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민 책임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한약은 ‘대한민국약전(KP)’ 및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각각 165품목 및 436품목이 등재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약 처방에 사용되는 숫자는 100여 개 미만이다. 그 중 한국에서 재배가 가능한 한약재도 있지만, 기후·토지 등 환경적 요인으로 재배가 힘들어 수입해 오는 한약재도 상당수 존재한다. 또 우리나라에서 재배할 수는 있지만, 재배 기술이나 재배 농가 수 등의 요인으로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약재 효능의 측면에서도 더 좋을 수 있어 그 자리를 수입산에 내어주는 경우도 있다.
현재 한약재 시장이 세계적으로 점점 커져가는 상황에서, 우리 한약재가 경제성, 약효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신토불이’라는 말처럼 우리 국민들은 우리 땅에서 자라 우리에게 더욱 맞는 한약을 복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한약재가 시장을 선점하여 차세대 캐시카우(Cash Cow)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에서는 한약 효능의 과학적인 규명과 대량생산 및 효능 강화를 위한 재배 기술 등을 개발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 중 필자가 속한 연구팀에서 주목하고 있는 한약재는 ‘하수오’이다.
하수오는 마디풀과의 식물로 다년생 초본으로써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 많이 재배된다. 중요하지 않은 한약재는 없지만 생산단가, 유통구조, 국내생산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중요 한약재 10가지 후보군에 선정되었다.
한의학적으로 하수오는 피를 만들고, 간과 위를 보호하여 혈액순환에 도움이 많이 되어 기를 다스리는 보약으로 활용돼 왔으며, 주로 뿌리덩이를 약재로 쓰기에 해당 부위를 비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2017년에 시험관에서 식물을 생산하는 기내번식과 특정 배양조성물을 활용했을 때 뿌리덩이가 빠르고 크게 증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성과를 논문에 등재했으며,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인정받은 바 있다. 2019년에는 경남 사천시 농업기술센터에 해당 기술을 이전해 최근 일반농가분양을 통해 재배할 수 있게 됐다.
한약재는 효능을 증대하고 독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찌거나 볶는 등 다양한 처리 과정을 거친 후 사용한다. 동의보감에서는 하수오를 얇게 썰어 흑두즙(검은콩 즙)에 담갔다가 그늘에 말려 사용하도록 소개하고 있는데, 지난해 해당 처리방법이 하수오의 효능을 높인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연구 결과 일반 하수오보다 흑두즙 포제가공 처리한 하수오가 골다공증 개선 효능이 증대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나주에 위치한 한의학연 한약자원연구센터는 최근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로부터 ‘하수오’ 품목을 관리하는 ‘산림생명자원관리기관’으로 인증을 받았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로부터 다년간의 예산 및 인프라 지원을 통해 올해부터는 하수오의 우수한 품종 육성 및 기존 확보한 생명자원의 공동보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한약재의 가치는 물론 성장하는 세계 한약재 시장선점을 통한 국가적 캐시카우로 성장할 한약재의 가치(Moneyable Herbs)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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