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하는 ‘NARS 지표로 보는 이슈’(제151호)에서는 ‘남북한 보건의료 현황과 시사점’(김주경 보건복지여성팀장·이승현 외교안보팀 팀장 직무대리)이라는 글을 통해 현재의 남북한 보건의료 현황을 비교하는 한편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언했다.
우선 평균수명과 1인당 국민소득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2019년 남한 인구의 평균수명(출생시점의 기대수명)은 83.0세이고, 북한 인구의 평균수명은 72.3세로 10년 이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의 평균수명과 1인당 국민소득을 매칭하면 두 변수간에 양의 상관관계(R2=0.63)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데, 이는 평균수명이 각 나라의 보건의료서비스 수준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조건 전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평균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결정요인으로 빈곤, 교육 연한, 고용 여부, 직업, 작업 환경 등 여러 요인이 있으며, 또한 평균수명은 예방접종을 비롯한 필수의료서비스, 아동 시기의 적절한 영양 섭취, 만성질환 예방관리 등 보건의료 수준에 영향을 받고, 높은 영아사망률이 인구집단의 평균수명을 낮추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2019년 북한의 영아사망률은 13.0으로 남한(2.0)의 6.5배로 나타났으며, 특히 생후 1년 이내의 영아사망률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는 안전한 식수 공급, 충분한 영양 섭취, 감염병 예방접종,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 보급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남북한의 사망구조와 주요 사인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임신·출산 및 주산기(perinatal period) 모성사망, 영양결핍에 의한 사망, 전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 등이 전체 사망원인의 10%를 차지해 사망구조상으로는 우리나라나 일본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체 사망의 사인별 비중으로 파악하는 사망구조의 측면에서 보면 북한도 이미 암·심혈관질환 등 만성퇴행성질환이 주요 사인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북한의 암사망률·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남한보다 높은 것은 조기발견을 위한 검진체계·치료기술·만성질환 예방관리 등 보건의료시스템의 전반적인 낙후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풀이했다.
이밖에 남북한 모두 OECD 회원국의 평균적인 사망구조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사망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모성사망·영양결핍에 의한 사망 및 전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은 OECD 회원국보다 높아는 공통점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해에 의한 사망비율이 높은데, 이는 높은 자살률과 교통사고 사망률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 글에서는 “남북한 보건의료 수준의 현격한 차이는 민족공동 체 회복과정에서 그리고 통일 이후 사회통합과정에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대북제재가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이행 가능한 인도적인 차원의 보건의료 협력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을 계기로 남북이 보건·환경 공동체임을 재인식해 남북관계에 접근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지난 2월17일 유니세프는 북한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예방 관련 물품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마스크·손소독제, 의료진을 위한 보호용품(보호복과 장갑, 보안경 등), 진단키트의 지원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남북 보건의료 협력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