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들 “환자에 대한 ‘과소진료’가 두렵다”

기사입력 2025.08.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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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진료 선택권 보장” 한 목소리…‘자배법 개정안’ 재검토 촉구
    한국소비자학회, ‘자보제도 개편 소비자 인식·권익제고 방안’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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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신문]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배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시민사회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회복 과정에서 한의진료에 대해 높은 수요와 선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진료 선택권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소비자학회(공동회장 유현정)가 지난달 30일 개최한 ‘자동차보험 제도 개편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권익제고 방안’ 특별세미나에선 소비자 관련 학회와 보험 이용자 단체가 이번 개정안이 국민의 치료권·자기결정권·정보 접근권 등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 선택권과 보험 상품 다양성 요구”

     

    이조혜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진료 선택권 존중과 더불어 연령과 선호도, 신뢰도 등에 따라 치료 방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개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 보험상품이 획일적인 구조로 설계돼 세분화된 선택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허 교수는 “한·양방 치료에 대한 소비자의 가치 인식 차이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며, 보험제도가 재정 건전성과 과잉 진료 문제만을 강조해서는 안 되고, 실질적으로 환자 회복에 초점을 둔 연구와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해외 사례에 대한 장기적 연구 △이의신청 절차 개선 △약관 명확화 등을 통해 분쟁 소지를 줄이는 제도 정비를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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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허경옥 교수, 신현희 실장, 이종희 교수, 안혜리 국장

     

    “8주 제한은 의료적 근거 부족…피해자에 책임 전가 우려”

     

    신현희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보건의료기본법’과 ‘의료법’ 등에는 환자가 진료를 받을 권리, 치료 계획을 설명받을 권리, 치료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명시돼 있으나 이번 개정안은 이를 현실에서 제약할 수 있는 요소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실장은 ‘8주 치료 제한’과 관련해 “치료 기간을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환자 상태에 따른 개별 판단을 무시한 처사”라며 “실제 장기 경상환자 중에는 반복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이들에게까지 제한을 적용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증 책임을 피해 환자에게 전가하는 구조 역시 문제로 꼽은 신 실장은 “치료 연장 시 환자가 직접 근거 자료를 제출하고, 보험사가 이를 재심사하는 구조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과도한 심리적·행정적 부담을 안긴다”면서 “이 과정에서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게 되거나 자동차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으로 전가돼 공공재정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의신청 제도의 공정성과 실효성 문제와 관련해 “구성위원의 비율이나 전문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절차 또한 비대면 심사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피해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중심 회복권 보장과 제도 유연성 필요”

     

    자동차보험 제도는 단순한 경제적 보상을 넘어 소비자의 회복과 일상 복귀를 보장하는 사회적 장치라고 평가한 이종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재정 건전성과 과잉 진료 방지라는 정책적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치료 기간 상한선이나 진단서 제출 요건, 이의 절차 강화 등은 경직된 제도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환자 회복 경과는 개별적일 수밖에 없는데, 제도는 이를 일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제도는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피해자의 실제 상태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고령자나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이의 절차가 실질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직관적이고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피해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법령 설계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구조 마련을 제안했다.


     

    “한의진료 선택권 보장 등 회복 중심의 균형된 제도 필요”

     

    자동차보험 제도가 ‘사고 이후 환자의 회복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약속’이라고 강조한 안혜리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실제 현장에서 피해자가 체감하는 문제는 과잉 진료보다 오히려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과소 진료에 대한 불안감”이라면서 “치료 중단이나 진료 횟수 제한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강제로 종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고령층이나 만성통증 환자들이 선호하는 한의진료에 대해 일괄적인 제한이나 배제가 이뤄질 경우 이는 치료 다양성과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 제도를 만들기 위해선 회복 중심 접근, 피해자 참여, 절차적 투명성 등이 반드시 함께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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