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시당 정책간담회(20일)
[한의신문] 최근 경희대 한의과대학 봉사자들(강윤아·남도현·성윤수·박성율·한진석)이 전남 완도 생일도 생일면에서 그동안 진행해 온 교육봉사에 대한 공로로 감사장을 받았다. 이들은 11년째 교육기관이 부족한 생일도에서 봉사를 이어 왔다. 본란에서는 봉사를 이끌어온 한진석 한의사(자생한방병원)에게 봉사를 진행해 온 이유 및 이번에 감사장을 받은 소감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새내기 한의사, 한진석입니다. 자생한방병원에서 일반수련의로 근무하며 임상의 한의학은 어떤 모습인지 겨우 하나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국가고시를 치르기 딱 1주 전,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에도 응시해 올해 한의사가 되는 동시에 사회복지사가 되는 기쁨도 누렸는데요.
어떻게 하면 저의 두 전공을 살려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해 보려 합니다. 생일도에서 진행한 11년 동안의 봉사도 그 과정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제자들 중 절반은 이미 저보다 일찍 사회인이 되어 있는데요, 요즘엔 제자들에게 더 많은 걸 묻고 배우게 됩니다.
Q. 최근 전남 완도군 생일도서 감사장을 받으셨습니다. 소감 있으실까요?
수련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먼 섬마을까지 찾아오는 것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년 동안 이끌어온 봉사를 후배에게 하나씩 넘겨주고, 아이들과도 마음속으로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도민 분들과 면장님이 마음을 모아 감사장을 주셨어요.
저에게는 한의대 생활 중 받은 그 어떤 상보다 귀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감사장을 받고 어떻게든 생일도, 그리고 아이들과의 약속을 이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설이 내리던 날, 배가 끊겨 낚싯배를 타고 섬에 들어간 날도 있거든요. 바쁘고 힘든 날이 이어지겠지만 마음만 있다면 다시 섬에 닿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Q. 생일도에서 진행해 오신 봉사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생일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분교만 있고, 고등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이 많이 부족합니다. 또 청년들은 섬에서 나가 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이들이 의지하고 따를 만한 선배들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봉사는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형 누나, 모르는 걸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주자는 것이 었습니다.
방학 동안 저와 봉사자들은 아이들이 모르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짚어내고,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고등학생들은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저녁에 섬으로 들어와 저희와 공부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열심히 따라와 준 덕분에 아이들이 하나둘 대학생이 되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졸업한 학생들이 공부방으로 다시 돌아와 동생들을 가르치는 선순환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Q. 생일도에서 봉사를 시작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생일도라는 섬이 있다는 것도, 그곳에 이렇게 천사 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처음 찾아가던 날 서울에서 섬까지의 거리에 크게 놀랐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그만큼 이곳에서 봉사를 해야겠다는 특별한 사명의식은 없었습니다. 다만 생일도에 처음 간 뒤로 11년 동안 봉사를 이어온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섬에서도 아이들이 다음 만남을 당연히 기대해도 되는 어른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10년 넘게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아무에게나 배울 수없는 오랜 시간이 드는 가르침을 주려 노력했습니다.
Q. 사회에 기여해 오시는 이유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게는 봉사가 저의 쓸모를 깨닫는 과정이라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저를 필요로 하고, 저와 함께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더 배우고 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 새벽배로 등교하는 고3 친구들을 아침마다 배웅하고, 꾸벅꾸벅 졸며 수업 준비를 마칠 때에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면 제가 계속 봉사를 할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닷바람이 모이는 도서관, 그리고 쉬는 시간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아이들 속에서 저는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위안을 얻었습니다.
Q. 젊은 한의사로서, 앞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실 예정일까요?
수련의 면접이 있던 날 밤, 자정쯤 버스를 타고 생일도로 향했습니다. 버스 터미널 의자에서 쪽잠을 잔 뒤 아침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습니다. 입사 3일 전에는 서울특별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회의에 참석해 청년들의 건강, 프리랜서 청년을 위한 정책 등을 제안하는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일을 시작하면 생일도도 점점 멀어지게 되리라 생각했는데 사실 일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하루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커져갑니다. 이제는 하루하루 전문성을 더해가며 제 손으로, 더 깊이 있는 시정 참여 활동으로 또 다른 누군가의 힘이 되고 싶습니다.
Q. 한의신문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의사에겐 봉사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침과 약, 그리고 환자를 세심히 살피는 눈만 있다면 별다른 공간의 제약 없이 먼 섬마을까지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의 영역을 넓히는 방법엔 새로운 기술과 연구도 있겠지만, 한의학이 닿지 않던 공간에서의 봉사활동도 좋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먼 나라의 환자부터 가깝지만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한의사분들까지 이미 대단한 분들이 정말 많은 줄 압니다.
서로의 생각과 경험, 방법을 공유해 더 많은 분께 생일도 같은 섬이 하나씩 생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늘 생일도라는 섬이 떠 있고, 그 덕에 조금 더 나은 한의사가 되고자 애쓰게 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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