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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전통의학 발전현황 공유한 ‘뜻깊은 시간’[한의신문] 11일부터 13일까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는 ‘아부 알리 이븐시나(아비센나)-의학의 진주’라는 주제로 ‘제3회 국제 전통의학 과학 임상컨퍼런스(이하 컨퍼런스)’가 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컨퍼런스에는 이번에도 다양한 국적의 전통의학 전문가들이 참여해 풍성한 교류와 토론의 장이 열렸으며, 이에 컨퍼런스에 참가한 후 느낀 바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참가기를 작성하게 됐다. 980년에 출생해 1037년 사망한 이븐시나의 영향력은 10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단지 의학 분야에서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철학·자연과학·기하학·논리학·법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방대한 저작(아랍어 저작 456권, 페르시아어 저작 23권)은 오늘도 전세계 많은 학자들의 연구 속에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이븐시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다지 유명한 인물이 아닐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하면 학창시절 의사학 시간에도 히포크라테스나 갈레노스에 비해 비중이 낮게 다뤄진 것 같다. 그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국어로 된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봐도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 애석하게도 한국에는 그의 대표저작인 ‘의학정전(The Canon of Medicine)’이 번역돼 있지 않다. 일본은 이미 1983년에, 중국은 2010년에 번역본을 내어 놓은 것으로 확인된다.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면, 그에 대한 한국어 논문 중 2015년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발표된 최효재 한의사가 쓴 ‘이븐시나를 중심으로 고찰한 이슬람의학의 이해’가 단연 눈에 띈다. 이븐시나가 의학은 물론이고 철학·자연과학·기하학·논리학·법학 등 다방면에 백과사전식 저술을 했다지만, 한의사란 직업을 가진 논문 저자가 정리한 내용에 어쨌든 제일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한의사의 시각으로 정리한 이븐시나의 이야기는 최효재 한의사의 2013년 박사학위 논문 ‘이슬람의학의 이해를 통한 한의학과의 상관성 연구-이븐시나의 의학사상을 중심으로’를 통해 더욱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학회지 논문과 박사학위 논문은 모두 인터넷상에서 열람이 가능하니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븐시나는 아비센나로도 불리는데, 이는 아마도 그가 아랍어로 저술한 ‘The Canon of Medicine(한국에서는 의학정전 혹은 의학전범으로 번역됨)’이 1180년에 라틴어로 번역돼 유럽 의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그의 이름이 아비센나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정확한 이름은 ‘아부 알리 알 후사인 이븐 압둘라 이븐 시나’로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는 이 긴 이름을 축약해 이븐시나로 불리우고 있다. 이븐시나의 저작, 한국어로 번역할 날을 꿈꾸며… 이번 컨퍼런스는 11일에는 ‘마스터 클래스’, 12일엔 △아부알리 이븐시나-의학의 진주 기조발표 △현대약학에서의 전통의학의 역할 △전통의학: 전염성·비전염성 질환 등의 섹션으로 이뤄져 2일간 진행됐다. 11일 오후에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는 총 6명의 발표자가 참여한 임상 마스터 클래스와 이란에서온 이븐시나 전문가 5인과 우즈베키스탄 전문가 5인이 번갈아가면서 발표를 진행한 우즈베키스탄-이란 과학포럼으로 구성됐다. 임상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6명 중 3인의 발표자가 중국에서 온 의사들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이 2명 중 1명은 인도계 독일 의사였다. 중국에서 온 발표자들은 주로 침구치료의 방법을 임상 시연으로 진행하는 방식이었고, 나머지 발표자들은 그간의 과학적 연구성과에 대한 발표였다. 이슬람의학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학술대회에 중국의 발표자들이 대거 참석해 중의학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으니 부러움과 질투심을 같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란과 진행한 우즈베키스탄이 진행한 과학포럼은 팽팽하고 냉정한 학문적 대결보다는, 서로의 공통 선조를 기리는 찬양 제사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러한 연유는 이븐시나의 출생지가 현재의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시였으며, 사망한 곳은 지금의 이란 하마단시인 것에 기인한다. 