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동 인 /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선임연구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서동인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선임연구원이 문제기반학습(PBL) 연구회 세미나를 참관한 후 느꼈던 점을 싣는다.
PBL 교육경험 공유의 장
지난 9일 부산 인제의대에서 한국의학교육학회 주관으로 문제기반학습(Problem Based Learning, PBL) 연구회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의 주제는 ‘PBL의 새로운 도전과 전략’이였으며 약 50여명이 참석했다. 문제기반학습 또는 문제바탕학습이라고 불리우는 PBL이란 Barrow가 주장한 교육방식의 하나로 제시된 실제적인 문제를 학습자들이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학습자 중심의 학습환경이자 모형을 말한다.
지금은 어느 의학계열에서 흔히 접하는 익숙한 용어지만 2000년대만 하더라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도입되었던 방법이자 철학이었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임상추론에 대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PBL이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봉착하면서 현재 의과대학에서도 전체 비율이 줄어가고 있는 추세다.
장혜원 교수(성균관의대)는 PBL의 운영에 대한 문제와 해결방안의 경험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PBL의 가장 큰 문제로 지식전달에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PBL을 운영할 경우 기존에 해오던 강의식 전달방식에 비해 많은 에너지와 협력,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아져 많은 현장의 교수들이 제대로 된 PBL을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음을 주장했다.
장 교수는 또한 문제 자체가 너무 임상해결을 위한 지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부과적으로 길러야 할 협력, 의사소통과 같은 역량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고, 학생들의 임상 추론 연습을 위한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부여하는 데도 쉽지 않음을 언급했다.
그 밖에 교수들의 PBL에 대한 인식 부족 및 PBL 증례 개발 등 여건이 쉽지 않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교수는 본인이 PBL을 통해 교육효과를 경험한 장본인으로 소개하고, PBL의 장점이 더 많이 있음을 알렸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PBL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제의대 이종태 교수는 PBL 교육에 있어서 회의적인 시각에 동의하면서 이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PBL에 있어서 진료상황의 진정성(Authentic)이 가장 중요하고 주장했다.
즉, 실제처럼 학생들이 진료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표준화 환자(Standardized Patient)를 활용해 시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학생들이 전문가들의 사고방식을 모델링 할 수 있도록 하는 SERO(Situation based Expert’s Reasoning Orientated) 학습 모델 프로그램을 소개했는데, 진료능력 향상을 위해 임상추론시 학생들의 추론 방식에 대해 확인할 수 있도록 실제 전문가들의 진료행태와 각 단계별 임상추론에 대한 방식을 분석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도 같은 의료상황에 대해 학생들이 전문가들의 다양한 판단을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과학적 원리에 기반해 설명과 논증을 하는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보고했다.
마지막으로 조지아대학의 최익선 교수가 한국 의학교육에서 PBL의 근원적 의미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의사를 교육하는 방식에서 PBL이 빠진다면 향후 미래 한국사회에서 가장 고립된 집단으로 남을 것이라는 말로 시작하면서 PBL이 가진 철학과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즉, 단순한 지식 전달의 방법으로서의 PBL이 아니라 향후 학생들이 문제를 생성하고, 학습을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은 PBL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PBL 자체가 학생들을 불편하고 인지적으로 흔들어 놓는 것인데 그 자체를 통해 학생들이 학습의 자세가 형성되고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의미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더 나아가 더욱 불확실한, 예측불가능한 미래 사회에서 PBL이 문화로서 정착이 되어야 하며, PBL의 과정에서 단순 지식이 아닌 종합적인 능력을 배워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육현장에서의 응전은?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에 비유했다. 외부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했던 민족과 문명은 번성하지만, 그렇지 않은 문명은 사라졌고 또 도전이 없는 민족이나 문명도 무사안일에 빠져 사라지고 말았다. 한국 의학교육의 맥락에서 PBL은 큰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PBL뿐만 아니라 새롭게 대두되는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의학교육은 효과성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교수도 학생들도 그렇게 훈련받아왔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방식에 대한 저항 때문일 것이다. 결국 근원적인 것은 교육과 학습의 철학문제이다.
예상컨대 이와 같은 PBL 교육에 대한 한계의 고민은 한의학교육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그 이후에 뾰족한 대안이 있을 것인가?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그럴듯한 만병통치 교육(방식)이 나올 리 만무하다.
개인적으로 PBL이 가진 교육 철학과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꼭 PBL이 아니더라도 향후 좋은 교육사례가 있다면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공유하면서 알리고자 한다. 이것이 도전적인 한의학교육의 현실에 대한 나만의 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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