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명주나비의 꿈(上)

기사입력 2018.06.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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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우 원장(원재한의원)

    1. “쥐방울덩굴이 우리집 마당에 꼬리명주나비를 불러들인다고요?”
    지난 가을 군위 한밤마을에서 가져온 쥐방울덩굴의 열매 씨앗을 매원집 담장 아래 곳곳에 심어두고 이제나 저제나 싹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매일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보고 아내는 못 미더운 듯 물어본다.
    “그럼, 꼬리명주나비가 이 쥐방울덩굴 잎에 알을 낳고, 그 알이 자라서 꼬리명주나비가 태어날 거야. 그러면 우리집 마당에 꼬리명주나비가 훨훨 날아다니게 될걸?…”
    “아니 꼬리명주나비가 우리집에 쥐방울덩굴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와서 알을 낳는다는 말이에요? 당신도 참,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아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씩 웃는다. “두고봐, 조금 있으면 우리집 마당에 꼬리명주나비가 훨훨 날아다니게 될 꺼야, 나중에 매원마을 곳곳에 쥐방울덩굴을 심고 우리 마을 어느 곳에서나 꼬리명주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될 꺼야.”
    쥐방울덩굴이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의 먹이식물(식초, 食草)이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과연 내 뜻대로 꼬리명주나비가 우리집 마당에 훨훨 날아다니게 될지는 내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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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쥐방울덩굴(Aristolochia contorta Bunge)은 다년생 덩굴식물로 마도령, 쥐방울, 방울풀, 까치오줌요강, 까마귀오줌통 등으로도 불린다. 산림청 희귀식물, 약관심종으로 분류되는 식물자원이기도 하다.
    쥐방울덩굴은 색소폰처럼 생긴 꽃 모양이나 열매 주머니 모양이 무척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식물이다. 가을철이 되면 마른 열매가 가는 실 같은 꽃자루(花梗)에 매달려서 예쁜 바구니나 낙하산 모양으로 매달려 있어서 야생화를 촬영하는 사진가들에게는 좋은 작품 소재가 되기 때문에 즐겨 찍는 식물 중의 하나이다.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는 쥐방울덩굴이나 등칡 잎 뒷면 또는 앞면에 알을 낳고, 그 애벌레는 잎을 먹고(먹이식물, 食草) 커간다. 그러므로 쥐방울덩굴이 없어지면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도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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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방울속 식물체 전체에서 나는 냄새는 수컷 사향제비나비의 사향(麝香; 사향노루나 사향고양이의 향낭(香囊)에서 나는 향) 냄새로 스며들어서 사향제비나비는 몸에서 특유의 사향 냄새가 난다고 한다.
    한글명 쥐방울은 16세기 초에 쥐방올, 그리고 17세기 초에 쥐방을로 기록된 오래된 우리 이름이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 향명으로 勿兒隱冬乙乃(물아은동을내), 즉 말 勿(물), 아이 兒(아), 숨길 隱(은), 겨울 冬(동), 새 乙(을), 이에 乃(내)로 기록되었다. 17세기에는 쥐방울을 ㅁ·ㄹ△·ㄴㄷ·래(말산달래)7)라고도 불렀던 모양이다.
    한의학에서는 쥐방울덩굴의 열매를 마두령(馬兜鈴)이라 하고, 뿌리를 청목향이라 하여 폐열로 인한 해수, 가래, 천식 등에 모두 응용되며 위장염, 이질에도 사용하였으며, 고대 서양에서는 출산을 자극하는 약재로 사용했다고 하지만, 이 종류에는 산부와 태아의 생명과 유산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물질(aristolochic acid)이 들어 있다. 아리스톨로크산은 쥐방울덩굴과에 속하는 광방기·관목통·청목향 등에 함유돼 있는 성분으로 신장조직에 유전자변이를 일으키고, 투여용량에 따라 간질 섬유화를 동반한 만성신부전과 신장암·비뇨기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생약규격집(KHP)에서 삭제되었다.
    마두령(馬兜鈴)은 종자 바구니 모양이 말(馬)에 달았던 방울을 닮은 데에서 비롯하고, 일본명 우마노수주쿠사(馬の鈴草, 마령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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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명 아리스토로키아(Aristolochia)는 여성 생식기 구조에서 비롯하는데, 꽃 모양이 나팔관을 닮았고, 아래에 부풀어 오르는 열매 모양을 자궁에 비유한 것이다. 출산(lochia)과 가장 좋다(aristos)는 의미인 고대 희랍어로부터 유래한다.

    3. 군위 한밤마을은 오래된 돌담길 주변에 쥐방울덩굴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으며, 가을이 되면 잘 익은 산수유랑, 적당히 단풍이 물들어가는 감나무가 마을 곳곳에 자라고 있어 전통마을의 풍취가 물씬 풍기는 마을이며, 왕과와 같은 특이한 야생화들도 간혹 자라고 있어서 내가 종종 찾는 마을이다.
    2년 전 가을, 군위 한밤마을에 가서 쥐방울덩굴의 마른 열매(민간에서는 까마귀오줌통이라고도 한다)를 촬영하고는 열매 속에 잔뜩 들어있는 씨앗을 한 움큼 채집하여 꼬리명주나비를 매원 우리집에 불러들일 요량으로 매원집 담장 아래 곳곳에 심어두었다.
    “쥐방울덩굴 잎을 벌레가 온통 다 갉아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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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를 걸러 2년만에 쥐방울덩굴이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면서 꼬리명주나비의 꿈을 꾸던 어느날 아내가 놀라서 나를 부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그마한 애벌레들이 새카맣게 붙어서 쥐방울덩굴의 잎을 모조리 갉아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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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흥분하면서 말했다.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일 수도 있어. 한번 찾아봐.”
    인터넷을 뒤지던 아내는 “꼬리명주나비 애벌레가 맞네요. 세상에.정말 꼬리명주나비가 우리집 담장 아래 자라는 쥐방울덩굴을 찾아와서 알을 낳았나 보네요”라면서 못내 신기해 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와 함께 사향제비나비의 애벌레도 함께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사향제비나비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녀석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흥분하게 되었다. 사향제비나비는 몸에서 사향 냄새가 난다고 해서 내가 특히 관심이 가는 나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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