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신체 불균형, 거부감 적은 추나 치료 효과적”

기사입력 2019.07.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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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훈 척추추나신경의학회 특임이사, 6년째 강원도서 장애인 방문 진료
    추나·봉침으로 지적장애인 재활 및 삶의 질 개선


    기성훈2

    [한의신문=윤영혜 기자]본란에서는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장애인 시설인 해뜨는집과 자매결연을 맺고 6년째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고 있는 기성훈 척추추나신경의학회 특임이사(양천구 누리담한의원)로부터 장애인 한의 치료의 강점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강원도에서 방문 진료를 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적 장애인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에 다녀 장애인들에게 친숙했다. 막연하게 장애인에 대한 의료 봉사를 희망하고 있던 차에 2013년 어느 날 마침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병이 나은 목사님이 자폐가 있는 딸을 직접 데려오셔서 추나 치료를 하게 됐다. 예상보다 환자가 추나 치료에 거부감이 없고 친밀한 치료 방법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그 목사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사회복지 시설인 해뜨는집으로 방문 진료를 시작하게 됐다.

    ◇치료 대상과 시설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해뜨는집은 사회복지법인인 동광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생활시설이며 약 30여명의 지적장애인과 이들의 생활과 재활을 돕는 원장님 이하 10여명의 선생님들이 생활하고 계신다. 총 40명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번씩 6년간 진료를 해 오고 있다.

    ◇장애인 대상 한의 진료의 특징은?

    지적 장애인들은 대개 자폐증, 소아마비, 뇌성마비, 뇌손상 및 뇌병변, 다운증후군 등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해뜨는집에는 최중도부터 경도까지 다양한 등급의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몸은 어른이어도 마음은 어린아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침습적인 침 치료보다는 비침습적인 추나 치료가 더 거부감이 적고 효과적일 수 있다. 지적장애인들은 겪고 있는 장애에 따라 특유의 자세 문제가 있다. 특히 편마비가 있는 경우 신체 불균형이 심각한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추나 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다만 지적장애인의 특성상 의료인의 지시에 따르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환자의 도움이나 피드백이 필요한 기법들보다는 한의사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기법들 위주로 진료하게 된다. 경도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에게는 필요한 경우 일반인과 동일하게 침 치료와 약침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또 필요한 경우에는 상황에 맞는 한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경험상 처방을 했던 경우는 주로 체중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 기력이 너무 떨어진 경우, 잘 조절되지 않는 자가 면역성 염증이 있는 경우, 기능적 부정맥이 생긴 경우 등이었다. 이러한 한의 진료를 통해서 장애인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 지적장애인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따라 대개 몇 종류의 양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양약들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데도 한의진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추나 치료 외 도움이 되는 치료는?

    장애인은 일반인보다 면역계통의 기능이 더 약한 경우가 많아 자가면역성 염증과 같은 만성적인 염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자세의 불균형으로 인해 힘이 쏠린 부위에 염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경우 강력한 소염 효과를 지니며 면역계통의 불균형을 개선해주는 봉침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봉침 시술에는 다소의 통증이나 불편감이 동반되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시술할 필요가 있다.

    ◇기억에 남는 환자 및 치료 사례는?

    아무래도 장애인 한의 치료에 관심을 갖게 해 준 첫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3년 처음 진료했던 목사님의 딸 이 모양은 심한 자폐증을 갖고 있었다. 기능 이상이 있는 부분들을 진단해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추나 요법을 시행한 후 치료가 끝나고 나서도 추나 치료대에서 내려가지 않으려 했다. 한참을 어르고 달래서야 귀가시킬 수 있었다. 사실 자폐 장애인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최선을 다해 뒤틀린 근육들을 풀어주고 어긋난 관절들을 맞춰주며 두개골의 율동적인 리듬을 바로잡아 주었다. 이 진료를 통해서 이 모양의 자폐가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에 대한 추나 요법 적용을 시작할 수 있었고 2019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방문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

    해뜨는집의 근무자인 간호사 출신 길모 선생은 늘 장애인들을 돌보고 들고 옮기고 하느라 어깨가 남아나질 않았다. 우측 회전근개 파열로 어깨가 붙어있는 것 자체가 괴로울 정도였다. 꾸준한 추나요법과 약침 시술, 적절한 지압 지도와 운동 처방을 통해 자세를 바로잡고 현재는 어깨가 완치됐으며 이제는 장애인들이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한의사 방문 진료의 장점은?

    지적장애인을 진료한다는 것은 장애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가진 기능이상을 개선해주고 양약으로 인해 생긴 부작용을 완화시켜 장애인의 삶의 질의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에 치료효과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편함의 호소가 어려운 장애인들의 특성상 예방적 진단과 진료에 강점을 지닌 한의사가 장애인의 기능이상을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해주는 것은 장애인의 삶의 질 유지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섭생과 양생의 관점에서 장애인의 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티칭을 해주는 것도 하나의 강점이 된다.

    ◇최근 정부가 커뮤니티케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의계의 역할은 무엇일까?

    현재 해뜨는집 방문진료를 하면서 봉사를 하는 입장이지만 봉사를 받는 당사자인 지적장애인들과 시설 근무자들도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왕왕 어떤 모임에서 한의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 진료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상당했고 이런 경험은 한의사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한의사의 커뮤니티케어는 사실 매우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계는 이미 공중보건한의사 제도를 통해 커뮤니티케어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생각한다. 한의약은 그 자체로서 방문진료에 적합하며 강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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