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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73)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그 국가의 문화적 역량이 뒷받침될 때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삶의 질은 문화생활의 향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인식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문화산업은 팽창하고 있고 여기에 디지털기술이 접목되면서 국가적 경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을 혹자는 “文化戰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화를 통해 국가적 경쟁률을 높일 수 있는 분야로서 한의학을 뽑을 수 있다. 문화콘텐츠란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창의력, 상상력을 원천으로 문화적 요소가 체화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을 의미한다.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영화, 비디오,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방송, 음악, 인터넷모바일 등이 포함된다. ‘한방화장품’이란 개념은 한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정신적, 물질적 개념을 포괄하는 넓은 맥락에서 문화적 차원의 의미를 포괄한다. 단순한 한방적 화장품에서부터 한방적 화장 인식, 화장원료, 화장 기구, 미용에 대한 이해, 화장의 역사,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등 문화적 차원의 이해가 그 연구 대상이 된다. 한방화장품의 문화콘텐츠화의 필요성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한의학에 대한 국가브랜드화 전략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 기록문화유산등재 등으로 고양된 한의학에 대한 세계적 인지도 상승의 시기에 한방화장품이라는 한의학적 콘텐츠를 담고 있는 브랜드화 전략의 극대화가 필요하다. 둘째, 한방화장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한약, 한의학, 한의대, 한의사 등은 한국 전통의학의 브랜드를 담고 있는 핵심어로서 한방화장품에 대한 인식의 제고를 통해 브랜드적 가치의 상승을 동반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셋째, 한방화장품과 전통문화의 깊은 관계이다. 전통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은 한의학 인지도의 원천적 바탕이며 이것을 실제 화장품과 연결되는 인지적 변화를 지속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넷째, 한류열풍의 제고이다. 드라마 허준과 의녀 대장금 등의 드라마에 의해 제고된 한류의 한 흐름은 한류의 근원이 한의학과 깊은 관계 속에서 커지게 됐다는 점을 깨우쳐 주게 한다. 국내 관광객 유치와 해외시장 개척 등의 노력은 한방화장품의 문화콘텐츠화 작업을 통해서 커질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다섯째, 한방화장품 신규구매층의 확대를 위한 문화적 전략이 필요하다. 한의학에 대한 잠재적 수요, 미래적 수요 등은 한방화장품 구매층의 확대를 통해서도 부가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 방법론이다. 한방화장품의 문화콘텐츠화 원천소스를 예상해 본다. 첫째, 한국의 醫書이다. 의서 속에 나오는 화장품과 관련 콘텐츠들에 대한 정리와 활용 가능한 영역에 대한 다각적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화장품 관련 遺物들에 대한 콘텐츠 가공이다. 화장품 기구, 화장 약재, 화장 가구 등이 이에 속한다. 셋째, 화장품 관련 인물의 발굴이다. 화장품을 판매했던 매분구와 화장품을 사용했던 역사적 인물 그리고 피부미용에 대한 논리를 설파한 인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 화장 관련 설화에 대한 발굴이다. 화장을 통해 인생의 변화를 맞이한 설화 등에 등장하는 사건 등이 그것이다. 다섯째, 산문 등에 나오는 화장 관련 기록들이다. 여섯째, 역사기록 속에 보이는 화장 관련 기록들이다. 한방화장품 문화콘텐츠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영화이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무대로 한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다든지, 근대화 과정의 화장품 발달사, 화장품 성공신화에 대한 영화제작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둘째, 드라마 사극 등에 근대화기의 화장품을 소품으로 활용하거나 화장품 제품 판매 혹은 만드는 과정 등을 장면으로 삽입하는 것이다. 셋째, 애니메이션에 한방적 화장에 대한 내용을 넣는 것이다. 넷째, 한방화장품 관련 포탈을 구축해 지속적 콘텐츠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이다. 다섯째, 박물관 및 전시회를 통하는 것이다. 여섯째, 축제와 문화 마당 등에서 문화 강좌 등을 지역축제와 병행하는 것이다. 일곱째, 서적 출간(e-book 포함)으로 지속적 한방화장품에 대한 지식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이다. -
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모[한의신문=기강서 기자]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와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정창현)이 ‘2024년도 제1차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신규지원 대상과제’를 공모한다. 이번 공모는 총 102억4700만원이 지원되는 한의약 대표 R&D 사업으로 3개 분야, 26개 과제에 대해 진행, 과제별로 약 1억9000만원 부터 13억2000만원까지 지원되며, 연구기간은 2년 부터 최대 5년까지 주어진다. 한의약 연구에 관심 있는 연구자는 누구나 신청가능하며, 접수 기간은 오는 29일까지다. 지원 분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이드라인 개발’ 분야는 7개 과제(총 예산규모 32억 4천200만원)로 진행되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PG)의 개발을 목적으로 신규 CPG 개발연구 뿐 아니라 개발된 CPG의 최신지견을 반영한 개작연구도 지원한다. 특히 올해는 기존 3개 과제 규모에 해당하는 연구개발비를 1개 과제로 통합, 확대된 연구개발비로 관련 있는 신규 CPG 3개를 동시 개발하는 등 연구자의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연구를 지원한다. 또한 한의의료기술 최적화 임상연구’ 분야는 6개 과제(총 예산규모 44억 9천만원)로 한의의료기술의 과학적 근거 생성 또는 합성을 통해 임상적ㆍ정책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연구 분야이다. 이중 ‘근거창출’ 분야는 현 한의계에서 가장 시의성 있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대상 질환 중 2개 질환(기능성 소화불량,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규명 연구를 지원하며, ‘근거합성’ 분야 연구는 기존 연구 3개 과제 규모에 해당하는 연구개발비를 1개로 통합하여 확대, 늘어난 연구개발비를 바탕으로 유사 3개 질환의 연구를 동시 수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한 한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전문가 배출 및 한의 임상연구 데이터의 2차 활용연구 확산도 가능하다. 이어 ‘한의중개개인연구’ 분야는 13개 과제(총 예산규모 약 25억1500만원)를 선정할 예정이며, 창의적·도전적 연구 지원을 통해 한의 연구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자유주제 연구로 임상경험 및 현장의 아이디어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향후 대형 연구 및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준혁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장은 “현재 턱없이 부족한 한의계 R&D 지원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드러나지 않은 한의 연구 수요의 가시화가 필수적”이라며 “관심있는 연구자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접수된 과제는 6월 선정평가를 거쳐 8월경에는 최종 선정하고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며, 자세한 신규과제 공고 확인 및 접수는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www.iris.go.kr)에서 할 수 있다. -
