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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한방진흥센터, ‘2023 서울 의료·웰니스 협력사업’ 선정한방산업특구 서울약령시에 위치한 서울한방진흥센터(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가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주관하는 ‘2023 서울 의료·웰니스 관광 협력 공모사업(이하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번 공모사업은 팬데믹 이후 의료웰니스 관광의 성장과 수요에 대응하고자 의료·유치·웰니스 기관을 연계해 서울만의 특색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이다. 총 6개 팀(20개 기관)이 ‘치료·치유’를 테마로 한 의료·웰니스 상품을 신청했으며, 최종적으로 상위 4개 팀의 상품이 선발됐다. 서울한방진흥센터는 그 중 △한·양방을 결합한 K-의료웰니스 관광상품 개발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서울형 웰니스 관광 상품 등 2개 상품에 포함됨으로써 서울의 매력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관광지로 인정받았다. 사업은 오는 11월까지 추진되며 사업별로 최대 1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또한 서울의료관광 공식 홈페이지 및 SNS 콘텐츠 배포, 협력 기관 정례회 등을 통해 홍보 지원의 혜택도 받는다. 서울한방진흥센터 관계자는 “이번 공모사업 선정을 통해 의료·문화·관광 등 유관기관 전문가들과의 협업 기회를 얻어 기쁘다”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한의학의 우수성도 알리고 외국인 의료·웰니스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한방진흥센터(박물관)는 ‘한국관광공사 추천웰니스관광지 선정(2021) 및 재지정(2023)’, ‘서울관광재단 서울시의료관광협력기관 선정(2022)’ 등 국내 관광을 대표하는 전문기관과 협업해 한방 웰니스 실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
박성준 의원, '저출생 극복,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나' 토론회 개최 (1일)국회 정무위원회 박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저출생 극복,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안내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운영했던 「한시적 비대면 진료수가」를 ’23.6.1일 0시부터 종료하고,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단계 하향 후에도 의료기관 직접 방문이 어려우나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2023.6.1.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임을 공고*하였습니다. 이에 동 시범사업 관련 주요 사항을 아래와 같이 안내하오니 진료 업무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비대면 시범사업 추진방안」 안내 (보건복지부공고 제2023-412호, 2023.5.30.) ※ 문의: 중앙회 보험정책팀(☎02-2657-5077, 5083, 5036)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498)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1982년 한국과 미국의 수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韓美 한의학 학술세미나에 참여하기 위해 8월20일 하오 2시에 결단식을 갖고, 단장에 裵成植(전남한의사회 회장), 부단장에 吳世鍾(경기도한의사회 회장), 총무에 孫在林(경북 영천 손한방병원 원장)을 선임했다. 이 자리에서 대한한의사협회 車奉五 회장은 “우리의 한의학이 70년대 이후 국제의학으로 발돋움하는 가운데 국위선양에 이바지해왔다”며 “그러나 아직도 한의학의 본질을 이해시키는 활동이 부족한 마당에 재미회원들의 노력으로 미주에서 한의학 세미나를 갖게 된 것은 학문의 올바른 전파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를 대리해서 단장에 지명된 배성식 이사는 “이번 협회로부터 선택된 기회를 부여받은 한국대표단은 보람과 긍지를 갖고 협조하여 학술 전파의 사명을 다하자”고 밝혔다. 대표단은 다음과 같다. 단장 배성식(협회 이사), 부단장 오세종(협회 이사), 총무 손재림(영천 손한방병원), 단원 安秉國(경희대), 金相卿(태양한의원), 金義光(동부한의원), 朴仁圭(세운한의원), 姜慶熙(강춘한의원), 金翰奭(불광한의원), 임미경(덕신한의원), 정기준(정재한의원), 이상기(송정한의원), 임낙철(대전대), 김용환(대학당한의원), 이현수(이현수한의원), 정사성(광주한의원), 임의한(대동한의원), 오형택(오한의원), 김희택(성전한의원), 조순제(순제한의원), 손병수. 미국으로 건너가서 8월21일 전야제가 있었고, 22일 로스앤젤레스 힐튼호텔에서 한국과 미주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돼 23일까지 10여편의 논문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힐튼호텔에서 열린 개막제에서 어광용 재미 대한한의사회장이 인사로 “한의학의 우수성에 대해 많은 인류가 인정하고 현대의학을 기초로 많은 의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고, 새로운 한의학설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의 전통한의학을 그들에게 전해줌으로서 한의학을 올바르게 연구하여 세계 속의 동양의학으로 발전시켜야 할 책임을 다하는데 이번 학술세미나의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차봉오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배성식 단장이 대독한 격려사에서 “근래 미국에도 100여명의 회원이 이주해 우리 한의학의 전파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이같은 세미나를 갖게 된 것은 한의학의 국제화에 가교가 되기에 충분한 것”이라면서 “해외에서 우리 회원이 주도하는 학술행사를 자주 갖고 한의학의 본질을 토론, 학술정보를 교류하고 홍보하는데 앞장서자”고 격려했다. 22일 학술 발표에서는 안병국 교수의 신경계 질환의 특강에 이어 배성식 단장의 암 치료에 대한 임상보고 등이 있었다. 