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시당 정책간담회(20일)
[한의신문] 윤성현 순천 들풀한의원장이 21일 열린 제18회 암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암 예방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암 예방의 날은 3월21일을 암관리법에서 정한 날로 암의 발생을 예방하고, 암의 조기발견 및 암에 대한 인식개선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윤성현 원장에게 상을 받게 된 소감과 한의약 암 치료의 장점에 대해 들어봤다.
Q. 제18회 암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장관 표창을 수상하게 됐다.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은 거 같아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암 예방과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한의사 분들도 짐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Q. 암 치료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50대 초반이던 2017년에 복수, 황달, 출혈, 식욕부진과 기력저하 등을 동반한 간경화를 앓게 됐다. 만성 B형 간염에 이은 간경화였다. 사실 40대 초반에도 흉협불리, 하지부종이 있어서 생간건비탕을 써서 나았다.
나이 50이면 음기자반(陰氣自半)한다는데, 더군다나 조심도 하지 않고 노권상, 음식상(심심찮은 음주 등), 칠정상 등을 겹쳐 부른 결과였다. 다행히 의학과 한의학 치료로 빠르게 좋아졌다.
당시에 썼던 처방은 중국 만우생(万友生) 선생님의 별산탕(鱉蒜湯)이다. 적취, 창만 만이 아니라 자라는 허로, 학질 등 만성 세균이나 바이러스 원인 질환에 군약으로 자주 쓰이는 약품이다. 별주부전은 사대강 유역 등 생선회를 먹고 고창 환자가 많았던 지역에서의 치료 경험과 지식을 구전하던 작품이라고 저는 해석한다. ‘금궤요략’에서도 간병에는 먼저 비기를 튼실하게 하랬다고 황기, 인삼, 백출, 진피, 시호 등으로 승청비기(升淸脾氣)하고 맥아, 곡아, 산사, 신곡, 계내금 등으로 강탁위기(降濁胃氣)하면 간문맥을 통해서 간으로 영양과 혈액이 보급되고 담관과 위장관을 통해 간에서 대사산물(답즙)이 배출되는 것이다. 또 삼령백출산으로 대소변을 분리하고 사역산으로 간비의 조화를 도모한다.
소장이나 대장을 포함하는 위장관에서 음식물이 내려오는 것을 다 대표해 위기(胃氣)라고 하듯이 위, 비장, 췌장, 소장, 대장에서 간으로 올라가는 문맥의 흐름을 다 대표하여 비기(脾氣)라고 한다는 사실도 연구하면서 깨닫게 됐다. 그래서 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야기되는 부종, 창만, 황달도 비기를 튼튼하게(實脾) 해 치료하는 거다.
Q. 한의약을 통해 암 치료 시 장점이 있다면?
장점이 아주 크다. 수술 후 회복에도 좋다. 항암으로 토하거나 밥맛이 없을 때 한약의 도움을 받으면 당연히 좋은 것이다.
암을 치료한다는 건 암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다. 사람을 치료하는 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다. 한의약은 보조요법만이 아니라 암을 치료하는 근본요법으로서도 아주 좋다. 암의 근본 원인이 대부분은 칠정상이기 때문이다.
Q. ‘암에 대한 재해석과 치료’라는 책을 냈다.
먼저 “암은 재생에 실패하여 재생하려는 질환”이라고 정의했다. 암을 유전자 질환으로 보는 결과론적인 해석이 아니라 발생학적인 원인 질환으로 보는 입장인 것이다. 예를 들어 난소나 나팔관, 복막이나 위장관에서 자궁 내막이 생겨나는 질환이 자궁내막증인데, 유기체가 기존의 자궁내막이 불충분, 불완전하다고 판단해 다른 곳에서 그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암의 궁극적인 특성은 전이, 일종의 딴곳증(이소성, ectopic)이다. 기존의 기관이나 조직을 더 이상 재생할 수 없을 때 딴곳 또는 기존의 자리에다 필요한 조직을 만들려고 줄기세포성(모세포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다세포 생명체는 하나의 수정체에서 분열한 줄기세포(또는 모세포)로부터 다양한 조직과 기관을 발생시킨 결과이므로 그 과정을 되풀이하는 거다. 예를 들어 위 점막의 상피세포가 만성적으로 혈액, 림프액, 신경, 호르몬, 근육 운동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면 도움을 주는 이들 조직의 세포로 다분화할 능력을 가진 모세포(줄기세포성)로 역분화하는 것이 위암이다. 유전자의 오류가 아니라 세포와 유기체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재생에 실패해 암으로 되는 결정적인 원인은 신경계가 과도하게 항진하는 것이다. 신경계는 움직여야 생존하는 동물의 결정적인 특징이기 때문에 면역, 소화, 생식 활동에 우선한다. 특히 현대인은 24시간 사회활동이나 신경과민 상태에 들 기회가 많아 재생에 필요한 면역, 소화, 생식 심지어 호흡이나 순환 활동도 억제되거나 교란된다.
몸과 마음을 통일시켜 파악하고 치료하는 한의약은 암을 치료하는 데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Q. 그동안 치료한 환자 중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80대 여성 간암 환자로 복수, 소화불량 등이 치료되고 있었는데 간호사 딸이 반대한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고 이후 돌아가신 경우가 있었다.
60대 여성 담도암 환자로 수술 후 복통, 설사가 심하여 항암을 포기하고 한약으로 치료한 경우다. 큰딸이 오히려 가족들을 설득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암을 치료하는 데 의학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의사들을 비롯해 한의학을 폄훼하고 오해하는 현실이 가장 큰 장벽이기도 하다.
Q. 한의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의학은 현미경적인 사실들에 기반한다.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현미경의 시야에는 천지와 교감하는 유기체적인 관계들을 올려놓을 수 없다. 당연히 한계가 따르게 된다. 오늘날 한의학을 한다는 것은 과학과 의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천지음양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재해석하는 일을 포함한다. 스스로 주눅 들지 말고 한의학의 지평을 넓혀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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