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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 우리나라의 지혜 담긴 ‘보물창고’… 중장기적 투자·지원해야”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 [편집자 주]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윤석열 정 출범과 함께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 등을 거치며, 변화에 대응해 왔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복지위를 이끈 소회와 한의약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Q.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은 소회는? 복지위 법안은 국민 건강과 복지가 직접 결부된 것인 만큼 올해 위원장을 맡게 되며, 더없이 영광스러우면서도, 어려운 때에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 올해 목표는 복지위를 ‘민생 중심, 일하는 복지위’로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도 산적한 현안들이 많다. 복지위는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내용과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 최근 국내외 경제 흐름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복지위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를 거치면서, 민생을 지탱해주고 사회적 약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보건복지 정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일몰 규정 폐지와 국고지원금 정상화, 코로나 백신 이상반응 피해보상, 공공의료 확충, 안정적이고 적극적인 복지 전달체계 구축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코로나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지원과 급격한 인구구조변화 대응 등 중장기적 과제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겠다. Q.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수입-지출을 따져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책임 강화와 재정 누수 방지를 동시에 추진하는 ‘2트랙’ 전략으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 연말에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정이 일몰로 삭제된다. 국고지원 일몰 규정을 항구적인 지원으로 바꾸고, 20% 지원 규정을 정확하게 지키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 지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약제비를 적정화하고 사무장병원이나 면대약국 등 불법 기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여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 약제비를 적정화 한다는 것이 약값을 무조건 깎는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에게 필요한 신약이나 개량신약 등에 대한 접근성은 확대하고, 무분별한 동일 성분 약제에 대해서는 약제비를 적정화할 필요가 있다. Q. 비대면 진료에 대한 생각은? 비대면 진료는 한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플랫폼 업체 중심으로 되는 것은 곤란하다. 비대면 진료의 목적은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이 핵심으로 비대면으로 과잉·과소 진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의료는 찍는 것 보다 판독하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또한, 보건의료는 공동을 위해 함께 일한다는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일한다는 인식이 깊어질수록 설득력도 높아진다. 의료단체 간 갈등은 늘 존재하지만, ‘공동선’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잘 해결할 수 있다. Q. 평소 한의약에 대한 견해는? 한의약은 우리나라의 지혜가 녹아 있는 ‘보물창고’라고 생각한다. 현시대와 접목해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훌륭한 유산이다. 축적된 천연물 활용 경험을 바탕으로, 신약이나 기능성 식품 등을 개발한다면 국가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한의약에 대한 더 많은 투자와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한의약은 노인 친화적 진료로 어르신들의 건강관리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한의약이 꼭 맡아주셔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한의약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점은? 무엇보다도, 한의약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한의약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부가 편견 없이 열린 자세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에 한의약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가 있다면, 정부는 과감하게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한의약을 바탕으로 천연물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천연물을 활용한 연구개발을 위해, ‘제약-의학-한의약’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대한한의사협회 창립 124주년, 한의신문 창간 55주년과 함께 한의혜민대상 시상식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특히, 국민건강과 한의약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하신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함께 전한다. 우리는 지난 3년 코로나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숱한 고비를 넘겼다. 이 고비를 넘기는 과정에서 한의사 선생님들께서도 국민 건강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항상 국민의 건강을 위해 진료 현장에서 애쓰시는 한의사 선생님들께, 늘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의약이 지역사회 건강관리의 구심적 역할을 해주시길 바라고, 응원한다. 저 역시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장으로서 앞으로 한의계의 목소리에 깊이 경청하고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 한의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35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밤이 길어졌다. 살살 퇴근을 준비해도 미안하지 않을 시간, 오후 5시 반이 되면 진료실 바깥으로 여의도 빌딩숲에서부터 불어온 칼바람을 품은 겨울 하늘이 유난히 까맣다. 12월 초부터 진료실에는 재즈풍의 캐롤을 틀어놓는다. 송년 모임과 신년 행사들이 교차하는 매년 이 즈음의 날들은 지난 한 해에 대한 아쉬움과 ‘그러니까, 내년부터는 달라질꺼야!’하는 억지스런 눈부릅뜸이 희망이라는 단어와 한 데 뭉쳐 자주 심장을 두드려댄다. 아침 일찍부터 메스꺼움(惡心)으로 내원했다고 주장은 하고 있으나 마스크 위에 소주향 디퓨저를 끼얹고 오셨나 싶을 정도로 술냄새가 또렷하다. 숙취로 인한 무거운 몸을 잠시라도 뉘일 수 있을까, 없을까 내 눈치를 보고 있음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상토하사(上吐下瀉), 토사곽란(吐瀉癨亂) 혹은 송년회식 후유증으로 별칭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과음 다음 날 아침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 괴로움이 얼마나 큰지... 메슥거리는 속을 달래려고 심호흡을 해보았다가 엎드려 보았다가 핫팩을 배에 올려 보았다가 물을 벌컥벌컥 마셔보았다가 화장실에 앉아보았다가 어떤 짓을 해도 개선되지 않는 그 온갖 불편한 증상들의 총합을!! ‘나, 금주할거야!’ 혹은 ‘다신 안 마셔!!’ 그랬다가도 해독의 기쁨이 몰려오고 다시금 복부가 편안해지면 해장국와 해장술의 유혹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다. 