안쪽의 내관(內關), 신문(神門) 혈은 교감신경을 억제하여 불면, 혈압안정에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고혈압의 소인(素因)을 일깨워 주는 유인(誘因), 즉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합니다. 우선 포화지방산, 염분, 당분 등의 섭취를 줄이고 과일, 야채 섭취를 늘리는 등 잘못된 식습관을 개선해야 하며 적당량 운동의 생활화와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합니다. 또한 술과 담배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항상 평정한 마음상태를 갖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스트레스로 인한 화냄, 슬퍼함, 흥분, 근심, 걱정 등은 고혈압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본태성 고혈압의 경우는 어느 날 갑자기 하루아침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혈압을 상승시킬 수 인자들이 어려서부터 장노년시까지 오랫동안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생활습관의 개선은 바로 고혈압의 예방 및 치료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명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
억간산, 도파민 신경계 기능 억제로 이상 행동 심리 증상 호전[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KMCRIC 제목 억간산은 어떤 기전을 통해 치매 이상 행동 심리 증상을 호전시킬까? ◇서지사항 Takeyoshi K, Kurita M, Nishino S, Teranishi M, Numata Y, Sato T, Okubo Y. Yokukansan improves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y suppressing dopaminergic function. Neuropsychiatr Dis Treat. 2016 Mar 15;12:641-9. doi: 10.2147/NDT.S99032. ◇연구설계 rater-blinded, randomized, flexible-dose, triple-group ◇연구목적 이상 행동 심리 증상 (BPSD,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을 보이는 치매 환자에게 억간산 투여가 카테콜라민 대사산물 (catecholamine metabolites) 혈장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여 치매 BPSD에 대한 억간산의 효과 기전을 추정해보고자 함. ◇질환 및 연구대상 BPSD를 보이는 치매 환자 42명 ◇시험군중재 억간산 엑기스제 (TJ-54, 쯔무라제약, 일본) 1일 2.5~7.5g씩 총 8주간 투약 ◇대조군중재 대조군1: 리스페리돈 (Risperidone) 1일 0.5~2.0mg씩 총 8주간 투약 대조군2: 플로복사민 (Fluvoxamine) 1일 25~200mg씩 총 8주간 투약 ◇평가지표 · NPI-NH (BPSD 평가), MMSE (인지 기능 평가)를 시험 시작 전, 시험 종료 후 (8주 후)에 평가 · 또한, 정맥 채취를 통해 호모바닐린산 (HVA, homovanillic acid), 3-methoxy-4-hydroxyphenylglycol (MHPG)의 혈장 농도를 2주 간격으로 평가 ◇주요결과 · NPI-NH상 세 군 모두 치료 전에 비해 유의한 호전을 보였다. 하지만, 세 군간 호전도의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 호모바닐린산은 억간산군에서만 시험 전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한 혈장 농도를 보였으며 (0주차 평균 17.1 (표준편차 7.6) → 12.2 (6.8), p=0.006), 리스페리돈이나 플로복사민을 복용한 군에서는 유의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저자결론 억간산은 도파민 신경계 기능 억제 (혈장 호모바닐린산의 감소)를 통해 치매 BPSD에 유의한 효과를 보인다. ◇KMCRIC 비평 본 연구는 2013년 Journal of Clinical Psychopharamacology에 소개되었던 리스페리돈 (Risperidone), 억간산, 프로복사민 (Fluvoxamine)의 치매 이상 행동 심리 증상(BPSD,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에 대한 무작위화 대조 연구의 2차 분석 연구로 발표되었습니다 [1]. 이번 연구의 목표는 억간산의 치매 BPSD에 대한 추정 작용기전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이전 연구에서 리스페리돈, 억간산, 프로복사민은 치매의 BPSD에 대해 모두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억간산이나 프로복사민이 리스페리돈 그룹에 비해 추체외로계 증상 발현율이 낮게 나타나 복용에 안전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1]. 