미국측에서는 고찌 오까사끼로부터 자율신경과 호흡곤란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23일에는 허만, H. 셔치의 암과 동양의학, 페이치 차오의 아시혈과 동통혈에 대한 특강, 김재준의 현대의학과 동양의학과의 개념 차이, 데이빗 브레스리의 만성 동통의 조절, 서홍연의 동양의학의 연구 등 발표가 있었고, 한국측에서 김상경의 임상특강을 끝으로 학술프로그램을 마쳤다. 모든 세미나가 끝난 후에 로스앤젤레스 소재 강서면옥에서 재미 회원들과의 위로만찬회를 가졌다. 60여명의 재미 및 고국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만찬회에서 이역만리에서 한의학의 뿌리를 심기 위해 애쓰는 재미회원의 노고를 위로하고 한의학의 폭넓은 전파를 위해 더욱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
“내일 집에 갈 거다”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지켜본 바로는 암 환자의 생은 희망과 두려움의 끝없는 싸움이다. 팽팽하던 싸움에 꼭 한 번씩 두려움이 승기를 잡을 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당연했던 일상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때’인 것 같다. 점심시간이 막 끝나갈 즈음이면 한 병실에서 숫자를 세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나! 둘! 셋!” 소리를 따라가면 스쿼트를 하는 남자가 보인다. “넷! 다섯! 여섯!” 처음에는 환자를 유별나게 생각하던 병실 사람들도 지금은 같이 개수를 세어가며 앉았다 일어나고 있었다. 환자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왕년에 잘나가는 체육관 관장이었다고 한다. 처음 이 말을 듣고 “아, 헬스장 트레이너셨어요?”라고 물었더니 본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체육관은 국가 대표 선수도 양성하던 전문 트레이닝 짐(gym)이었기 때문에 ‘관장님’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인의 업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관장님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암을 진단받은 지 5년 차를 향해 가는 사람이었는데 팔다리에는 여전히 근육이 모양대로 꽉 잡혀 있었다. “내가 아직도 우리 아들이랑 축구 경기 뛰는 현역이야. 허벅지 튼튼한 거 보이지?” 운동하는 모습을 벽에 기대어 구경하고 있으면 하던 동작을 멈추고 바지를 살짝 걷고서 허벅지를 탁! 치며 종종 하는 말이었다. “나도 승부욕이 생기잖아~!” 말기 암 환자가 많은 병동이라지만 드물지 않게 완치를 앞둔 사람도 오곤 한다. 매일같이 기대 여명을 읽어나가는 일상에서 완치 D-day를 세고 있는 환자들이 찾아오면 짓눌린 어깨가 잠시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관장님은 간암을 진단받고 1년간의 치료 후 3년 동안 재발 없이 잘 유지되어 완치 판정을 2년 남겨두고 있었다. 물론 암 치료를 견디던 때는 지금 회상하기에도 깜깜한지 입에 올리는 것을 꺼렸다. 가끔 꺼내는 말을 들어보면 술 담배를 한 것도 아닌데, 날 때부터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 받은 검사에서 암이 갑자기 발견되었다고 한다. 처음 진단받을 때부터 폐에 전이가 있는 4기 간암이었는데도 치료를 마치고 지금까지 재발이 없는 건 의학적으로 기적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아마도 투병하는 내내 꾸준히 해온 운동의 덕이 컸을 것이다. “직업이 그렇다 해도 병원에서까지 매일 운동하시는 건 대단하세요.” 바지까지 걷어붙인 허벅지 자랑에 찬사를 답으로 보냈다. “아들이랑 놀아주려면 다리 힘을 키워야 해~ 맨날 축구하자고 하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못하기라도 하면 나도 쉬엄쉬엄 할 텐데 경기 뛰다 보면 애가 자꾸 내 공을 뺏어 가니까는~ 나도 승부욕이 생기잖아~” 역시나, 열정의 기동력에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컸다. 아들은 축구 선수가 장래 희망인 초등학생이었다. 늦둥이로 태어난데다가 환자가 사는 곳이 고령 인구가 많은 곳이라, 오랜만에 동네에 등장한 꼬맹이는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컸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예뻐해줘서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동네 사람들 집에 아이를 맡기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못 본 새에 키가 쑥 자란 아들이 혼자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을 퇴근길에 우연히 보고 ‘애가 저렇게 혼자 있는데 돈 벌어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기에 굳이 묻지 않았다. 그때부터 환자는 아들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같이 축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로는 “병원에서 요양하고 있는 자기를 자꾸 찾아서 귀찮다”고 표현했지만 아들 이야기를 하는 중에 번져가는 입가의 미소는 숨길 수 없는 듯했다. “선생님, 다리가 안 움직여진다” 어느 날, 숫자 세는 소리가 들릴 법한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병실이 조용한 것이 이상해 얼굴을 보러 갔다. 