과음의 후유가 한바탕 지나가고 정상적인 위장상태로 바로바로 회복되는 건강체들과는 달리 먹고 배설하는 이 주요 기능에 이상이 생긴 만성 질환을 가지고 수십년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일상은 얼마나 힘들까? 저자의 생생한 궤양성 대장염 투병역사 담은 ‘먹는 것과 싸는 것’ 프란츠 카프카의 문장을 가려 뽑은 『절망은 나의 힘』(2012년)이라는 괴팍한 제목의 책을 접한 이후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이라는 부제 때문에 『절망독서』(2017년)까지 이어서 읽게 되었다. 최근 『먹는 것과 싸는 것』(다다서재, 2022년 3월)이라는 너무도 리얼한 책 제목에 반하여(!)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니 가시라기 히로키, 반가운 이름! 카프카의 투병과 좌절에 대한 글귀들을 구구절절 성찰하고 인용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저자가 앓았던 질병 때문이다. 20세 때부터 궤양성 대장염을 앓기 시작하여 13년간 관해와 재연을 반복했던 투병의 역사를 너무도 솔직하게 쏟아놓았다. 책을 읽으면서 만성 질환 환자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교만한 것인지 반성했다. 또한 환자들 개개인에게 얼마나 많은 편견과 오해, 억측과 속단 그리고 강요와 포기가 개입되고 있을지... 그들에게 공감하고 있다고 감히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궤양성 대장염은 일단 걸리면, 평생 낫지 않는다. 그래서 난치병이다. 병에 걸린 뒤, 나는 수많은 어려움과 부자유를 경험했다. 궤양성 대장염의 설사는 느닷없이 집채만 한 파도가 닥친다. 노크도 없이, 조금이라도 좋으니 시간을 달라고 얼마나 바랐던가. 만성 통증 환자는, 저녁이 되었다고 통증이 물러가지 않는다. 통증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도 불안과 긴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차이는 정말 크다. 고통이라는 말에 ‘단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5단계의 고통보다 10단계의 고통이 훨씬 힘들다는 식으로.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1단계의 고통이라 해도 계속 끊이지 않으면 굉장한 것이 된다. 그러니 단계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요소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병 때문에 궁지에 몰리다 얻은 것이 깨달음만은 아니다. 점차 주술적 사고도 강해지기 십상이다. 누구도 미신을 믿는 사람들을 비판할 수는 없다. 병에 걸린 사람은 누가 봐도 이상한 치료법이나 신흥 종교에 쉽게 빠져든다.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해”라고 아무리 얘기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병에 관해서만 생각해보면, 건강한 상태란 한 종류밖에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에 비해 병은 굉장히 종류가 많다. 수가 많은 것뿐 아니라 불행에는 ‘제각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구석이 있다. 즉, ‘모두의 불행’이 아니라 ‘나만의 불행’으로 분단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환자라도 서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나는 병에 걸린 뒤에 몇 번이나 깜짝 놀랐다. ‘인간에게는 이런 통증도 있구나!’ 그 중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도 있었다. 병에 걸리면 주위에서 사람이 줄어들어 말 그대로 고독해지기도 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환자라는 존재는 무서운 견본인 셈이다. 가능하면 못 본 척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래 감정 아닐까. ‘마음가짐이 느슨하니까 병이 난 거다.’ ‘마음만 먹으면 병은 나을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 종종 입에 담는 극단적인 말인데, 이 말을 들으면 환자는 괴로운 동시에 상대를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에 사로잡힌다. 모든 병의 원인이 마음일 리는 없다. 또 모든 병이 마음가짐에 따라 나을 리도 없다. 신체적인 접근으로 병이 낫지 않는 것은 의학의 한계이고 당사자에게는 책임이 없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접근했는데 낫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몸에 병이 있어 고생하는데, 어느새 내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을 받는 것이다.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여길수록 환자는 ‘밝게 있으라’는 요구를 받는다. 환자의 주위 사람들에게는 무척 편리한 요구다. 환자는 병에 걸렸다는 슬픈 사건의 한복판에 있는 건 변함이 없는데도, 밝게 행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울고 싶은데 웃으라는 것이다. 그런 성격이라 그런 병에 걸린 것이 아니다. 그런 병이니까 그런 성격이 된 것이다. 병에 의해 형성된 성격인데 병에 걸린 뒤에 보고 그 병에 걸릴 만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지만, ‘병에서 마음이 비롯된다’고도 할 수 있다. 낫지 않는 병에 걸리고 놀란 점 중 하나는 “낫지 않는 병이에요”라고 말해도 “아뇨, 나을 수 있어요”라고 부정당한다는 것이다. 병이 낫지 않는 경우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계속 비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병에 걸리면 행복의 기준이 매우 낮아진다. 일의 성과니 경쟁이니 하는 것들이 훨씬 하찮아진다. 요즘은 각각의 진료과가 전문적이기 때문에 각 진료과가 맡은 책임만 완수하려 한다. 그 때문에 책임 외의 증상에 대해서는 의외일 만큼 봐주지 않는다. 조심해봤자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예 조심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최악의 컨디션으로 떨어진다.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지만 어쩔 방법이 없다. 제어 불가능이라는 사실만 알 뿐이다. 아픈 사람이 이상한 치료법에 빠져들면, 서양의학으로는 병이 낫지 않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스스로 제어하는 느낌을 되찾고 싶다는 바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제어할 수 있어요.”이런 말은 정말 강하게 아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환자의 그런 절실함을 모르면 이상한 치료법에서 돌아오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도 한약치료 가능』(동아일보, 2016년 2월 15일), 『크론병, 한의학적 치료법 믿지 않아 10여 년간 연구하고 논문으로 증명』(민족의학신문, 2020년 2월 6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난치성 장질환에 관한 한의학적 연구도 가끔 보고는 된 적 있다. 다만 난치질환 환자들로 구성된 환우회에서는 정통 의료계에서 잘 치료되지 못하는 분야에의 한의학계의 도전이나 성과를 무조건 폄훼하고 비난하기 일쑤라서 자칫 ‘주술적 사고’나 ‘이상한 치료법’ 취급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의치료가 환자들에게 진실로 인정받는 방법은? 한의학이야말로 관해를 유지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안전한 치료방법이라는 인식이 일반론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미 성과를 많이 쌓은 개원가는 물론이고 관련 학계의 기초연구와 임상보고를 지속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환우들에게 쇼닥터들의 광고는 절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오직 찐으로 효과를 본 체험기와 비광고성 정보만이 조심스레 공유될 뿐이다. 2022년 12월의 영화계는 13년만에 개봉한 『아바타2』 이야기뿐인 듯하지만 11월 말에 개봉한 영화 『올빼미』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2022년과 헤어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사극 스릴러물인 『올빼미』는 맹인 침술사(천경수, 류준열분)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이다. 낮에는 잘 안 보이다가 밤이면 훤히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주맹증(day blindness)을 앓고 있다는 설정에 대해서는 안과 의사의 자문을, 류준열이 침 놓는 장면에서는 한의사의 자문을 얻었다고 한다. 초반의 쫄깃한 긴장감은 좋았으나 중반으로 가면서 개연성은 희박해지고 환타지가 가속화된다. 