우울증의 침 치료, 얼마나 받아야 효과 있을까?[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권찬영 동의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KMCRIC 제목 우울증, 침 치료 얼마나 받아야 치료 효과 얻을 수 있나? 서지사항 Xu G, Lei H, Huang L, Xiao Q, Huang B, Zhou Z, Tian H, Huang F, Liu Y, Zhao L, Li X, Liang F. The dose-effect association between acupuncture sessions and its effects on major depressive disorder: A meta-regression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J Affect Disord. 2022 Aug 1;310:318-27. doi: 10.1016/j.jad.2022.04.155(2021 IF 6.533). 연구 설계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된 환자에 대하여 침 치료를 다른 치료(제한 없음)와 비교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대상으로 수행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회귀분석 연구. 연구 목적 주요 우울 장애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침 치료 세션 횟수와 주요 우울 장애에 대한 치료 효과 간의 용량 효과 관계를 조사하기 위함. 질환 및 연구 대상 주요 우울 장애. 시험군 중재 침 치료. 대조군 중재 제한 없음. 평가지표 HAMD-17 또는 HAMD-24 점수. 주요결과 1. 메타회귀분석 결과, 침 치료 세션의 횟수와 HAMD 점수 간의 V자형(V-shaped) 관련성이 관찰됐고, 침 치료 세션 횟수와 HAMD 개선율 간의 역V자형(inverted V-shaped) 관련성이 관찰되었다. 2. HAMD의 개선율에 대하여, 침 치료 세션 8∼18회에서는 유의한 개선이 관찰되지 않았고, 18회(0.41, 95% CI: 0.36 to 0.47)에서 28회(0.59, 95% CI: 0.53 to 0.65)로 증가함에 따라 36회(0.66, 95% CI: 0.59 to 0.72)에서 가장 높은 개선율을 보였으나, 침 치료 세션 36회 이후부터는 개선율이 약간 감소했다. 3. 저품질 연구 20편을 제외한 민감도 분석 결과에도 침 치료 세션과 HAMD 개선율 간의 유사한 모양의 용량, 효과, 관련성이 관찰됐으나 침 치료 세션 28회 이후로 개선율이 약간 감소했다는 차이가 있었다. 저자 결론 침 치료 세션 횟수와 HAMD 점수 간의 용량 효과 관련성이 관찰됐으며, 36회의 침 치료 세션이 최적의 임상적 반응과 관련이 있었다. KMCRIC 비평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는 대표적인 우울 장애 유형으로, 성인 인구에서 평생 유병률은 20.4%로 알려졌을 정도로 흔한 정신 장애다. 오늘날 주요 우울 장애의 치료를 위해 항우울제가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위약과 비교한 이득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주로 사용되는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복용한 성인 우울증 환자의 경우, 유의한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 최소 2주 이상 복용해야 한다는 효과의 지연 역시 항우울제의 한계점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기존 우울증 치료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치료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고, 침 치료 역시 관심받는 비약물 요법으로, 최근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는 침 치료가 SSRI나 SNRI와 병용될 경우, 항우울제 단독 투여에 비해 우울증 증상 개선에 있어 유의하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여러 전임상 및 임상 연구에서 침 치료가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해 왔지만, SSRI의 경우처럼 치료 효과를 얻는 데 필요한 용량이나 치료 일수, 최적의 침 치료 용량(즉, 횟수) 등에 대해서는 조사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연구의 저자들은 용량 효과 관련성(dose-response association)을 분석할 수 있는 메타회귀분석을 사용해 침 치료 세션 횟수와 주요 우울 장애에 대한 치료 효과 간의 관련성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 우울 증상을 평가하는 HAMD의 개선율(치료 전에 비해 치료 후 HAMD 점수가 개선된 비율)로 미루어 보아, 주요 우울 장애 환자에게서 침 치료가 약 18세션까지는 미미하나, 이후 18세션부터 28세션까지는 치료 반응이 빠르게 상승하고, 36세션에 가장 높은 개선율을 보인 뒤, 그 이후로는 개선율이 약간씩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침 치료 역시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 세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연구는 우울증을 치료하면서 침 치료 세션과의 용량 반응 관련성을 메타회귀분석으로 조사한 첫 연구라는 의미가 있지만, 비평적으로 이 연구를 평가했을 때 아직은 한계점이 많은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들도 고찰에 기술한 것처럼, 포함된 연구들에서 사용된 침 치료 프로토콜이 모두 다르고, 그 기대 효과가 다를 수 있지만, 이 연구에서는 편의상 그 치료들이 모두 같은 효과가 있다고 전제하고 분석한 점이다. 또 저자들은 침 치료 세션과 우울증 치료 효과 간의 관련성을 분석했지만, 침 치료당 사용된 침 개수, 침 치료 빈도, 침 치료 기간 등, 침 치료 세션 횟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침 치료 절차의 요소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 연구를 시행한 저자들의 분석 방법을 보면, 대조군의 치료나 치료 결과는 고려하지 않고, 침 치료군의 결과만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즉, 침 치료군에서의 치료 전후 결과만을 분석 대상으로 할 것이었다면, 대조군과의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한 설계인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만을 대상으로 이 체계적 문헌고찰을 시행한 것의 당위성이 제한되며, 오히려 우울증 환자들에게서 침 치료의 효과를 관찰한 대규모 관찰연구에서 더 유의미한 결과를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이 체계적 문헌고찰에 포함된 연구 중 표본 크기가 50명을 넘는 경우는 7편(12.28%), 100명을 넘는 경우는 2편(3.51%)에 불과했다). 참고로, 같은 방법론을 사용해 만성 전립선염/만성 골반 동통 증후군(chronic prostatitis/chronic pelvic pain syndrome)에 대한 침 치료 세션의 용량 반응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뿐 아니라 케이스 시리즈까지 모두 연구 대상으로 했다. 또 같은 이유로 침 치료군의 결과만을 분석했기 때문에, 향후 연구에서 대조군과의 치료 효과를 비교분석할 경우 현재 연구와는 다른 결과가 얻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SR&access=S202208140 -
생활습관병 치료 전략 8제강우 원장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제강우 원장으로부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생되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각종 질환의 치료 전략을 실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중앙교육위원인 제강우 원장은 <모르면 나만 고생하는 교통사고 후유증>의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한의사의 속마음>을 운영하며 올바른 한의약 정보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멀리 청도에서 기차를 타고 구미까지 ‘당뇨약 끊기 클리닉’을 하려고 환자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당뇨약을 드신지 5년째인데 나름 식이습관 개선에도 신경쓰시고 병원에서 주는 약 잘 받아 복용했는데도 야금야금 당뇨수치가 올라가면서 당뇨약 용량이 증가하고 있었던 차에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검색도 하고 혼자 공부도 하면서 여기저기를 찾아다니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런 분들이 제일 먼저 접하는 것은 유튜브입니다. 유튜브에는 온갖 자극적인 섬네일로 이것만 먹으면 당뇨병이 낫는다고 떠들어 됩니다. 이분도 역시 유튜브를 보고 그것을 구입해서 드셨는데, 이걸로는 당연히 나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유튜브에 검색되는 모 한의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으셨습니다. 그곳 원장님께서는 그동안 드시던 것은 그대로 마음껏 드시면서 이 스틱 한약만 복용하면 된다고 해서 2~3개월 복용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당뇨병은 생활습관병 식이질환 역시나 낫지 못했습니다. 