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지난호에서 후비루에 의해 발생된 중이염의 모습에 대해 살펴봤는데, 이번호에서는 비염으로 인한 이관장애(특히 이관협착증)와 중이염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한의의료기관에서 주로 만나는 코질환 환자는 대부분 만성경과를 갖고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이라고 하면 교과서에서의 설명처럼 3개월 이상된 질환을 지칭하지만, 실제 환자들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날 정도’라고들 얘기하곤 한다. 이렇게 병력이 길다보니 코를 중심으로 주위 구조들도 염증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 기관으로는 눈, 이관, 귀, 인두 등이 있고, 이중 특히 이관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관은 중이를 외계로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관으로, 코쪽으로는 비인두 뒷벽에 위치한 비인강구(이관개구부)로, 중이쪽으로는 고실구라는 작은 구멍으로 연결돼 있다. 이관은 중이강의 압력조절, 환기, 정화, 방어, 배설 등 많은 일을 담당하는데, 코와 더불어 염증상태가 되어 부으면 이관이 협착이 되면서 쉽게 중이염을 유발하게 된다. 즉 비염에 의한 이관장애로 인해 중이염이 발생하는 순차적인 관계가 형성되기 쉽다.
이런 이관의 협착으로 생기는 문제는 소아에서뿐만 아니라 비염으로 코를 세게 풀고 들여마시는 성인에게도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고, 전변양상도 환자의 상황에 따라 삼출성 중이염, 급성중이염, 고막내함, 유착성중이염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이 가운데 고막 내함(고막이 중이강 뒷벽쪽으로 빨려들어가는 현상)은 삼출성이나 급성 중이염보다 불편감이 상대적으로 적어 치료를 소홀히 하다가 점점 진행해 유착성 중이염의 모습을 보이는 환자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중이염의 사례로는 지난호에 소개했던 환자를 다시 보도록 하겠다. 지난해 11월18일에 초진으로 내원한 52세 남자환자이며, 코막힘을 주소로 기존의 상태로는 부비동염(상악동염·접형동염), 양측 비용종이 있고 최근 급성 재발성 부비동염으로 증상이 더욱 악화된 상태였다. 치료를 통해 증상이 조금씩 잡혀가던 중이였으나 11월28일부터 좌측 귀가 갑자기 물이 찬 것처럼 먹먹하고 잘 안들리는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귀를 살펴보니 급성 삼출성 중이염이 발생했다.
이런 경우 환자가 ‘혹시 치료가 잘못돼 중이염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고, 치료자 입장에서도 중이염을 많이 보지 않은 경우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한 문진을 통해 환자가 답답한 코로 인해 양쪽으로 동시에 코풀기를 너무 세게 하면서 평소에 부어있던 이관이 장애를 일으키면서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염으로 평소 부어있고 염증상태인 이관이 코를 푸는 동작에서 순간 열였다 빠르게 견고히 닫히면서 중이강은 음압상태가 지속돼 삼출물이 저류되어 삼출성 중이염이 발생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농이 차는 급성 중이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삼출성 중이염은 빠른 조기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부어 좁아지고 염증이 있는 상태의 이관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현재 비염의 치료에 이관의 기능회복을 도와주는 치료를 더한다. △거료 △관료 △예풍 등의 혈자리를 좀 더 집중해 치료하고, 해당 혈자리에 소염 약침과 부항·전침·뜸 치료를 병행한다. 비염을 치료하는 기존 처방에 우방자, 조각자, 석창포 등의 약재를 추가하면 이관의 통기를 도와준다.
환자는 이후 약 20일간 치료를 통해 물이 찬듯한 먹먹함 느낌과 청력저하감이 모두 소실돼 정상상태로 호전됐다.
다만 이 시기에 염두에 둬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이관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중이질환의 경우 육안으로 보이는 중이염의 상태가 호전돼도 이관의 기능적인 장애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이후 24∼40일 정도가 더 필요하다.
따라서 빨대로 음료수 마시기, 코를 세게 풀기 등의 생활 속 동작 및 장거리 운전, 음주, 흡연, 등산, 수영, 잠수, 비행 등 체력을 저하시키거나 이관에 다시 자극을 주는 동작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볍게 하품하기, 코를 한쪽씩 번갈아 조심히 풀어 비강을 정리한 후 발살바법을 시행하기 등의 동작으로 이관을 가끔씩 열어주는 동작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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