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호 원장(충남 당진시 세호한의원)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은 졸업생인 유세호 원장(세호한의원)·김윤중 원장(바르다한의원)으로부터 초음파 진단기기를 기증받고, 이를 활용해 초음파 진단 교육 확산에 나서기로 했다. 두 원장은 재능기부를 통해 후배들의 임상역량 강화를 위한 초음파 스터디도 진행할 예정이다. 본란에서는 유세호 원장으로부터 초음파 교육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초음파 진단기기를 기증했다.
한의계에 초음파가 널리 보급되기 전인 2019년도부터 초음파를 활용해 진료를 시작했다.
2020년도엔 오명진 원장님의 강의를 통해 국제 근골격계 초음파 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진료에 활용해오면서 이학적 검사나 촉진 등 한의학적 진단의 시각화를 초음파 진단기기를 통해 이룰 수 있었다.
이때부터 초음파 진단기기를 도입한 원장님들과 함께 스터디 모임을 가져오며 학습의 활성화를 고민하던 중 ‘원내에 기기를 추가하는 것도 좋지만, 모교에 기기를 기증한다면 학생들이 한의대에서부터의 원활한 학습을 통해 앞으로 초음파 진단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망설임 없이 초음파 진단기기 공급을 담당하던 메디스트림측과 연락해 기증을 진행하게 됐다. 물론 경제적으로 많은 지출이 있었지만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수학할 수 있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하니 기쁘고, 보람찬 마음이다.
Q. 기증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에서 다빈도로 활용하는 초음파 진단과 가이드 약침 술기 위주로 진행할 계획이다. 어깨, 무릎 등의 관절 평가, 침 치료에 활용되는 주요 근육군에 대한 초음파 스캔, 척추의 초음파유도하 약침술기, 말초신경의 초음파 스캔 등 임상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다루고자 한다.
다만 기존에는 숙련된 임상의들을 위주로 진행하던 스터디였기 때문에, 교육에 앞서 학부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자료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1년 동안 실시할 근골격계 초음파진단 과정이 정리돼 있고, 스터디가 지속된다면 복부 및 경동맥 및 갑상선 진단까지 내용을 확대하려 한다.
Q. 초음파 진단기기의 활용 방안은?
진단자의 미세한 손 움직임에도 이미지가 180도 바뀌는 것이 초음파 진단이다.
표면해부학 및 촉진에 숙련된 한의사라도 독학으로는 진입이 쉽지 않고, 실습 강의마저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지역에서 초음파 진단 도입을 고민하는 한의사들은 막막할 것이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의 지부별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초음파 진단 교육도 지방 멘토링 교육이 이뤄진다면 기기 사용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전 초음파 진단 스터디 모임이 미력하나마 한의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Q. 모교(대전대 한의대)를 추억한다면?
저는 집중과 효율을 중시하는 편이라 다양한 활동을 하기보다는 정말 좋아하는 한두 가지에 파고드는 편이다.
이번에 기증을 함께 한 학부 선배인 김윤중 원장과 함께 같이 록밴드 동아리 활동을 했던 추억이 가장 크게 남는다.
활동을 통해 당시 대전광역시 지역의 건양대 의대·을지대 의대·한밭대·충남대·카이스트 밴드 동아리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공연했던 추억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 방학에는 임상에 유능한 선배님들의 한의원으로 참관을 다녔고, 친구들과 책을 정해 스터디를 했다. 임상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침 치료 술기, 추나 술기, 생역학, 재활의학 위주로 공부했는데 그때 친구들과 요즘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이때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둔 것이 현재에도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요즘 국제공인 초음파자격인 ‘ARDMS(American Registry for Diagnostic Medical Sonography·미국진단초음파협회)’의 복부 초음파진단 관련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 중이다.
Q. 현대 진단기기 활용의 효용성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진단기기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해 오고 있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하기 전에는 어깨의 외전 제한을 호소하는 환자가 왔을 때 견봉하점액낭염, 회전근개파열, 관절낭염등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치료해야만 했다.
하지만 초음파 진단을 도입한 이후에는 불과 3분의 어깨 스캔을 통해 훨씬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숙련된 한의사의 촉진, 이학적 검사와 함께 진단기기를 활용했을 때 더 정확한 진단을 환자에게 내릴 수 있다.
한의사들이 X-ray, MRI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진단기기 발전에 따른 혜택을 특정 직역이 아닌 환자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한의약 발전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한의사 선후배들을 만나면 ‘한 많은 의사라서 한의사’라고 하는 우스갯소리를 종종 하곤 한다.
일선 한의사로서 진료하다보면 제도적으로 아쉬운 점이 정말 많다.
특히 한의약에 대한 배타권이 없다. 당장 약국만 가보더라도 한의사 진료 없이 살 수 있는 한약제제가 무수히 많다.
관절염약인 ‘조인스’, ‘레일라’, ‘신바로’ 등 천연물제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의사가 처방하지 못하고, 양방의사에 의해 처방되고 있는 제형도 많다.
이러한 배타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한의치료의 보조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국소마취제, 항생제, 소염제 사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직역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도적 개선을 통해 구시대적인 규제는 탈피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한의사의 모습을 당당히 갖추고 싶다.
Q. 한의협 새 집행부에 바라는 바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의를 위해 회무를 맡으신 임원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간간이 들려오는 호재들도 있었지만 90년대 이후 한의계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원으로서 바람은 사과나무 밑에서 사과가 떨어지길 기다리기보다는, 나무에 올라가 사과를 따내는 적극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의약을 위한 멋진 활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