환자가 인상을 찡그린 채 누워 있었다. “아, 선생님. 요 며칠 다리가 좀 이상해. 앉았다 일어나면 오른쪽 엉덩이가 아파. 걸을 때나 누워 있을 때는 괜찮은데…… 처음에는 묵직하기만 하더니 오늘은 좀 우리우리하네(욱신욱신하네).” 퇴원을 앞둔 시기였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아들과의 축구 약속이 있었다. 관절 가동 범위를 확인해 봤더니 모두 정상이었다. 아마도 운동 중에 삐끗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후 며칠간 운동을 쉬게 하면서 증상을 지켜봤더니 이내 곧 “안 아프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과 놀다 보면 승부욕이 자극된다던 아버지는 곧바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원래는 스쿼트를 한번 시작하면 200개 정도까지 하시는 분이라 오랜만에 다시 들리는 숫자 세는 소리를 반가워하며 “200!”이라는 외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소리는 도중에 멈췄고 병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급히 갔더니 오른쪽 엉덩이를 붙잡고 침대 위에 퍼질러 앉아 있는 환자의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 다리가 안 움직여진다.” 급하게 찍은 엑스레이에서 오른쪽 고관절 골절이 확인되었다. 이어서 찍은 CT에서 골절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관절을 타고 들어가 뼈를 갉아먹은 암 때문이었다. 이전 영상에서는 너무 작아 알고 봐도 보이지 않는 점들이 눈에 띄게 커져 있었다. 일부만 남아 있던 간에도 새로운 암 덩어리들이 점점이 생겨 있었다. 완치를 기다리며 아들과 축구 약속을 잡은 아버지에게 3년 만에 나타난 재발은 간과 고관절뿐만 아니라 폐, 척추 뼈, 쇄골 뼈까지 퍼져 있었다. CT를 같이 보면서 재발된 부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해가던 관장님은 컴퓨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곧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서 치료제가 많아 이전에 하셨던 치료를 제외하고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위로인지 걱정을 더하는 건지 모를 말을 건넸다. 그 말에 관장님은 “맞다. 내가 행복한 일상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거지,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잖아”라고 대답은 했지만 여전히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상을 약탈당한 두려움이 삶에 대한 희망을 짓밟으며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부러진 고관절에 대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동안 운동은 전면 중단되었다. 당연히 주말에 예정되어 있던 아들과의 축구 약속은 기약 없이 밀렸다. 고관절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골절의 위험이 있는 뼈들도 차례대로 방사선치료가 결정되었고 그와 동시에 항암 치료는 어떤 종류부터 시작해야 할지 논의가 오갔다. 며칠간 병실에 틀어박혀 있던 환자는 아들과의 영상 통화로 점차 희망을 되찾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골절된 뼈가 완전히 어긋난 것은 아니었기에 살살 걸을 수는 있었던 환자는 매일 아침 방사선실로 걸어갈 때마다 “방사선 받고 올게!”라고 외치며 성실하게 치료를 받았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 열흘간의 방사선치료가 끝나는 날이었다. 마침 항암제 종류도 한 가지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고 그다음으로 쇄골 방사선치료가 예정되어 있었다. “방사선 받느라 고생하셨어요. 1, 2주 지날수록 엉덩이 아픈 거 점점 좋아지실 거예요. 힘드시겠지만 다음 주부터는 항암 치료를 시작…….” “아니, 내일 집에 갈 거다.”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예감할 수 있는 목소리와 말투였다. “아들이 기다린다. 걸을 수 있을 때 축구하기로 한 약속 지켜야 된다. 치료는 나중에 집 근처에서 받을게.” “나중이 언젠데요? 그리고 일단 치료를 받으면서 오래 사셔야 아드님이랑 축구도 오래하시죠.” “아니, 지금 내 1순위는 아들이다. 그 다음이 치료고. 그리고 선생님, 내가 간암을 버틴 지가 5년인데 이게 재발되면 앞으로 어떤 말을 들으면서 지내야 하는지는 내가 더 잘 안다. 일단 아들 얼굴 좀 보고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 재발된 간암 4기의 평균수명은 일 년이 조금 넘는다. 그 사실을 알고서 아들과의 약속이 먼저라고 말하는 듯한 관장님을 설득할 길은 없었다. 원하는 날짜에 집으로 보내드린 후 주말에 안부차 전화를 걸었더니 한층 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병원에서도 에너지가 넘쳤던 분이라 병원 생활에 적응을 곧잘 하셨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을 보고 더 기운 차린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누구에게나 병원에서의 투병 생활은 인고의 시간임이 여실히 느껴졌다. 문득 나조차도 환자를 살리는 치료라며 그의 일상을 뺏으려고 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정말 더 살 수 있는 건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면서 의사의 욕심으로 치료를 강요하려 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후에 연락을 더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걸어가기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삶의 희망을 되찾았을 거라 믿는다. -