극중 주인공은 허벅지에 대량출혈의 상처를 입고도 절뚝거림 없는 전력 질주가 가능했고, 인조(유해진분)의 왼손 필체를 알아내기 위해 오른손에 마비를 일으키는 침을 놓았으며 세자가 죽은 후 4년이 지나 병세가 악화된 인조 앞에 다시 나타나 침 시술을 통해 결국은 인조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어느새 영화는 사극의 외피를 입은 류준열의 히어로물이 되어 있었다. 동원 가능한 모든 진단기기와 검사를 통해 ‘A가 A이고 B는 B이다’라고 명명백백하게 판정가능한 질환만 있다면 의사도 환자도 지금보다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꽤 많은 질환들은 표준화된 검사를 거치고도 간단하게 진단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오류로 인하여 가끔 오진도 발생하며 의사별 병원별 각기 다른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도 다반사이다. 암흑 속에서 벽을 더듬어 길을 찾는 것과 같은 간절함과 신중함을 보여야 하는 영역도 적잖게 존재한다. 한의학의 시대적 소명은 영화에서의 주맹증이라는 설정처럼 밤이라는 틈새에서의 한정된 그러나 중요한 역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한의원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파이어족으로 합류한 지인들의 소식이 한두명씩 들려온다. ‘난 언제 파이어족이 되어보나? 그런 날은 오나?’하며 그들의 크고 작은 성공이 부러운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부럽다. ‘아니야, 올해도 큰 사고없이 잘 살아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넌 이 일을 좋아하쟎아!’라며 정신승리를 하려고 애도 써본다. 그랬던 내게 짧은 글귀로 위로를 준 사람이 있다. 바로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이다. 삶의 모토를 낮밤으로 구분하여 낮의 모토는 “정신은 건조하다”, 밤의 모토는 “잘 숨어서 산 인생이 잘산 인생이다”라고 말했다. 30년간의 건조한 낮밤을 반복한 결과 루만은 『사회의 사회』라는 최후의 저작을 남겼고 지금까지도 사회학 이론의 영역에서 난공불락의 성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순간의 유명세보다 건조한 꾸준함은 위대함을 남긴다. 2022년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오늘의 나에게 ‘건조한 꾸준함’이라는 모토를 선물로 주고 싶다. 유명해지지 않은 채로 그리고 건조하기 짝이 없는 삶을 오늘까지도 잘 유지하고 있다면 대단한 작품을 설사 남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삶은 그런대로 괜찮은 삶인 것으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2023년, 한의학이 보다 진화·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 지난달 사촌 오빠가 췌장암 진단을 받은 지 2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제 겨우 52세이다. 소화불량 이외의 증상은 거의 없었고 신문 건강섹션에 자주 등장하는 등통증도 거의 없었다고 들었다(『등 아프면 췌장암일까.. 다른 증상 함께 봐야 한다』매경헬쓰, 2022년 10월 25일,『이런 등 통증은 췌장암 의심해 보세요』헬쓰조선, 2022년 11월 7일). 평소와 다른 수준의 상복부 통증과 체중감소로 정밀 검진을 받게 되었고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췌장암 말기로 전신에 전이가 된 상태였다. 가족력도 뚜렷할 게 없었고 술, 담배도 적당했으며 운동으로 평소 건강관리도 잘해 왔었던 사촌 오빠는 그렇게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다. 암진단 자체를 받아들이고 말고 할, 본인의 심리를 추스릴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15년에는 암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불운(bad luck)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Cristian Tomasetti, Bert Vogelstein, "Variation in cancer risk among tissues can be explained by the number of stem cell divisions", Science 2 January 2015: Vol. 347 no. 6217 pp. 78-81, DOI: 10.1126/science.1260825). 존스홉킨스 키멜 암센터의 과학자들은 통계모델을 만들어, 인체의 다양한 조직을 대상으로 하여, 주로 줄기세포가 분열할 때 발생하는 무작위 돌연변이로 인한 암의 비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모든 조직에서 발생하는 성인의 암 중에서 2/3는 주로 불운(不運), 즉 발암 유전자의 무작위 돌연변이 때문에, 나머지 1/3은 환경요인과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흡연이나 불량한 생활습관도 발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의하면, 상당수의 암들은 생활습관이나 유전요인과 무관하게, 주로 불운(즉, 발암유전자의 무작위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암들을 뿌리뽑는 최선의 방법은 조기검진이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치료할 수가 있다”라고 보겔스타인(Bert Vogelstein) 박사는 말했다. 암도 난치성 장질환도 운이 없어서 발병한 것이라면 너무 억울하고 허무하다. 그러나 모든 질병의 발병은 누구에게나 그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기에 가끔 또 자주 두려워진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진 스스로에게 끝까지 유지해야 할 마음가짐은 겸손과 감사 뿐이다.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가끔 친구들과 커피 한 잔 하러 들르는 파주의 명소이다.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책들도 할인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상설, 비상설 전시회도 7천원이면 관람이 가능하다. 내년 1월까지 열리는 이번 겨울의 전시 주제는 『틈의 풍경 between, behind, beyond』이다. 『틈의 풍경』을 관람하며 “과거와 현재 사이에 끼여서(between) 늘 존재의 애매함을 과시하는 한의학은 시대에 뒤처진다는(behind the times) 비판을 자주 받아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현대의학을 넘어서는(beyond)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나만의 해석을 덧붙여 보았다. 2023년에도 한의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건조한 꾸준함’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도 영화 『올빼미』의 류준열처럼 구경꾼에서 이야기의 주도자로 진화, 확장될 수 있기를 응원하는 바이다. -
“유튜브 통해 피부질환 이겨낸 환자들의 댓글 볼 때 가장 큰 보람”구재돈 한의사 [편집자 주] AKOM TV에서는 인플루언서 한의사들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을 대상으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 초대 손님으로는 ‘묘한의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바른샘한의원 구재돈 대표원장을 초청, 한의학적 피부질환 치료 및 피부 관리법에 대해 들어봤다. Q 유튜브 채널명을 ‘묘한의사’로 한 이유는? 그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 ‘묘한+의사’ 혹은 ‘묘+한의사’ 이렇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사실 한국에서 한의사의 위치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 보통 모임에 가서 한의사라고 밝히면 주변인들이 ‘저는 한의학 믿어요’라며 믿음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의학이 종교도 아닌데 믿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형외과를 가면 ‘치료를 받았는데 잘 나았습니다. 결과가 만족스럽습니다’라고 하지 ‘정형외과를 믿어요’라고 하지 않는다. 아플 때 한의원을 가면 되는데 믿음을 가지고 가야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묘한 포지션의 의사라고 해서 ‘묘한의사’라고 정했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결과가 만족스럽다면 사실은 ‘묘’자를 빼서 그냥 ‘한의사’가 돼야 한다. 결국은 묘하지만 묘하지 않아야 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만든 것이 ‘묘한의사’ 채널이다. Q 유튜브를 시작한 동기는? 주로 치료하는 분야가 피부질환인데, 대부분 난치성 피부질환 환자들은 본인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별로 없다. 사실 양방 피부과적으로는 정말 치료가 어렵다. 