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의 과학적 기전 및 임상근거 이해에 도움”

기사입력 2019.12.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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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 교수 저술, ‘2019 세종도서’ 학술부문 - ‘침의 과학적 접근과 임상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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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최근 ‘2019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된 ‘침의 과학적 접근과 임상활용’을 저술한 이승훈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로부터 선정된 소감과 침의 과학적 기전, 향후 연구계획 등을 들어본다. 


    침.jpgQ. '2019 세종도서’로 선정된 소감은?

    “우선 같이 번역에 참여한 경희대 한의대 강중원·김태훈·권승원 교수,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김건형 교수, 그리고 이지은·조대현 전문의 등 모두가 많은 노력을 함께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독자들이 읽기 편한 책으로 만들기 위해 통일된 용어로 번역을 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역자들 모두 바쁜 와중에도 수시로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의견을 나누며 열정을 갖고 소통해준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Q. 침의 과학적 기전에 대해 관심을 갖은 계기는?

    “한방병원 침구과 수련의로 근무할 무렵 병동 주치의로 일하면서 입원환자들에게 주로 사암침과 동씨침을 사용했다. 당시 침 치료 직후 통증이나 관절 가동범위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침 치료의 효과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그러면 내가 변증을 잘못했거나 정교하게 혈자리를 찾지 못했거나 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아픈 곳에 침 치료하는 것은 하수이며, 근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오수혈이나 원위 취혈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점차 임상경험이 쌓이면서 제대로 변증하지 못하고 정확하게 취혈하지 못해 환자가 낫지 않은 건지, 아니면 고의서나 강의록에는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지만 치료 반응이 낮은 환자군이 따로 존재하는건 아닌지 의문이 들게 됐다. 그러던 중 통증이나 난임을 치료한 국내외 논문들을 읽으면서 전통적인 경락학설뿐 아니라 과학적인 원리로도 침의 작용기전과 임상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영감을 받았다. 이때부터 침의 자극방법에 대한 과학적 기전(scientific mechanism)과 다양한 효과에 대한 임상근거(clinical evidence)를 공부하며 임상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Q.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현재 한의과대학 본과 3학년을 대상으로 침의 과학적 기전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최신 연구까지 포함한 한글 책이 많지 않아 여러 외국서적이나 논문들을 정리해 강의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설명이 잘 정리된 참고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Medical Acupuncture 2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여러 교수들과 뜻을 모아 번역을 시작하게 됐다. 해당 서적은 1판이 발매된 이후 약 20년이 지나 엄밀한 최신 연구들이 많이 추가됐으며, 1판에 비해 과학적 기전에 대해 좀더 잘 정리되어 있고, 임상 활용 질환도 7개에서 21개로 늘었다. 아마도 침에 대한 전통이론뿐 아니라 과학적 기전, 임상 근거까지 폭넓게 이해하고자 하는 의료인이나 학생 및 연구자들에게 참고서로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Q. 침의 과학적 기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과학적 접근방법에서는 침 치료를 △국소(local) 자극 △분절적(segmental) 자극 △전신적(general) 자극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국소 자극’은 흔히 아시혈로 알려져 있는 환부를 직접 자침하는 근위 취혈을 말하는 것으로, 통증 부위에 직접 침 치료를 하게 되면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들이 분비돼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통증 신호가 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억제되며, 근육이 이완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원리로 침을 맞으면 순환이 잘 되어 손발의 저림 증상이 좋아지고, 통증이 감소하며, 긴장되고 단단하게 뭉친 근육이 풀리게 된다.   

    또한 통증 부위에서 떨어져 있지만 신경으로 이어진 곳에 침 치료를 해도 통증을 억제할 수 있다. 이는 통증 부위와 같은 피부분절, 근육분절에 해당하는 혈자리에 침 치료를 하는 것으로, ‘분절 자극’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오수혈 같은 손이나 발의 혈자리에 침을 놓으면 그 신호가 척수를 거쳐 뇌에 도달하면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을 조절하는데, 이를 침의 ‘전신 자극’이라고 한다. 침의 전신 자극을 통해 척수나 뇌에서 베타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통하거나 뇌의 변연계와 같이 정동적인 영역에 작용해 전신적인 통증 억제, 약물 중독, 우울증, 불임 등의 치료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사진 참조)


    Q. 이 책을 발간하면서 기대했던 효과는?

    “제가 침의 과학적 기전에 관심을 갖고 임상에 활용하며, 이 책을 번역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한의사는 침의 전문가다. 그래서 침을 해석하는 관점인 전통경락학설과 의과학적 맥락(과학적 기전·근거중심의학) 모두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침의 전문가로서 알아야 할 그 두 가지 관점 중 하나인 의과학적 맥락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둘째, 전통경락학설뿐 아니라 의과학적 맥락 모두를 잘 이해한다면, 이론적인 측면뿐 아니라 실제 임상에서 침 치료를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즉 전통경락학설에서 제시했던 이론들을 좀더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임상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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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한의학의 근거 확보를 위해 해야할 일들은?

    “근거는 작용원리에 대한 ‘과학적 기전’(scientific mechanism)과 실제 효과에 대한 ‘임상 근거’(clinical evidence) 등 두 가지가 있다. 최근 다양한 질환에 대한 임상 근거들이 마련되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개발됐지만 몇몇 근골격계 통증질환을 제외하고는 근거 수준이 높은 임상연구가 부족한 현실이다. 이에 실제 임상에서 효과적인 질환에 대해 보다 엄밀한 임상시험을 통해 높은 수준의 임상 근거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침이나 한약 치료는 양약에 비해 전임상 연구가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기전 연구가 임상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매우 오래 전부터 실제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경험적으로 검증되어 왔기 때문에 기전에 대한 실험 연구보다는 임상연구를 통한 실질적인 임상 근거 마련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전 연구를 통해 치료법에 대한 작용 원리가 밝혀져야 하며, 임상연구와 기전연구를 결합한 중개연구도 활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Q. 향후 계획이 있다면?

    “전통경락학설과 침의 의과학적 맥락을 어떻게 연결지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실제 임상에서 침 치료를 하거나 연구 프로토콜을 세울 때 두 가지 관점을 결합해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향후에는 좀더 이해하기 쉽고 간략하게 정리된 형태의 침의 과학적 접근에 대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전통경락학설의 이론을 과학적으로 풀어내고, 아직 과학적 기전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효과적인 원위 취혈에 대한 전통 침 치료법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환에 보다 재현성 있고 효과적인 표준 침 치료법을 정리해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임상서를 출간할 계획도 함께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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