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한의사 위해 ‘안분지족’ 벗어나야 한다

기사입력 2021.03.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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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지난 14일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한의학교육 현장 간담회’에 참여한 최의권 광주시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의 소감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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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의권 광주시한의사회 수석부회장


    2021년 3월 14일 일요일, 쾌청한 날씨였다. 중부지방은 미세먼지가 많았다 하나 남부지방은 봄을 만끽할 수 있을 만한 선선한 날이다. 아침에 분주히 준비하여 3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달린 끝에 양산에 있는 부산대 한의전에 도착하였다.

     

    공식적인 명칭은 대한한의사협회 예산결산심의위원회 주관의 ‘한의학교육 현장 간담회’ 이며, 여기에 시도지부장들도 동참하여 참관하는 자리이다. 나는 지부 수석부회장의 자격으로 지부장님을 대신하여 교육 현장 참관 및 간담회에 동석하게 되었다. 

     

    우리 대학시절에는 덩치 큰 양방병원 양 옆에 작은 덩치의 한방병원과 치과병원이 좌우를 차지하며 의료원을 이루었다. 지금의 대학병원은 큰 규모의 양병병원 본관을 중심으로 한방병원, 치과병원 외에도 재활병원, 소아병원, 응급의료센터, 뇌신경센터, 유방센터, 교수연구동 등 여러 크고 작은 건물 들이 밀집하여 하나의 촌락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왠지 저들이 저렇게 분화되며 많은 알을 낳고 키워가는 동안, 우리의 살림은 늘어나지 못한 듯한 느낌도 든다.

     

    간담회의 하이라이트는 ‘한의학교육의 발전 방향’이라는 신상우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장님의 발표였다.  요지는 시험제도와 평가제도가 우리의 교육제도와 교육환경을 견인하는데, 교육제도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교육의 내용물을 만들어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 5년간은 협회의 자금 투입을 통한 응급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대저 수능이나 대입제도의 변화가 학교 교육 및 학원 교육의 내용이나 형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봐왔지 않은가? 

     

    문제는 의학교육은 2000년대 초부터 20년간 이런 변화를 계속 해왔고 치의, 간호, 약학 등도 10여 년 전부터 제법 이를 뒤쫓아 가고 있는 반면 우리 교육은 1968년의 시험제도와 형태에서 50년 이상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마저 놓치면 여기에 또다시 잃어버린 10년이 추가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일깨우기 충분한 강의였다.

    앞선 발표에서 어려운 단어나 전문 용어를 제외하고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시험제도의 변화가 없으니 현장 교육의 변화가 없고, 교육시스템이나 실습도구의 변화도 필요치 않았다. 대학은 필요치 않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고 실기시험을 위한 실기교육도 실습모형이나 용품도 필요치 않았다. 심지어 국시원도 의과, 치과의 시험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나 기자재 확보, 실기시험 준비 등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다보니, 시험지 몇 장으로 끝나는 한의사고시야 말로 예산편성에서 희생양으로 삼기 딱 좋았다.

     

    시험제도와 방법이 변화하면 교육 현장에서는 시험에서 평가하는 모든 것을 교육해야 한다. 시험에 부응하는 교육을 위해 실습실을 만들고 기자재를 사야하며, 토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시험에서 평가하는 것들은 11개 모든 한의과대학이 가르쳐야만 한다. 여기엔 후발 대학이니 재정이 열악한 대학이니, 학생 수가 적은 대학이니 하는 예외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없이 재정을 쥐어짜서라도 최소한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이는 한의대 교육에 대한 투자와 질 개선, 한의대 학생들의 수준 향상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어 우리는 부산대 한의전의 실습실 등을 견학하였고 이어서 의과대학과 치과대학의 실습실도 견학하였다. 치과대학의 실습실은 임상에 필요한 기초 술기를 연마할 수 있도록 90개가 넘는 치과용 체어에 실기연마를 위한 기구와 설비들이 갖추어져 있다. 다른 실습실엔 임살 술기를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습하고, 술기의 정확도와 적정성까지도 평가할 수 있는 첨단 장비 들이 갖추어져 있다. 

     

    의과대학은 최근의 의사고시의 변화를 반영하여 토론 공간, 임상 술기나 응급처치 등을 실연할 수 있는 각종의 모형들과 다종의 실습기자재 들이 갖추어져 있다. 한의전에도 컴퓨터실에서 온라인 문제 풀이처럼 일반 선택문제를 풀고 동영상 문제까지 풀 수 있는 컴퓨터 시험실 등이 갖추어져 있다.

     

     간단한 체험용의 문항과 동영상 문제들을 풀어볼 수 있으나, 충분한 양의 문항을 개발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등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것은 역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 의대, 치의대, 간호대 변화와 어깨 나란히 해야

     

    돌이켜보니  우리는 혹시 50년 전에 지어진 주택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선비의 안분지족하는 정신으로 소탈하게 사는 것도 나름의 멋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TV속의 ‘자연인’이 이 사회의 주류일 수는 없을 것이며 이색적인 마이너일 뿐, 사회의 선봉에 서서 전위적으로 끌고 나갈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옆 동네로 눈을 돌려보자.  20년 된 아파트, 10년 된 아파트, 지금 입주하는 고급 아파트까지 눈여겨 보자. 현대 주택의 트렌드는 어떤지, 주거 생활에  사물인터넷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어떠한 친환경적이고 미적인 자재들이 사용되고 있는지, 현대적인 주방시스템은 어떤 구조인지, 주차 시스템은 어떻게 편리하게 되어있는지,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시설을 어떻게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마 우리의 안목을 한층 넓힐 수 있고, 우리가 발전을 위해 무엇을 도입하고 이용해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안분지족의 미덕을 발휘한 동안 더 이상의 한의사의 교육에 변화나 한의대의 발전이 심히 부족했음을 실감한다. 대학재단에서는 한의대처럼 투자 안하면서도 학생 모집은 쉬운 과를 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계속 요구가 많고 재투자를 해야하는 의과나 치의에 비해 한의는 마음의 저 외진 한쪽으로 밀려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변화의 의지도 없고 특별히 뭘 요구하는 것도 없는 한의를 무시하는 마음도 생길 법하다. 

     

    그러나 이제 미래의 한의사, 미래의 한의대교육을 생각한다면 안분지족이란 알껍질을 깨고 나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발전을 위한 욕망’을 한번 클릭해보자. 그리고 지난 50년, 그 중 특히 최근 20년간 동안 옆동네의 의과, 치의, 간호, 약학대학들이 어떻게 변화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자. 

     

    또 국제적인 의학 교육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실습과 시험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고 있는지, 심지어 우리가 무시해마지 않는 중국의 중의사, 중의대들은 국제적인 교육기준과 트렌드에 어떻게 발맞추어 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과연 우리가 지금도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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