이븐시나는 우즈베키스탄의 선조 위인이기도 하고, 이란의 선조 위인이기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 뼘이라도 뺐기지 않으려는 영토 분쟁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다. 서로 상대방의 학문적 연구를 칭송하며 오히려 보다 많은 나라에서 이븐시나의 업적을 연구해 나가길 기원하고 있었다. 4시간 동안 휴식시간 없이 진행된 마라톤 포럼 후에 이란의 연구자들에게 필자를 소개하며 이븐시나의 저작을 한국에도 번역해서 알리고 싶다는 뜻을 비추자, 모든 연구자들이 하나같이 크게 기뻐하며 이란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언제가 될진 알 수 없지만 이란에 직접 방문하여 이븐시나의 아랍어 원문 저작을 한국어로 번역해내는 날을 기대해보게 됐다. 사마르칸트 국립의대 총장, KOMSTA에 감사함 전해 12일 오전부터는 국제 컨퍼런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사마르칸트 국립의대 총장은 개회사에서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이하 KOMSTA) 이야기를 수차례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왜냐하면 KOMSTA가 8일부터 11일까지 사마르칸트 국립의대 부속 병원에서 한의약 의료봉사를 펼쳐 10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고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한 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컨퍼런스에 가장 많은 참가를 한 외국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 되었다. 우즈베키스탄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에도 KOMSTA의 활동이 소개됐다. 하루 전까지는 마스터 클래스에서 중국 참가자들이 기세등등 했다면, 컨퍼런스 당일에는 대한민국의 날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KOMSTA에게 감사를 표하는 총장의 개회사가 끝나고 사마르칸트 국립의대와 KOMSTA간의 MOU 체결식이 진행되자, 필자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중국 참가자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KOMSTA에 대해서 물었다. “KOMSTA가 뭐지? 마사지 하는 곳인가?”, “아니, 침 치료도 하고 한의학으로 환자를 지료하는 봉사단체야”, “아! 침(acupuncture). 중의학(Chinese medicine)이네”, “아니, 한의학(Korean medicine), 중의학이 아니고(Not Chinese medicine)” 양팔을 가로질러 가면서 X자를 만들고 중의학이 아니고 한의학이라고 이야기하자 그 참가자는 멋쩍은 듯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고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루 전에는 부러움과 질투심을 느꼈다면, 이 순간에는 자부심과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KOMSTA의 헌신적인 활동에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12일에 이뤄진 전통의학 분야 발표는 △아부알리 이븐시나-의학의 진주 기조발표 △현대약학에서의 전통의학의 역할 △전통의학: 전염성·비전염성 질환 으로 나눠져 한국, 중국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와 튀르키예, 인도, 이란에서 발표자가 참가해 각국의 전통의학 발전현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도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측 발표로는 필자의 △이븐시나를 비롯한 이슬람의학이 1000년 전 한국에 미친 영향에 대한 합리적 추론, KOMSTA 변혁 원장의 △척수질환의 성공적인 치료를 위한 성공적인 침 치료 사용, KOMSTA 김정길 원장의 △외상성 뇌 손상 생쥐에서 나타나는 Bax와 Bel-2 표현형에 대한 홍삼의 효과가 있었고, 여러 국가의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여러 학술 발표 행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란에서 온 이븐시나 연구자들이 발표를 마치고 직접 이븐시나 이미지를 이용한 기념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었다. 학술적 성과를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청중의 기억에 확실히 각인시켜주는 이러한 행사도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아 보였다. 해외에서 한의학을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준비해야할 것은 단순히 프레젠테이션만이 아니라 이러한 기념품들도 세심하게 챙겨봐야 겠다. 한국 한의계, 우즈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필요 올해 행사 운영 전반에 있어 흥미로운 점은 이번 컨퍼런스가 이란 학자들과의 과학 포럼에 운영진이 많은 시간을 배분했다는 점이다. 