그 한의원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사실 저에게 오는 모든 환자를 100% 다 치료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제가 이 칼럼을 쓰는 목적은 우리 원장님들에게 근본, 본질을 이야기 하려는 겁니다. 앞의 칼럼에서 말씀드린대로 당뇨병은 생활습관병이자 식이질환입니다. 결국 생활습관, 식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요즘 같이 기술혁신이 하루가 다르게 일어나는 시대에는 언젠가 획기적인 신약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미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혁신적인 신약이 나온다는 말이 있지요? 하지만 아직 임상시험을 다 거치고 상용화가 되기 전에 우리는 근본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 스틱 한약만 먹으면 아무런 식이습관 개선 없이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식이습관 개선을 하면서 췌장의 베타세포의 기능을 올리면 분명히 혈당조절이 되고 나아가 당뇨약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약만 복용하면, 이 건강보조식품만 먹으면, 다이어트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식이습관도 개선하고, 운동하면서 조금 더 쉽게 대사작용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게 우리가 한약을 쓰고, 환자를 케어하는 것처럼 우리가 환자의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자, 다시 앞 칼럼에 이어 좋은 지방, 단백질 섭취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첫 단계로 우선 당질 제한을 시작하지요. 그러면서 매일 아침 일어나 공복혈당을 재면서 당질제한 식단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몸의 변화를 느낍니다. 어떤 음식을 먹은 날에는 다른 날보다 공복혈당이 높다는 것을 환자가 인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안 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이 식이를 길게 오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질만 줄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좋은 지방,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하는 겁니다. 기존의 저칼로리 위주의 당뇨병 관리 식단에 대해 제가 반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저칼로리 위주의 식단보다는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이(LCHF)가 더 당뇨병에서 해방되는데 도움이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지속가능하다는 겁니다. LCHF는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해주어 과식을 방지합니다. 최소 3개월 그동안 무리했던 췌장의 베타세포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하면서 기능을 올려 인슐린 저항성을 줄여야 하는데 저칼로리 위주의 식단을 3개월 이상 유지하기는 공복감 때문에 힘듭니다. 차라리 당질제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좋은 지방,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하여 지속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당뇨병 환자 초기에 원내 혈액 검사를 해보면 중성지방(TG)은 높은 반면 총콜레스테롤, HDL이 낮은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현대의학의 폐해, 그리고 잘못된 의학 정보의 결과입니다. 스탄틴 계열 처방의 과다복용으로 총콜레스테롤이 100도 안 나오는 환자가 많습니다. 무조건 콜레스테롤이 나쁜 게 아닌데 무조건 낮추려고 합니다(‘콜레스테롤 수치에 속지마라’ 참조). 콜레스테롤의 역할이 호르몬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것인데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낮은 분들은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호르몬을 만드는 재료가 부족하니 그런 것이며, HDL도 너무 낮기도 합니다. 기존 당뇨병 관리를 하던 분이 대부분 적게 먹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착각해서 고기는 거의 안 먹고 과일, 야채만 먹습니다. 이러면 혈당은 안 잡히고 총콜레스테롤, HDL이 너무 낮게 나오게 됩니다. LCHF 식이를 통해 총콜레스테롤 상승으로 면역력을 높여 활력을 높이고 HDL 상승으로 심혈관 건강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아보카도 기름, 고혈압 환자에게 유용 저는 처음에는 당질제한부터 들어갔다가 이후에 좋은 지방, 단백질을 섭취할 가이드를 드립니다. 후후한의원 이정택 원장님의 도움을 받아 이 가이드를 환자에게 권합니다. 첫째, 단백질, 지방 섭취를 위해 고기를 100~200g 혹은 자신의 체중만큼의 g수라도 드시도록 합니다. 그리고 계란만한 완전식품이 흔치 않습니다. 하루 3~6개의 계란을 드시게 하고 가급적 계란의 난각번호 끝자리 1 혹은 2가 적힌 것을 드시게 합니다. 자세히 계란을 보시면 녹색으로 번호가 찍혀 있습니다. 끝자리 1은 자연방목, 2는 계사 내 방사로 양계 환경을 말하며 가능한 매일 드시는 계란은 1 혹은 2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치즈를 한번에 2장씩 3번 정도 드시라고 합니다. 치즈 중에는 가능한 자연방목 치즈를 권합니다. 풀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되어 있고 우유로 전이되어 포화지방산은 낮추고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은 우유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둘째, 케톤으로 전환이 용이해 인체가 에너지원으로 쉽게 활용할 있는 지방 섭취를 위해 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추천합니다. 버터도 역시 초목버터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버터’라는 수입 제품이 있습니다. 섭취 권고량은 1회에 20g 씩 3회입니다. 그리고 섭취 방법은 원래 버터는 냉장 보관하여 고형상태로 존재하는데 그대로 드시기 보다는 적당량을 잘라 따뜻한 음식과 함께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적인 찌개류, 볶음류와 함께 녹여서 드셔도 좋고 커피 등에 타서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최강의 식사’를 저술하고 방탄커피를 만든 데이브 아스프리가 그렇게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코코넛 오일입니다. ‘라우르산’이 들어 있어 뇌신경의 좋은 에너지원이 되며 뇌신경 보호 효과도 커서 치매의 진행을 줄이거나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한 번에 10g 내외로 해서 3~4회 복용하도록 합니다. 코코넛 오일은 25도가 넘어가면 액체 형태가 되고 이 이하의 온도에서는 고형으로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일상에서는 커피나 각종 차를 마실 때 1큰술씩 함께 타서 마시는 것이 드시기 용이합니다. 음식을 조리할 때에도 활용하면 좋고요. 셋째로는 필수 지방산입니다. 특히 인체 구성에 필수적인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하기 위해 들기름이 좋습니다. 천연의 오메가-3가 다량 함유돼 있어 하루에 1스푼 씩 3회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호박씨 기름 또한 생식기관의 필수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어 좋습니다. 하루 1스푼 드시면 좋습니다. 또한 올리브 기름을 샐러드에 충분히 활용해서 드시면 좋습니다. 특히 아보카도 기름은 고혈압 환자에게 좋아서 기본 식용유처럼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피드백하면서 환자 식이습관 체크 이처럼 당질을 제한하면서 좋은 지방, 단백질을 섭취하는 쪽으로 식이습관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도록 합니다. 환자 분에 따라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이 있어 초반에는 가급적 드시는 음식을 다 찍어 본원의 카카오 채널톡으로 공유하게 합니다. 진료 중간에 시간을 내어 제가 보고 피드백을 하면서 환자의 식이습관을 체크합니다. 