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우수사례 발표 기관 선정
이성아 전주의료사협 건강한마을한의원장
이성아 전주의료사협 건강한마을한의원장
[한의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신규 기관의 안정적 운영 지원과 원활한 사업 참여 유도를 위해 개최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전주의료사협) 건강한마을한의원이 우수사례 발표 기관으로 선정됐다. 본란에서는 이성아 건강한마을한의원장으로부터 우수사례 발표 내용과 함께 장기요양 재택의료에 있어 한의약의 장점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먼저 건강한마을한의원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기뻤다. 전주의료사협은 방문진료가 제도화되기 전인 2004년부터 근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시작해 역사가 꽤 오래됐는데, 이렇게 수가가 책정된 시범사업에 참여해서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지역 인프라를 같이 적용하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참 보람 있었다.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를 대상으로, 즉 요양등급자를 대상으로 한의사나 의사가 방문해 대상자의 주거, 사회, 경제, 의료적 상황을 포괄 사정하고 케어플랜을 수립 후 방문진료 및 간호, 지역사회 자원 연계 등의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여러 지역자원을 연계해 대상자의 건강 관리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이나 정서적 우울의 적절한 개입, 주거, 요양, 돌봄 등 포괄적 접근을 지향하면서 한의원과 보건소, 의원, 지방의료원 등 다양한 서비스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Q. 우수사례로 발표한 ‘비약물적 통증 조절과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자원 연계’의 내용은?
한의사가 방문진료로 요양등급이 있는 정도의 고령 만성질환자에게 어떤 관리를 할까 궁금해할 것 같아 현장감을 보여주고 싶어 세 가지 사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근처 주공아파트에 거주하는 81세 여성분이다. 심부전, 고지혈증, 위염, 요실금, 피부알러지, 갑상선 질환약 포함 하루에 약물을 21가지나 복용하는 중이었다. 약을 이렇게 많이 복용하는데 이상이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식욕저하와 치아가 없어 식사도 부실했으며, 10년간 거의 집 밖 출입을 하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월 1회 방문으로 침, 약침, 전침 등을 통해 통증을 조절해 소염진통제를 끊게 하고, 단백질 섭취 부족을 교정하는 식단 조절, 근력운동 교육으로 기력이 회복돼 항히스타민제와 요실금 치료제 등의 항콜린제를 중단하고 1년 관리 후 어지럼증, 실신 증상이 없어졌고, 12개 약물 복용으로 약물을 많이 줄였으며, 슬관절통도 호전돼 침 치료를 안하고 싶다는 정도까지 좋아진 상태다.
사회적 접촉이 친척 한 분 외에는 없어 건강지킴이라고 퇴직한 일자리 사업 참여자가 매주 방문해서 혈압, 혈당 체크도 도와드리고 인지 자극 활동도 하는 사업에 참여시켜 드리고 싶은데 계속 거절하고 있는 부분은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두 번째는 중증 당뇨환자의 퇴원 후 관리 사례다. 당뇨합병증이 심해 족부궤사로 족지 및 족저부를 넓은 범위로 절단 수술한 후 퇴원한 남자분이었는데 보호자인 아내와 아드님도 지적장애가 있었다. 입원했을 때 섬망, 패혈증도 있어 집에서 관리하기가 위험한 케이스라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관리하라고 권했지만 경제적 이유로 집에서 관리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혈당이 측정불가로 인슐린 주사를 언제 놨는지 기억도 못 했으며, 의식도 명료한 상태가 아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아주 많았다. 초기에는 사회복지사가 거의 매일 방문해 혈당일지 작성과 인슐린 주사를 놓고 기록하는 방법을 교육했으며, 혈당일지를 매일 사진으로 찍어 문자로 모니터링하고 내가 인슐린 양을 조절했다. 외래진료시에는 보호자 대신 우리 담당 간호사가 통화로 의료진과 소통해 처방 조율도 진행했다.