이란은 역사적으로 이븐시나가 페르시아 사람이었으며 현재의 이란 영토인 하마단에서 이븐시나가 사망했기에 이븐시나에 대해서 학술적 주도권을 가진 나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과학 포럼이 단순히 학문적 교류의 차원이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과학 포럼 내내 이븐시나를 통한 두 이슬람 국가간의 강한 연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내년에도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시에서 진행될 이븐시나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에 많은 한국 한의사들이 행사에 참가해 대한민국이 전통의학 발전 형태의 모범이 되는 나라임을 보여줬으면 한다. 또한 KOMSTA와 같은 한의약 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여러 지역에서 한국 한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해주고, 환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더불어 각 지역 의과대학에서 한의학 강의가 보다 많이 진행됐으면 한다. 계속해서 한국 한의학이 우즈베키스탄에서 굳건한 위치를 유지해 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뜻있는 한의약 관련 기관과 단체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본다. -
‘제12회 국제 아비센나 과학 컨퍼런스’ 참가기송영일 원장(한의사·한국국제협력단/우즈베키스탄 글로벌협력의사)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서는 ‘아부 알리 이븐시나와 문명’이라는 주제로 ‘제12회 국제 아비센나 과학 컨퍼런스’가 열렸다. 아비센나는 아부 알리 이븐시나의 라틴어 이름으로 유럽을 비롯한 일반 서구 학술계에서는 이 이름이 흔히 사용된다. 이는 아마도 그가 아랍어로 저술한 ‘The Canon of Medicine(한국에서는 의학정전 혹은 의학전범으로 번역됨)’이 1180년에 라틴어로 번역돼 유럽 의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그의 이름이 아비센나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정확한 이름은 ‘아부 알리 알 후사인 이븐 압둘라 이븐 시나’로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는 이 긴 이름을 축약해 이븐시나로 불리우고 있다. 이븐시나, 의학 등 모든 학문 분야에서 영향력 980년에 출생해 1037년 사망한 이븐시나의 영향력은 10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단지 의학 분야에서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철학·자연과학·기하학·논리학·법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방대한 저작(아랍어 저작 456권, 페르시아어 저작 23권)은 오늘도 전세계 많은 학자들의 연구 속에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제12회 국제 아비센나 과학 컨퍼런스’는 △아부 알리 이븐 시나-건강의 철학 △우즈베키스탄-튀르키에 과학 포럼 △우즈베키스탄-이란 과학 원탁 회의 등 크게 3개의 섹션으로 2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다. 26일 오후에 발표자와 행사 참가자들이 모두 이븐 시나의 고향인 아프소나를 찾아가 그의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으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븐 시나 박물관에서는 올해 이븐시나 학술대회에 참석한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의 하키마 암리 교수가 자신의 저서인 Avicenna’s Medicine을 박물관에 기증하는 기념식이 크게 진행됐다. 성대한 기증식을 바라보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국내에는 이븐시나의 저작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한 권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웃 일본과 중국에는 이미 ‘의학정전’이 번역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동의보감을 러시아어와 우즈벡어로 번역해 세상에 알리는 꿈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더불어 이븐시나의 의학정전을 한국어로 번역해보고 싶은 꿈도 생겼다. 국가 단위별 컨퍼런스 운영 ‘눈길’ 27일에 이뤄진 전통의학 분야 발표는 △아부 알리 이븐 시나-건강의 철학 섹션에서 이뤄졌다. 한국, 중국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와 러시아와 튀르키예에서 발표자가 참가해 각국의 전통의학 발전현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도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측 발표로는 필자의 △새로운 실크로드: 파킨슨병 치료의 유망한 ‘방법’으로서 Avicenna 실크의 잠재력에 대한 연구, 대구한의대 송지청 교수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동의보감(한의학 고전 교과서)의 새로운 접근 방식, 마디로한의원 손영훈 원장의 △새로운 침치료 방법: 도침, 리우한의원 강은영 원장의 △당뇨병의 한의학적 치료가 있었고 여러 국가의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여러 발표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우즈베키스탄 카로모토프 의사의 ‘왜 약초가 치료하는가?’