임상적 유효성은 비슷하게 나타났으므로, 억간산과 기타 2개 약물의 작용 기전에 차이가 있다면, 각 환자의 상황에 맞춰 보다 정밀한 처방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본 분석을 진행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구 결과, 억간산을 복용한 군에서만 혈장 호모바닐린산 (HVA, homovanillic acid)이 치료 전후 유의한 감소를 보였습니다. 이전 연구를 통해 억간산의 구성 약물인 조구등에는 인돌알칼로이드 (Indole alkaloid)인 Geissoschizine methyl ether (GM)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2], 바로 이 GM은 부분적 도파민 D2 수용체 작용제 (partial agonist for dopamine D2 receptor)로 알려져 있습니다 [3].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partial agonist는 해당 수용체에 결합하여 그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이지만, full agonsit에 비해 말 그대로 부분적 효과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full agonist와 partial agonist가 함께 있을 때는 partial agonsit는 경쟁적 억제제 (compeititive antagonist)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GM과 유사한 작용을 한 것이 aripiprazole인데, 이 역시 부분적 도파민 D2 수용체 작용제로서 도파민 신경 기능의 억제로 작용하며 그 결과 HVA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이 결과들을 종합했을 때, 억간산이 치매 BPSD에 과도해진 도파민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유효하게 작용함을 알 수 있습니다. 리스페리돈은 비전형적 항정신병약으로 조현병 치료에 유효한 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현병에서의 효과 기전 역시 도파민 D2 수용체 억제를 통한 HVA 감소입니다 [4]. 치료 전 HVA가 상승되었을 경우, 이 HVA가 리스페리돈 복용을 통해 감소하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HVA 감소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는데, 이에 대해 저자들은 본 연구에서 활용한 리스페리돈의 용량이 조현병 치료에 사용되는 수준보다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고찰했습니다. 반면 프로복사민은 SSRI로서 체내 세로토닌 수준의 상승에 기여하며, 이를 통해 도파민 뉴런의 작동을 간접적으로 억제, 그리고 노르아드레날린 뉴런의 작동을 억제함으로써 치매 BPSD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6]. 본 연구에서는 이와 맥을 같이하여 프로복사민 복용군에서는 HVA의 유의한 감소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본 연구 결과를 종합하며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억간산은 리스페리돈보다 높은 도파민 수용체 억제 작용을 보였음에도, 도파민 수용체 억제 작용을 가진 약물들에서 주로 발생하는 추체외로계 증상 발현이라는 부작용이 리스페리돈에 비해 적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양한 약재로 구성되는 복합제제인 억간산이라는 한약 처방에는 도파민 수용체 억제 작용 이외에도 다양한 작용이 겸해져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다양한 약제로 구성되어 화학 합성 약물보다 유해사고의 발현 위험이 적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서도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참고문헌 [1] Teranishi M, Kurita M, Nishino S, Takeyoshi K, Numata Y, Sato T, Tateno A, Okubo Y. Efficacy and tolerability of risperidone, yokukansan, and fluvoxamine for the treatment of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a blinded, randomized trial. 2013 Oct;33(5):600-7. doi: 10.1097/JCP.0b013e31829798d5. https://www.ncbi.nlm.nih.gov/pubmed/23948783 [2] Pengsuparp T, Indra B, Nakagawasai O, Tadano T, Mimaki Y, Sashida Y, Ohizumi Y, Kisara K. Pharmacological studies of geissoschizine methyl ether, isolated from Uncaria sinensis Oliv., in the central nervous system. Eur J Pharmacol. 2001 Aug 17;425(3):211-8. https://www.ncbi.nlm.nih.gov/pubmed/11513840 [3] Ueda T, Ugawa S, Ishida Y, Shimada S. Geissoschizine methyl ether has third-generation antipsychotic-like actions at the dopamine and serotonin receptors. Eur J Pharmacol. 