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한 원광대학교 교수
<편집자주>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단장 이준혁)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질환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발간하고 있으며, 각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전자파일 및 홍보용 리플릿, 인포그래픽 이미지 파일 등을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사이트(www.nikom.or.kr/nckm)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본란에서는 각 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의 기고문을 소개하고자 하며, 이번 주 소개작은 ‘근막통증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에 참여한 이정한 원광대학교 교수의 기고이다.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에서 지원해 개발된 ‘근막통증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발간됐다. 본 지침은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근막통증증후군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근거기반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개발된 진료 가이드로서, 근막통증증후군에 대한 한의학 이론과 지식에 기반해 예방, 진단, 치료, 관리 등 일련의 한의의료서비스의 표준이 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종합한 기술서이다.
본 지침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매뉴얼’을 준용했으며, 권고안 도출 과정에서는 GRADE 방법론을 적용해 객관적이고 활용성이 높은 지침을 개발했다. 또한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이 제공하는 검토·인증 절차를 통과해 방법론적·임상적·기술적 타당성 등을 인정받았다.

근막통증증후군, 평생 유병률 최대 85%에 이르는 흔한 질환
근막통증증후군은 근육이나 근막 내에 통증유발점(myofascial trigger points)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인 국소적 비염증성 통증 장애로, 지속적인 국소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이다. 통증유발점은 골격근의 단단한 띠(taut band) 안에 위치한 과민점으로, 자극 시 ‘둔한’, ‘쑤시는’, ‘타는 듯한’ 등 다양한 양상의 통증을 유발하며 경우에 따라 멀리 퍼져나가는 방사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통증은 주로 머리, 목, 어깨, 엉덩이, 허리 등 중력에 대항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부위에서 발생하며, 이환 기간이 길어지면 근육의 피로와 기능 저하는 물론 수면 및 기분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평생 유병률은 최대 85%에 이르고 통증 클리닉 환자에서는 85~93%까지 보고될 만큼 매우 흔한 질환이다.
국내서 환자 수와 의료비 동시 증가 추세
국내 현황을 살펴보면 근막통증증후군은 환자 수와 의료비가 동시에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의 ‘근통(M79.1)’ 상병 분석 결과, 관련 환자는 코로나19 시기에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해 2022년 약 228만 명에 이르렀으며, 요양급여 비용 총액은 2018년 약 1214억 원에서 2022년 약 1309억 원으로 약 7.8% 증가했다.
그러나 통증의 양상과 침범 근육이 환자마다 다양하고, 임상에서 활용되는 한의 치료법의 종류 또한 많아, 표준화된 진료지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연구진은 실제 임상 현장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전국 한의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약 25일간 2만6987명의 한의사에게 설문을 배포해 2762명이 응답했다(응답률 10.2%).
근막통증증후군의 변증으로는 어혈변증(47.4%)이 가장 많았고, 담음변증과 기혈변증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임상 현황 조사와 함께 핵심질문(PICO)을 설정하고 국내외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을 수행했다. 또한 개발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든 구성원의 이해상충 여부를 공개·관리해 개발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

총 16개 권고안 세 범주로 제시
본 지침은 성인 근막통증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총 16개의 권고안을 한의단독치료, 한의복합치료, 한양방복합치료의 세 범주로 제시했다. 한의단독치료에는 침, 레이저침, 침도, 전침, 약침, 한방물리요법, 뜸 치료가 포함되며, 한의복합치료로는 추나와 부항, 전침과 한방물리요법, 침과 한약의 병행치료를 제시했다. 특히 침과 한약 병행치료는 근거수준 A/Moderate로 본 지침에서 가장 높은 근거를 확보했다. 나아가 실제 임상 현장을 반영해 침·추나·의과 약물, 침·의과 약물 등 한양방복합치료에 대한 권고안까지 포함한 점이 특징이다.
진료 알고리즘에서는 근골격계 통증 환자 내원 시 병력 청취와 기본 진찰을 통해 다른 질환을 감별한 뒤, 변증시치(實證: 氣鬱·痰飮·瘀血, 虛證: 氣虛·血虛·氣血兩虛)와 부위별 경근(經筋) 확인을 거쳐 치료를 선택하도록 해, 표준화된 진단 기준과 한의학적 변증을 통합했다.
근막통증증후군은 국민 다수가 겪는 흔한 통증 질환이지만 그동한 한의치료의 표준이 부재했다. 이번 지침이 근거에 기반한 표준화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일선 한의사의 임상 의사결정을 돕고, 근거중심의학으로서 한의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지침과 함께 한의표준임상경로(CP)를 개발했으며, 향후 5년을 주기로 주관학회인 한방재활의학과학회를 중심으로 활용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근거를 반영해 지침을 갱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