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점차 엔데믹(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며 ‘뉴 노멀(New Normal)’의 일상복귀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고 있어 실효성 있는 정신건강의학 임상 역할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서 정신건강 한의학의 ‘혼신의백지’ 오행론은 정신장애를 침정, 정화하는 소중한 역할을 자임해왔으며, ‘몸과 마음’의 형신일체에 생명력을 두고 그 변증 작용에 따라 수천 년간 임상실험으로 실증해왔다.
이제 눈을 돌려 ‘정서적, 인지 공감’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신건강관리 체계를 세우고 착실히 임상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오행의 생활현상 연구를 임상 가치로 삼아, ‘혼신’이 곧 ‘삶’이라는 이치로 흔들리고 있는 정신건강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임상사례1)
50대 통통한 여자 환자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복통, 두통, 전신통으로 내원했다. 코로나 상황인 요즘엔 모든 게 다 스트레스이고, 몸도 점점 더 아파진다고 호소한다.
한의사: 언제부터 많이 아팠어요?
환자: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 아프고 약해서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한의사: 무슨 놀란 일이 있거나…
환자: 네. 중학생 때도 깜짝 깜짝 놀라고 자주 체했어요. 어릴 적 시골 살 때 뒷마당 우물에 빠졌다고…
한의사: 누가 건졌어요?
환자: 엄마가 밥 먹다가 ‘풍덩’ 소리에 놀라서 아버지와 급히 달려와서 건졌대요.
한의사: 큰일 날 뻔 했네요. 다들 많이 놀랐겠어요.
환자: 그래서 그런지 심장도 자주 두근거리고, 늘 아파요(표정이 우울해진다).
한의사: 6남매에 넷째라고 하셨는데, 부모님이 자녀가 많은데도 잘 돌보셨네요.
환자: …(갑자기 웬 부모님 이야기를 하나? 라는 표정으로)
한의사: 부모님 덕에 다친 데 하나 없이 무사했잖아요. 사랑을 많이 주셨나 봐요.
환자: 두 분 모두 자상하시고, 늘 저희에게 주려고만 하셨어요.
한의사: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시는 부모님이 아직 살아 계셔서 든든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되었군요.
환자: …(이 순간 눈빛이 차분해지고 안정된다)
한 제 복용 후 내원한 환자는 “늘상 배 아팠던 것도 좋아지고, 깜짝깜짝 놀라지도 않아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기뻐했다.
‘놀라는 것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기는 것이고, 무서워하는 것은 자기가 알면서 생긴다’고 하였던 『동의보감』 「신문」 의 ‘常法治驚’에 따라 심담허겁, 비위한습으로 변증하여 신문, 양보, 합곡, 족삼리에 시침하고 가감향사평위산을 처방했다.
환자는 어릴 적 우물에 빠져 놀란 것(驚)으로 평소에 무서워(恐)하게 되어 오랫동안 병이 되었다. 환자와의 공감을 통한 ‘통합기능’의 오지상승위치로 안정시키고 침구, 한약치료로 ‘혼백’이 회복되었던 것이다.
임상사례2)
자녀에 대한 지극한 돌봄과 사랑에 관한 사례로 오래전 네팔에서의 의료봉사가 떠오른다. 2002년 9월 네팔 히말라야 고산지역인 루크라 현지에서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이 도착했다는 소문에 이산 저산 산골 곳곳 마을에서 남녀노소 수많은 주민들이 흙발로 몇 시간을 걸어 밀려들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이 필자 야외진료실 앞에 줄을 섰다. 7살 정도의 여자아이의 귀를 보니 누런 고름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아이는 아픔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귀를 소독하고 풍지, 청궁, 귀의 아시혈, 외관에 시침하였다. 난생처음 침을 맞는 아이들이지만 칭얼대지도 않았다.
한의사: “(한국말로) 많이 아팠겠네. 잘 참는구나. 착하네~”
아이엄마: “(네팔어로) 뭐라뭐라…(아이가 많이 아파했는데, 오래됐다는 말인 듯)”
눈물 맺힌 눈빛으로 웃으면서
한의사: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많았겠어요. 잘 치료해드릴게요.”
아이엄마: “뭐라뭐라… ” 감사의 표정으로 얼굴에 웃음이 환하다.
침치료와 자운고로 도포 후 연교패독산을 처방했다. 마지막 날 엄마는 아이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필자에게 진료받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나왔다. 서둘러 온 듯 숨이 가쁘다. 며칠 사이 놀랄 정도로 아이의 귀가 많이 회복되자, 엄마는 기뻐서 열심히 “뭐라뭐라뭐라” 잔뜩 말했다.
정신건강은 물질 속성보다는 생명에 주체성을 둬
통역은 없어도 사랑이 가득한 엄마와 눈빛, 손짓을 통해 서로의 말을 마음으로 알아들었고, 정성껏 치료하자 엄마와 아이는 눈빛을 반짝이며 씩씩하게 돌아갔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섰을 의연한 모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록 삶의 환경은 달랐지만, 히말라야 추운 산골에서 문화생활과 동떨어져 살아왔던 모녀는 과연 무슨 힘으로 사는가? 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정신건강은 물질의 속성보다는 생명에 주체성을 두고 있다. 빈곤 속 삶이던 부유한 삶이던 인간은 누구나 ‘천인상응’ 법칙에 따라 ‘혼백’의 상생으로 극복해가며 나와 가족, 이웃, 더 나아가 사회의 모듬 생활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정신건강한의학은 全一로써 발현하는 정신의 ‘발생기능’을 ‘혼’이라 하고, ‘추진기능’을 ‘신’이라 하고, ‘통합기능’을 ‘의’라고 하고 ‘억제기능’을 ‘백’이라 하고, ‘침정기능’을 ‘지’라고 하여 구조역학적으로 임상에서 하나하나 증명해내고 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가 한의약 신기술 임상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건강을 통해 세계전통의학 표준규범과 인류의 행복한 삶에 적극 기여하자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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