한의사라서 하는 이야기 아니라 거의 희망이 없다. 그래서 환자들이 1∼4년 치료해도 낫질 않으니, ‘관리’라는 의미로 접근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치료도 안 되는데 관리법도 잘 모르고 있다. 우리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 원칙이 있는데, 치료가 잘되는 사람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래야 가이드라인을 따랐을 때 치료결과가 더 우수해지고 재발률도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방피부과적으로 보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치료결과가 좋기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의치료는 치료결과가 정말 좋고 탁월해 치료결과, 생활관리, 재발관리까지 일목요연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수 있어 (유튜브를)시작하게 됐다. 유튜브에서는 강의영상 혹은 환자들의 사연영상 그리고 어떻게 호전되는가에 대한 문제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 스토리텔링식으로 전달하다보니 환자들이 ‘아! 치료가 되는 병이다’라는 희망을 가진다. 또한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에 대한 희망도 생기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의미로 시작하게 됐다. Q 피부질환 치료를 주로 하게 된 이유는? 유튜브 채널에 저의 피부질환 사연에 대한 스토리를 올리기도 하는 등 나 자신이 지루성 피부염으로 고통을 받았고 정말 삶의 문턱 앞까지 왔다 갔다 했었다. 지금의 결과만 보고 환자들이 사실 거짓말인 줄 알 정도인데,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피부질환을 스스로 극복했고, 그 스토리를 환자들에게 이야기해주고 극복되는 과정을 치료로써 보여주고 싶었다. 피부질환을 치료해보면 사실 한의치료가 굉장히 결과가 좋다. 눈에 딱 보이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드라마틱한 감동이 있고, 치료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치료경과를 환자와 같이 공유하는 것도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Q 피부질환 치료에 있어 한의약의 장점은? 한의치료가 피부질환에서 갖는 최대 장점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매커니즘적으로 원인을 치료해준다. 양방피부과적으로 난치성 피부질환은 원인불명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원인을 모르니 치료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한의학적으로 보면 원인이 대부분 만들어져 있다. 완성된 건 아니고 미완된 부분이 있는데, 그걸 교정해주면 원인이 잡혔다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루성 피부염이 생기면 대부분 원인은 ‘열’이다. 하지만 양의사한테 열이 원인이라고 하면 이해를 못한다. 체열 측정을 하면 지루성 피부염 있는 환자들은 얼굴에 열이 굉장히 몰려 있고, 스스로도 얼굴이 뜨겁다, 화병 났다, 얼굴이 터질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열이 많다는 걸 환자 본인은 아는데 의사는 안 들어준다. 이때 한의사가 열을 내려주는 치료를 하면 열이 내려간다. 원인을 치료해주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두 번째는 한약이 천연물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한약이 간에 안 좋다거나 중금속 덩어리라는 말이 있는데, 굉장히 안정적인 물질이고 장기간 복용을 해도 상관이 없다. 한약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피부와 몸을 동시에 치료해준다는 점이다. 한의사라면 대부분 알겠지만 ‘귀경’이라고 소화기를 치료해주며 피부를 동시에 치료해주는 약이 있다. 동시에 치료해주는 약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 중 한약밖에 없다. 그런데 양약은 피부로 가는 약은 피부로만 가고, 몸으로 가는 약은 몸으로만 가는 단일 기전으로 발동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피부질환 같은 경우에는 치료하기 굉장히 어려운 단점이 있다. Q 피부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준다면? 피부는 사실 유전이 90% 이상 타고 나는게 가장 크다. 그래도 얼굴 피부에 관련해 꿀팁 하나를 소개하자면 얼굴은 무조건 쿨링만 해주면 된다. 피부관리숍을 가도 마지막에 항상 모델링 마스크팩을 해주는데, 그게 사실 쿨링이다. 피부질환 주된 이유가 거의 95%가 열에 의해 생기는 것인 만큼 얼굴을 식히기만 해도 개선될 수 있다. 이때 쿨링이 가장 중요한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고무 모델링 마스크팩을 해준다거나 시트팩 중에서 저자극성 마스크팩 해주면 된다. 그래서 1일 1팩이 효과가 좋을 수도 있는 점이 팩의 효과보다는 사실은 쿨링효과가 더 크다. 하다못해 물수건을 시원하게 해서 5분에서 10분 정도만 식혀줘도 얼굴 피부가 굉장히 맑아지고 깨끗해지고 트러블이 절반 이하로 줄 수 있다. Q 채널을 운영하면서 보람된 순간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쌍방향 소통이다. 환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진료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못다 한 이야기들을 환자들한테 전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소통하고 싶었다. 가장 보람있던 순간은 심한 피부질환을 이겨낸 환자들의 댓글을 읽어볼 때이며, 굉장히 뿌듯하고 가장 기쁜 순간이기도 하다. 심한 아토피 피부질환 환자들은 집 밖을 잘 못나간다. 집 밖을 못 나간지 몇 년된 환자, 얼굴을 가리고 다닌지 오래된 환자 등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많은데 그런 환자들이 유튜브 채널을 보고 관리를 했더니 피부가 좋아진 예들이 실제로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제 환자들 중에 치료한지 5년, 10년 오래된 분들이 유튜브를 보고 ‘구원장님도 유튜브하시네요’ 댓글 달아주실 때 큰 보람을 느끼곤 한다. -
“개인적 성취보다 아픈 이들과 교감하는 삶이 좋아”김수오 늘푸른경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 창립 124주년·한의신문 창간 55주년 기념식 및 2022년 한의혜민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김수오 늘푸른경희한의원장으로부터 수상 소감을 들어봤다. “개인적인 연구개발의 성취감을 추구하는 엔지니어로서의 삶보다 아픈 이들과 교감하며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한의사로서의 삶이 좋아 선택한 만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다양한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하다보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습니다.” ‘2022 혜민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김수오 늘푸른경희한의원장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김 원장은 84학번으로 전자공학과에 입학, 졸업 후 엔지니어로 연구소에서 6년간 근무하다가 94학번으로 한의대에 입학해서 늦깎이 한의사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만성위염과 비염을 내내 달고 지냈습니다. 숱하게 병의원을 드나들면서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는 의료인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내 몸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한의학을 알게 됐고 한의학의 원리에 매료돼 한의사가 됐죠.” 그에게 있어 의료봉사는 보다 어려운 여건에 있는 환자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은 물론, 한의사로 인생 전향을 결심했던 당시의 초심을 일깨워주고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가 라오스, 미얀마 등 콤스타 활동을 비롯해 제주 평화대행진, 오사카 재일제주인 한방의료봉사단에 꾸준히 참여해 온 이유다. ◇ 다양한 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하셨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환자는? 평소 콤스타의 해외의료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내다가 2015년에 라오스 비엔티엔 지역과 2017년 미얀마 양곤 지역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두 지역 모두 의료여건이 열악한 지역인데다 모처럼의 의료 활동이라 수많은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를 받으러 오셨다. 