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강단에 서는 서울시한의사회 이병삼 홍보이사
최근 한의학에 대한 다양한 홍보방안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젊은 세대에서는 한의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해 대학 강단에서 한의학에 대한 이해와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질환의 치료에 대한 한의학적 방법을 소개, 한의학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한의사가 있어 화제다. 바로 서울시한의사회의 이병삼 홍보이사다. 새 학기 첫 수업을 시작하는 봄날, 서강대학교에서 그를 만났다.
미래 여론 주도층에게 한의학 제대로 알린다
이병삼 이사는 서울 강서구에서 서울경희한의원을 10년째 운영하며, 많은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져 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개원한의사 생활을 하는 가운데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들마저도 우리 고유의 의학이자 미래의 성장동력이며, 수천 년 전부터 현재까지 훌륭한 치료성과와 양생법을 가지고 있는 한의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적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다. 더불어 서울시회의 홍보이사로 활동하면서 한의학의 유용함을 다양한 연령층에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
그러나 한의원에서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는 한정되어 있고, 짧은 진료시간에 그들에게 한의학적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 이 이사는 미래의 여론 주도층에게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한의학을 제대로 알리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의학 강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3~4년 전부터 서강대학교를 비롯해 한국사이버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 원광디지털대학교 등에서 한의학 교양과목을 맡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는 올해로 3년째, ‘사상의학의 이해’와 ‘건강과 한의학’이 한 학기씩 번갈아 가면서 개설되어 있다.
“한의학과 사상의학에 대한 입문과 맛보기의 성격으로 수강자가 한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아니기에 우선 강의 내용에 있어 어려운 내용은 되도록 배제하고 재미를 통하여 한의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직·간접적인 한의학의 체험을 통해 동기 유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강의 첫해에는 수강생이 학기당 50명을 넘지 못해 강의 지속 여부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이듬해부터는 200명 정원의 대형 강의실을 채우고도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싶다고 50여명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도 서강대학교에서 가장 큰 강의실을 배정받아 300명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했다. 이날도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을 뿐 아니라, 정원이 차 신청을 못한 많은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었다.
“수강 신청을 한 학생들 외에도 뒤늦게 이메일이나 전화로 수강을 하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아 행복한 고민입니다. 물론 수강생의 숫자가 강의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이와 상응하는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있으니 나름 명실상부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큰 성공과 관심을 이끌어 낸 한의학 강의에 대한 비결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병삼 이사는 희소성, 한의학의 매력, 재미를 꼽았다.
“우선 강의의 희소성이라고 봅니다. 한의학 비전공자가 그 어느 곳에서도 한의학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없거든요. 그러한 점을 학생들에게도 힘주어 이야기 합니다. 또한 한의학을 접한 학생들은 학기가 끝날 즈음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가 건강해진 것을 체험할 수 있어 한의학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진부한 강의의 형식을 벗어난 수업과 적당한 툴을 사용해 재미있는 수업을 추구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 시간을 TV방송의 ‘아침마당’이라 생각하고 강의를 되도록 재미있게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300명 강의실 가득 메운 학생들…한의학 매력에 흠뻑
또한 그는 더 많은 대학에서 한의학 교양과목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의학은 추상(抽象)과 구상(具象)이 절묘하게 융합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강을 통하여 학생들이 일상에서 충분히 한의학적인 매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 너무 우리들만의 언어와 사유체계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쉬운 한의학적 용어와 이론들로 일반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저의 강의는 그러한 시도이자 대중의 눈높이를 가늠하여 앞으로 구체적인 성과물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사는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있는 교양수업이야말로 앞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일익을 담당할 지식인들에게 한의학이 제대로 이해되고 자리매김될 수 있는 장이 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특히 박물학적인 지식의 보고인 한의학은 무궁무진한 신종 학문을 잉태할 자궁과도 같다고 감히 자부하며 대학에서 이러한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나름 거창하게 의미 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 강의 외에도 젊은 층에게 한의학을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SNS를 비롯한 파급력 있는 매체들이 다양한 오늘날, 회원 각자가 한의학의 전사(戰士)가 되어 한의학을 알리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 한의사나 각 한의원, 한방병원의 홍보가 곧 한의학의 홍보입니다. 물론 너무 상업적으로 치우치면 오히려 우리에게 역효과의 부담이 몇 배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니 말 그대로 명실상부해야겠습니다. 재미있고 내실있는 콘텐츠를 개발하여 친숙함을 전달하는 한편 유치원, 초·중·고·대학생들에게 한의학을 긍정적인 모습으로 접하게 해야 한의학의 대가 끊이지 않습니다. 많은 한의사가 다양한 면에서 이들의 멘토가 되어야 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대학 강단에서 한의학을 알리는 것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를 비롯해 다른 의과대학 내에서도 한의학 강의를 해보겠다는 포부다.
“회원 한사람 한사람, 한의학의 전사(戰士)가 돼라”
끝으로 그는 제도적·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들에게 각자의 맡은 자리에서 실력을 배양하고 성심을 다해 환자에게 헌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도적으로 한의학이 가장 존중받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가 확신하듯 한의학은 여러 면에서 훌륭합니다. 서양의학이 모든 병을 절대로 완치해낼 수 없기 때문에 한의학은 결코 망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간혹 자조 섞인 말로 ‘한의원은 4차 의료기관이다’라고 하지만 그 속에 또한 희망이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지경에서라도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를 고쳐본 경험이 대한민국 한의사라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적든 많든 그러한 케이스들이 쌓여서 일반화된다면 우리가 애써 목소리 높여 한의학을 홍보하지 않더라도 환자들 누구라도 ‘first choice’로 한의원을 찾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또한 각자가 ‘내가 망하면 한의학은 모두 망한다’는 절박함과 자부심으로 성심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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