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다녀와서

기사입력 2022.03.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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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선수들과 늘 동행하면서 지근거리서 한의 치료
    올림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선수들 건강 관리하기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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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장세인 부회장(바른한의원)이 지난달 4일부터 20일까지 중국 베이징, 옌칭과 장자커우에서 열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한국 스키 및 스노보드(설상 종목) 선수단의 한의사 주치의로 참여했다. 

     

    본란에서는 장세인 부회장의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향후 스포츠 현장에서 한의사 주치의의 역할을 조명한다.

     

    필자는 2015년 1월부터 대한스키협회에서 의무위원과 이사로 활동하면서 2015년 진천 선수촌에서 스키 및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평상시 건강 관리를 잘하는 방법, 부상 시 대처 방안 등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016년, 2017년에 국내에서 열리는 테스트 이벤트(올림픽을 앞두고 코스 점검의 성격을 갖는 국제 대회) 현장에도 참여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상 치료에 꾸준히 나선 바 있다.

     

    또한 많은 한의사 선배들의 노력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 내 한의진료실이 개설되면서 오전에는 세계 각국의 설상 종목 선수단을 치료하고, 오후에는 휘닉스 파크로 이동해 대한민국 모굴 스키 대표팀과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을 치료하는 기회도 가졌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설상 종목 사상 처음으로 알파인 스노보드의 이상호 선수가 은메달을 목에 거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후 2019년, 2020년 국내에서 열린 알파인 스노보드 월드컵 대회 때에도 현장에서 선수단의 건강관리를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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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경험들이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근골격계 손상이 발생했을 때, 한의치료가 빠른 회복을 도와줄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으며, 이 공감대를 통해 작년 5월 대한스키협회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설상 종목 선수들을 위해 봉사해줄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고, 이는 너무나 큰 영광이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다.


    동계올림픽에 스키협회 임원으로 선수단과 동행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으로 올림픽 참가를 위한 AD카드 발급이 지연돼 조금은 기대를 내려둔 상태였다. 현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어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이 월드컵 대회를 마친 시점에 맞춰 평창으로 이동해 선수들의 치료를 맡았다. 

     

    2월 3일 선수단이 출국하기 전날까지 4차례에 걸쳐 한의치료를 했는데, 선수단의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이 치료 가이드대로 잘 따라와 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치료를 진행해서인지 그들의 몸 상태가 올라오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이후 동계올림픽에 스키협회 임원으로 선수단과 동행할 수 있다는 통지를 받고, 갑작스럽게 출국 준비를 했다. 그렇다 보니 출국 전날까지 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았다. 대회 2주 전부터 해야 하는 건강모니터링 등록, 출국 72시간, 24시간 전 실시해야하는 PCR 검사, 국가대표 선수단 공통 교육 이수, 입국에 필요한 그린헬스코드 발급까지 부랴부랴 마친 끝에 2월 3일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 및 하프파이프 스노보드 대표팀과 함께 장자커우로 출국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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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일 인천공항에 도착해서까지 그린헬스코드 발급이 안 돼 애를 먹는 등 간신히 베이징에 도착하니 거대한 돔에 들어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일반 탑승객들과는 완전히 격리된 통로로 이동했고, 어떠한 매장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이징 공항 내에서 PCR 검사를 한 뒤, 장자커우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해 3시간여를 이동해 오후 7시가 되어서야 장자커우 선수촌에 도착했다. 발급받은 AD 카드가 경기장 출입만 가능하고 선수촌 내 출입이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했다. 선수들의 건강 체크를 위해 선수촌 내 출입이 가능한 AD 카드로 업그레이드를 요청한 끝에 마침내 모든 것이 해결돼 선수들과 생활반경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국가 대표 선수들 너무 잦은 근육통에 시달려”


    스노우보드 대표팀의 첫 경기가 시작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선수들이 월드컵 대회를 치른 후 쌓인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치료에 집중했다. 2월 4일 개막식이 열렸던 날부터는 한의 진료를 원하는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의 이상호, 김상겸, 정해림 선수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이나윤 선수는 경기가 끝나는 날까지 매일 한의 치료를 받았다. 

     

    오르막 구간이 너무 많아 잦은 근육통에 시달리던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의 치료도 병행했다. 또한 여러 코칭스태프들도 훈련 보조와 장비 관리 등으로 크고 작은 통증이 빈발해 시간이 날 때마다 한의치료를 받으러 왔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가장 많이 달랐던 것은 선수단과 훈련 및 경기 현장과 왁스 캐빈(장비 정비하는 장소)까지 늘 같이 동행하면서 다니면서 밀접한 호흡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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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에서는 치료만을 위하여 선수단 숙소로 이동하고, 치료를 마친 후 바로 숙소로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새벽에 기상해 잠들기 직전까지 모든 일정을 대표 선수단과 같이 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더 대표팀의 일원으로 그들의 건강관리를 돌볼 수 있었다. 