특히 라오스에서 모든 환자분들이 두 손 모아 감사를 표하는 모습들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특히 병약한 노모를 모시고 먼 길 마다해 방문한 자녀분의 간절한 눈동자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순박한 눈매로 다소곳이 두 손 모으던 어머니와 아들의 순박한 모습은 의료인으로서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준다. ◇제주평화대행진 참여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제주평화대행진은 십년전부터 해마다 여름이면 전국에서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서 일주일에 걸쳐 도보로 제주를 한바퀴 순례하는 행사인데, 수년째 한의진료팀을 꾸려서 저녁마다 행진단 숙소로 찾아가 진료해오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로 파괴된 강정마을 공동체를 위로하고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행사에 한의사들도 적극 연대하는 모습은 기후위기 시대에 한의계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코로나로 3년 만에 오사카 의료봉사가 재개됐다. 베스트셀러를 드라마화한 ‘파친코’의 배경인 오사카의 한인지역에 계신 재일교포들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해마다 다녀오고 있다. 오사카는 일제 강점기부터 제주에서 정기여객선이 운행한 덕분에 제주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고, 1948년 제주 4.3 당시 군경의 학살을 피해 오사카로 피신한 뒤 70여년 세월을 이국땅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 민족차별을 견디며 고향을 위해 애써 일하며 번 돈을 보내주다 이제 팔순이상 노년의 세월을 맞은 어르신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을 꼭 잡아 드렸다. 어쩌면 한두 번의 치료보다도 그간의 힘든 세월을 보내며 그토록 그리던 고향에서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것 자체로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의료봉사를 비롯한 한의사의 사회 참여에 대한 견해는? 한의대에 다니던 중 이른바 한약분쟁으로 인해 전국 모든 한의대생이 유급을 불사할 정도로 한의계가 고군분투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열악한 한의계의 역량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우호적인 여론이 큰 힘이 되었다. 당시에는 민족의학 사수라는 대명제로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한의사들의 참여와 기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주지역에서 한의사로서 의료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나가려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사진작가로서 사진작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제주 4.3 75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오사카에 계신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고운 모습을 사진에 직접 담아드리고 싶다. 수십 년 전 아픔을 안고 떠나 고향을 그리는 당신들에게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사진도 건네 드리고 싶다. -
“K-메디신, 국가적 지원과 한의계의 노력이 함께 필요”박태순 한국한의약진흥원 미래사업육성팀장 올해 ‘제2회 한의약 미래 신제품·신기술 경진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경진대회는 한의약 산업의 미래 발전 및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한의약의 세계시장 진출을 이끌어 나갈 신제품·신기술을 발굴, 육성해 한의약의 과학화·산업화를 촉진하는 것이 취지다. 전국에서 40건의 한의약 신제품·신기술이 출품되었고, 전문성과 공정한 평가 등을 통해 본선에 8개 팀이 진출했다. 최종 결과는 퇴행성 뇌질환 치료용 한약제제 ‘메카신’을 선보인 원광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김성철 교수팀이 1등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2등 우수상은 한의약 소프트웨어 한방 통합 솔루션 ‘허브링커’의 메디케이시스템, 3등 장려상은 한의약 신소재 건강식품 ‘청기백기’의 아이앰더블유가 선정됐다. 특히 이번 본선대회는 전국민이 함께 시청할 수 있도록 방송을 통해 소개되어 오늘날 더욱 발전된 한의약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경진대회 성료, 도약의 시작 우수한 한의약 신제품·신기술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면 이제부터는 잠재력 있는 우리 한의약 신기술이 세계 시장에서도 더욱 경쟁력 있게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본선에 오른 8개팀은 이후 진흥원이 추진하는 선진화 지원, 창업·실증 지원 사업 등에 참여할 때 인센티브를 받게 돼 산업화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진흥원이 그동안 축적해온 연구 성과, 인프라 및 우수 연구인력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이번 본선 진출팀 가운데 3개팀은 한의약진흥원이 운영하는 해외홍보관에 입점하여 해외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경진대회 입상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며, 차회 진행될 대회에 더 많은 한의약 기업들이 관심 갖고 참여하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전통의약 시장, 한의약 전망은? 전통의약은 세계적으로 차세대 의료산업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전통의약 시장 규모도 2030년 3천억 달러, 2050년에는 5천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 전통의약시장은 국가경제 발전의 새로운 기회의 장이 분명하지만, 아직 한의약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아쉬운 수준이다. 현재는 중국 주도로 세계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중국의 국가 중의약 시스템’에 따르면, 중국의 중의약 분야 대부분 지표가 9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자국 전통의학 중의약에 대한 전폭적인 진흥 정책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 헌법 제21조에는 중의약 진흥과 관련한 내용이 있고, 2016년에는 중의약 진흥을 담은 중의약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중의약 정책지원이 집중되면서 중의의료기관, 의료인력, 병상 수 등 중의 분야 전 지표가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동 기간 한의약은 제자리걸음을 유지해 온 것을 생각해볼 때 국가적인 지원책이 더욱 절실한 것도 사실이다. K-메디신 안착을 위해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세계 전통의약 시장에서 한의약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를 선도하는 한의약’이라는 목표로 한의약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의약의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한의약 고유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세계인이 공유하는 한의약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한의약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및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해 국가별로 의료 환경과 문화에 최적화된 마케팅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표준화와 과학화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전통의약시장의 공통적인 문제이며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다. 진흥원은 세계 한의약 시장에서 표준화와 과학화의 기준을 만들고 있다. 한약재 소재 발굴, 한의약 개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등을 통해 한의약의 치료 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2021년에는 WHO본부로부터 전통의학협력센터로 지정되어 세계 전통의약 동향을 분석하고 국제 교류협력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K팝, K푸드 등 K-열풍이 전 세계에 불고 있는 가운데 한의약도 ‘K-메디신’ 열풍의 대열에 서게 될 것이다. 