‘침향’, 아는 만큼 보입니다최윤용원장 큰나무한의원(서울 양천구) <편집자주> 공진단에서 사향 대용으로 사용되는 침향이 건강식품원료로 국내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한약 전문가인 한의사들도 생산 정보나 품질 감별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이에 최윤용 원장(서울 양천구 큰나무한의원)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베트남을 방문하여 침향과 관련된 여러 시설을 방문, 침향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소개합니다. ■침향나무와 침향 침향나무는 팥꽃나무과 아퀼라리아(Aquilaria)속의 15종 나무로 ‘Agarwood’라고 합니다. 침향이란 침향나무가 외부의 공격(비바람에 의한 상처, 개미를 비롯한 벌레가 집을 짓거나 미생물의 침습 등)에 대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수지 덩어리를 말합니다. 침향은 한약보다 향의 원료로서 매우 귀한 자원입니다. 이는 유럽, 중동, 중국 등에서 3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구약 성서에도 침향을 사용한 기록이 있습니다. 침향으로 만드는 아가우드향은 값비싼 향수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만 매년 선적되는 침향의 가치는 1조 3천억 원을 상회한다고 합니다. ■침향나무에서 침향을 취하는 방법 베트남 국유림이나 공유지에서 침향나무의 벌목이나 채취는 불법입니다. 사유지에 심은 침향나무를 생산업자가 구입하여, 아래 사진처럼 침향나무에서 일일이 수지를 파내어 침향을 채취합니다. 금광과 마찬가지로 어떤 나무에서는 좋은 침향이 나오고, 어떤 나무에서는 침향이 전혀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오래된 침향나무일수록 좋은 침향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파낸 수지를 침향으로 고가에 팔고, 수간부나 목질부는 색을 입혀 염주로 만들거나 피우는 향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침향을 땅에서 캐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위와 같은 작업을 하지 않고 침향나무를 땅에 묻어 두고 몇 십 년을 그대로 두어 목질부는 썩고 침향만 남은 것을 캐내기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더불어 토침향(土沈香)으로 불리는 것은 땅에서 캐낸 침향이 아니고, 중국 해남도에서 자라는 침향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침향나무의 분류 침향나무는 크게 3가지 종으로 분류되는데, 과거의 문헌이나 현재에도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생산되는 아갈로차(Agallocha)종을 上品으로 여기며 그 중 베트남산 침향을 最上品으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차별을 두기 위하여 자국의 아갈로차종을 크라스나(crassna)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으나 같은 나무입니다. ■재배 침향에 대하여 199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 정부는 농가소득 증대를 위하여 침향 재배 연구결과를 보급하며, 침향나무 재배를 권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그 전부터 인공적으로 침향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침향나무에서 수지를 만들기 위해는 침향나무에 상처를 내서 구멍을 뚫은 후, 그 구멍에 설탕이나 꿀을 넣어 개미와 같은 벌레를 유인하거나, 버섯 재배하듯이 균주(포자균, 효모균, 고초균, 혼합균 등)를 넣습니다. 현재 베트남에서의 침향나무는 옛날에 우리나라 제주도의 귤나무처럼 수익이 보장되는 나무로 인식되어 야산이나 마을의 공터, 심지어는 집의 뒷마당에까지 심고 있습니다. 이렇게 10년을 키운 후에는 인위적인 상처를 내어 다양한 방법으로 재배산 침향을 생산합니다. 맨 우측의 사진은 30년 정도 된 침향나무로 매우 많은 구멍이 보입니다. 침향나무 재배는 자손을 위한 투자라는 농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
‘2021 한국한의약연감’ 통해 본 한의계 주요 현황➀<편집자주> 최근 한의약 관련 주요 통계현황을 행정·교육·연구·산업 등 4개 분야로 나눠 수록한 '2021 한국한의약연감'이 발간됐다. 본란에서는 2021 한국한의약연감에 수록된 내용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2021년도 전체 의료기관의 수는 7만1422개소로, 그중 약 21.1%인 1만5036개소를 한의의료기관이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한의의료기관 수는 '12년 1만2639개소에서 꾸준히 증가해 '21년 1만5036개소로 매년 평균 약 266개소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의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15년 약 21.9%에서 매년 소폭 감소해 '21년에는 약 21.1%를 차지했다. ◇한의의료기관 수, 서울이 3713개소로 1위 한의의료기관 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21년 12월 기준 서울이 3713개소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도 3349개소 △부산 1160개소 △대구 893개소 △경남 823개소 △인천 709개소 순으로 집계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인 경기도와 인천 소재 한의의료기관은 총 7771개소로 전체 한의의료기관 수의 약 51.