     

    또한 버블 식으로 열린 대회여서 일반 관중들의 관람이 금지되면서 조금 더 가까운 현장에서 선수들의 시합과 연습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알파인 스노보드 선수들이 0.01초라도 더 빠르게 골 라인을 통과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비롯 세계적인 하프 파이프 스노보드 선수들이 공중 높이 날아올라 기술을 구사하는 장면과 한 시간이 넘도록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이 쉬지 않고 눈 위를 질주하는 장면, 그리고 급경사를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는 알파인 스키 선수들의 모습까지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의 정수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가장 메달 획득의 가능성이 높았던 2월 8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경기장으로 향했다. 김상겸,  정해림 선수는 약간의 슬립으로 정말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하였고, 예선 1위로 16강에 오른 이상호 선수는 8강에서 0.01초 차이로 지면서 최종 순위 5위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평창에 이어 다시 한 번 메달을 획득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하프파이프 스노보드의 이나윤, 이채운 선수는 아직 20살, 16살 밖에 되지 않은 나이로 세계적인 선수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기술을 제대로 펼쳐 보였다. 또 알파인 스키의 김소희 선수와 정동현 선수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으며, 크로스컨트리 선수들 역시 끝까지 최선을 다해 평창 동계올림픽 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


    “상겸 선수는 앞으로 올림픽에 2번 더, 상호 선수와 해림 선수는 앞으로 3번 더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관리해 줄 테니 다시 한 번 시작해보자.” 2월 8일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의 시합이 다 끝나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이상호 선수는 이번 시즌 월드컵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고, 김상겸 선수도 시즌 초반 굉장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정해림 선수 역시 이번 시즌 처음으로 포디움에 올랐다. 아직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열심히 훈련하고 몸 관리만 잘 한다면 다른 외국 선수들처럼 40살 즈음까지도 충분히 세계적인 레벨에서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하프파이프 스노보드 이채운, 이나윤 선수도 아직 16살, 20살 밖에 되지 않았다. 이나윤 선수 같은 경우는 무릎 인대 파열로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에서 치료를 시작해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을 감독과 꼼꼼히 체크하며 올림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로 약속했다. 


    또 다른 설상 종목 선수들도 국제 시합에 계속 참가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몸 관리만 잘 해 나간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설상의 불모지가 아닐 수 있다. 당장 3월 초부터 동계 유스올림픽에 앞날이 창창한 대표 선수들이 출국을 앞두고 있고,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도 남은 월드컵 일정을 위하여 곧 출국하게 된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는 대한체육회의 공식적인 의료진으로 참가한 것이 아니라 대한스키협회의 임원으로 참가한 것이라 한의약 치료를 하는데 있어서 훨씬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서 한의약 치료를 원했으며, 올림픽에서 허용된 dry needling과 추나 치료를 위주로 실시하려고 노력했다. 

     

    한의약 제제에 대한 많은 정책적인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국가 대표 선수들에게 조금 더 안전하게 한의약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한의약 치료를 원하는 선수들에게 근골격계 통증에 좋은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기에 언젠가는 더 많은 선수들로부터 한의치료를 요청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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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은 국제대회에 한의사 참여 이뤄지길 기대


    작년 12월 20일부터는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단의 치료를 위해 강릉까지 5번을 다녀온 적이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치료 가기 하루 전 날에는 PCR 검사를 받아서 음성을 확인하고 2시간 반 정도를 달려가서 선수들을 치료했다. 

     

    처음에는 치료에 소극적이었던 선수들도 입소문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선수들이 치료 받기를 원하였고, 마지막에는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 모두가 치료를 받고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했다. 출국 직전까지 파라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께서는 패럴림픽 현장에도 동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이번 동계 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앞으로는 더 많은 국제 대회에서 한의사의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또한 한의 치료가 선수들에게 더욱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학문적 깊이를 다지기 위하여 노력하고, 열심히 봉사할 계획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박동기 대한스키협회 회장님, 이무헌 대한스키협회 수석부회장님 외 스키협회 임직원분들과 동계올림픽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많은 격려를 해주신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님,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송경송 회장님과 임원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무엇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현장에서의 힘든 일정과 귀국 후에도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견딜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이 되어준 가족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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