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東醫寶鑑』에는 17개의 圖象이 나온다. 그것은 身形藏府圖, 肝臟圖, 心臟圖, 脾臟圖, 肺臟圖, 腎臟圖, 明堂部位圖, 五輪之圖, 八廓之圖, 六府脈圖, 五行盛衰圖, 十干氣運圖, 十二支司天訣, 安産方位圖, 催生符, 三關圖, 觀形察色圖, 九宮圖, 九宮尻神圖 등이다.
이 가운데 간장도, 심장도, 비장도, 폐장도, 신장도 등 오장도는 허준의 오장 중심의 의학사상을 표상하는 도상들이다. 각각의 그림의 의미를 살펴본다.
① 肝臟圖: 肝臟의 그림은 마치 나뭇잎사귀가 늘어져 아래로 쳐져있는 듯한 모양이다. 간장은 긴장하는 것보다는 느슨한 것을 더 귀한 것으로 여긴다. 이것은 간장과 같은 同類로 취급하는 봄 기운의 다음과 같은 측면과 관련이 있다. 『東醫寶鑑·內景』 身形門의 【四氣調神】의 “廣步於庭, 被髮緩形”은 봄의 陽氣가 잘 발휘되게 하기 위함이며 이것은 肝氣의 升發이 잘 되도록 하는 측면에 중점이 있다. 肝氣는 升發이 잘되어야 하며 肝氣의 升發은 인체의 陽氣를 올려주는 작용과 깊이 연계되어 있다. 補肝丸 같은 肝虛를 보하는 약물에 防風, 羌活같이 升提시키는 약물이 들어가는 것은 그러한 맥락이다. 간장도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뭇잎사귀 모양으로 그린 것이다.
② 心臟圖: 心臟은 마치 아직 피어나지 않은 연꽃처럼 그려져 있다. 그리고 윗 부분에 七竅三毛가 묘사되어 있다. 七竅三毛說은 紂王이 比干을 죽이면서 한 말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설로서 七竅三毛를 모두 갖춘 사람을 上智人으로 보는 견해이다. 『東醫寶鑑』에서는 심장에 七竅三毛를 上智人, 五竅二毛를 中智人, 三竅一毛를 下智人, 二竅無毛를 常人, 一竅를 愚人, 一竅甚小를 下愚人으로 묘사한다. 게다가 그 뒤에 “구멍이 없으면 神이 출입할 門戶가 없다(無竅則神無出入之門)”고 하였다. 이것은 神의 상태가 구멍의 개수에 달려있다는 사고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愚智賢不肖의 차이는 구멍 수의 차이에 따라 나타나는 神의 出入의 효율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③ 脾臟圖: 脾臟圖는 제목이 脾臟圖이지만 실제로는 脾胃圖라고 보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다. 이 그림은 胃를 비장이 말발굽 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모양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마치 맷돌과 같기도 하다. 脾와 胃의 기능에 대해서도 “胃主受納, 脾主消磨”(『東醫寶鑑·內景』 脾臟門)라고 하여 이 두 장부의 상호 협조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脾臟이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主裹血’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도 인식되어야 한다. 이것은 혈액을 통괄하는 기능을 말하며 다른 말로 ‘攝血’이란 말로 표현된다.
④ 肺臟圖: 肺臟圖는 사람의 어깨와 비슷하다느니 경쇄처럼 오장의 위에 매달려 있다느니 우산과 같다느니 하는 등의 설명이 있다. 이 그림의 아랫 부분에는 24개의 구멍이 배열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分布諸藏淸濁之氣”(『東醫寶鑑·內景』 肺臟門)라고 하여 제반 장부의 기운이 퍼져서 나타난다고 하였다. 24개의 구멍은 24절기를 상징하며 24절기는 계절의 변화의 마디이다. 그러므로 24절기의 시간적 변화는 폐장에 뚫려 있는 24개의 구멍의 개폐의 조절에 의해 인체와 맞부딪치게 된다.
⑤ 腎臟圖: 腎臟圖는 좌우에 나누어져 그려져 있어야 할 것이 하나로 뭉쳐져 있어서 마치 하나의 장부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許浚이 신장이 하나로 뭉쳐져 있다고 인식한 것도 아니다. 그러함에도 이와 같은 그림으로 묘사한 것은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腎臟 속에는 水火의 기운이 모두 들어 있고, 이것은 좌우로 腎命門으로 구별되는 것이다. 이것이 그림처럼 하나로 뭉뚱그려 一體로 묘사된다면 水火陰陽이 하나로 얽혀 분화되어 있는 太極의 모양을 띠게 되는 것이다. 腎臟圖가 두 신장을 하나로 묶어서 그린 것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신장 속에 존재하는 水火의 기운은 상호 견제와 상승에 의해 인체의 元陰元陽의 조절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약물로는 六味地黃丸과 八味丸이 각각 水와 火의 기운을 보충한다고 보는 것은 이러한 사상적 바탕에 근거하는 것이다(이것은 “裏白表黑”의 논리와 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