맞춤의료로서 질병 예방에 탁월한 한의약이 본질을 간직하면서도 서양의학과 동등한 시스템과 전문성을 갖춘 만큼 세계 전통의약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대법원의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합법 판결 환영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에 따라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한한의사협회는 2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는 합법’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정의로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 현대 진단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의협은 “한의학은 수 천 년 동안 관찰된 임상 경험을 이론화한 것으로, 한의학의 과학화는 한의학이 새로운 의료로 탈바꿈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 발전의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밝혔다. 또한 “한의학이 현대 과학의 발달에 발맞춰서 현대화 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수차례 실시된 국민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한의학의 과학화·현대화는 국민의 요구이자 의료인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또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인 현대 진단기기의 대다수는 양의사들이 발견하고 연구한 것이 아니라, 현대 문명 발달의 산물이며, 이를 각자 진료에 활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관찰하고 최상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은 현대를 사는 의료인에게 마땅히 보장된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의협은 “지금까지 한의사에게 채워져 있던 현대 진단기기 사용 제한이라는 족쇄를 풀어줄 단초가 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향상이라는 당면한 국가정책을 해결하고, 국민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한한의사협회 2만 8천 한의사 일동은 이번 정의로운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교육과 연구, 학술에서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포함한 현대 진단기기를 활용하여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인 한의약 치료로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국민을 볼모로 한 특정이익단체의 눈치를 보지 않는 보건당국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후속조치를 촉구한다”면서 “나날이 발전되고 있는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해 한의학의 표준화와 객관화 등을 통한 한의학 발전을 이뤄내 세계시장에 한의학을 알리고 국부를 창출하는 데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대한한의사협회 2만 8천 한의사 일동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숭고한 책무를 완수하는데 가일층 노력할 것이며, 초음파 진단기기를 비롯한 현대 진단기기를 진료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
“더 많은 지식의 공유 및 확산 위해 노력할 것”[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메디스트림이 주최한 ‘도전! 베스트 강의 시즌2’에서 우승의 영예를 안은 심수보 한의사를 만나봤다. 심수보 한의사는 ‘한방소아과 진료’를 주제로 한방 소아진료의 특성, 진료 핵심 등을 설명하는 한편 소아진료에 대한 잠재수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공유해 큰 호응을 얻었다. Q. 우승한 소감은? 정성 들여 준비한 강의가 다른 한의사 회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또 호응도 좋았다고 해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마음이다. 제 지식과 경험을 나눴을 뿐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얼떨떨하면서도 행복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지식의 공유 및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 Q. 한방소아과 전문의 과정을 밟게 된 계기는? 학생 때부터 학구열이 높은 편이었고 연구나 진료,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자연스럽게 졸업과 동시에 수련의 과정을 선택하게 됐다. 생각보다 고된 수련과정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중 어느 날 병동에 있는 5세 소아환자에게 정성껏 그린 그림과 편지를 선물로 받았는데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지쳐 있다가도 힘이 나고는 했다. 이렇듯 어린이 환자를 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한방소아과 전문의 과정을 밟게 됐다. Q. 참여하게 된 계기 및 강의를 통해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은? 아내가 메디스트림의 열성유저라서 ‘도전! 베스트 강의’ 공고가 뜨자마자 저에게 꼭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링크를 보내줬다(웃음). 강의 취지가 좋고 내가 가진 지식을 공유해 한의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임상경력이 짧은 한의사 회원들은 물론 수십년간 진료를 해오고 있는 회원들도 소아진료에 대해서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강의를 통해 소아진료가 어렵지 않으며, 치료효과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진료영역이라는 것을 꼭 전달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최대한 쉽게 풀어내려 노력했다. Q. 이전에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본 경험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 본 적은 없지만, 수년간 대학원 수업을 ZOOM으로 진행하며 온라인 발표에 대한 경험을 많이 쌓았다. 또 전공의 시절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습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학교 보건교육을 하기도 하면서 작고 큰 강의들을 진행해 왔던 경험들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강의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스크립트를 미리 작성하고, 목소리 톤과 강의 속도 등을 많이 연습했다. 수강생들이 듣기에 편했다는 피드백을 들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Q. 현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강의내용이 눈에 띈다. 그 비결은?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내다. 로컬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 아내가 소아 진료에 관련된 질문을 자주 하기 때문에 주로 어떤 것을 어려워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가르쳐 준 내용을 아내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해보고 생생한 후기까지 들려준 것 또한 많은 도움이 됐다. 또 개원가나 로컬에서 진료를 보는 선후배 및 동기들의 고충을 많이 들어보려고 노력했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편하게 소아진료에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강의를 준비하는 내내 임상 현장에 있는 한의사 회원들의 입장에서 접근하고자 신경을 많이 썼고, 결과적으로 실제 임상 현실에서 필요한 내용 위주로 강의를 구성할 수 있었다. Q. 