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의 슬픔과 위안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먼저 떠난 이를 그리며 슬퍼하고 있는 사람을 위로할 때 우리는 종종 ‘하늘에서 너를 지켜보고 있을 거다’라고 말하곤 한다. 종교의 종류와 사후 세계의 믿음 여부를 떠나서 이 문장이 위로를 받는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작지 않다. 그러다가도 실패의 누적으로 인해 좌절감에 허우적거릴 때면 역설적으로 ‘하늘에 누군가가 정말로 있다면 이렇게 나를 세상에 방치해두었을 리가 없다’라는 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결국 영혼과 사후 세계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지는 우리가 살아있는 이상 그 누구도 확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믿음’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이 영원한 이별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그것 또한 절망적일 것이며, 이러한 이(里)차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믿음’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존재에 대한 ‘사실’이 뭐가 중요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암 환자에게 죽음이 도래하기 시작하면 의식이 깜빡깜빡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는 것이 보인다. 의식의 소멸을 시사하는 많은 징후들이 있지만 그 중에 “귀신을 봤다”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다. 학술적으로는 섬망(譫妄) 또는 무의식이 만들어낸 상상이라고 설명하고 보통은 그러한 개념으로 설명이 된다. 하지만 우리 병원의 한 병실에서만 유독 그 ‘귀신’이 항상 같은 모양새를 띄었다. 귀신은 딱 1개만 있던 3인실 병실을 말기 암 환자 1명이 혼자 사용하고 있을 때에 꼭 나타났다. 그 병실을 사용하면서 처음 귀신을 보았다고 얘기한 환자가 말했었다. “선생님, 어제 저승사자가 왔다 갔어요. 근데 그거 아세요? 저승사자 여자에요. 검은색 모자를 쓴 여자요. 따라오라고 하기에 제가 안 간다고 했더니 내일은 엄마랑 같이 오겠대요.” 기억이 만들어낸 상상에 가깝지 않을까? 며칠 뒤 환자는 ‘어제 엄마가 병실에 왔다 갔다’고 말하며 덧붙였다. “엄마 손을 딱 잡는데 온 몸이 너무 편안해지는 거예요. 오랜만에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 것 같다’라고 말했던 환자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숨을 거뒀다. 하지만 오열하는 보호자들 속에서 환자 당신만큼은 얼굴에 평안한 표정을 머금고 있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후로도 같은 상황에서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했다. 모자 또는 갓을 쓴 여자 저승사자가 찾아왔고, 따라가기 싫다고 하니, 각자가 가장 그리워했던 사람을 데리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고.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을 직접 만났다고 했고 그 외 일부는 직접 보지는 못 했지만 그 사람의 흔적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체향이랑 매일 피시던 담배 냄새가 났어요.’, ‘어릴 때 살던 집이 보여서 들어갔더니 할머니가 갓 차리신 집 밥이 있었어요.’ 류의 흔적이었다. 여러 예를 듣다 보니 이러한 현상들이 기억이 만들어낸 상상에 가깝다는 결론에 점점 생각이 기울었지만, 그럼에도 일관되게 묘사되는 저승사자의 인상착의를 생각하면 가끔 병실이 오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명백했던 것은 모두 누군가를 만나고는 몸과 마음의 안식을 얻었다고 말했고 편안한 임종을 치렀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몇 달간 몸부림치게 만들던 통증이 그 만남 한 번에 모두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호흡은 멈췄지만 같은 병실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편안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 환상들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환자의 경험을 같이 전해들은 보호자들이 죽음이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의 안도감을 내쉴 때면 도리어 저승사자의 존재가 기껍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이 유독 사무치게 다가오는 이별을 겪을 때마다 ‘제발 꿈에라도 한 번 찾아와 줬으면...’하는 바람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꿈에서 보고 나면 그리움은 더 커지곤 했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은 어딘가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생애 가장 편안한 심신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다짐을 하곤 했다. 어찌 보면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하기에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때를 기대하며 먼저 쉬러 갔다고 믿는 것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간절한 염원이 기적을 만들어 내 또한 환자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이별을 경험한 주위에서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거듭 말하지만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한가 싶다. 남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의 역할은 충분한 것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별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며 주변에 해악을 끼친 일들도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한다. 비이성적으로 일어난 것에는 이해를 하려 하면 안 되지만, 근본적으로 각자의 바람이, 간절한 염원이 그런 일을 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십의 임종을 지켜본 바, 간절한 염원이 기적을 만들어 낸 것 또한 자주 경험하였다. 어떠한 염원이든 가장 애틋한 사람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재고하며 사고하고 행동하다면, 결국은 개인에게의 기적이 일어나기도, 사회에서는 선한 영향력으로 발휘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도처에서 현실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길 바라본다. -
