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치료기기 개발, 글로벌 시장 진출이 목표
“이봐, 해봤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린다는 생각으로 도전
[한의신문=주혜지 기자] 나상혁 두침한의원장이 중소기업벤처부 주관의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됐다. 일명 ‘디딤돌 사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기초 연구 역량을 강화해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1년간 1억2천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나상혁 원장이 개발한 이명치료기기는 ‘기계파트’로 심사를 받아 의료인이 아닌 공학 전공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 본란에서는 나 원장의 디딤돌 사업 도전 과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나상혁 두침한의원장
Q.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됐다.
메이저급의 정부지원사업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최종발표까지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원장 1인의 조그마한 일반 한의원이었음에도, 앞으로 연구 인력을 갖추어서 열심히 연구하겠다는 제 의지를 믿어주시고, 성장성과 사업성을 높이 평가해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Q. 이번에 선정된 ‘이명치료기기’는?
첫 번째 특징은 최첨단 한·양방 치료기술이 융합된 치료기기라는 점이다. 이 자리를 빌려 최준영 이비인후과 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다. 기기 개발에 함께 머리를 맞대 주신 덕분에 이러한 한·양방융합 치료기기가 탄생할 수 있었고, 기존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겠다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두 번째 특징은 바이모드(2-WAY) 치료방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뛰어난 임상적 효능이 이미 입증돼 시판 중인 “LENIRE”와 비교했을 때, 원리 작용기전에서 약간은 차이가 있지만, 바이모드(2-WAY)원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치료방법이다.
세 번째 특징은 가정에서 쓸 수 있도록 기획돼, 치료시간을 길게 유지하면서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Q. 이향숙 교수와 공동연구자로 협력하고 있다.
제가 먼저 찾아갔다. 비록 걸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미지의 길이지만, 한의학적 베이스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을 했다. 이향숙 경희한의대 교수님 역시 저에게는 또 다른 은인이시다. 공동연구자라기 보다는 ‘침의 권위자’를 제가 모시게 된 거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마 더 정확할 것이다. 저의 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고 함께 공유하고 동참해 주었다는 의미에서 존경과 감사를 다시 한번 표한다.
Q. 지난해는 한의약 신제품‧신기술 경진대회에 입상한 바 있다.
그 당시가 최소기능제품(MVP)만을 가지고서 입상했던 때이다. 그리고 올해 테스트베드 과정을 통해, 이명치료기기로서의 효용성과 가치는 더 공고해졌다.
지금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향상된 의료기기로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다. 의료기기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필수적인 검사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미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생물학적 안전성’ 검사가 시작됐다. 연말까지 의료기기 인허가 관련 검사를 모두 마무리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Q. 특허도 취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강을 자극해 이명을 치료하는 기전’에 대한 국내특허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이명 관련 몇 건의 국내특허 출원이 추가로 진행될 것이다. 물론 해외특허출원도 진행되고 있다.
특허관련 분쟁은 서로 법리를 다투는 창과 방패의 영역이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드린다. 의료기기 영역은 체표에서 체내 쪽으로 영역을 점점 확장하고 있다. 구강 내 점막조직과 혀는 상대적으로 미개척분야라 여겨지기 때문에, 특허권리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다.
Q. 수많은 질환 중 이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실 과거 연구과제는 ‘뇌’부터 출발했었다. 예전에 쟈오슌파두침을 연구하면서 여러 뇌질환 환자들을 접했다. 나름의 드라마틱한 임상케이스를 출판 서적에 담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치료전후를 가장 빠르게 비교해 볼 수 있는 질환이 뇌질환 중에서도 ‘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름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것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게 된 것이다.
Q. 헬스케어기기가 아닌 의료기기 인허가를 고집하는 이유는?
임상을 하다 보면, 뇌자극술, 두침과 함께 이명치료디바이스를 결합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크게 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따라서 사업 관점이 아닌 이명치료의 관점만 고려한다면, B2B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바람직하다. ‘LENIRE’ 역시 미국 내 치료에 있어서 청각사와 협업하는 모델을 택하고 있는데,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저는 환자에게 이명을 설명할 때, 종종 뇌에 잘못된 배선이 돼 있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환자가 그 배선을 끊어가는 과정을 돕는 것이 의료인의 역할이라면, 국내에서 그 역할은 한의사 직종이 최적일 거로 생각한다.
Q.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은?
의료기기의 핵심은 치료효과다. 25년 상반기에 식약처 임상실험을 통해 공신력을 확보하고, 그다음은 혁신의료기기지정, 그리고 27년에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보려 한다. ‘디딤돌 글로벌R&D’ 지원사업은 다음 차수 저의 도전과제다.
또한 논문을 통해 효용성을 증명해 내는 것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현재는 의료기기 인허가 준비하면서, 이명치료 콘텐츠의 기술고도화를 위한 ‘복합 시퀀스 음원’의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선도기업으로 육성시켜서, 진동자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한발 한발 전진해서 ‘LENIRE’와의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다.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임상근거를 정밀하게 확립하기 위해서는 물리량의 정량화가 필수적인 기본사항인데, 이번 연구과제는 정말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한다.
핵심부품인 진동자의 경우, 구강 내에서 전기에너지를 진동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변환시킨다. 그런데 진동의 변위가 너무 미세하기 때문에, 측정에 있어서 특수한 방법이 고안돼야만 한다. 이 부분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연구 인력을 파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다른 한 가지는 ‘구강 내 자극이 정말 안전한가?’에 대한 기준을 자체적으로 세우고 검증해야 하는 연구과제가 있다. 이 부분은 이향숙 교수님과 협업하려하는 부분이다.
향후 예상되는 연구 단계는, 탄탄하게 갖춘 물리량을 바탕으로 이명 치료 프로토콜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결과물을 축적하는 것이다. 이렇게 누적된 바이모드(2-WAY)데이터는, 어쩌면 한국만이 가진 K-MEDICAL의 원천 기술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이명과 자주 동반되는 난청, 어지럼증, 메니에르병까지도 부수적인 치료 연구과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Q. 비슷한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작년에도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에 동일하게 지원했었다. 1차 서류심사부터 보기 좋게 탈락하고서 며칠간 잠 못 이루던 때가 기억난다. 그 후로도 탈락의 아픔을 참 많이 겪었다. 하지만 그 지겹던 IR피칭 프레젠테이션 발표 덕분에, 발표 능력이 많이 향상됐다. 사업계획서와 연구계획서는 계속 수정됐고 몰라보게 업그레이드됐다. 제가 향하고자 하는 신세계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나 자신은 그만큼 성장하게 됐다.
“이봐, 해봤어?" 정주영 회장님 어록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어디로든 열리게 돼 있고, 그 뜻을 외롭지 않게 지지해 주는 정부 사업이 많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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