란 발표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근무하며 여러 학술대회를 다녀봤지만 이런 수준 높은 발표를 접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식물의 단순한 유효성분 분석이나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앞으로 우즈베키스탄 자생 약제들의 연구방향을 논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행사 운영 전반에 있어 흥미로운 점은 이번 컨퍼런스가 주제별로 분획되었다기보다는 국가 단위로 나뉘어진 것이다. 컨퍼런스 해외 참가자의 대다수가 튀르키예와 이란 학자들이 차지할 만큼 양 국가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튀르키예의 경우는 TIKA(Turkish Cooperation and Coordination Agency, 튀르키예 정부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으로 개발협력을 주관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에서 직접 나서서 과학 포럼을 주관했다. 이란은 역사적으로 이븐시나가 페르시아 사람이었으며 현재의 이란 영토인 하마단에서 이븐시나가 사망했기에 이란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이는 이번 국제 컨퍼런스가 단순히 학문적 교류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뒷 배경에는 이슬람 문명세계의 현존하는 정치 사회적인 협력과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중세시대 유럽을 앞질렀던 찬란한 이슬람문명이 가진 위대함을 전세계 이슬람 국가에서 서로 굳건히 교류하고 장려해 현대의학 발전의 시작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라는 메시지를 현재 의학계의 주류인 유럽, 미국의 기독교 문명국가에 전달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8일 오전에는 전통의학 분야의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됐다. 한국측에서는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KOMSTA) 명예단장이신 강동철 원장님의 △초음파 유도를 통한 도침과 약침의 통증 치료 강의가 진행됐다. 마스터 클래스 강의를 통해 우즈베키스탄 전통의학과 학생들은 초음파를 활용해 해부학적 구조를 파악하고 정확한 목표점에 도침과 약침을 자입해 치료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어 많은 감명을 받았으며 이 분야를 계속 연구해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분야는 침구의학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매우 생소한 분야로 앞으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12회 국제 아비센나 과학 컨퍼런스에 참가하면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이븐시나의 여러 업적 중 그의 자연철학적인 관점을 통한 신체의 구조, 질병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현대의학 발전의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는 것이 대부분 학자들의 평가다. 이런 점이 서양에서 그를 히포크라테스와 더불어 의학의 성인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의학의 성인으로 불리었던 그가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전통의학의 성인으로도 불리우는 것이었다.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 전통의학은 서구 유럽의 의학을 뜻한다. 러시아어로 Традиционная медицина는 바로 Western medicine이다. 우즈베크어로도 마찬가지다. 직역하면 전통의학을 의미하는 An’anaviy tibbiyot은 western medicine을 일컫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 미국, 한국, 중국, 일본에서 이야기하는 Traditional medicine을 논하고자 하면 부정어(영어의 no와 같은)인 не와 no를 붙여서 нетрадиционная медицина, noan’anaviy tibbiyot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연구의 흐름상 traditional medicine은 western medicine, 현대의학과는 구별되는 전통의학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 용어가 무분별하게 혼용이 되다 보니 혼란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발표자가 ‘전통의학’이라는 용어를 정확히 사용하지 않아 청중들이 재차 확인하고 바로 잡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서양의학·전통의학 성인으로 불리우는 이븐시나 이런 재미있는 현상을 보면서, 이는 단순히 의학용어의 혼선으로 인한 헤프닝으로 웃어넘길 일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보다 서양의학 발전의 주춧돌 역할을 한 사람이 알고 보니 전통의학 발전의 주춧돌이기도 한 이 공존과 통합의 의학사적 사실을 사람들이 차츰 깨달아가는 과정이 시작됐다고 짐작되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의학의 동·서·이슬람 등의 구별이 무의미하며, 그 모두를 아우르는 전체로서의 인류를 위한 의학을 추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암시하는 징조라고 생각한다. 2년 후, 보다 많은 한국 한의사들이 본 행사에 참가하여 대한민국이 전통의학 발전 형태의 모범이 되는 나라임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한다. 