소아진료 접근을 어려워하는 회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처음부터 소아환자들에게 침, 부항 등 침습적인 치료를 시행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아이들이 한의원을 무서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티커침과 레이저침, 수기요법 등 아이들이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치료부터 차근차근 접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의치료는 어린이에게도 효과와 안전성이 뛰어나다. 자신의 치료에 확신을 가지고, 보호자에게도 자신있게 티칭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강의를 들은 회원이라면 로컬 한의원 진료실에 내원하는 질환 정도는 충분히 티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 Q. ‘도전! 베스트 강의’의 긍정적인 부분과 아쉬웠던 측면이 있다면? 긍정적인 부분으로는 강의를 듣는 사람은 물론 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기회라는 점이다. 수강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들으면서 임상 실력에 보탬이 됐을 것이고, 강연자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다듬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온라인 비대면 강의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다는 점이다. 진행할 때 수강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워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 수강자들과 질의응답도 편하게 주고받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Q. 한의계 발전을 위한 강의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할 점은? 초보자를 위한 친절한 강의가 좀 더 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임상강의가 해당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막 임상을 시작한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내용을 쉽게 풀어주는 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강의가 단순히 지식 전달에서 끝나지 않고, 강의 이후에도 ‘스스로 처방구성 해보기’나 ‘소아환자 치료플랜 수립하기’, ‘나만의 개원 시스템 구축해보기’ 등 강의 컨셉에 맞는 과제 수행을 통해 수강생이 강의내용을 실제 임상에서 적용해보고, 이를 강사에게 피드백을 받는 시스템도 구축됐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말은? 아내인 권하린 원장, 학교 후배인 조소해 원장과 한 팀이 되어 책을 만들고 있다. 한의사협회에서 주최하는 ‘소아청소년을 위한 서적 출판 공모전’이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출판하게 됐는데, 키 성장에 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이야기책이다. 아이들과 학부모뿐 아니라 일선 진료현장의 한의사 회원들도 참고할 수 있을 만한 알찬 내용으로 구성했다. 내년 1월 <한방소아과 전문한의사가 알려주는 키 성장의 일급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
“한의학, 내 삶을 비추는 거울”이원희 동신대 한의과대학 학생 한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한의학개론’을 들으며 인상 깊었던 내용은 ‘생긴 대로 병이 온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나 가치관 등이 전부 밖으로 드러나 그의 인생이 된다는 것이 나름대로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근 4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봤을 때, 한의학을 대하는 태도는 놀랍게도 입학 후로부터 살아온 인생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예과: 새로운 생활 속 다방면의 활동 대학을 계속 옮겨 다니다 연고가 아예 없는 지역의 한의과대학에 입학함에 따라, 항상 조급함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혼자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이런 고민은 예과 1학년 때부터 본과 3, 4학년 선배님들을 자주 뵙고 한의학 및 한의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차츰 해결됐다. 고학년 선배님들과 친하게 지내며 한의원 참관, 한방병원 임상시험 참여 등 저학년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대외활동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 한의건강검진 서비스 출범을 위한 빅데이터 수집 임상시험의 참여자 및 보조 인력으로 일했던 것이다. 한의계에서도 한의학만의 방식으로 건강검진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5년에 걸친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지난 2020년부터 시작했고, 나주 동신대학교한방병원에서 진행한 건강검진에 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한의학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같은 시기 병원의 다양한 임상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연구원들과도 라포를 쌓으며 졸업 후 연구쪽 진로를 선택하면 어떠한 장단점이 있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운 좋게도 저학년 때부터 한방병원의 시스템이나 체계에 익숙해졌고, 학문적인 부분은 잘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내가 배우는 학문이 실제로 정형화된 체계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껴 학업에도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다. 본과: 계속된 이색 활동에서부터 더 넓은 세상으로 본과에 진입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의학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었다. 예과 때와 마찬가지로 학과 공부에 성실히 임했으며, 병원에서 일할 때 연이 닿았던 부인과 교수님 덕분에 증강 현실을 이용한 터치스크린식의 경혈 교육 기기 및 난임사업 등 학부생과 실제 임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예과 때에 이어 진행할 수 있었다. 저학년 때 넓은 세상을 봤던 경험은 한의학을 배우는데 긍정적으로 기능했고 그런 경험을 자교 한방병원에서 했다는 점은 이내 애교심으로 이어졌다. 후배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코로나 시기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교내외 여러 학사일정을 다시 바로잡고 싶다는 목표가 생겨서 올해는 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학생회장이 되고 나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자교 혹은 광주권 활동에만 국한돼 있던 활동을 전국 단위로 넓힐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전국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 연합(이하 전한련)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며 타 한의과대학 학생회장들과 소통으로 한의계 전체의 크고 작은 이슈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한의학교육에 눈뜨다 개인적으로 꾸준히 과외와 학원 알바 등을 통해 누군가를 교육한다는 것이 익숙했었고, 신입생 때 갈팡질팡하던 시기에 선배님들의 조언을 통해 갈피를 잡을 수 있었기에 저 역시 그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 또한 이미 대내외적으로 좋은 인프라가 구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학년 학우들로 연결이 잘 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기에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전한련 내에서도 교육과 관련된 활동을 도맡았다. 한편 학생회장이 되고 나니 학생대표의 입장으로 한의과대학 인증평가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인증 평가와 한의학교육의 방향성을 엮어서 지난 여름방학 때 전국 12개 한의과대학을 방문해 각 대학의 커리큘럼을 비교하고 다가올 한의과대학 인증평가를 대학별로 어떤 컨셉으로 대비할지에 대해 면담을 시행했고 겨울방학 때 자료집을 제작할 계획이다. 학교 내부적으로는 2023학년도부터 개정될 교육과정 개편에 대해 12개 한의과대학 면담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대표의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했고, 재학생들의 학업 보조를 위해 각종 과목 오리엔테이션 및 한국어문회 한자 급수 스터디를 직접 기획했다. 