그 다음에는 ‘저탄고지플루’라고 하는 LCHF 식이의 부작용처럼 인식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외 이 식단을 환자분이 유지하면서, 우리가 의료인으로서 체크해야 할 주의사항을 조금 더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52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향후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있다. 2023년 11월9일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제2·3조 개정안을 말하는 해당 법안은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이를 돕기 위해 성금을 모아 노란봉투에 전달하면서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이 붙었으며, 이 법은 하청노동자 노동 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원청으로 단체교섭 대상을 확대하고, 쟁의행위(파업)를 이유로 한 회사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설가 김훈은 ‘생명안전 시민넷’의 공동대표를 맡으며 산재사고 사망자 문제에 무감한 정부와 사측을 비판하는 강연과 시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매년 산업현장에서 2300명이 죽어나가는 이 사태를 해결하는 일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없다. 이 거듭되는 무수한 죽음을 계약의 자유나 경영의 합리화라는 이유로 정당화하는 논리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야만으로 돌아가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노란봉투법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거부권’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연상되었다면 2024년 5월, 이 법의 처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돌봄의 외주화’라는 표현도 최근 더 자주 들린다. 외국인 육아도우미 도입에 대해서 2022년 12월 현 서울시장이 그 필요성을 제기한 이래 최근까지도 그 실효성을 두고 각계각층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月 200만원에 ‘동남아 이모님’? 외국인 가사도우미 ‘뜨거운 감자’』(동아일보, 2023년 5월18일), 『간병·육아 ‘외국인 도우미’ 도입, 사회적 공론화 나서야』(연합뉴스, 2024년 3월5일) 돌봄의 순서와 중요도에 어찌 선후를 따지랴마는 나이 쉰을 앞두고 보니 육아 돌봄은 내게는 과거의 일이라 잠시 차치해두고 어르신들의 돌봄에 마음이 쏠린다. 이는 당장 내 앞에 닥칠 문제이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 가족돌봄의 방향은? 경향신문 칼럼 <김택근의 묵언>에서 시인 김택근은 “다시 어버이날이 돌아왔다. 어머니는 지금 요양병원에 계신다. 설 쇠고 며칠 후 낙상하여 고관절이 골절되었다. 결국 며느리와 아들이 갈아주는 기저귀를 차야만 했다. 누구의 손길도 마다하고 혼자 죽을 힘을 다해 당신의 몸을 씼었건만 이제 움직일 수 없다. “왜 이리 안 죽냐, 무슨 죄가 많길래.. 참말로 이런 날이 올지는 몰랐다.” 마른 몸에도 욕창이 생겼다”라고 어머니의 투병기를 기록했다. 또 한겨레신문 칼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서 한양대 의대 신영전 교수는 “그래도 힘들었던 것은 기저귀 수발보다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시는 어머니의 몸과 행동에서 얼마 후 내 모습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 밖에서 멍하니 기다려야 할 때였다. 그때 한 청년 간병인이 만든 “이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는 주문을 반복해서 읊조렸는데, 도움이 되었다”라는 간병일지를 기고하기도 했다. 올해 어버이날에는 처음으로 친정 아버지께서 부재하신 가운데에서 가족 모임을 했다. 작년 9월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경미한 당뇨와 심박조율기 착용 중이라는 짧은 두 줄이면 아버지를 설명하는 병력으로는 충분했다. 멤버 대부분이 40, 50대였던 장가계 패키지 여행을 칠순 연세에도 거뜬히 소화하셨던 체력 짱짱한 어르신이셨다. 우리 아버지야말로 백세를 사실만한 분이라고 우리 가족들은 모두 확신했다. 그러던 아버지께서 두 번의 코로나와 원인불명의 고열을 몇 차례 겪으시더니 몸무게의 앞자리가 7에서 6으로 다시 6에서 5로 쪼그라들며 쇠약의 내리막길을 힘겹게 걸어가고 계셨다. 가장 가까이 사는 거기에 한의사 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는 내게 유독 큰 부담과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지금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출근을 하든 퇴근을 해서든 24시간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듯 했다. 아침 저녁으로 문안을 드리고 아버지 상태를 개선시키기 위한 내 차원에서의 한양방협진과 여러 치료법들의 콤비네이션을 쏟아부었다. 아버지 상태에 따라 나의 감정 또한 일희일비 되는 그러한 일상이 1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2023년 중순까지는 그래도 간단한 산책과 외식이 가능하셨던 아버지께서 2023년 7월 말 기침과 고열이 지속되셨다. 어쩔 수 없이 대학병원으로 모셨고 진단명은 흡인성 폐렴이었다. 2주 후 열은 잡혀서 퇴원 권고를 받았지만 엘튜브를 뺄 수 없는 상태라 폐렴 재발의 위험이 있었기에 집 근처 폐렴 관리가 가능하다는 요양병원으로 다시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공동 간병인 제도를 운영하는 곳이라서 가족들은 주 1회만 면회가 가능했다. 어머니는 서운함과 미안함에 연신 눈물을 닦아내셨지만 어머니에게도 휴식이 필요했다. 다음 주 면회 순번을 정하는 어느 일요일의 가족 모임, 바로 그 다음 날은 아버지 입원이 5주차에 접어드는 월요일이었다. 그 날 새벽, 당직의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임종에 임박하신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 나는 곧바로 병원으로 내달렸고, 막내동생과 어머니가 이어서 도착했다. 임종의 순간은 나와 어머니가 지켰다. 9월4일 새벽 4시57분이었다. 아버지 없이 처음 보낸 어버이날 그렇게 아버지는 78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지방 고등학교 교사의 얇은 월급봉투로 한 아내와 다섯 딸들을 지켜내신 나의 아버지. 점진적 쇠약의 기간은 1년이었으나 병원 생활은 딱 6주 하신 셈이었다. 몇 년 전,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으시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셨고 장례식에 대해서도 딸들, 사위들, 손자손녀 이외의 다른 친척들을 포함한 일반 조문객들을 받지 말라는 당신 바람을 우리 모두에게 분명히 밝히신 바 있으셨다. 아버지 뜻에 따라 우리는 인근 장례식장의 가장 작은 방으로 아버지를 모셨고 “아빠의 다섯 딸”이라는 조화 화분 하나만 세워둔 채, 우리 가족들만의 조용한 장례를 치루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들은 돌봄 노동으로 인한 고생 혹은 갈등, 그 맛도 보지 못했다. 아버지를 그리 보내드리고 나니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들의 부모님 이야기가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15년째 요양병원에 계시는 아버지를 2주에 한 번씩 뵈어야 해서 격주로 영주에 다녀와야 한다는 직원분은 지방을 다녀온 다음 주의 월요일에는 요통이 도져서 꼭 진료실에 들르신다. 20년째 치매와 암으로 집에서 돌봄을 받고 계신다는 어머니를 둔 보좌관 한 분은 여동생이 직장을 그만두고 요양보호사와 교대로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간병비와 동생 수고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을 아직도 모르겠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끝까지 잘 모시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자주 눈물을 흘리곤 한다. 『누구도 홀로 외롭게 병들지 않도록』(줄리안 아벨, 린지 클라크, 남해의 봄날, 2021년 7월) 영국 사회를 뒤흔든 프롬(Frome) 마을의 컴패션 프로젝트의 기록. 의사가 개입하지 않으면 환자가 죽는다는 신념은 의료진을 영웅, 곧 해결책을 아는 유일한 존재로 여기는 생각과도 연결된다. 하지만,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수와 관련해서는 친밀한 관계가 건강에 미치는 유익이 의사가 처방하는 그 어떤 약보다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컴패션 공동체 의료 서비스 모델은 질병을 개인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독립적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질병은 일련의 사건과 결과가 축적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현재 하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만으로는 여러 국가의 의료 서비스가 맞닥뜨린 조직적 남용과 과밀화, 급격한 비용 증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노년 끌어안기』(로르 아들레르, 마음산책, 2022년 3월)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로르 아들레르의 저서로 “저자가 일흔에 써내려간 노화에 대한 우아하고 창조적인 탐구”이다. 부모의 죽음을 보는 건 자신의 종말을 전보다 훨씬 강도 높게 느끼는 일이다. 이제는 자신이 ‘맨 앞줄에’서는 것이다. 