또한 취약한 의료상황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우즈베키스탄 여러 지역에서 한국 한의학이 환자를 치료해주고, 환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더불어 각 지역 의과대학에서 한의학 강의가 보다 많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한국 한의학이 우즈베키스탄에서 굳건한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기관과 단체가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 -
‘아부 알리 이븐 시나(아비센나)와 실크로드’ 참가기송영일 원장(우즈베키스탄 한국국제협력단 글로벌협력의사)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의 유서 깊은 도시 중 하나인 사마르칸드에서 전통의학을 기조로 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국제학술대회는 우즈벡 전통의학을 논의의 중심으로 하고, 전세계의 전통의학 전문가들을 초청해 수준 높고 열띤 학문적 교류와 전통의학의 임상적 의의를 배우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미국, 이스라엘,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러시아, 한국의 전통의학 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마스터 클래스와 학술발표를 진행했다. 한국측에서는 대구한의대 변준석 의무부총장과 송지청 교수가 참가해 한국 전통의학의 높은 수준을 참가자들에게 확인시켜 줬다. 학술대회는 크게 마스터 클래스와 논문 발표로 이뤄졌으며, 6일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는 총 7개의 섹션으로 사마르칸트 국립의과대학에서 진행됐다. △The role of Ganoderma lucidum extract products in traditional medicine △Development of new drugs based on nitrogen-containing heterocyclic compounds △The possibility of using herbal remedies in the complex therapy of viral and bacterial infections △History of traditional medicine of Korea and online programs on traditional medicine of Korea △Acupuncture and osteopathy △Self help and home pharmacy with concepts of IBN sina-example of rose spa △Avicenna’s recommendations for the implementation of a hardware diagnostic complex of pulse diagnostics. 우즈벡 의사, 침 치료에 관심 가장 높아 여러 마스터 클래스 중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침 치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보였다. 이는 우즈벡 역사 속의 전통의학에는 침구 치료에 대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사혈요법이나 거머리요법 등의 치료는 1000년 전 이븐시나의 저작에 기록돼 있지만, 침구 치료는 우즈벡 의사 입장에서는 온전히 새로 배워야 하는 치료 방법이다보니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는 송지청 교수와 함께 침구 치료에 대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다. 7개의 마스터 클래스 중 필자에게 특히 눈길이 갔던 것은 이븐시나의 맥진이론에 따른 27맥 맥진진단기에 대한 발표였다. 맥진이란 것은 동아시아에 국한된 진단방법으로만 생각해 왔는데, 고대 이집트의학, 이슬람의학, 우나니의학, 아유르베다의학에서도 모두 맥진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고, 그 가치를 소중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발견이었으며, 이븐시나의 이름을 딴 맥진기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조지타운대 암리 교수의 기조논문 ‘눈길’ 마스터 클래스 진행 후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발표자에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연원을 물었다. 발표자는 공학자로서 중국과 싱가포르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 전통의학을 발전시킨 것에 많은 영감을 받았고 현재는 우즈벡 전통의학을 발전시키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븐시나의 이름을 딴 맥진기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될지 몹시 기대가 된다. 7일에 진행된 논문 발표는 사마르칸트 의대 종합병원 강당에서 진행, 500여명의 참석자들이 자리를 꽉 메웠고, ‘ZOOM’을 통해서도 세계 각국의 관심있는 학자와 임상가들이 논문발표를 경청했다. 기조논문 발표에서 눈에 띄는 발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미국에서 참석한 조지타운대학의 Hakima Amri 교수의 발표였다. 