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있는 한의학으로 한국으로 오게 하자

기사입력 2018.05.0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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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알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해외 환자를 한국으로 내원하도록 하는 것이
    한의약 해외 홍보회 기획의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겠는가?”


    “원장님 함께 가시죠!” 내 앞에 앉은 여성분은 거침이 없으시다. 2주 후에 출발이라고 한다.

    작년 11월 초에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라고 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라.
    나에겐 그저 낯선 이름이다. 한의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그저 그렇고 그런 마케팅과 관련된 사설기관의 전화인 줄만 알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어떠한 곳인지는 모르지만, 굳이 만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약속에 응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라는 곳에서 근무한다는 팀장이라는 분이 나를 찾아왔다. 한의약글로벌TF팀 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의약 해외환자 유치 및 해외 진출 지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다고 했다.
    아주 당찬 여성분이셨다. 나보다도 훨씬 어려 보이는 외모의 팀장님은 한의학을 전 세계에 알려내려는 사명감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런 분이 나에게 함께 UAE(아부다비, 두바이)를 가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 그것도 불과 2주 후의 출발인데.
    그렇게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처음엔 당황해서 하루만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결심을 하고 진료 예약 일정을 서둘러 조정하였다.
    2017년 11월 25일부터 29일까지 UAE(아부다비, 두바이)에서 진행된 한의약 비즈니스 포럼은 나에게 무척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국내 한의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포럼으로 해외 전통의학과 대체의학 시장에서 한의학의 잠재적인 수요 발굴과 진출 시장 분석, 네트워크 확보 등을 위한 국가적인 차원의 비즈니스 포럼이었다.
    그 시간은 한의학의 세계 진출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사막의 기적을 이룬 중동인들은 전 세계인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경험한 이후 나는 새롭게 눈을 뜬 기분이었다.
    “한의학적인 피부 치료로 한국을 찾게 만들자.
    중동의 사막으로도 전 세계인을 불러 모으고 있는데, 한국에만 있는 한의학으로 한국으로 오게 하자.”
    나는 새로운 기회가 오기를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첫 번째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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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도 한의약 일본 홍보회 행사가 기획되고 있었다. 4박5일간의 일정이었다.
    ‘2018 KCON JAPAN’이었다.
    이 행사는 매년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케이팝(K-POP), 패션, 뷰티 등의 컨벤션과 콘서트를 결합한 대표적인 한류 페스티벌이다.

    3일간의 콘서트에 참석하는 아티스트는 워너원, 트와이스, 여자친구, 선미, 구구단 등으로 라인업도 엄청났다.
    하지만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
    시기도 급박했지만 통역을 비롯해 일본어 관련 진료 매뉴얼과 홍보 책자 등 뭐하나 준비된 것이 없었다.
    처음에는 다 포기하고 다음 기회에 제대로 준비해서 가자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늘 곁에서 도와주는 윤예지 실장과 박연경 진료원장이 이번에도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진료 매뉴얼을 만들고 홍보 책자와 홍보 동영상까지 새롭게 제작했다.
    행사 준비로 퇴근 시간이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가장 고민이었던 통역 부분은 평소 치료를 위해 한의원에 내원하던 지인께 부탁했다.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기에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모두가 참으로 감사한 인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참가한 행사의 현장에서 느낀 한류의 인기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언론을 통해 한류를 간접 경험하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느낀 것과는 천양지차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 뜨거운 현장의 한구석에 자리잡은 한의약 홍보체험관을 찾는 일본인의 수도 무척 많았다.
    생기한의원을 비롯해서 원광대한방병원, 자생한방병원, 소람한방병원, 하늘마음한의원, 우송한의원 등 모두 6개의 한방 병·의원을 대표해서 참석한 의료진들이 쉴 틈 없이 진료와 상담을 했다.
    그곳에서 나는 3일간 40명이 넘는 일본인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아토피를 비롯해 건선, 지루성피부염, 여드름, 두드러기, 한포진, 사마귀 등 무척 다양한 피부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1년 이상의 오랜 기간 피부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스테로이드제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자가관리를 하고 있었다.
    현대 서양의학의 피부 치료에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역시 멀지만 가까운 나라였다.

    이들에게 한의학적인 피부 치료의 우수성과 치료의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한의학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알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들을 한국으로 내원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기획의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겠는가?

    어지간한 정성과 치료에 대한 확신이 아니고서야 현해탄을 건너오지 않을 것이 자명한 이치이기에 무척 열심히 상담하고 진료했다.
    대부분의 진료는 통역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졌다.
    한국에서 10분이면 필요한 설명이 통역을 거치는 사이에 20~30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성질 급한 나는 중간중간 손짓 발짓에 서툰 영어까지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가면 일본어를 배워야지. 그런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아침, 점심, 저녁의 일본어 인사말조차 몰랐던 나는 이번 일정을 통해서 간신히 인사말을 외우는 정도로 진일보했다.
    한국에 돌아와 진료하면서 직접적인 대화가 통하는 우리나라의 피부 환자분들이 무척이나 감사하게 느껴졌다.
    결국, 이번 여행의 또 다른 깨침은 너무나 당연해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감사함이었다.

    하지만 통역이 필요하지 않은 분들도 꽤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한류의 힘일 것이다.
    한국어를 듣고 쓸 수 있는 일본인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어찌 보면 한류를 통해서 이미 한의학의 발판이 마련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행사 내내 진료를 하면 할수록 강하게 느껴졌다.

    행사 기간 동안 보건산업진흥원과 코트라의 관계자들은 쉴 새 없이 홍보부스를 누비며 수고를 하였다.
    그 모습에 참석했던 의료진도 함께 열심히 진료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참석한 의료기관은 대부분 종합병원이나 네트워크 한의원이었다.
    그 가운데 홀로 한의원을 운영하는 대구 우송한의원 원장님의 열정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혼자서 한의원을 했던 과거의 나라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 원장님을 보면서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행사 기간 큰 실수는 없었다.
    다만 첫날 점심 식사를 위해 부스를 잠시 비운 것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통역과 홍보로 힘들어하는 우리 팀원들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점심 식사를 사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팀장님은 카톡으로 부드럽게(?) 지적해주셨지만 사실 매우 부끄러웠다.

    그 짧은 시간에도 상담하기 위해 방문을 했던 일본인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튿날과 마지막 날은 아예 부스 안에서 간단히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면서 상담과 진료가 지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모든 일정이 끝난 마지막 밤. 동료 한의사 선생님들과 학수고대했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비싸고 구하기 힘든 공연 티켓을 선물받은 것이었다.
    트와이스를 비롯한 아이돌의 공연을 직접 보다니.
    그간의 고단함을 잊을 만했다. 그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이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이제는 세계로 가는 것이다.
    12년 전 대전의 외곽 동네에서 개원하던 초심이 느껴진다.
    한의학적인 피부 치료의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확인했다.
    전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느껴진다. 내실을 기하면서 세계 시장의 문을 힘차게 박차고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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