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의의료기관 중 한방병원은 '21년 경기도가 112개소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광주 88개소 △서울 73개소로 집계돼 세 지역의 한방병원 수가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한의원의 경우 서울이 3640개소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3237개소 △부산 1142개소 등 순이었다. 전체 1만4557개소 한의원 중 세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55.1%였다. '21년 12월 기준 전체 의료기관 대비 한의의료기관의 비율은 약 21.1%로 나타난 가운데 지역별 한의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구가 22.9%로 가장 높았고 △경북 22.7% △대전 22.6% △강원도 22.6%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요양병원 수는 '21년 12월 말 기준 1464개소였고, 그중 한의과 진료과목(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안·이빈후·피부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의학과)을 설치한 요양병원 수는 1347개소로 전체 요양병원의 약 9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년 시도별 한의과를 설치한 요양병원 수는 경기도가 286개소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부산 162개소 △경남 124개소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요양병원 수 대비 한의과 설치 요양병원 수 비율은 울산과 제주도가 전체 요양병원에 모두 한의과가 설치돼 있어 100%였으며, △전남 97.6% △경북 97.3% △경남 96.9% △전북 96.4% 등이 뒤를 이었다. ◇ 전국 229개 공공의료기관 중 89개소가 한의과 설치 한의과 설치 국공립병원 현황을 살펴보면 '21년 12월 말 기준 전국 229개소의 공공의료기관 중 한의과 진료과목을 1개 이상 설치한 공공의료기관은 총 89개소로, 전년대비 1개소 감소했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공공의료기관 중 상급종합병원 1개소, 종합병원 9개소, 병원 6개소, 한방병원 1개소, 한의원 2개소, 요양병원 70개소에서 한의과 진료과목을 설치해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설립형태에 따라 분류하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모두 특수법인이었고, 병원은 국립 2개소, 시도립 2개소, 시군구립 1개소, 공립(시군구립) 1개소였다. 한방병원은 특수법인 1개소, 한의원은 특수법인과 공립(시군구립)이 각각 1개소다. 요양병원은 시도립 20개소, 도립 6개소, 시군구립 32개소, 시립 5개소, 군립 5개소, 구립 1개소, 특수법인 1개소였다. 또한 한의의료기관 개업 및 폐업 동향을 살펴보면 '21년에는 총 851개소의 한의의료기관이 개업했고, 720개소가 폐업했다. '12년부터 '21년까지 10년간 개업한 한의의료기관의 수는 연평균 4.1%씩 감소하는 수세로 나타났다. 한방병원의 경우 '17년까지 수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18년 한 차례 감소했다가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 '21년 개업한 한방병원 수는 109개소로 전년도 91개소에 비해 18개 증가했으나, 폐업한 한방병원 수도 전년도에 비해 7개 많았다. 한의원의 경우 지난 10년간 개업기관 수가 증감을 반복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21년 개업한 한의원 수는 742개소로 전년도보다 51개소 증가했으나, 폐업한 한의원 수도 680개소로 전년도보다 45개 증가했다. -
“현대인의 고질병 손목터널증후군, 한의학으로 효과적 치료”황의형 교수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정창현)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단장 이준혁)에서 지원하여 개발된 ‘손목터널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최근 발간됐다. 이 지침은 한의약 분야의 손목터널증후군 진료 과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에 근거 기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진료 가이드로서,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한의학 이론과 지식에 기반하여 예방, 진단, 치료, 재활 및 관리 등 일련의 한의의료서비스의 표준이 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종합하여 만든 기술서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매뉴얼’에 근거하여 손목터널증후군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한의사와 연구 방법론 전문가의 협력으로 개발됐으며,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이 제공하는 검토·인증 절차를 통과함으로써 방법론적·임상적·기술적 타당성 등을 인정받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수근관 증후군의 동의어로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가로손목인대가 두꺼워져 발생하는 손목 부위의 정중신경 포착 신경병증이다. 