이 느낌은 이후 우리 경험의 일부가 될 것이다. 20세기의 큰 진척은 노화와 건강이 함께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무한히 늙을 수는 없다. 왜 의학은 우리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지 않기를 바라도록 가르칠까? 물론 죽음을 멀리 물리치는 것이 의학의 의무이긴 하지만 그러면서 의학은 죽음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고 본질적으로 삶의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퍼뜨린다. 어떤 이들이 우리에게 약속하는 초인적 완벽이라는 유령을 멀리하고, 취약하고 상처 입은 존재들을 칭송하고, 우리의 감각과 감정을 훈련하고 삶의 한계를 내몰고 죽음을 실패로 내몬다고 믿는 일부 의학의 홀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고 우리의 유한성을 받아들이자. 『어머니를 돌보다』(린 틸먼, 돌베개, 2023년 10월) 미국 소설가 린 틸먼의 저서로 11년에 걸친 어머니의 투병과 간병에 대한 기록. 그것은 가혹한 의무이기도 했다. 그 11년은 좌절의 연속이었고 배움의 과정이었으며 이상하게도 깨달음의 시간, 일종의 병적인 깨달음의 시작이었다. 어머니는 계속 돌봄이 필요한 상태였으므로 의식적으로 불침번을 서야 했고, 어쩔 수 없이 무의식적으로도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어머니는 시체만큼이나 무거운 짐이 되었다. 어머니의 곤경은 내게는 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짐이 되었다. 우리 자매들은 서로를 놓지 않았고 우리의 목표는 어머니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최대한 건강하게, 이 세상에 살아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생명력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존재하고 있었다. 겨우 존재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1년이라는 짐, 어머니라는 짐이 떠났다. 『돌봄, 동기화, 자유』(무라세 다카오, 다다서재, 2024년 3월) 자유를 빼앗지 않은 돌봄이 가능할까? 요양시설의 한 어르신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차라리 죽고 싶어. 하지만 스스로 죽는 건 못 해. 죽지 못하니까 밥은 먹어야 해. 하지만 밥을 먹는 것도 힘들어. 어차피 밥을 먹어야 한다면 맛있는 걸 먹고 싶어”라고 호소한다. 인지장애 고령자들의 자유와 인권을 우선하여 당사자가 본래의 생활 리듬대로 살다 평온하게 임종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요리아이’노인 요양시설의 총괄소장 무라세 다카오의 돌봄 현장에 대한 속 깊은 사색의 생생한 기록. 돌봄에서 동기화는 ‘둘이 함께 지금 여기를 인식하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배설됩니다. 그 과정 속에 나는 살아 있습니다. 먹고 배설하는 것 만으로 존재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돌봄은 그 과정을 마지막까지 돕는 일입니다. 오늘날 돌봄은 직업으로서 인기가 없습니다. 힘든 일이라는 인상만이 두드러져 있습니다. 『OLD, 올드』(홍승우, 트로이목마, 2024년 5월) 한겨레 신문에 가족만화 『비빔툰』을 14년간 연재했던 만화가 홍승우의 작품으로 80대 노부모와 50대 아들의 동거를 다룬 네이버 웹툰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지금 아버지의 노환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어머니는 지금, 그런 초고령 노인을 먹이고 기저귀 가는 노인요양보호사 역할을 하고 계시다. “그 일을 자식한테 맡기면 내가 속이 편하겠니? 남편이 요양원에 있으면 내가 속이 편하겠니? 내가 여력이 되는 한 내가 할 거야.” 아버지가 60대 중반쯤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을 때도 어머니는 끝까지 아버지 병수발을 감당하셨다. 뇌경색으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아버지를 회복시키고 40년간 당뇨병을 앓아도 합병증 없이 살게 해 준 사람. “네 엄마 덕에 인생을 두 번 산다. 네 엄마 아니었으면 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야.” 평생 외로움과 전쟁과 실패로 점철된 인생을 사신 아버지. 그런 사람을 끝까지 한 가장으로 지켜 준 어머니. 나는 아버지도 이해되고 어머니도 이해된다. 단지 지독히도 힘들었던 인생의 막바지, 늙음과 서러움 사이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우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을 뿐이다. 2025년 대한민국은 인구 5명 중 1명이 만 65살 이상의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현재 1인 가구 비율은 34%에 도달했다. 이들이 노년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돌봄 인력은 충분할까? 신규 한의사들을 반기는 곳은 요양병원이 유일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그 요양병원 봉직의 자리도 많지 않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나를 고용해주는 곳이 없길래 그냥 좀 무리해서 병원을 차렸다는 후배도 있다. “요양병원이 꿀(?)이던 시대도 지나가고 있지만 뭐 어쩌겠어요? 그래도 한의원보다는 수익이 나을 것 같아요!”라며 곧 70대 중반의 내과 의사 한 분과의 인터뷰가 잡혀 있다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80대 후반의 건강한 어르신도 봉직의 면접에 나타나는 게 요즈음이라 연봉 협상만 잘 되면 그래도 70대라면 완전 땡큐인 입장이라고 한다. 환자 1명이 1년에 첩약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범위는 2개 질환, 각 질환별로 20일까지(기존 10일)로 늘었다는 『오늘부터 알레르기 비염 한약도 건보 적용』(한겨레, 2024년 4월 29일) 소식에 한의계에 숨구멍 좀 트이나 싶다. 그러다가 애플 비전프로의 수술 적용(『‘애플 비전프로’ 쓰고 실제 척추 수술 진행한 英 의료진』, AI포스트, 2024년 3월13일)과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임상실험(『“한번 써보면 멈출 수 없어” 사지마비 환자 뇌에 칩 이식‥결과는?』, MBC, 2024년 5월18일) 같은 뉴스를 동시에 읽고나니 호흡이 빨라진다. 한의계의 오밀조밀한 현안들이 시대를 그리고 세계를 뒤흔들 획기적인 기술의 발자국에 밟혀 사라지기 일보직전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위기의 칼날 위에서 화끈한 존재감은 아닐지라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어찌어찌 버텨오고 있기는 하다. 1993년 한의대에 갓 입학했을 때부터 2024년 오늘날까지 한의계는 늘 위기였다. 이 위기의 칼날 끝에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5월을 보내며 아버지의 부존재의 날들을 지나치며 놀라운 속도로 끝을 향해가는 모든 존재들의 흥망성쇠를 떠올려본다. -
한의원 특수성 고려한 수가 인상의 당위성 ‘강조’[한의신문=강환웅 기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이 23일 건보공단 영등포남부지사에서 제2차 협상을 진행한 가운데 한의협 수가협상단(단장 정유옹)은 한의원의 특수성을 고려해 종별 균형을 맞춘 수가 인상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날 2차 협상 후 가진 브리핑에서 정유옹 단장은 “2차 협상에서는 한의계의 어려운 상황을 얘기하고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 됐으며, 특히 한의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했다”면서 “실제 한의 유형의 경우 60여 가지의 행위가 있는 반면 양방은 6000여 개에 이르는 행위가 있는데, 즉 한의계에서 적은 한의 의료행위로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을 적극 고려해 적은 행위라도 수가를 높여달라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또한 “모든 종별 유형에서 어렵다고 얘기하는데, 한의 유형의 경우는 지난 10년간 순수익이 500만원 정도 올랐을 뿐이며, 매출의 변화도 다른 종별에 비해 상승폭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 제시를 통해 타 유형에 비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이는 한의 유형의 현 상황을 적극 개진했으며, 수가 협상이 종별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완호 한의협 부회장은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에는 두 번째 항목으로 ‘지역의료 강화’ 항목이 있는데, 현재 지역의료에서 한의원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이번 정부의 지원 규모 금액에서는 한의원의 지원항목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올해는 1조5000억원, 오는 2028년까지 10조원을 지원할 예정인 상황에서 양의계는 오히려 이번 파업을 통해 