암리 교수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알제리 콘스탄틴대학에서 발달 생물학 학사학위를 받고, 프랑스의 피에르와 마리퀴리 대학에서 생식 생리학 석사 및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분자 내분비학 박사 후 과정을 수행했다고 한다. 암리 교수는 암 연구 분야에서 3개의 특허를 등록했을 만큼 현대 과학의 학문적 성과를 이뤄낸 사람이다. 현재 조지타운대 생화학 및 분자세포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암리 교수는 흥미롭게도 현대과학에만 매달리지 않고 1000년 전 의사인 이븐시나의 저작인 ‘의학정전’을 아랍어 원본에서 직접 번역해 이븐시나의 지혜를 영어권에 알리는 중요한 업적을 이뤄냈다. 2013년에 발간된 도서인 ‘Avicenna’s Medicine: A New Translation of the 11th-Century Canon with Practical Applications for Integrative Health Care’을 시작으로 그녀는 계속해서 과거의 전통의학을 현대의학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는 중이다. 놀랍게도 그녀가 현재 하고 있는 연구는 이븐시나가 제시한 기후(한, 열, 조, 습)가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인간의 유전자 코드를 비교 연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미국이 현대의학뿐 아니라 전통의학에서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걱정이 들었다. 명확하게 과학적 근거(유전자 코드)를 가지고 인간을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리고 구분되어진 유형의 사람에게 알맞은 개별적인 약물과 맞춤의학을 선별해 낸다는 암리 교수의 연구 계획은 만약 완성된다면, 한국이 자랑하는 사상의학과 경쟁을 할 수도 있을 만큼 큰 영향력을 지닐 것으로 여겨졌다. 기조논문 발표 중 송지청 교수는 ‘Radial pulse diagnosis combined with ultrasonography for tight pulse in cold pressor trials’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한국의 발전된 전통의학 연구성과를 소개했다. 기조논문 발표 후에는 여러 기관간의 MOU 협정식도 있었는데, 대구한의대는 사마르칸트 국립의대와 협정을 체결했다. 앞으로도 우즈벡 전통의학 교육 분야에서 대구한의대의 보다 많은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오후 세부 주제 논문 발표는 △Education and Traditional Medicine △Science and traditional medicine △Traditions and Traditional Medicine △The legacy of Abu Ali ibn Sino and pharmaceutical Technologies 등 총 4개의 분야로 나누어 진행됐다. ‘Education and Traditional Medicine’ 섹션에서 변준석 의무부총장이 한국의 한의대학교 교육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는데, 한국 한의대 교육이 6년제라는 사실에 놀라는 외국 관계자들이 많았다. 현재 우즈벡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은 전통의학 교육 학년제가 3∼-4년제로 비슷한 경우가 많은 상황인 것으로, 이같은 교육수준만 보더라도 세계 전통의학계를 이끌어갈 리더들은 바로 한국의 한의사임이 분명할 것이다. 필자는 ‘Traditions and Traditional Medicine’ 섹션에서 ‘이븐시나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의학이 동아시아 의학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역사적으로 이슬람 문명이 고대 한국땅에 존재했던 여러 국가들과 교류했다는 기록들을 통해 이븐시나로 대표되는 이슬람 의학의 영향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를 통해 우즈벡의 전통의학 전문가들이 보다 한국의 한의학에 친근감을 느끼고 더 깊고 단단한 양국간 협력을 이끌어 내기를 기대한다. 대구한의대, 사마르칸트 국립의대와 상호 협력 위한 MOU 체결 이틀간 진행된 ‘제1회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국제 전통의학 과학 실용 학술대회’는 앞으로 2년 후에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우즈벡 부하라에서 2년마다 진행되는 ‘국제 이븐시나 학술대회’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될 이 학술대회는 우즈벡에서 열리는 전통의학 관련 학술대회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든 부하라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든 보다 많은 한국 한의사들이 우즈벡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참가해서 논문 발표를 통해 대한민국이 전통의학 발전형태의 모범이 되는 나라임을 보여줬으면 한다. 