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엽 한의사, 한의사과학자 진로간담회 주최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장동엽 한의사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오는 30일 비대면 방식으로 열리는 ‘한의과학자 진로간담회’를 주최한 장동엽 한의사(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에서 박사과정)에게 모임 합류 계기와 이번 간담회의 개최 배경, 앞으로의 활동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한의사과학자 모임에 합류하게 된 배경은?
현재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에서 박사과정 중인 장동엽이다. 통계, 머신러닝, 네트워크과학 등을 사용해 한의학을 이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의사과학자모임’은 2018년에 처음 시작됐는데 당시 창립 멤버 중 한명으로 참여했다. 그 때만 해도 10명이 안 되는 인원이었는데 현재 약 4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은 full-time 연구자와 과학자가 되기 위해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대학원생, 전문연구요원, post-doc (박사학위를 받은 후 다른 연구자에게서 추가 트레이닝을 받는 과정, 임상의들이 전문의 받은 후 펠로우 하는 것과 유사) 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의학계에선 ‘의사과학자’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과학을 연구하면, 과학과 의학의 교두보가 되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과 과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저희 모임은 이런 한의사과학자들이 함께 즐겁게 연구하고, 커리어 측면에서도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한의학과 한의계의 발전, 그리고 보편적인 과학의 발전까지 기여하고자 한다.
Q. 30일 열리는 간담회 개최 배경과 기대 효과는?
한의사과학자 모임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바로 한의계에 저희의 전문성을 살려 기여하는 것이다. 이번 간담회는 한의대의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기획했다. 저희 모임의 회원들도 한때는 한의대의 학부생이었고, 대학원과 연구에 관심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쉽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고 어떤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막막한 상황을 겪었다.
저희가 처음 모임을 시작하게 되면서 모두가 가장 공감했던 점 중 하나는, 우리 모임이 연구를 시작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준다면 좋겠다는 점이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연구 진로에 대해 관심이 있는 후배들이 궁금한 점을 해소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Q. 한의사과학자 모임이 그동안 기획해 온 간담회와 성과는?
지금까지는 진로 관련 행사를 소규모로만 진행해 왔다. 2018년, 2019년에 한 차례씩 진로 관련 행사를 진행해 왔는데 10여명을 대상으로 오프라인으로 가벼운 모임을 가지기도 했고, 궁금한 점을 모바일 메신저나 전화로 물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됐는데, 편하게 참석할 수 있어서인지 현재까지 150명 가까운 인원이 신청을 했다.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Q. 한의사 과학자 모임의 운영 계획은?
현재 모임의 대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대표가 아니다. 아직 이 모임은 공식적인 운영진, 회칙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조만간 총회를 개최하고 운영진 선출과 회칙 제정을 통해 모임을 보다 공식적인 형태로 운영하고자 한다.
또한 모임을 운영하면 할수록 한의사 출신의 과학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고 흩어져 있다고 느낀다. 저희 모임은 이런 한의사 출신의 과학자들을 더 많이 연결하고, 연구라는 먼 길을 가는 데에 있어 서로 에너지와 영감을 나눌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Q. SCI 1저자에 이름을 올렸다.
논문 제목은 ‘Diversity of Acupuncture Point Selections According to the Acupuncture Styles and Their Relations to Theoretical Elements in Traditional Asian Medicine: A Data-Mining-Based Literature Study’이다(https://doi.org/10.3390/jcm10102059). 같은 질환에 대해서도 한의사들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경혈을 선택하는데, 이런 다양성에는 이론적인 차이가 기여한다는 사실을 한의학 문헌을 바탕으로 연구한 논문이다.
동의보감, 침구경험방, 사암도인침법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14개 질환에 각 서적들이 어떤 경혈을 처방하는지를 분석한 결과, 같은 질환에 대해서 세 서적이 다른 경혈을 처방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이런 차이가 오수혈, 원혈(原穴), 임맥·독맥 등 경혈의 속성에서 더욱 크게 드러나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같은 질병에 대해서도 동의보감은 임맥·독맥의 경혈, 침구경험방은 원혈(原穴), 사암도인침법은 오수혈을 빈용하는 식이다.
지금은 3개 서적, 14개 질환으로만 연구가 진행됐지만 앞으로 실제 임상 데이터에 적용한다면 각 임상가들의 스타일을 정의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스타일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스타일에 따른 임상 효과 역시도 분석할 수 있는 기틀을 제시하였다고 생각한다.
Q. 어떤 한의사과학자가 되고 싶은가?
한의학 고유의 이론을 통계와 머신러닝의 언어로 설명하는 한의사과학자가 되고 싶다. 동양의학이 발전하는 단계에서 서양의학의 사고체계와 언어를 거의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의학의 적지 않은 내용들이 과학의 언어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거무튀튀하다, 체한 것 같다, 은근하다 등 한국어에서만 존재하는 표현이나 개념들은 영어로 번역하기 어렵고 억지로 번역하더라도 한국어에서 표현되었던 의미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과학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과학적 연구에서 배제돼 왔고, 심지어는 비과학적인 내용으로 치부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현재의 많은 현대적인 한의학 연구도 이론적인 측면에 대한 연구보다는 정량적으로 측정이 용이한 임상 연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한의학 임상의 유효성 등을 밝히는 연구도 필요하지만, 저는 그보단 한의학의 이론적인 측면들을 과학의 언어, 특히 통계와 머신러닝의 언어로 해석하고 싶다.
과학에서도 환원론적 접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 및 네트워크의 관점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한의학에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다면 지금까지는 어려웠던 한의학의 이론 연구들도 많은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한의학의 고유한 시선을 과학의 언어로 풀어내어 보편적인 과학에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 있는 한의사과학자가 되었으면 한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많은 분들에게 저희 모임과 제 소개를 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저희 모임이나 저의 연구 모두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서 지금까지 이룬 것 보다는 앞으로 이룰 것들에 대해 많은 말씀드렸다. 나중에 한의신문에서 다시 인터뷰 제의가 와서 오늘 인터뷰한 내용의 상당부분을 실현했다고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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