실질적인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한의계와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얘기할 수 없을 것이며, 오늘 협상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공단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한의 유형의 총진료비가 상승했다는 공단측의 의견이 있는데 이는 한방병원의 증가폭이 한의 유형에 반영돼 실질적으로 한의원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수치상 왜곡된 부분이 존재한다”면서 “앞으로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이 본격화되면 한의 유형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전체 건강보험 점유율인 3%대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며, 심지여 2%대나 2% 이하의 점유율로 하락될 것까지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과거의 수치뿐만 아니래 미래에 예견되는 수치 등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반드시 한의 유형의 수가 인상 폭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유옹 단장은 오는 28일 예정된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관련 가입자-보험자-공급자 간담회’에 임하는 자세도 함께 밝혔다. 정 단장은 “지금까지 한의계는 국민건강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특히 현재 의료파업에도 불구하고 의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도 한의원과 한방병원이 우리나라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통간담회에서는 한의 유형이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을 적극 피력해 한의사들이 종별 균형에 맞춰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한의약 폄훼 뿌리 뽑아 한의사 직능 지킨다”[한의신문=강현구 기자] 대한한의사협회 클린-K특별위원회(위원장 서만선·이하 클린-K특위)는 한의협회관 5층 중회의실 및 온라인(ZOOM)을 통해 제1회 회의를 개최, 팀 구성 및 운영 방안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한의약 폄훼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클린-K특위는 한의협이 한의약과 관련된 악의적인 가짜뉴스 및 한의약 폄훼 세력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물론 법적조치 이행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법의료 척결과 한의약 폄훼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만선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제45대 집행부의 주요사업 중 하나인 클린-K특위는 한의약 폄훼 세력에 대한 대응을 통해 우리 한의약과 회원들의 직능을 지키고자 출범한 것”이라면서 “이는 한의약의 대국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한의진료로 건강을 돌보고 질병을 치료할 수많은 국민들의 진료 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로,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이어 “첫 번째 회의인 만큼 구체적인 운영방안 논의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수법으로 자행되고 있는 한의약 폄훼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전 회원들과도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클린-K특위는 위원장 산하에 △모니터링팀 △법률대응팀 △홍보대응팀을 조직하고, 각 팀별로 팀장과 6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해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회의는 격월로 개최해 각 팀별 활동 경과보고와 추진계획 등을 발표하는 것을 비롯 필요시에는 긴급회의를 열어 사안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으며, 클린-K특위 커뮤니티를 통해 위원들 간 실시간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또 법률전문가 자문위원 위촉은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최근 발생한 한의약 폄훼 사례 및 형태들에 대한 공유와 함께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A 위원은 “최근 SNS, 온라인 뉴스, 동영상 플랫폼, 포털 사이트 등 다양한 경로로 잘못된 한의약 정보가 전파되고 있는 만큼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장 중요한 활동의 시작이 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법률적 해석과 더불어 ‘네거티브(흑색선전)’에 대응하는 ‘포지티브(긍정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B 위원은 “한약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보건의료계 특정 직능이 검증되지 않은 개인의 의견이나 학문적 자유를 빌미로 한약에 대한 폄훼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C 위원은 “전국 회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제보를 쉽게 할 수 있는 통로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면서 “회원들이 활발히 활용하는 플랫폼 등을 활용한다면 실시간 제보와 다양한 의견 수렴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ICMART2024] 올해의 키노트 스피커는?[한의신문=주혜지 기자] 대한한의학회(회장 최도영)가 주관하고 ICMART가 주최하는 제37회 국제학술대회가 오는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제주신화월드에서 열린다. 전 세계 침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행사 중 하나인 2024 ICMART 학술대회는 ‘통합의학 헬스케어의 미래 침술, 의과학 및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개최될 예정이다. ICMART의 포문을 여는 첫 키노트 스피커로는 한의계 최초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 중인 고성규 교수(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장)가 등장한다. 고성규 교수는 기초한의학 분야의 전문가로, 양생물학 예방의학 및 분자역학적 연구방법론을 개발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탁월한 연구업적을 쌓아왔다. 고 교수는 ‘Biomarker-Driven Korean Medicine Drug Development in the era of Integrative Cancer Therapies’라는 강연제목으로 바이오마커 기반 항암제를 소개할 계획이다. 또한 하버드 의대 교수 재직 중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저널인 <Nature>, <Neuron> 등에 전침 치료의 전신 염증 조절 기전을 밝힌 유명 연구자인 Westlake University Qiufu Ma 교수의 키노트가 이어진다. Qiufu MA 교수는 특정 경혈에 저강도 전침을 놓으면, 미주신경-부신 반사를 유도하고, 박테리아 내독소로 인한 전신 염증을 강력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다음 전침이 항염증 경로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감각 뉴런 그룹을 식별했다. Qiufu 교수는 “감각 신경의 조직에 대한 투영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신체 부위와 비효과적인 신체 부위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발견은 전침이 염증과 질병 진행을 조절하는 신경해부학적 근거를 제공해 현대 과학과 전통의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마지막 키노트로는 영국의학침술학회(BMAS)의 이사로 활동하며, 근골격계 통증 치료 분야에 주요 관심을 두고 있는 Mike Cummings 박사의 키노트가 진행된다. Mike Cummings 박사는 영국의 리즈대학교에서 의학 학위를 취득하고, 공군 군의관으로 근무하며 우연히 침술을 접하게 됐다. 군 복무 중 근골격계 의학과 침술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다 전역 후 침술 분야에 전념하고 있다. Mike 박사는 ‘현대 의료에서 침술의 미래’를 글로벌 관점에서 소개한다. 서양의학 관점과 동아시아의 전통의학 관점의 관계를 제시하고, 서로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ICMART는 키노트 강연 외에도 세계적 석학들의 스페셜 세션이 준비돼 있으며, △2024년 전통의약 국제 심포지엄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초음파 핸즈온 실습 △미용 레이저 시연 등 다양한 세션이 함께할 예정이다. -