2011 Dec 5;671(1-3):79-86. doi: 10.1016/j.ejphar.2011.09.007. https://www.ncbi.nlm.nih.gov/pubmed/21951966 [4] Creese I, Burt DR, Snyder SH. Dopamine receptor binding predicts clinical and pharmacological potencies of antischizophrenic drugs. Science. 1976 Apr 30;192(4238):481-3. https://www.ncbi.nlm.nih.gov/pubmed/3854 [5] Guiard BP, El Mansari M, Merali Z, Blier P. Functional interactions between dopamine, serotonin and norepinephrine neurons: an in-vivo electrophysiological study in rats with monoaminergic lesions. Int J Neuropsychopharmacol. 2008 Aug;11(5):625-39. doi: 10.1017/S1461145707008383. https://www.ncbi.nlm.nih.gov/pubmed/18205979 [6] Dremencov E, El Mansari M, Blier P. Noradrenergic augmentation of escitalopram response by risperidone: electrophysiologic studies in the rat brain. Biol Psychiatry. 2007 Mar 1;61(5):671-8. https://www.ncbi.nlm.nih.gov/pubmed/16934772 ◇KMCRIC 링크 http://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RCT&access=R201603134 -
한의 기상도[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정부에서 발표한 통계를 근거로 한의의료와 관련된 현황을 매주에 걸쳐 팩트시트(통계자료표・fact sheet) 형태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 한의의료가 처해져 있는 사실 인식과 더불어 향후 한의학 육성 발전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
[한의전망대] 첩약 건강보험, 선택의 시간이 왔다첩약건강보험 추진 특별위원회 정책연구소위원회 첩약 건강보험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첩약은 80년대 중반, 한의 보험제도를 시작하던 시절부터 한의 보장 중 가장 핵심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하지만 84년 청주·청원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하던 시절부터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아직 미완의 제도이다. 한의약에 건강보험이 도입된 것은 1987년으로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고 건강보험 급여율이 전체 한의약진료의 50%를 넘는 수준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적 치료수단인 한약은 거의 대부분 보험급여 되지 못하고 있고 추나, 물리요법, 약침 등 대중화된 치료기술 역시 급여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초기 충분한 연구와 검토없이 도입된 한의약 건강보험은 한방의료기관의 진료행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양방의료기관에 비해 긴 진료시간과 진료행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진료에 대한 적절한 지불을 하지 못하는 기형적 구도로 정착되어 있다. 2018, 건강보험 제도 개선의 큰 전환점 한국 건강보험은 급여항목의 저수가와 비급여 및 의료행위량의 공급자 자율성으로 특징지워진다. 급여항목으로 들어갈 때 원가를 낮춰 저수가로 들어가는 대신 의료공급자가 비급여를 자유롭게 제공하고, 행위별수가제로 행위량을 늘릴수록 수익을 낼 수 있게 허용하면서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는 크게 진단·진찰, 처치, 의약품으로 구분된다. 의과와 치과의 경우, 다양한 행위와 의약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이 확대되어 가격은 떨어지고 행위량이 많아진 항목을 급여로 넣고, 새로운 비급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과 비급여 수익을 동시에 확대해 왔다. 건강보험 급여를 늘리면 비급여가 같이 늘어나는 풍선효과였던 것이다. 한의를 제외한 의과·치과에서 급여와 비급여 영역은 행위와 의약품 전반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다. 