한의학교육과 병행한 향후 계획 올해 교육 관련 활동을 통해, 현재 한의학교육이 과도기에 있으며 향후 몇 년 동안은 과도기 속에서 한의과대학 인증평가와 맞물려 한의과대학의 전반적인 운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의 새로운 인증 기준에는 보다 더 많은 학생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고 수요자 중심의 한의학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생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졸업을 앞둔 본과 3학년이 됐지만, 새로운 인증 내용 중 상당수가 임상실습 과목 컨텐츠 및 현황을 다루고 있는 만큼 졸업 전까지는 꾸준히 임상 관련 인증 항목에 대한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는 임상 한의계의 일선에서 신졸 한의사들이 배웠던 교육이 얼마나 한의사의 역량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하는 일을 보조할 생각도 미약하게나마 가지고 있다. 거울과도 같은 한의학의 매력 이 같은 이유로 한의학은 마치 거울과도 같이 제가 활동해온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의 지난 4년이 저를 한의학교육에 관심 가지게 만들었듯이 모든 한의대생, 심지어는 한의사라 할지라도 개개인의 추억과 경험이 쌓여 한의사로서의 진로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저학년 때부터 운 좋게 외부 활동을 진행하다 학생회장이 되고 교육 관련 업무를 통해 관련 진로를 선택하게 된 제 이야기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할 뿐, 한의학은 이미 개개인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선배님들께서 한의계에 크고 작은 공헌을 해주셨기에 지금 적어도 한의학교육만큼은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과도기를 겪을 수 있게 됐다. 수백년 전의 경험이 근대를 비추고 수십년 전의 활동이 현대 한의계를 비추듯 한의학은 끊임없이 과거의 결실을 미래로 비춰왔다. 개개인의 서사를 모아 후대로 또 다른 빛을 비출 수 있도록 거울의 일부분으로서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다. -
홍주의 회장, 국시원 이사회 참석(21일) -
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20[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로부터 한의계를 둘러싼 다양한 법적 분쟁을 대비해 원인과 대응책을 살펴본다.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 한의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피보험자)가 가입한 보험회사를 상대로 입원보험료를 청구했다. 그러자 보험사에서 환자가 장기간 입원했다는 이유로 과잉진료를 했다고 판단, 환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상당액을 손해배상, 또는 입원기간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보험금으로 지급한 입원치료 비용 상당액은 한의의료기관이 보험사에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한의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이와 관련 과연 한의의료기관에서 환자에 대하여 입원을 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통원치료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닌지, 입원을 시키더라도 입원기간이 너무 장기간인 것은 아닌지에 대한 쟁점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진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입원치료와 통원치료 여부, 입원치료 시 입원기간의 적정성 여부는 환자를 치료한 전문 의료기관에서 판단할 문제이지 비전문가인 보험사에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험사의 경우, 보험청구 자료를 분석, 보험사 소속 보험의의 감정과 분석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입원한 환자는 굳이 입원할 필요도 없이 집과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입원기간도 너무 진단에 비해 너무 길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건은 보험사 뿐 아니라 건강보험공단 등을 통해 수사기관에 보험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에 의해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병원규모에 비해 입원병실이 많고 입원환자가 많은 병원, 병원 수입에서 환자입원 관련 보험청구가 많은 병원, 진단명에 비해 입원기간이 장기화 한 병원 등이 그 보험사의 청구 표적이 된다. 병원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입원 브로커들의 유혹과 악성 환자들의 입원 요구로 몸살을 겪기도 한다. 입원과정에서 입원보다는 몰래 입원실을 빠져나가 집과 직장에서 출퇴근하다가 조사과정(수사기관)에서 CCTV에 걸려 가짜입원이 발각되기도 한다. ◇최근 판례는? 이와 관련 최근 서울중앙지방원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이 사건 피보험자(입원환자)들이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했고, 통원치료는 불가능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부족하나 입원여부는 요통의 중증도나 보행가능여부와 더불어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것으로 초진진료 당시 주치의 판단 하에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입원진행을 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위 감정의견은 위 입원치료에 관한 진료기록 등을 기초로 이 사건 피보험환자들의 질환과 증상, 그 치료내용에 따른 입원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그 기재내용에 비추어 감정방법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그 내용에 합리성이 없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 한의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주었다. 특히 법원은 “입원의 필요성과 상당성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 건강상태 등을 개별적으로 확인해 판단하는 것으로 그 판단을 신뢰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단순히 진단병명에 대한통상적인 치료방법 및 입원일수를 기준으로 하여 그보다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이를 치료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불필요한 입원치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입원 필요, 상세히 기재해야 다만 이러한 사건처럼 환자가 병원에 입원이 필요한지 아니면 통원치료만으로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 입원기간동안 치료한 내역, 치료 후 환자의 건강상황 등을 상세히 진료내역에 기재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언급한 것처럼 환자가 보험금 청구와 휴직보상을 이유로 굳이 입원할 필요가 없는데도 의료인에게 입원을 간청하는 경우, 브로커가 접근하여 입원환자를 유치시켜 주겠다고 유혹하는 경우, 입원시킨 환자를 잘못 관리하여 입원환자가 입원실에 입원하지 않고 출퇴근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되는 경우, 때로는 입원환자가 입원병원을 바꾸어가면서 상습적으로 입원하는 경우 등 보험사기성 입원환자와 그 브로커의 유혹에는 잘 대처해야 한다. 보험사기의 경우에 자칫 공범으로 가담, 기소되는 경우 자칫 면허 취소라는 불이익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입원실이 있는 만큼 입원기준, 입원기간 관련 협회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사례별 적정한 기준마련 제시도 필요하다. 아울러 허위입원 관련 분쟁이 제소되는 경우 한의사협회 차원에서 법원으로 하여금 사실조회, 감정신청을 활성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입원실에서 도난사건, 폭행, 방화, 화재 등 사건 관련 입원실 관리 잘못으로 민,형사상 책임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입원실 관리 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