집안 정리가 안돼 낙상 우려가 있어 근처 복지관과 연계해서 집안 환경 정비 및 긴급 복지지원도 받게 도와드리고 전주의료사협 먹거리 돌봄사업에서 하는 당뇨도시락 배달 대상자로 포함시켜 하루 두 끼 당뇨도시락도 공급했다. 현재까지 두 달 정도 관리 중인데 다행히 상처도 잘 아물고 있으며, 혈당도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태다.
마지막 사례는 어린 시절 코 절단 사고의 트라우마와 가정불화로 중증 우울을 겪고 있는 대상자로 자식들과도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다. 위암, 대장암 병력이 있어 위전절제·대장절제로 식사를 잘 못하시고, 기력저하가 심했으며, 요추 협착증으로 통증이 심해 소염진통제도 4종이나 복용 중이었다.
전주의료사협 자체 내 사업으로 재택의료서비스(월 1회 방문진료, 월 2회 방문간호), 기력 보강하는 첩약 지원(통합돌봄 사업), 건강지킴이 파견(주 1회 방문서비스), 인공지능 인지개선 솔루션 두리챗봇 사업, 먹거리 돌봄에서 생일밥상, 명절 보양밥상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또한 ‘동행’이라는 지역사회 방문상담 바우처 서비스도 연계했으며, 거기서도 방문과 외출활동 등을 지원했다. 한 대상자에게 의료 이외에 다양한 서비스가 연계된 케이스인데 1년 후에는 소염진통제는 4종 모두 끊게 됐고 기력도 회복돼 하루 일정 시간 운동도 가능하고, 우울증 약도 더 늘이지 않고 잘 유지 중이다.
이런 사례들은 기존 의료체계에서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거나 결여된 서비스 영역이라 재택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면, 대상자들의 삶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Q. 장기요양 재택의료에 있어 한의약의 장점은?
방문진료를 하면서 고령자의 건강에 가장 염려가 되는 부분은 다약제 약물 복용이었다. 너무 쉽게, 너무 많은 약물이 처방되고, 상호작용이나 노인주의 약물에 대한 고려가 없이 너무 장기적으로 처방되다 보니 부작용은 고스란히 복용자의 몫이다.
약물의 부작용 중 가장 공통되는 것은 ‘완고한 식욕저하’인 것 같다. 입맛이 없고 경제적 사정으로 식사가 부실해지면 당연히 여러 질병이나 증상들이 따라오게 되고, 당사자의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재택의료서비스는 주로 월 1회 방문을 하게 되는데 이것으로 얼마나 통증조절이 될까 싶지만 꾸준히 1년 이상 하다보면 저절로 진통소염제를 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약물이 줄고 입맛이 돌아야 다른 컨디션이 같이 좋아지게 되며, 그런 점에서 한의약은 약물을 줄이고 식욕이나 기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된다고 생각한다. 질병 중심이 아닌 건강 중심, 원인 중심의 한의학적 시각이 노인 돌봄에는 이점이 큰 것 같다.
Q.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키워드는 다학제적 접근과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의 관점인 것 같다. 재택의료서비스와 단순한 일차방문진료를 구분짓는 것이 이런 점이 아닐까 싶다. 의료적 접근을 포함해 대상자에게 필요한 자원을 사정하고 지역 사회에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소개한다면?
먼저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폐해가 많아 의료생협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료생협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연합회를 만들었는데, 전주의료사협도 여기에 소속돼 있다.
의료사협은 지역주민들이 공익을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건강증진 활동 등을 통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비영리법인이다. 전주의료사협은 한의원, 개원 예정인 의원, 재가장기요양기관, 노인일자리 사업, 전주시 통합돌봄 수행기관이며, 먹거리돌봄이나 당뇨교실 등 의료, 보건, 복지 분야 공익적 사업을 기안하고 시행한다.
Q. 이외에 강조하고 싶은 말은?
외로움이나 고립의 고통을 겪는 대상자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것만으로 정말 반가워하고, 특히 한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 직접 방문하는 것에 대부분 호의적인 어르신들이 많다.
재택의료서비스나 방문진료서비스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돌봄에 가장 필요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영역으로 재활치료나 치위생, 작업치료, 인지재활치료 등 다른 분야와 결합해서 특수성을 키워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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