“난임부부들의 간절한 소망 이뤄지는데 도움되길”[한의신문=강환웅 기자] 서울시의회 황유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특별시 난임극복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담겨 있다. 본란에서는 황유정 의원으로부터 조례안 발의 이유 및 조례를 통해 기대되는 효과, 앞으로 한의약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이번 조례를 발의하게 된 이유는?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59명에서 0.55명으로, 또 다시 하락하고 있다. 0.55명은 두 쌍의 부부가 한 명의 아이를 낳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성인 4명에 아동 1명의 조합은 머지않은 미래에 서울인구가 대략 4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하고 있다. 물론 서울은 지방으로부터 유입되는 인구로 채워지겠지만 결국 서울시의 초저출산은 지방소멸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서울시는 떨어지는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수단을 강구해야 하며, 동시에 출산율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하락을 멈추기 위해 즉시 처방가능한 선택지들을 찾아야 한다. 그 선택지 중 하나가 난임부부가 한의학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부부’에게 난임치료를 위한 의료적 수단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은 임신성공률을 높이는 훌륭한 전략이다.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을 명문화하고 한의약 난임치료를 제도화하여 난임부부들에게 임신성공의 길을 넓혀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발의하게 됐다.” Q. 조례안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조례 개정을 추진했던 생각의 중심에는 난임부부들의 간절함이 자리하고 있다. 양방난임치료에 실패한 후 마지막 수단으로 한의약 난임치료를 선택하는 난임부부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도록 서울시가 끝까지 응원하자는 부분과 더불어 무엇보다 한의치료를 선호하는 난임부부들을 위해 경제적 부담을 줄여 문턱을 낮춤으로써 한의약 난임치료가 확대될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뒀다. 또 한 가지는 조례는 법률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한의약 난임치료를 적시하는 법률 개정을 기다렸다. 지난 2월 한의약 난임치료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명시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법률 제20215호)’이 공포됐고, 이를 곧바로 조례에 반영해 3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개정된 조례안에는 ‘서울특별시 난임극복 지원에 관한 조례’ 중 난임치료를 위한 시술비 지원 규정에 ‘한의약육성법 제2조제1호에 따른 한방의료를 통하여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난임치료 비용 지원을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 이 조항을 근거로 서울시가 매년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 예산을 편성하게 됐다.” Q. 이번 조례를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서울시는 조례상 근거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도 2018년부터 한의약 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해 왔다. 한의약 난임치료 사업 결과를 보면, 임신성공률과 만족도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 최근 4년간의 통계에서 한의약 난임치료를 통한 임신성공률은 평균 17%였고, 사업에 대한 만족도 또한 4년 연속 8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의 사업 성과를 근거로 난임부부의 한의치료 수요에 맞춰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의약 치료의 확대는 임신을 원하는 난임부부의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임신가능성도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출산율 제고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평소 한의학에 대해 관심은? “오랫동안 뜸 치료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뜸 치료를 하면 몸이 따뜻해져서 순환도 잘되고 장기의 기능이 좋아지면서 면역력이 높아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실제 뜸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다보니 환절기에 늘 찾아오던 감기가 어느 순간 사라졌고, 이후 뜸 치료 전도사가 됐다. 제가 아는 상식으로 한의학은 몸의 기능을 좋아지게 만들어 스스로 이기는 힘을 길러줌으로 병들지 않게 도와주는 예방의학의 작용과 함께 몸의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치료해 균형잡힌 항상성을 만들어주고 유지하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난임부부들에게 한의약 치료는 건강과 임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Q. 한의약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한다면? “한의약의 발전적 기반을 조성할 목적으로 2003년 ‘한의약육성법’이 제정됐고, 이를 근거로 서울시(2018년)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했지만, 공공 영역에서 아직 한의약을 이용한 건강 증진 및 치료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고령인구가 늘어날수록 한의학 치료에 대한 선호는 높아질 것이고, 한의학이 생활 속에서 노인의 건강 관리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난임 치료뿐 아니라 앞으로 서울시민의 건강한 노후를 보장해주기 위해 공공 영역에서 적용가능한 사업을 제안해준다면 공공 영역에서 한의약 관련 사업을 확대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시민들로부터 한의약 치료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다면 공공의료로서의 한의학이 자리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Q. 현재 관심 갖고 있는 정책 분야 및 향후 계획은? “지금까지의 저출산정책은 돌봄을 지원해주는 영역에 집중해왔다. 직장맘이 육아와 경제활동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통을 줄여주고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그리고 여성일자리 정책은 경력단절여성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목표로 사업을 편성해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지금 우리에게는 여성이 일도 하면서 아이도 낳아 기를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디지털기술 기반의 직종들은 유연근무와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이 많아 처음부터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갖고 있으며, 디지털기술 기반의 직종들은 남녀 임금격차도 거의 없다. 즉 경력 유지와 소득보전 효과가 높은 디지털기술 기반의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인구가 늘어난다면 출산율도 향상되리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조례 개정으로 서울시가 여성들에게 디지털 기술 교육을 제공하는 근거를 마련했고, 디지털 여성인재 육성 예산을 편성해 서울시 산하 23개 여성인력개발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시작 단계로 입문과정을 주로 편성했지만,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의 수준과 영역이 다양한 특성에 맞는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조례 규정을 새로 만들고 예산 지원도 늘려갈 계획이다.” Q. 