한의약 일차의료 역할 강화 및 사업 참여 확대를 위한 철저한 준비 필요2023년 우리나라의 고령화지수1)는 167.1로 2017년 100을 넘어선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또한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하여 심각한 저출생국가가 되었고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2021년 기준 83.6세로 지난 10년간 약 3세가 증가하였다2).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들은 많아지고 이들을 부양해야 할 인구는 감소하여 갈수록 부양부담이 가중되는 등 사회적 비용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보건·의료·복지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령인구 부양에 대한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모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적 측면에서 중증환자 외에 병원 입원 또는 시설 입소가 필수적이지 않은 고령자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수요가 충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한 일차의료의 역할이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노인 의료비지출 관리 및 지역사회 내 역할 강화 필요성 대두 고령인구의 증가는 만성질환, 노쇠 등 유병률이 높아지며 의료비지출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우리나라 GDP 대비 경상의료비비율3)은 2021년 8.8%로, 2000년 3.9%에서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최근 들어 증가속도도 빨라지고 있다4).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현황을 평가해 볼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은 2022년 GDP 대비 10%로 추계되었고, 2023년에는 건강보험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2028년에 적립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5).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요인 중 하나로 요양병원을 꼽았고 2019년 감사원은 ‘요양병원 운영 및 급여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급격히 증가한 요양병원 병상에 대한 수급관리를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전체 요양기관 입원실 병상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4.1% 수준이었지만, 요양병원은 13.5%로 큰 차이를 보였고, 2018년 기준 전체 요양기관 수 대비 요양병원 수 비율은 2.0%지만, 병상 수는 전체의 3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 천 명당 요양병상 수 현황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요양병원 병상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감소하여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6). 실제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 수 추이를 보면, 요양병원 입원환자 수가 65세 이상 인구 증가 속도보다 빠른 것을 알 수 있다7).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병으로 인한 입원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해 입원해야 하는 사회적 입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56.5%는 거동이 불편해지더라도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8). 또한 우리나라 노인의 60.2%는 살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76.2%가 병원에서 사망하였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병원 내 사망 비율 5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비교 대상 22개국 중 일본에 이어 2위였다9). 정부는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과 시설 입소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에 있지만, 의료적 수요가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 노인 돌봄 사업은 통합 관리되어야 하며 사람 중심의 일차의료 시스템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10). 여전히 노인들의 시설 입소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실제 고령자들을 지역사회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차의료의 역할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에 따라 일차의료 영역에서 힘을 보태온 한의약도 구체적인 역할 강화 방안, 사업 추진계획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고령사회 돌봄수요 충족 및 의료비지출 절감을 위한 일차의료 필요성 증대 정부는 2022년 말,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100세 시대 노후생활 지원 및 건강·돌봄체계 지원’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복지와 보건이 결합된 지역사회 노인돌봄 체계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11). 2019년부터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올해는 7월부터 노인 대상 지역 의료-돌봄 연계체계 강화 시범사업으로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지역사회에서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노인 의료·돌봄 연계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그간 지자체에서 시행한 돌봄사업의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적 확산이 가능한 기본적인 노인 돌봄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를 공모하였고 사업은 올해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2개 지자체에서 수행될 예정이다12). 특히 이번 사업에서는 방문의료서비스 확충과 의료-돌봄 분야 서비스 간 연계체계 구축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입원 및 요양시설 입소 경계선에 있는 노인 등을 대상으로 방문의료서비스(재택의료, 방문간호 등)가 확충되고, 다양한 의료-돌봄서비스(노인 맞춤 돌봄, 방문건강관리 등) 간 연계를 강화하게 된다13). 지역사회 통합돌봄 외에도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일차의료 왕진 시범 사업,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아동치과주치의 시범사업 등 다양한 일차의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본사업 진입 여부를 판단하고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위한 구체적인 수행 방법 마련 등 다양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관련 사업 추진은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산병원에 ‘일차의료개발센터’를 개소(한국형 주치의 모델의 실증을 위하여 일산병원에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음)하였다. 