한의계는 한의약품의 보험급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오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비급여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한의는 의료행위가 매우 협소하여 새로운 비급여를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의약품 전체를 비급여로 유지하면서 급여와 비급여 시장을 분리하는 전략을 추진해왔고, 그 결과 진찰과 시술 중심의 급여 확대와 의약품 영역의 비급여 시장 창출로 크게 대비되어 발전해왔다. 한의계에서 한약은 단순한 비급여 항목이 아닌, 비급여 시장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는 ‘저수가→행위량 확대+비급여 창출→정부 저부담+실손 확대→국민부담 증가’의 구조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 ①비급여 항목의 전면급여화 ②저수가의 정상화 ③공급량의 합리적 조절 ④비급여 통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흔히 문케어가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만 알려져 있으나 그 안에는 이러한 정책조합이 준비되어 추진되고 있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만 목적이 아니라 비급여의 자율성, 행위량 확대를 규제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수가 인상, 보장항목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이 제도 추진 과정에 한의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 비급여 항목의 전면급여화 과정에서 비급여 한약의 전면 급여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의과나 치과의 비급여 항목과 한의 비급여항목은 층위가 다르다. 의과나 치과는 다양한 시술과 의약품 중에서 비급여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이나 한의는 의약품 전체가 통으로 비급여이다. 56종 보험한약제제를 고려해도 금액이 극히 미미하다. 따라서 반드시 비급여 한약의 전면급여화가 문케어와 동반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약은 치료적 목적의 수단, 의약품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게 되는 것이다. 43대 집행진 취임 이후, 문케어를 담당하는 복지부의 관계 부서와 비급여한약의 전면 급여화를 논의해왔고, 정부는 첩약을 먼저 급여화하자는 의견을 전달해왔다. 비급여한약은 크게 한의사가 생산하는 한약(첩약이라고 통칭되어지지만 원내탕전·원외탕전에서 생산한 환·산·고·탕제 모두를 포함)과 제약회사에서 생산한 한약제제로 크게 구분된다. 정부에서는 한의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과제로 한의사 생산 한약, 첩약의 급여화를 먼저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것이 한의계가 이번에 추진하는 첩약 건강보험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이다. 비급여의 전면급여화와 비급여 시장 통제, 저수가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상황에서 한의 비급여의 대표인 한약, 그 중에서도 첩약을 이번 기회에 급여화하지 않으면 한약은 다시는 정부가 공인하는 치료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어렵게 된다. 제도는 보장과 규제를 동시에 포함한다 지금 시기, 한의계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제도화는 정부 보장과 진료과정에 대한 규제를 동시에 포함한다. 진료행위를 표준화해야 하고, 질 관리에 필요한 정보 공개와 프로세스 개선을 강제받을 것이며, 유효성과 비용효과성을 증명해야 한다. 한약사회, 약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도 해야 하며 완전한 독점을 인정받기 어렵다. 한의계는 그동안 이러한 부담 때문에 첩약에 대한 급여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젠 선택을 해야 한다. 첩약을 필두로 비급여 한약 전반을 제도화할 것인지 선택의 시간이 왔다. 한약을 국가가 보장하는 시스템 내에서 관리할 것인지, 계속 비급여 시장에 둘 것인지, 한의계의 공통된 의견이 필요하다. 모든 개혁은 정부 초기에 이뤄지며 2018년 올해 주요한 결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43대 집행진은 첩약건강보험 추진을 제일 우선 과제로 당선되었다. 2017년 11월 첩약건강보험 추진에 대한 대회원 조사결과는 78%의 찬성이었다. 첩약 건강보험 추진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4월16일 출범했고, 4월28일에는 전국 지부 보험이사들과 함께 첩약에 대한 세부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주요한 쟁점은 다 다루어졌고, 한의계 첩약 기본 제안서의 초안도 나왔다. 이젠 논의해야 한다. 첩약건강보험 추진방향과 회원들이 우려하고 있는 지점에 대해 깊게 토론하고 하나하나 검토해봐야 한다. 첩약건강보험 추진 특별위원회 내에 회원소통위원회가 있고 이 틀에서 회원들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고 한의신문 지면을 통해 소통을 위한 기본 제안을 풀어내고자 한다. -
