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심각, 우울증 및 불안 등 정신건강에 큰 영향”

기사입력 2024.09.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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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감염병→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문제 발생
    재난 극복을 위한 국가 차원의 촘촘한 심리지원서비스 매우 중요
    보건사회硏 ‘기후 관련 재난 심리지원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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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신문] 최근 폭염, 홍수, 태풍 등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심리지원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진희 교수(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통권 제334호)에 기고한 ‘기후 관련 재난 심리지원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심리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인명 피해를 낸 바 있으며, 올 여름엔 집중호우로 인한 호우특보가 잦고 침수와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는가 하면 극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등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나타났다.

     

    이 같은 급격한 기후변화는 자연재난과 복합재난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감염병 발생의 위험 등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은 물론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매년 호우, 태풍, 대설 등 자연재난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데, 연평균(2013~22) 인명피해(사망·실종)는 30명, 재산피해는 3194억 원(각 당해 연도 가격 기준)에 달한다. ‘22년도에는 총 31회의 크고 작은 재난이 발생해 64명 사망과5927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등 자연재난에 따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폭염, 홍수, 태풍, 산불, 가뭄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직·간접적인 노출 경험은 다양한 형태의 정신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기후 조건에 민감한 감염병 발생이 대표적이다. 이 감염병은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홍수, 폭우, 태풍, 열대성 저기압, 산불, 폭염과 같은 기후 관련 재난 역시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정신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폭염이 폭력, 살인, 자해, 자살률도 높여

     

    기후 관련 재난 중 폭염은 기분장애 및 불안 등과 관련돼 있고, 이는 곧 적대감과 공격적인 생각, 행동으로 이어져 신체적인 폭력과 살인으로까지 나타날 수 있다. 극단적인 기온 상승은 사람들의 자해나 자살률도 높인다는 결과도 있다. 가뭄 또한 심리적 고통, 불안, 우울, 자살 증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재난 경험자의 일반적 반응 참조).

     

    재난 경험자의 일반적 반응.png

     

    우리나라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재난 트라우마에 대한 전문적인 재난심리지원서비스 욕구가 증가해 2018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국가 트라우마센터의 설치 및 운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2018년 4월 국가 트라우마센터가 문을 열었고, 2019년 5월 영남권 트라우마센터를 시작으로 충남권, 강원권, 호남권 트라우마센터가 개소되면서 재난심리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보건복지부의 국가 및 권역별 트라우마센터 외에도 정신건강복지센터, 국립정신의료기관을 비롯해 행정안전부의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등이 재난심리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후 관련 자연재난은 개인의 정신건강과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환경 전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뿐더러 회복하는 데도 상당한 기간을 요한다. 또한 재난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친인척, 지역 주민, 재난 대응 인력, 재난의 보도를 접하게 되는 국민들에게까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국내 재난심리지원서비스는 재난 발생 직후부터 초기 3개월 정도, 즉 급성기부터 아급성기까지 집중돼 있고, 3개월 이후 심리사회적인 문제는 각 지역의 정신건강 및 유관기관에서 장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난 경험자들의 회복에는 대부분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지만, 재난심리지원서비스는 초기에 집중적으로 제공되고 종결된 후 지역사회 유관기관의 추후 서비스로 연계되기보다는 서비스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기후 관련 재난 심리지원에 대한 국제적인 권고 사항에 따른 공중보건 및 정책지원, 임상 및 연구적 차원에서의 시사점이 제시됐다.

     

    공중보건 및 정책지원과 관련해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요인 분류 등 정신건강과 연결하는 작업이 더욱 필요하고, 트라우마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 치료, 증진하기 위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시스템을 공고히 해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광범위한 지역사회 기관의 역량 강화 필요

     

    또한 임상적 차원에서는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지원서비스가 특정 정신건강기관에만 국한된 경향이 있는데, 이 같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다 광범위한 지역사회 기관들의 역량 강화와 더불어 근거 기반 및 국제 지침을 바탕으로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훈련받고 있으나 실제 적용은 개인 및 개별 기관의 노력에 국한돼 있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연구적 차원에서는 생태체계론적 관점으로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개입해야 하나 아직은 트라우마를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하고 개인적인 변화만을 기대하는 경향이 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신건강, 웰빙, 트라우마 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활성화하고, 개입 효과성 연구의 환경적 비용과 경제적 비용, 임상적 이점을 포함한 충분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진희 교수는 “국내 재난 심리지원 정책의 방향은 재난의 예방과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과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사회생태학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 교수는 이어 “기후 관련 재난은 재난 경험자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재난이 발생한 전체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복 과정에도 개인, 대인관계, 지역사회, 국가 시스템 차원의 다차원적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재난 발생 직후만이 아니라 적응을 위한 장기적인 차원에서도 심리지원이 계획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교수는 또 “다양한 배경을 지닌 다학제 전문가들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협업하는 것이 재난 이후의 대응과 회복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밝힌 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연대할 때 빠르게 잘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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