다양한 원인으로 수근관 내부의 크기가 감소하거나 수근관 내용물의 부피가 커지면 수근관 내 조직압이 증가하는데, 이때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아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한다. 2016년~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16만 명 이상이며, 진료비는 2016년 약 407억 원에서 2020년 487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한의학적으로 비증완통(痺證腕痛) 비증완비(痺證腕痺)의 범주에 속하며, 침, 온침, 레이저침, 전침, 약침, 도침, 뜸, 부항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발표한 ‘지역거점공공병원 적정진료 수행을 위한 표준진료지침 작성 가이드라인 수근관증후군 CP(critical pathway)’ 이외에는 표준 진료에 대한 문헌이 검색되지 않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손목터널증후군의 진단, 치료, 예후 관리에 대한 포괄적이고 표준화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여 한의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양질의 한의약 치료를 제공하고자 했다. 본 지침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에 관한 국내·외 진료지침을 검토하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메뉴얼을 준용하여 체계적 문헌 검색을 진행했다. 근거수준에 기반하여 다양한 치료법에 대한 진단 기준을 적용하고, 한의 치료뿐만 아니라 의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권고문을 제시했으며, 다양한 진료 형태에 대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또한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생활 관리나 보조기 사용, 자가 운동, 수술 후유증 관리 등의 예방 및 관리법도 권고하여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표준화된 진단 및 치료를 원칙으로 개발한 ‘손목터널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한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도움을 줄뿐 아니라, 표준화된 한의약 근거로써 한의약 정책 수립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에서 운영하는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 사이트(www.nikom.or.kr/nckm)에서 ‘손목터널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전자 파일 및 홍보용 리플렛, 인포그래픽 이미지 파일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23한다윤 동국대학교 한의학과 본과 4학년 지난 3월26일, 서울 한 소극장에서 ‘바다 한 가운데서’라는 연극을 올렸다. 본과 4학년이 갑자기 연극이라고? 그것도 외부에서? 혹자는 ‘전공과 관련 있지도 않은데 굳이…’라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기하다며 관심 있어 하는 시선도 있었기에, 지면을 통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예과생 시절 만난 연극동아리 ‘애오라지’ 코로나19로 인해 동아리 활동을 비롯한 정상적인 대학생활이 중단됐다. 필자는 다행스럽게도 예과 시절 동안 활발한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되면 공연을 꼭 올리고 싶다고 다짐했었는데, 동국한의 연극동아리 ‘애오라지’ 선배님들을 뵈었을 때 이끌리듯 이곳에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전문가라고는 없는 8명의 한의대생이지만, 우리끼리 일당백으로 똘똘 뭉쳐 시간을 쪼개가며 연습하고, 포스터와 소품도 만들고 못질과 톱질을 하며 무대를 세웠다. 한의대생 관객이 많이 오는 만큼,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섞으며 대본을 각색하기도 했다.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만나다 보니 서로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극이 시작되면 무대엔 우리밖에 남지 않고 서로의 눈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짙은 유대가 형성된다. 그렇게 우리만의 ‘수상한 흥신소’를 만들었다. 조명이 켜지면 관객들은 어둠 속에 있어 잘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왜 그 눈빛들이 느껴지는지. 에너지를 받았던 걸 잊을 수가 없다. 그게 필자의 첫 연극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두 번째, 세 번째 공연이 이어져야 했지만 코로나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만약 캐스트로 무대에 한 번 더 오르고, 연출마저 경험했더라면 더 이상 연극에는 발 담그지 않으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첫 연극의 경험은 미련으로 남았다. 코로나19와 리딩클럽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의 동아리 활동을 비롯한 모든 대면 활동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비대면 플랫폼을 이용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났고, 그 중엔 리딩클럽도 있었다. 이름도 직업도 모르는 사람들이 ZOOM에서 모여 영화의 캐릭터나 스토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몇 개 씬에 대한 대본 리딩을 해 보는 경험이었다. 원데이클래스로 단 3∼4시간만 진행되는 것이었지만 일상의 스트레스가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일회성으로 그치고,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게 항상 아쉬움을 남겼던 것 같다. 