각 장애별 전문적 관리와 후유증 최소화하는 한의진료[편집자 주] 본 기고에서는 한의학의 장애인주치의제 참여를 위해 장애인의 건강 관련 문제와 소통의 문제 및 시행법령을 이해하고, 한의사로서 역할을 하기 위하여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고자 한다. 장애인주치의와 한의학 ⑧ 지체장애를 야기한 원인질환의 합병증에 항상 유의 지체장애(physical disability)를 판정받고 오게 되는 환자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먼저, 장애등급을 받게 되는 기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실제 등급별 기준은 지자체의 홈페이지 혹은 장애인 관련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지체장애의 유형은 1. 절단장애(상지, 하지), 2. 관절장애(상지, 하지), 3. 지체기능장애(상지, 하지, 척추), 4. 변형장애 등으로 구분되며, 장애진단을 하는 전문의에 의해 원인 질환 등에 대하여 6개월 이상의 충분한 치료 후에도 장애가 고착되었음을 진단서, 소견서, 진료기록 등으로 확인된 경우 등급판정을 받게 된다. 먼저, 1. 절단장애의 경우에는 절단에는 외상에 의한 결손뿐만 아니라 선천적인 결손도 포함되며, 절단 부위가 단순 X-선 촬영으로 확인되거나, 절단 부위가 명확할 때는 이학적 검사로 검사하여 확인된 경우이다. 2. 관절장애는 관절의 강직, 근력의 약화, 또는 관절의 불안정(동요관절, 인공관절치환술 후 상태 등)이 있는 경우이다. 관절강직은 관절이 한 위치에서 완전히 고정(완전강직)되었거나, 관절운동범위가 감소된 것(부분강직)을 의미하며, Goniometer 등 관절운동범위 측정기로 측정한 관절운동범위가 정상운동 범위에 비해 어느 정도 감소(%)되었는지에 따라 구분한다. 관절운동범위는 수동적 범위를 기준으로 하지만, 근육의 마비 혹은 외상 후 건이나 근육의 파열(능동적 관절운동범위가 수동적 관절운동범위에 비해 현저히 작을 경우)에는 능동적 관절운동범위로 대신할 수도 있다. 상지의 3대 관절은 어깨관절, 팔꿈치관절, 손목관절이며, 손가락의 세 개의 관절은 중수수지관절, 근위지관절, 원위지관절을 말한다. 하지의 3대 관절은 고관절, 무릎관절, 발목관절을 말한다. 3. 지체기능장애는 팔, 다리의 장애와 척추장애로 대별된다. 팔, 다리의 기능장애는 마비, 관절 강직으로 상지 혹은 하지 전체 기능에 장애가 있는 경우인데, 주로 말초신경계의 손상이나 근육병증 등으로 운동기능장애가 있는 경우로서, 감각손실은 포함하지 아니한다. 팔 또는 다리의 기능장애가 마비에 의한 경우는 근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지만 기능적이 되지 못할 정도 즉, 근력 검사상 3등급(Fair) 이하인 경우이다. 척추장애의 판정은 척수의 외상 또는 질환에 의하여 척수가 손상된 경우를 대상으로 하며, 추간판 탈출증, 척추협착증 등으로 인한 신경근 병증에서 나타나는 마비는 해당되지 않는다(단, 척수원추 conus medullaris와 마미 cauda equina 의 손상은 포함). 4. 변형장애는 양쪽 다리 길이의 차이가 있는 경우(최소 5cm 이상 혹은 건강한 다리길이의 1/15 이상 짧은 사람), 척추측만증의 각도가 40도 이상인 경우, 척추 후만증의 만곡각도가 60도 이상인 경우, 성장이 멈춘 성인으로 신장이 작은 사람(만 18세 이상의 남성으로서 신장이 145㎝ 이하 혹은 만 16세 이상의 여성으로서 신장이 140㎝ 이하인 경우) 등이다. 지체장애 환자가 호소하는 일반적인 증상, 위장기능장애, 배뇨 · 배변 기능의 문제, 기타 근골격계 통증, 정서적인 문제 -우울증 등 -, 불면 등의 일반적인 증상에 대한 치료 및 관리와 더불어 각 장애별 전문적인 관리와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한의진료가 적용될 수 있다. 치료과정에서는 지체장애를 야기한 원인질환의 합병증에 항상 유의하여야 한다. 그 중 척수 손상에 대한 부분을 조금 살펴보면, 임상적으로 완전손상과 불완전 손상으로 나뉘는 척추손상시 주된 호흡근인 늑간근(신경지배 T1~T7)과 복근(신경지배 T6~T12)이 기능상실과 병변부위 아래에 위치한 호흡근의 마비로 인해 효과적인 기침이 불가능해지므로 기관지 분비물들이 축적되어 기관지 확장증이나 폐렴 등의 합병증이 유발되고, 척수손상환자의 가장 큰 사망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체위배담법과 적절한 자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손상된 지절의 모든 관절을 하루 2회씩 완전 관절운동범위까지 운동시키고, 적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보조도구 등이 필요하다. 체간과 마비된 상지 혹은 하지를 이용한 적절한 이동에 대한 훈련과 보행훈련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용되어야 한다. 향후 구체적인 장애유형별 일반진료 및 전문진료에 대한 매뉴얼에 대한 확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다음호에서는 시각장애 및 기타 부분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고 본 기고를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