또한 지금보다 더 노력해 우즈벡에서 전통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국 한의학을 모범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학생들과 의사들로부터 한국 한의학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한국 한의학이 우즈벡에서 큰 결실을 이룰 수 있도록 한의계의 기관과 단체가 많은 지원과 노력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제11회 국제 이븐시나 컨퍼런스’ 참가기송영일 원장 한의사·한국국제협력단 우즈베키스탄 글로벌협력의료진 이븐 시나(980∼1037)라는 인물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인물일 수 있지만, 의학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해보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중요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내가 근무하는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우즈벡 위인으로 이븐 시나를 꼽는다. 그런데 비단 우즈벡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이븐 시나를 서로 자기 나라의 위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유인즉슨, 이븐 시나가 태어난 곳이 우즈벡 부하라 근처 ‘아프소나’라는 곳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아프카니스탄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프카니스탄에서도, 또한 그는 과거에 페르시아 사람이었고 지금의 이란에서 사망했으니 이란에서도, 당시 페르시아제국은 지금의 우즈벡 일부분과 타지키스탄을 포함하니 타지키스탄에서도, 그의 방대한 저서들 대부분이 아랍어로 써있다보니 아랍국가들에서도 그는 끊임없이 추앙받고 있다. 이븐 시나가 쓴 ‘의학정전’이라는 책은 당대의 의학지식을 집대성한 책으로 서양의학에 미친 영향력은 거의 ‘의학계의 성경’과 같았다1)고 한다. 12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유럽의 의과대학에서 교과서로 사용됐다는 기록을 보면 ‘의학계의 성경’이라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이런 이븐 시나에 대한 학술대회가 지난달 25, 26일 우즈벡 부하라에서 열린다고 해, 우즈벡의 전통의학 현황도 파악하고 한국 한의학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보고자 참가하게 됐다. 우즈벡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자국의 전통의학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으나 국가적 지원은 미약했다. 그러던 중 2018년 10월 우즈벡 샤브캇 미르지요예브 대통령이 우즈벡 전통의학 발전에 관한 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그 명령으로 지난해에는 전국 각 의과대학에 4년 과정의 전통의학 학과도 생기고, 전과 다르게 전통의학 분야에 많은 투자와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국제 이븐 시나 컨퍼런스’는 △현대의학과 COVID-19 △전통의학과 COVID-19 △현대 약학과 COVID-19 △건강한 생활 방식과 COVID-19 등 크게 4개의 분야로 진행됐다. 발표에 있어서 절대적인 조건은 반드시 이븐 시나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븐 시나의 의학을 현대에도 계승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발표는 온·오프라인을 혼합해 진행됐는데, 주요 발표자 참가국은 우즈벡, 터키, 카자흐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키르키즈스탄, 중국, 인도 등이었고, 한국측 발표자로는 필자가 유일했다. 25일 오전에 발표자와 행사 참가자들이 모두 이븐 시나의 고향인 아프소나를 찾아가 그의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으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물관 근처에는 이븐 시나를 기리는 큰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우즈벡 대통령이 이전에 이곳을 방문해 우즈벡 전통의학 의료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의견을 피력했다는데, 부하라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고, 대중교통도 원활하지 않아 아직은 요원한 상태로 보였다. 이븐 시나의 본래 이름은 ‘아부 알리 알 후사인 이븐 압둘라 이븐 알핫산 이븐 알리 이븐 시나’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븐 시나’라고 줄여 부르고 서양의학계에 소개될 때에는 라틴어 발음으로 ‘아비센나(avicenna)’라고 불리운다. 그의 업적을 다룬 박물관은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지만 1000년 전 의학을 소개하는 전시 분야가 마련돼 있어 흥미를 끌었다. 전시된 여러 수술도구를 보면 당시에도 많은 수술 임상경험이 많았던 것으로 보였다. 현대적 병원은 중세 이슬람 문명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역사가들의 고찰이 바로 이런 역사적 유물과 자료를 통해 이뤄졌을 것이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오후에는 이븐 시나 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외국인 발표자들은 한 명씩 소감을 이야기해야 하는 순서가 왔는데, 필자는 공교롭게도 중국측 발표자와 마주앉아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근 2∼3년 사이 우즈벡 전역에 중의학 병원 20여개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전통의학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필자는 한국의 전통의학 발전을 소개하고 이븐 시나를 비롯한 우즈벡 전통의학과 교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반면 중국측 발표자는 다른 이야기보다 자국의 COVID-19 전통의학 신약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뒀다. 