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역할과 사명 下

기사입력 2021.01.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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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醫師十六萬養兵說(의사16만양병설)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에서 의료기기 인허가, 품질향상 및 사후관리 등에 관한 강의를 해온 임수섭 대표에게 한의사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의견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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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섭 LSM 인증 교육원 대표

    (전) 여주대학교 의료재활과학과 겸임교수

     

    작년 말 전격적으로 의사시험 재응시 허용이 결정되었다. 이는 단순히 ‘재응시가 된다’, ‘안 된다’는 식의 흑백논리의 문제를 넘어서 이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국가 내 이해 관계자의 극단적 충돌과 국정 운영 혼란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국가 고시의 공정하고 엄정한 집행, 정부의 정당한 권위 유지와 일관성 있는 정책의 후퇴와 더불어 이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 상실이라는 국가 근본을 흔드는 상황을 고스란히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정부의 결정은 코로나 19 대유행에 맞서 적시에 의사를 수급하고, 공공 의대 설립 및 의대생 증원 합의를 위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결정은 의사 수 부족 타개라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가치이자, 다른 정무적 방법으로도 풀 수 있는 사안을 위해서 보다 중요한 국가 운용의 본질적 기준과 가치를 훼손시킨 나쁜 선례이고, 코로나 사태를 오직 기존 의학(양방) 체계로만 대응하려고 한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정책 접근의 답답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을 통해서 드러난 가장 우려스러운 사실은 단 한 해만 의사 수급이 늦어져도 국가 의료 체계 전체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우리나라 의사 자원의 빈약함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의사 수가 기본적으로 부족하다는 전제는 더 이상 부인하기 힘들게 된 셈이다.

     작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약 13만 명으로 OECD 평균 수준인 16만 명에 달하려면 약 3만 명이 더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2020년 기준으로 한의사 수가 약 3만 명으로, 그 부족한 의사 수와 일치한다. 직소 퍼즐에서 딱 맞는 조각을 찾은 것처럼 놀랍고 흥미로운 우연의 일치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결론을 내야 할 시기이다. 만성적인 의사 부족 상황, 장기화 되어가는 코로나 사태, 앞으로 있을 또 다른 펜데믹에 대한 대비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의료일원화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이와 더불어 단기적으로도 한의사가 일차진료 및 검체 채취 등과 같은 기본검진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 코로나 전쟁에서 신속 대응을 포함한 진료 효과와 효율을 높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의료접근성이 높은 동네 한의원만큼 전방위적이고 밀착적인 코로나 대응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없을 것으로 사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의학 체계에 맞는 병원이나 의원을 개소 하는 비용과 시간까지 감안하면, ‘한의원의 슬기로운 활용’을 외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못해 어리석다 아니 할 수 없다.


    ◇한의사 역할의 확대 위한 법제화 주저해선 안 돼 

     인류 역사를 걸쳐서 전염병은 변화와 진보를 가져왔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14세기의 페스트는 농노 인구를 줄이고 이와 관련된 토지 기반의 권력을 가진 봉건 영주의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유럽을 근대적인 상업 중심의 경제로 이끌었고 노동력을 대신하는 공업 기술을 개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15세기 말 스페인 등 열강 국가가 아메리카 대륙에 옮긴 천연두를 필두로 한 홍역,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디프테리아, 발진티푸스, 콜레라 등 구대륙의 전염병은 당시 세계 인구의 10%에 달하는 약 6,000만 명의 아메리카 인구를 600만 명 이하로 급감시켰다. 이를 통해 쉽게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함으로써 인류 세계의 주도권을 쥐게 된 유럽은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른 대륙까지 식민지화시킴으로써 200년 넘게 지속되는 서구 중심의 세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지금 코로나도 그때와 마찬가지이다. 재택근무, 원격 근무, 화상 회의, 무인 주문, 무인 가게 그리고 각종 비대면 업무 처리 등으로 대표되는 ‘언택트(Untact)’ 시대가 코로나로 인해 급속도로 도래했다. 과거의 역사가 보여주듯, 코로나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이로 인한 변화에 적응하는 국가가 앞으로 세계 주도 국가가 되는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이를 잘 적응하지 못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기존의 패권 국가는 1년 남짓한 짧은 기간 만에 크게 흔들리는 반면, 국가적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구축해온 탄탄한 국가 의료 체계와 IT 산업을 기반으로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한 우리나라는 방역은 물론이고, 경제, 사회 안정까지 선방하여 코로나 시대라는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찬란히 빛을 발하는 국가 되었다. 최근에 급상승한 국격과 전 세계의 한국에 관한 관심 그리고 각종 국가 경쟁력 순위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므로 의료 산업도 코로나 시대에 맞춰 변해야 한다. 원격 진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하고, 의료일원화와 한의사 역할 확대를 위한 법제화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이를 통해 ‘언택트(Untact)’ 시대의 암울한 그늘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대면하는 것을 늘이는 ‘온택트(Ontact)’ 시대의 밝은 빛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미 다가온 고령화 시대에 노인의학과 예방의학의 성패는 이 ‘온택트(Ontact)’의 효과적인 구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한의원만큼 지역 사회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 접근성이 높고, 생애 주기 전체를 걸쳐 전반적으로, 포괄적으로 환자 건강 관리에 적합한 의료기관은 없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의료가 국가 경쟁력의 척도를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까지 된 지금, 한의사를 국가 의료 및 방역 체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양방으로 대표되는 기존 의료 체계와 상생하고 시너지 효과를 이루는 것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는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과감하게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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