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관념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 흐름 파악이 중요
이론-임상 연계 강화시켜 임상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져
2019 제2회 현동학당 학술대회 개최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현동학당의 PBL(Problem-Based Learning) 방식에 기반한 임상토론이 한의학 이론과 임상의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임상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다.
지난 3일 현동학당 강학원에서 열린 2019 제2회 현동학당 학술대회에서 박신우 한의사는 ‘현동학당에서의 PBL 교육방식 적용을 통한 임상토론의 의의’에 대해 발표했다.
박신우 한의사에 따르면 PBL은 1968년 캐나다 McMaster 의과대학에서 Barrows에 의해 시작된 문제기반학습 교육방법으로 교수자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기존의 강의와 달리 학습자를 중심으로 제시된 상황을 통해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그 해결을 통해 필요한 지식, 기술 또는 태도를 배움으로써 유사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현동학당은 지난해부터 정규강좌 3년차 수업(임상토론반)에서 이 방식을 기반으로 한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 수업시간마다 1~2 케이스의 증례를 다룬다.
튜터(PBL을 구성하는 소집단 학습과 자율학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촉진하는 사람) 겸 사회자(수업을 이끌어나가는 역할)를 현동 김공빈 한의사가 맡아 1차로 주어진 환자의 나이, 성별, 脈, 色, 주소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병의 원인을 탐구한 후 2차로 주어진 기타 세부 증상 및 환자정보를 통해 진단을 구체화한다.
다음으로 치법과 예후관리에 대한 논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다만 현동학당 PBL 임상토론 수업을 위한 원칙이 있는데 실제 진료실에서 미지의 환자를 마주했을 때를 가정해 튜터와 참여자들은 수업시작 전까지 당일 수업할 증례에 대한 상세정보를 알지 못한 상태로 수업이 시작되며 의서의 내용에 근거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일반적인 PBL 수업이 증례를 미리 받아 충분한 사전 조사 및 공부를 거친 후 본토론에 임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이는 최소 2년 이상의 수업을 통해 동의보감 전범위에 대한 학습이 선행된 상태의 참여자들이 참여하고 四診에 대한 이론학습과 실습을 통해 참여자들이 진단한 色‧脈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화된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다른 원칙은 참여자 모두가 주어진 증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의문점이 있으면 질문과 토론을 통해 해소해 나가며 각 임상례 제목은 ‘동의보감’을 기반해 해당 임상례를 대표할 할 수 있는 주 증상 또는 한의학 병명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동학당은 지난 한해 동안 총 39케이스에 대한 임상례를 학습했으며 수업내용은 정리해 ‘2018 현동학당 PBL 임상토론집’으로 출간했다.
박신후 한의사는 “PBL 임상토론 수업을 받기 전에는 현동학당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진료하면서도 치료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약이나 침 효과가 떨어진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수업을 들으면서 약이나 침 치료 효과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병인을 찾아내는 능력이 부족했음을 깨닫게 됐다”며 “한의학 이론과 임상의 연결이 더욱 견고해짐을 느낄 수 있었고 임상에의 자신감을 더 가질 수 있었다. 한의 임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형태의 수업방식”이라고 했다.
이와함께 “참여자들이 보다 자기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갈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 수업 주제에 대한 사전 학습을 과제로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현동 김공빈 한의사가 두통 환자를 사례로 현동학당 PBL 임상토론을 진행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김공빈 한의사는 “현동학당 PBL 임상토론은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환자를 볼 것인지에 대한 다양성을 확인하고 주어진 조건하에서 환자의 맥, 색, 병증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함”이라며 “병증을 봤을 때 전체 흐름을 파악해야지 고정된 관념과 틀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한의대 의사학교실 김남일 교수는 이날 현동학당에서 출판된 서적들을 통해 본 현동학당의 학술적 의의로 △한의학 학습 과정에 대한 모범적 방향 제시 △한의학 교육 방법론에 대한 끊임 없는 모색 △임상 연구 및 교육에 토론식 방법 실천 △동의보감 연구와 교육을 통한 후진양성의 방법론 제시 △동아시아 전통의학계에서의 한국 한의학의 정체성 확립 △한국 한의학의 국제화 방안의 구체적 방법론 예시 등을 꼽았다.