우즈벡에서 진행되는 전통의학 관련 사업도 한국과 중국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즉 일방적이냐, 상호 교류적이냐로 특징지울 수 있을 것이다. 기자회견 후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에는 필자도 참여해 전통의학에 관심이 많은 우즈벡 의사들과 2시간에 걸쳐서 이야기를 나눴다. 주요 질문으로는 △한국의 전통의학은 어떻게 발전되었는가? △한약은 한국에서 어떤 형태로 사용되는가? △한국의 한의사는 어떤 질병을 주로 치료하는가? △인삼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 약인가? 등이었다. 우즈벡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이 매우 인기라서 ‘대장금’을 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한의학의 실제 현대적 활용은 차이가 있음에도 드라마를 실제라고 믿는 질문들도 꽤 있었다.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올바른 한국 한의학을 알려야 하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26일에는 오전과 오후 모두 참가자 발표로 진행됐다. 대한민국, 터키, 러시아, 이스라엘, 인도, 체첸공화국, 말레이시아 등의 참가자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자국의 전통의학과 COVID-19치료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필자는 동아이사 국가에서 COVID-19 치료에 있어 전통의학이 사용되고 있음을 발표하고, 동아시아 전통의학과 이븐 시나를 비롯한 이슬람의학과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특히 대한한의사협회의 코로나 전화상담진료소의 활동 성과를 수치로 보여주고 충분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한의학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통의학과 이슬람의학과의 연관성은 최와 신2)의 논문을 바탕으로 언급했다. 11회 국제 퍼런스가 이어져오는 동안 대한민국측에서는 처음 발표가 이뤄져 발표 자체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여러 발표가 모두 흥미로웠지만,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단연 체첸공화국측의 발표였다. 그 발표자는 발표 말미에 “체첸에 중의학센터를 만들어주고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중국정부에 감사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치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한국 한의학도 많은 국가로부터 감사하다는 상찬을 받았겠지만,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전통의학의 세계무대에서 중국은 매우 강한 경쟁자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배울 건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세계 곳곳에 중의학이 퍼져나가고 있고, 해당 국가 국민들이 이렇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면 그 성과는 단순히 돈을 수십억불 빌려주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한의사들의 노력은 어디쯤에 와있는지 냉철하게 고민하고 다시 노력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간 진행된 국제컨퍼런스는 2년마다 열린다. 2년 후에는 보다 많은 한국 한의사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필자가 앞장서 노력할 계획이다. 필자도 대한민국 한의사로서 대한민국이 전통의학 발전형태의 모범이 되는 나라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또한 지금보다 더 노력해서 세계 곳곳 취약한 의료상황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곳에 한국 한의학이 뛰어들어가 환자를 치료해주고, 환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한국 한의학이 세계를 누빌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단체가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해주셨으면 한다. 1)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 1849~1919) 2) 최효재, 신길조. 이븐 시나를 중심으로 고찰한 이슬람 의학의 이해, 대한한방내과학회지 제36권 3호(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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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일본동양의학회, 한의학의 ‘심의(心醫)’ 가치 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