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트라우마 대응까지 여한의사 역할 사회 전문직능으로 확장
[한의신문] 대한여한의사회는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 여성, 이주여성, 미혼모, 위기 청소년까지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향해 꾸준히 손을 내밀어 왔다. 심신의 치유를 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한의학적 지원은 의료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왔다. 올해 보건의날, 박소연 여한의사회장이 수상한 대통령 표창은 이러한 실천에 대한 사회적 응답이자 창립 60주년에 갖는 이정표다. 이번 수상은 더 많은 이들의 삶을 지키는 ‘사회적 의료’로 이어지며, 여한의사회의 향후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편집자주]
Q.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이번 대통령 표창은 개인의 영예라기보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헌신해온 여한의사들의 노력과 한의학의 사회적 역할이 함께 인정받은 결과다. 특히 환자 곁에서 공감과 돌봄을 실천해 온 활동이 공공적 가치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대한여한의사회는 의료취약계층 지원, 젠더폭력 피해자 치료, 여성건강 증진 등 다양한 공익 활동을 통해 한의학의 역할을 확장해 왔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의료를 넘어 사회적 안전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수상은 한의학이 일차의료이자 돌봄·예방 중심 의료로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Q. 60주년을 맞은 소회는?
지난 60년은 ‘존재의 증명’에서 ‘역할의 확장’으로 이어진 시간이었다.
창립 초기에는 여성 한의사로서의 전문성과 직업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으며, 선배들의 헌신이 현재의 기반을 형성했다.
이후 학술과 임상 영역에서 역량이 축적됐고, 최근에는 공공의료, 정책, 사회공헌 등으로 활동 범위가 확대됐다.
젠더폭력 피해자 지원, 다문화·이주여성 의료지원, 트라우마 기반 한의진료는 여한의사들의 사회적 역할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여한의사의 역할은 의료인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공공적 전문직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얼마 전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60주년 기념식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자리이자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선배 세대의 헌신과 후배 세대의 관심과 참여로 여한의사회의 발전 가능성이 하나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느꼈다.
기념식에서는 여한의사회가 단순한 직능단체를 넘어 여성 전문직 공동체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이 강조됐다. 다양한 여성단체와의 협력, 취약계층 의료지원, 교육과 멘토링 등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할 중요한 가치다.
무엇보다 ‘연대’라는 키워드가 가장 인상 깊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로서의 여한의사회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Q. 여성 리더단체 및 과학단체 등과 연계하게 된 계기는?
현대사회의 문제는 단일 직역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여성 건강, 돌봄, 사회적 약자 지원과 같은 분야는 의료뿐 아니라 법률, 교육, 과학기술 등 다양한 영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여성 전문직 단체들과의 연계를 추진하게 됐다. 여성 의약단체는 물론 여성 변호사, 법무사, 세무 회계사, 과학기술인, 다양한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함으로써 보다 통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사회적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판단했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기술과 감성, 전문성과 공공성이 결합된 여성 리더십은 앞으로 사회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Q. 트라우마 치료 인재 양성과 전국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써왔다.
그간 ‘트라우마 한의일차진료 전문가 과정’을 통해 양성된 수료자들이 성폭력 등 범죄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치료를 시행하며 임상적 유효성을 지속적으로 입증해 왔다.
이는 단순히 특정 영역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재난 상황에서의 트라우마 대응으로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경북 산불 현장에서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와 함께 재난 트라우마 대응에 참여하면서 한의치료의 역할과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서도 이러한 모델을 재난 트라우마 대응 체계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향후에는 범죄 트라우마뿐 아니라 재난 트라우마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한의 일차진료 모델로 발전시켜, 일차의료 현장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보다 명확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 반영이 필요하다.
▲박 회장은 젠더폭력 피해자 여성들을 치유해 온 공로로 지난달 ‘서울여성상’을 수상하기로 했다.
Q. 여한의사회장으로서 본 제도적인 개선점이라면?
저출산과 여성 건강 문제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한의학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한의난임치료는 효과성이 확인된 분야인 만큼 제도적 지원 확대와 체계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
또한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부터 임신·출산, 중년, 노년까지 연속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며, 한의학의 예방·관리 중심 접근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울러 통합돌봄 체계에서 한의사의 참여 확대도 필요하다. 지역사회 기반 돌봄에서 한의약 활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요구된다.
Q. 향후 10년, 비전을 설계한다면?
앞으로의 10년은 ‘확장과 연결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여한의사회는 한의학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역할을 더욱 넓히고,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특히 △공공의료 및 돌봄 영역 참여 확대 △여성 건강 전문성 강화 △차세대 인재 양성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한의학이 국민의 삶 속에서 더욱 가까운 의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후배 여성 한의사들에게는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의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임상뿐 아니라 연구, 정책, 사회공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할 때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한의사회가 그 든든한 기반이 되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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