‘동의보감과 현동학당에서 바라보는 암의 인식과 치료’에 대해 발표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암센터 윤성우 교수는 과거 의서에 기록된 암에 대한 인식은 현대과학에서 말하는 암의 기전과 유사한 면이 있으며 최근 논문에 따르면 한의 치료를 받은 군이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재발률이 낮고 생존기간을 연장하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윤 교수는 암 환자에게 있어 옹저, 육울, 적취와 같은 한의학 개념을 토대로 치료하고 있으며 이는 현동 선생의 치료적 관점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현동의감에 따르면 癰疽는 오행이 돌아가지 않아서 오는 병이고 정기신이 부족해 온다.
癰이 돼서 隆起되고 열이 나면 문제가 되지 않으나 요즘 항생제와 해열제를 많이 쓰다보니 이게 감춰져 癰이 되지 않고 疽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疽가 돼서 속으로 자꾸 들어가 자리를 잡아 병세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積聚는 덩어리나 멍울이 형성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臟腑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즉 動하지 않는 상태를 통틀어 積聚라고 생각해야 한다.
인체가 動하면 부드럽고 탄력이 생기게 되는데 그렇지 못해 인체에 생기는 질환이 積聚로 그 대표적인 예가 肝積으로 볼 수 있는 간경화다.
積聚가 잘 다스려지지 않고 오래되면 癰疽가 된다.
윤 교수는 “환자들에게 얼마나 임상적인 유효성을 낼 것인가에 한의학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있다”며 “근본적인 한의학적 치료법으로 가장 월등한 효과를 내는데 현동학당이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현동 오행침’도 소개됐다.
류수형 한의사에 따르면 ‘현동 오행침’의 핵심은 침 치료에 있어 진단을 중요시하며 색과 맥을 중심으로 병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데 있다.
증상에만 집중하기보다 증상이 나타난 원인을 찾아 약을 처방하는 것과 동일한 관점에서 침을 처방하며 치료효과는 증상의 변화, 맥의 변화 등으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현동학당 진료공유 시스템 및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개발’에 대해 발표한 이태형 한의사는 한의계에 한의학의 학문적 토대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의학의 학술적 가치를 능동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의보감을 토대로 한 진료기록 공유시스템과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의 구축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동의보감 병증, 병인, 병명 용어를 정리하고 공유된 용어를 바탕으로 구성원 간 수집된 진료기록 데이터를 교류,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외에 △현동선생님 진료기록 방식 고찰 △현동선생님 임상참관 케이스 분석 △시각의 시대에 맥진을 전달하기: 현동학당의 진단과 교육을 중심으로 △동의보감 병명의 이해 : 현동학당에서 본 병의 원인과 병명의 관계 △임상데이터 기반 침구 선혈 방식의 이해에 대한 발표가이어졌다.
한편 현동 김공빈 한의사는 학술대회에 앞서 “변화하는 가운데 불변의 법칙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한의학에서는 변증, 즉 병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한의사는 한의학을 했을 때 존재 가치가 있으며, 한의학을 열심히 해 서양의학을 한의학에 녹여 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많이 본 뉴스
- 1 경희한의대 임상술기센터, 학생 임상역량 고도화 주력
- 2 지역 방문진료 강화…보건진료소에 한의과 등 공보의 배치 추진
- 3 무엇을 근거로 괜찮다고 설명할 것인가?
- 4 내과 진료 톺아보기⑭
- 5 안양시, 연예인들과 함께 K-medi ‘홍보 한마당’
- 6 실손보험 청구 앱 ‘실손24’, 시행 4일 만에 22만 명 가입
- 7 부산 한의 치매예방 관리사업 효과, 국제학술지에 게재 ‘눈길’
- 8 예비 한의사를 위한 임상 실습과 노하우 공유
- 9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 행정과 진료의 경계를 넘다”
- 10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 행위, 건강보험 적용 계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