그래서 엔데믹이 되자마자 더 장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을 찾았다. 앤데믹과 연극 워크숍 펜데믹과 앤데믹의 경계에서 본과 3학년을 보냈다. 길면 하루 12시간을 같은 강의실, 같은 자리에서 보내야 하는 생활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비대면 생활 때문에 2∼3년을 잃어버리고 대면 생활로 복귀했는데, 더 이상 학생 신분으로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졌다. 엔데믹이 온 만큼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학이 되자마자 연극 워크숍을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전공 공부도 해야 하는 시기라서 방학 때는 자습을, 개강 후에는 병원 실습을 병행하면서 연습을 다녀야 했다. 하지만 항상 연습을 갈 때면 마음이 설레고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엔 행복했다. 다른 더 좋은 의미가 담긴 단어를 붙이고 싶지만 꽉 차게 재밌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취미의 특혜이지 않을까. 뭘 해도 신기하고 재밌고, 못해도 그만이니 조금만 잘 해도 칭찬받는. 그래서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속한 팀은 배우님의 연출과, 비전문가 배우들로 구성됐다. 작가, 감독, 상담가라는 본업이 있는 우리 팀은 ‘알잘(알아서 잘하자)’이라는 팀명답게 다들 유난도, 생색도 떨지 않으면서 각자 몫을 해오는 팀이었다. 주어진 짧은 연습시간 동안 질척대지 않으면서 오롯이 집중하는 모습들로 미루어 보아 본업도 존잘인 사람들일거란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과 함께여서 행복했고 영광이었다. 극 ‘바다 한 가운데서’ 세 명의 조난자가 있는 뗏목에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일들을 소재로 한 연극 ‘바다 한 가운데서’. 필자는 ‘홀쭉이’ 역을 맡았다. 희생자로 세뇌되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홀쭉이의 감정 변화는 처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정말 표현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홀쭉이 캐릭터는 나의 내면들 중 어떤 자아와 맞닿아 있었다. 매번 의미를 찾는 습관과 소심한 성격, 말을 늘어놓는 모양새가 그러했다. 그래서 조금은 부담스러운 역할임에도 이끌려 맡았다. 조명이 켜지고 관객들이 집중하면 다른 생각이 나지 않고 원래부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말이 나온다. 극은 관객이 있을 때 성립된다. 감동이나 눈물을 유발하는 요소가 전혀 없는 작품인데도 다들 마지막 홀쭉이 모습에 이상하게 슬프고 눈물이 났다는 평을 해 주셨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는데, 그만큼 캐릭터에 이입해주고 공감해주는 게 아닐까.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탐욕적이고 비열하게 되는지 보여주면서도 사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도 다르지 않았던 뗏목에서의 한 시간. 모두가 충분히 몰입했던 것 같다. 마치며 사실 한의대는 폐쇄적인 집단 중 하나여서 계속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고 하던 것만 하면서 매몰되기 쉽다. 이를 경계하며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다른 집단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항상 있었던 것 같다. 또 한의학도로서 좋은 의사가 되고자 하는 꿈도 있지만, 만들고 싶은 삶의 모양이 뚜렷하다. 즉 가진 걸 표현하며 삶을 사는 것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건 생각일 수도, 감정일 수도 있다. 표현 방법으로는 음악, 글 그림 등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도 극을 택한 것 같다. 캐릭터를 통해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을 하고, 말을 내뱉다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생기는 것 같다. 한의사는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 직업이라고들 말한다. 다양한 경험만큼 그것에 도움되는 일이 있을까. 혹시라도 새로운 선택에 주저하고 있는 한의대생들이 있다면, 용기 내어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
“한의약으로 접근하는 수면치료, 현 주소는?”“수면에 관한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한의연구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의약이 수면에 효과가 있다는 걸 과학적으로 규명해 내는 게 연구의 핵심 목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진용·이하 한의학연) 수면R&D센터에서 한의약을 접목한 수면치료 연구에 매진 중인 이시우 박사(책임연구원·한의약데이터부장)의 당찬 포부다. 수면R&D센터는 연구실뿐 아니라 수면다원검사실·유전체분석실 등이 갖춰져 있어 수면연구에 최적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 한의학연 중심돼 수면연구 진행하는 수면R&D센터 수면R&D센터는 한의학연을 중심으로 기업과 한·양방병원, 지자체들이 중심이 돼서 바이오·의료·IT의 융복합 기술을 활용해 건강한 수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면R&D센터의 역할은 △기업 및 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과 제품들에 대한 임상·실증 연구 수행 △수면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제공 △대전 지역 다양한 리빙랩들과의 연구협력을 통한 건강 수면 제어기술 개발 등 총 3가지로 구분된다. 