어떤 시의원으로 기억됐으면 하는지? “시민을 바라보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민을 위해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진정한 시민의 편이었던 시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조례 개정이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난임부부에게 한의약 난임치료라는 작은 선물을 안겨줄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앞으로 더 많은 난임부부들이 임신에 성공해 사랑하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한의사 회원들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일선 임상 현장에서 난임부부들에게 한의약 난임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과 정성들이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베트남서 초음파 술기로 ‘K-Med’ 위상 보여줘”김용진 대전광역시한의사회장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대전광역시한의사회(회장 김용진·이하 대전지부)는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베트남 빈증성과 호찌민에서 현지인과 한인 교포 등 500여 명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실시, 첨단 한의약 술기 등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봉사단장인 김용진을 회장으로부터 성과와 소회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베트남에서 의료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대전지부에서 5년째 회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는데 취임 당시 공약 중 하나가 바로 한의학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고자 해외 의료봉사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취임 초기 발생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이를 보류해야만 했으나 올해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됨에 따라 지부 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 기획 과정에서 대전시장님을 비롯해 대전관광공사, 경제사절단 등의 관계자들이 대전시 자매 도시인 베트남 빈증성으로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지부에서도 17년 전 빈증성에서 의료봉사를 한 경험이 있었기에해당 지역으로 결정하게 됐다. 이에 실제 준비에 돌입한 것은 두 달 남짓한 기간으로, 회장으로서 해외 의료봉사 추진 경험이 없던 상태여서 소위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부딪혀 하나 하나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발 벗고 나서서 하나부터 열까지 고생하며 준비한 윤제필 대전지부 국제이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Q. 봉사는 어떻게 진행됐나? 해외의료봉사단에는 대전지부 임원진들뿐만 아니라 대전대한방병원 및 필한방병원 수련의 선생님들, 원광대 한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도 동참했다. 특히 동아일보 이진한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도 봉사단에 합류, 베트남 출국부터 우리나라 입국까지 밀착 취재해 일간지와 유튜브에도 소개될 수 있었다. 현지에선 빈증성의 배려로 두 군데 병원에서 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진료실과 치료실을 제공 받았지만 시설이 좋다고 하는 곳이었는데도 기온이 39도가 넘는 환경에 많은 환자들이 몰려 예진팀, 진료팀, 약국팀 등이 많은 고생을 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고, 특히 현지인들이 짜고, 매운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인지 중풍 후유증 및 고혈압 환자들도 많았다. ▲초음파 가이드 약침 시술 중인 봉사단(김기병 원장) Q. 이번 봉사에서 초음파진단기기를 활용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승소 이후 대전지부는 회원들에게 초음파 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매달 관련 강의를 개최했으며, 초음파 교육 강사 육성 스터디도 진행해 왔다. 이에 이번 봉사에서 초음파 활용 침 치료나 약침 술기를 통해 발전된 한의학의 우수성을 외국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삼성메디슨, 메디스트림으로부터 포터블 초음파진단기기 2대를 지원받아 진료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 많은 관심과 찬사를 들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획이었다. 또한 대한약침학회에서 약침을 지원받았는데 베트남 의료진들이 한약으로 만든 주사제에 신기해했으며, 약물의 성분, 효과 등에 대해서도 매우 궁금해했다. 특히 빈증성 보건국 고위급 간부와 병원 관계자들이 우리 의료진들이 초음파 가이드를 통해 약침을 주입하는 모습을 보고 대전지부와 교류를 통해 교육 여부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상태다. 환자들 또한 초음파 진료실에 더 많은 환자들이 몰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빈증성 전통병원 관계자와 협력 방안 회의 Q. 베트남의 전통의학은 어떠한가? 첫째 날은 전통의학·양방의학을 병행진료를 하는 병원에서 봉사를 했으며, 다음날은 우리나라 한방병원과 같은 전통병원에서 실시했다. 전통병원은 지어진지 오래돼 시설이 낙후돼 있었으며, 침·전침 치료, 물리 치료를 시행하는 모습을 봤지만 약제실 등에선 한약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빈증성 보건국, 전통병원 관계자들과 각각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베트남 의료학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4년간의 양방의학을 공부하고, 이후 전통의학과 양방의학을 선택해 2년간 공부하게 된다. 베트남 의료시스템의 장점은 레이저 등 현대 의료기기 활용 가능 여부가 전통의학, 양방의학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닌 관련 교육 이수에 따라 나뉘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제도라는 점이다. ▲빈증성 청사 보건복지국 방문 회의 Q. 봉사를 마친 소감은? 봉사 후 정말 만감이 교차했는데, 불과 두 달 동안 약재·물품 구입에서부터 초음파진단기기·약침 지원과 더불어 통관 절차 및 예산 수립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했던 게 떠오른다. 정신도 없었고, 많은 걱정으로 불면의 시간도 보냈지만 이번 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것 하나 막히거나 부족함 없이 진행돼 뿌듯하다. 대전지부 임직원 여러분의 수고에 정말 감사드린다. 특히 최창우 대전지부 명예회장님께서 직접 의료 봉사에 참여해 주셨고, 대전시장님, 시청 공무원분들, 빈증성 공무원분들이 유대에 큰 역할을 해주신 덕택으로 봉사단이 한마음 한뜻으로 큰일을 치를 수 있었다. ▲대전시 의료웰니스관광 홍보설명회·K-한방 세미나 Q. 대전시가 글로벌 바이오헬스로 부상 중이다. 이장우 대전시장님께서 이번 봉사현장에 오셔서 직접 봉사도 도와주시며 격려해 주셨다. 대전시, 대전지부, 대전대 한의대, 한국한의학연구원 등 산·학·연으로 똘똘 뭉쳐 ‘K-Med’의 선두로 나가기를 당부하셨다. 이에 대전지부는 대전시가 우리나라 바이오헬스의 메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봉사현장을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Q. 올해 대전지부 중점 추진 사업은? 그동안 온라인으로 소통하던 회원들이 대면을 통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모임의 장을 많이 마련코자한다. 신규 사업인 동아리 지원 사업을 통해 회원들이 진료실 밖에서도 취미로 유대 관계를 갖도록 하고 있다. 대면에서 서로 직능 관련 이야기 등을 나누며 친밀해진다면 한의계가 더 단결할 수 있을 것이다. Q. 한의협 제45대 집행부에 바라는 점은? 부족하지만 제가 올해 전국시도지부장협의회장을 맡게 됐다. 지부장님들께 이번 집행부가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많이 돕자고 말씀드렸다. 윤성찬 회장님과 집행부를 적극 도와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강하게 단결하는 협회가 되고, 미래 한의학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또 제45대 집행부는 회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미래 10년, 20년을 준비하는 협회가 되길 바라며, 저 또한 미력하지만 힘껏 돕겠다. 집행부 임원진들이 어려운 상황에도 열심히 뛰시는 모습에 죄송함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낀다. 우리가 힘들수록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맡은 바 일을 꿋꿋이 해나간다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제45대 집행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