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비교한의학회와 고순도·고효율 약재 개발 함께 하겠다”
김민서 학술이사(동서비교한의학회)
[편집자주]
동서비교한의학회(회장 김용수) 중앙연구소는 최근 ‘사향 지표 물질 탐색’ 연구를 통해 수용화 사향으로부터 ‘개규성신(開竅醒神·막힌 구멍을 열고, 정신을 깨운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44종의 펩타이드 성분을 규명해 원천 물질 특허를 출원했으며, 사향의 주요 약리 작용이 사향 단백질에서 비롯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중 카나비노이드1 수용체는 뇌 관련 치료에 관여해 사향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게 됨으로써 향후 의료용 대마가 한의전문의약품으로 인증받는 데 좋은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민서 박사를 통해 연구성과와 향후 한의계에 미칠 영향 등을 들어봤다. 김민서 박사는 대구한의대학교를 졸업하고 동의대학교 한방내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동의대학교 한방병원 내과전문의를 거쳐 현재 동래정한방병원 진료과장과 동서비교한의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다.
Q. 이번 ‘수용화 사향’ 연구는?
동서비교한의학회 중앙연구소에서는 수용화된 사향에 대한 연구를 단계별로 진행했다. 천연사향에 포함된 미생물이나 바이러스는 제거하면서 현재까지 사향의 품질 척도인 엘-무스콘을 포함한 유효성분의 효능을 증대시키는 수용화 공법을 개발해 공진단을 비롯한 약제에서 그 활용도를 높이는 데 크게 공헌해오고 있다.
예전에는 이를 ‘한약을 수치(修治)하고, 법제(法製)한다’고 표현했으며, 요즘에는 약물을 잘 이용할 수 있게끔 ‘제형의 변화를 이루는 것’, 혹은 ‘약물 전달 시스템 (Drug delivery system, DDS)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전통의 방법으로는 술에 찌거나 꿀에 버무려 두거나 소금물에 담궜다가 볶는 방법 등을 이용해 약효가 가장 잘 발휘되는 방법을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제약기술을 통해 ‘마이셀(micelle)화’, ‘리포좀(liposome)화’, ‘합성 고분자(synthetic-polymer)’와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약물 전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렇게 수용화 공법이 적용된 사향을 통해 약효 성분의 독성·약리적인 항염증·항산화 작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이어 나갔으며, 어느 농도에서 가장 의미 있는 효과를 가지는지도 밝혀내 박사 연구 학위 논문으로도 발표할 수 있었다.
Q.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뜻깊은 성과는 사향의 효능이라 알려진 ‘개규성신(開竅醒神)’, ‘활혈통경(活血通經)’, ‘지통(止痛)’, 즉 혼미한 정신을 일깨우고, 기혈의 순환을 도우며 통증을 멈추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구체적인 지표 물질을 발견한 것이다.
사향은 사향노루의 페로몬 같은 물질을 포함한 향주머니에서 추출한 동물성 수지질(樹脂質) 성분으로, 짙은 향이 나는 성분에 대해서는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본래 끈적하고 엉겨있는 물질로 용매에 잘 녹아들지 않아 구체적 유효 물질에 대한 연구는 미비했다.
위에 언급한 효능은 수천 년 간 약제로 사용되며 확인된 귀납적 결과로, 비교적 추출이 용이한 엘-무스콘 성분, 즉 향기나는 성분을 통해 밝혀낸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수용화 기술을 접목하고 난 이후 확인된 44종의 단백질로부터 놀라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GPCR 176(G protein-coupled receptor 176)’, ‘BAG-3’, ‘glutamate receptor 8’, ‘adrenergic β-2 receptor’, ‘cannabinoid receptor’ 등은 모두 체내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받아 인식하도록 돕는 수용체들이다.
즉 뇌 신경의 활성화를 돕고 통증 제어에 필요한 물질들이 있어도 그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없으면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힘든데 사향에는 그러한 작용을 돕는 펩타이드들이 다량 함유돼 있었던 것이다.
방향성 물질들 역시 막힌 것을 뻥 뚫는 듯한 효과를 내는데 도움되기 때문에 엘-무스콘에 집중한 연구들도 유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지만 실험적인 결과들은 모두 실제 사용하는 용량 대비 수십~수천배의 농도 조건에서 나왔기 때문에 임상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늘 의문이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 해답으로, 이러한 성분은 사향의 유효성분을 판별할 때 엘-무스콘에만 의존했던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표가 될 기준을 새롭게 제시한 데 큰 의미가 있어 앞으로 사향을 포함하는 제약 시장에 새로운 표준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Q. 이번 성과가 연구생활에서 갖는 의미는?
박사 과정을 수료한 이후 학위 논문의 주제 선정을 두고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처음 석사 과정을 시작한 계기는 한의 암 치료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했으며, 유방암과 관련된 종설 논문 연구로 맺음을 했다. 이후 임상의가 돼 다양한 질환을 맞닥뜨리며 방향성을 잃게 됐다.
좋은 기회로 동서비교한의학회에서 진행한 연구 개발 과정들을 따라가면서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분을 밝히고자 노력하는 과정들에 매료됐고, 한약 시장에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공진단과 사향에 관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다시 심기일전해 연구의 방향을 잡고 매진할 수 있었다.
사향은 신경정신과 질환, 자가면역질환 및 암을 포함한 여러 난치 질환에서 유발되는 다양한 증상과 후유 증상에서 의미 있는 효과들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제형의 변화를 통해 그 효과들이 극대화되는 과정을 직접 연구해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면 지금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유효성분을 발견하는 성과를 얻어 매우 기쁘다.
Q. 연구자로서의 한의학에 대한 견해는?
한의학은 오랜 세월 동안의 경험을 누적해 귀납적으로 증명해낸 결과의 학문이다. 과학과 양의학은 세포 단위에서부터 연역적으로 해답을 찾아가기 때문에 기전을 찾기도 쉽고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학문이지만 전체를 보는 눈은 한의학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한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대에서부터 제형의 변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고전적 추출방식에 의존한 것이 대부분이다. 또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했으나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은 한의학의 이론이 없어서가 아니라 ‘법제’, ‘수치’의 참 의미가 계승·발전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한약도 여러 방식으로 접근하면 의미 있는 유효성분, 가장 효과적인 농도와 용량들을 일관성 있게 검증해 낼 수 있다.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으면 현대의 소통 언어로는 신뢰를 주기 힘들다. 약제를 이용해 만들어 낸 약침도 제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재현성과 일관성을 갖춘 기준을 제시할 때 가능할 것이다.
Q. 한의약 연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최근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다는 움직임이 글로벌 이슈인데 대마도 천연물 약재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으로만 치부돼 왔으나 의미 있는 유효성분을 찾아 치료제로서 도약하려는 움직임을 전 세계에서는 보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수많은 약제와 약침들을 연구와 검증을 통해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의계에서 먼저 한의약품의 검증기관인 식약처에서 근거 기준으로 삼을 과학적 데이터와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표에 관한 연구를 시행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약침, 한약의 품목 허가 영역을 넓혀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협회, 학교, 임상가 그리고 유수의 학회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수용화 사향을 포함한 단백질 분획 결과를 받아 근거 자료들을 확보한 단계로, 더 보완된 내용으로 올해 인용도가 높은 저명한 학회지에 투고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더 발전된 고순도·고효율 약재 개발을 위해 동서비교한의학회 연구 과정에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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