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와 서양의료가 각자 존재해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기사입력 2019.0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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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동 교수님이선동 교수 상지대 한의과대학

    時論 - 한의사(협회)와 의사(의협)의 관계
    “중요한 것은 현재의 이원화를 유지하면서 중의학처럼 진단과 치료시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
    의학과 한의학은 서로의 생명관과 의학체계가 차이가 있고 너무 달라

    요즘 한의협과 의협간의 날카로운 싸움과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의협은 근래 의료일원화,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 추나건보 참여 등에 계속 딴지를 걸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한의계 내부의 문제를 부각시키며 사사건건 문제를 삼거나 한의학이나 한의사를 폄훼한다.
    심하게는 한의사나 한의학을 아예 무시하고 한의대를 없애야 한다고까지 한다. 힘이 더 우위에 있는 전형적인 ‘갑’의 태도이다. 의협에서 한의학(또는 한의사)을 비난할 때 사용되는 단골 주제는 한의학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이다.

    유효성과 안전성은 의학의 필수요소이다. 유효성과 안전성은 한·양방 갈등을 떠나서 의학이 가져야할 핵심요소라는 뜻이다. 의협은 의학이 반드시 가져야할 요소인 유효성과 안전성을 한의학은 부족하거나 없다고 부각시켜 타격을 주려하는 것이다.
    한의계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이고 올바른 대처가 필요하다. 유효성과 안전성은 증거중심의료(EBM)를 말한다. 경험으로 제각각의 진료가 아니라 그동안 연구되거나 객관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으로 표준적이고 예측 가능한 진료를 하고 있느냐이다.

    의협이 문제 삼는 지점, 귀를 닫아서는 안돼
    이것은 한의계에도 매우 중요하다. 증거중심진료는 최신의 현재 가능한 최고의 진료를 할 수 있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평균적이며, 높은 예측성으로 한의사와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의료 발전과 변화가 가능하게 한다. 즉, Data 중심의 진료이다. 질 높은 Data가 쌓이면 Big Data가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Big Data의 의학적 역할과 가능성은 매우 크다. Data는 New Oil이며 증거중심진료는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의협이 한의학의 유효성과 안전성 문제를 삼는 것은 한의계를 폄하하고 무시하고 단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한의계는 귀를 닫아서는 안된다.

    Data와 증거중심의료는 현대 보건의료계에서 피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는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한의계의 적극적인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의료계의 갈등은 서로 물러설 수도 없고 물러서도 안되는 Zero Sum 싸움이다. 의협에서 자신들의 강점과 힘을 내세우는 것처럼 한의계에서도 이에 대한 대처나 노력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의사와 의사 관계의 핵심은 의료의 중복성이다. 한의사나 의사가 동일시장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는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한의계 스스로 의협에게 빌미가 되지 않도록 하자.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의사와 차별, 차이, 비교우위 분야의 개발이다. 잘 알고 있듯이 중의학은 정부의 주도로 많은 발전과 변화를 이루고, 서양의학과 공존과 공영하고 있으며 큰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그냥 그렇게 쉽게 된게 아니라는 것이다.

    반드시 일원화를 해야 하는가도 고찰해야
    중의학은 중의우세병종(한의치료 우수질환), CPG 개발 및 기반진료, 병증변치, 진단과 치료시 의료기기 사용, 감염질환 치료, 중의 준응급의료센터 운영, 이외에도 Cnki를 통해 중의약 연구결과를 제공하여 모든 중의사들이 진료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한의학과 상당히 다른 체계로 운영되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지만 피할 방법이 없다면 즐기거나 싸워야 한다. 최근 의협은 의료일원화 문제와 관련되어 한의대를 없애려고 하며 한의사를 자신들의 동급이라고 여기지도 않는 것 같다. 장기적으로 한의대를 없애서 의료를 독점하고 의료인으로서 한의학 치료를 자유롭게 하고자는 의도이다.

    한의사를 동급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자신들이 강자라는 것을 내세워 여러 협상에서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하는 전략이다. 문제가 있으며 고압적인 태도이다. 이때 한의계가 취해야 할 태도는 孟子가 말한 “도덕이란 쌍방의 일이다. 상대가 어질지 않으면 나의 불의를 탓할 수 없다”가 답이다. 특히 최근 의협과 한의협의 싸움이 의료일원화 건으로 발단되었는데 반드시 일원화를 해야 하는가도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처럼 일원화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지만, 중국처럼 의료의 이원화, 삼원화로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의학과 한의학은 서로의 생명관과 의학체계가 차이가 있고 너무 다르다. 일원화시에 많은 문제와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기기는 의사만의 전유물이 절대 아니다
    특히 의협의 태도나 입장이 한의협을 동급의 협의대상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국가나 소비자 입장, 일부 한의사들은 일원화에 대해 큰 관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여건이나 상황을 볼 때 서로간 준비도 덜되거나 안 된 것 같다. 그리고 반드시 당장에 해야 될 것도 아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이원화를 유지하면서 중의학처럼 진단과 치료시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의료의 생명이며 그 혜택은 환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의 산물일 뿐이고 의사만의 전유물이 절대 아니다. 전통의학이 제도적으로 존재하는 대부분 나라들은 의료기기를 진단과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이건 당연한 것이다. 의료기기 사용 건은 현재 한의계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우선순위이고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의사의 사용 노력과 국가, 국민을 상대로 협조와 지원을 구해야 한다.
    영혼의 치유를 하는 방식이 종교마다 다르다. 이를 위해 여러 종교가 필요하듯이 한의와 서양의료가 각자 존재해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특히 각 의학이 불완전하고 한계가 있는 상황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앞으로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하다면) 두 의학이 서로 존중하고, 공존과 상생의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할 일을 똑바르고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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