수면R&D센터에서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다양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혈액에서 DNA를 추출해 정보를 확보한 유전체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한의학연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들을 수집해 정보 보고서로도 발표하고 있다. ◇ 한국인의 수면 질은? ‘나쁨’ 단계 많다 현대로 오면서 수면치료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현재보다 더 높은 질의 수면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의학연은 대전에 거주하는 2000여 명 시민들의 건강상태를 추적하는 ‘대전시민건강코호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2020년 30∼50대 일반인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정보보고서로 발간했는데, 그 결과 30∼50대 대전시민의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47분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한 7시간 이상 수면(18∼60세 기준)에 못 미치는 시간이다. 또한 대상자 중 28%는 수면의 질이 ‘나쁨’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대인 중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거나, 수면의 질이 나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수면치료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의학연이 수면R&D센터를 구축한 이유도 다양한 수면 데이터를 확보하고, 또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분석해 다시 기업과 연구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의학연은 이러한 연구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슬립테크 산업 전반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 “한의학, 수면치료에 강점 있다” 특히 수면R&D센터 이시우 박사는 수면치료에 대해 한의학이 가진 장점으로 인체생리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한의학의 음양이론과 마찬가지로 수면 또한 균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며 “아침이 되면 Orexin(오렉신) 등의 각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잠에서 깨어나고, 반대로 GABA(가바) 등의 수면 연관 호르몬의 영향은 감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를 살아가다가 저녁이 되면 이 호르몬들의 영향은 점점 줄어들고, 다시 가바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며 “오렉신과 가바의 균형은 마치 음양의 균형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또 한의학에서 중시하는 체질이 수면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면R&D센터에서는 사람마다 각각 다른 체질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수면 상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의학에선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으로 구분되는 사상체질과 함께 한증과 열증 등의 개인 변증 유형을 개체특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수면R&D센터는 이러한 개체특성과 소증 특성에 맞춰서 한약과 혈자리 자극요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박사는 “체질은 한의학의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불면장애 한의임상진료지침’ 연구과정에서 수면 전문 한의사들이 진료에서 주요 요인으로 꼽은 바 있다”며 “그런 점에서 수면치료 시 체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수면에 대한 한의학 임상연구가 부족한 만큼 수면R&D센터에서는 다양한 데이터 확보와 연구를 통해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선 한의의료기관에서도 수면R&D센터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시우 박사는 “유전체 정보와 현재 수면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오믹스 정보·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한의약을 이용한 수면치료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내년도에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한의약에는 이기(理氣)-하기(下氣) 효능의 처방 및 약재가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수면에 얼마큼 효과가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내고, 한의의료기관들에서도 수면처방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