이 센터는 환자 중심의 일차의료 모형을 현장에 적용해 모형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수용성 있는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현화 단계까지 접근하고 있는 것이며 한의약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단계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합돌봄 등 지역사회에서 한의약의 역할이 크지만 사업 참여 소외 2022년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 결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정부 및 지자체 사업에서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중 한의약 서비스를 제공한 지역은 13개 지역으로 전체 16개 지역 중 81.3%에서 추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14). 그 중 한 지역의 사업 결과, 방문 한의진료 사업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2021년 83.8%에서 2022년 96.5%로 상승하였고, 장기요양 등급 외 A·B 대상자 장기요양 진입률 15.9% 감소, 만 75세 이상 노인 장기요양 진입률 3.6% 감소, 퇴원환자 진료비 31.3% 감소 등의 효과성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15). 한의약 건강돌봄은 2019년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한의약 방문진료를 시행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020년에는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13개 지역,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형 공공사업 3개 지역 등 전국 곳곳에서 한의약 방문건강 돌봄 사업을 수행해 왔다. 특히 한의약 서비스는 방문진료에 특화하여 대상자들의 높은 만족도와 통증 개선, 삶의 질 유지 및 향상 등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16). 이와 같이 한의약은 지역사회 내 높은 접근성과 전인적 의술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치료, 건강관리, 예방, 교육 등 의료인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보건의료 시범사업에서 배제되거나 참여가 늦춰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9년 12월 27일부터 시작된 일차의료 왕진(방문진료) 시범사업에서 한의 참여가 배제되었고, 1년 8개월 후인 2021년 8월 말부터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도 시행되고 있지만, 의과 중심의 사업으로, 한의 참여는 여전히 배제되고 있는 등 한의사들의 참여의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의약은 지역사회 내에서 국민건강향상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기존 사업 참여 및 향후 신설되는 보건의료 사업에서는 한의약이 소외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의약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추진 방향 전세계적인 추세, 고령자 및 부양자들의 수요, 정부의 보건의료 추진 방향 등 일차의료와 관련된 사업, 정책, 제도 신설 및 추진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의약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관련 연구와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참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정부 시범사업, 지자체 사업 등의 결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성과 평가를 통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일차의료는 사람 중심의 건강관리로, 의료인뿐만 아니라 보건·복지 영역 등을 포함한 다학제팀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으므로 현재까지 활용되어 온 한의약 사업매뉴얼, 프로토콜 등이 포함된 실행 모형을 보다 고도화하여 타직역 연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나라 일차의료의 개념은 4개의 핵심 속성(최초접촉, 포괄성, 관계의 지속성, 조정기능)과 3개의 보완 속성(전인적 돌봄, 가족 및 지역사회 맥락, 지역사회 기반)으로 구성된다17). 한의약이 일차의료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한의약의 장점이 일차의료 속성에 부합하는 특징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의약의 높은 일차의료기관 비율은 접근성과 지역사회 기반에 부합하고, 많은 방문진료 경험과 이점은 관계의 지속성과 조정기능을, 치료 이전의 예방·관리 중심을 강조하는 측면은 전인적 돌봄, 가족 및 지역사회 맥락 등의 속성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한의약의 장점을 이론적 근거에 맞추어 부각시켜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일차의료 분야에서 한의약이 자리매김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일차의료 교육을 강화하여 전문성을 제고하고, 일차의료 관련 학회 활성화를 통한 연구기반 마련, 일차의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영향력 확대 등 의료현장과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도 한의약계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의약 일차의료 역할 강화 및 사업 참여 확대는 지역사회 한의사뿐만 아니라 교육, 연구, 행정 영역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의 역량 집중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모두의 역할이 큰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
“다양한 분야에 한의치료가 적극 활용되길”2021년도 대한한의학회 미래인재상 최우수상 수상자의 특전으로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최된 ‘일본동양의학회 및 한·일학술교류심포지엄’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다. 16일 후쿠오카에 도착해 등록 후 둘러본 학회장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후쿠오카 국제 congress center에서 학회가 진행됐고, 학회 기간 동안 2, 3, 4, 5층에 걸쳐 동시에 최대 총 8개의 회장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이 진행돼 흥미로운 주제를 골라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또 각 회장 모두 대부분 인원이 꽉차 강연이 진행되는 모습이 일본 내 kampo medicine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학구열을 엿볼 수 있어 자극이 됐다. 급성기 병원에서의 한의치료 역할 ‘관심’ 인상 깊었던 강연 주제 중 하나는, 급성기 병원에서 한의치료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었다. 강연자는 kampo medicine 의사로 외래와 입원진료를 실시함과 동시에 내과의로서 내과진료 업무도 겸임하며 주로 소화기 질환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따라서 주로 내과질환에 대한 한의치료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주었다. 최근 인플루엔자, COVID-19와 같은 호흡기감염, 경부 림프절염, 인두통 등에 다양하게 한의치료를 활용하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고, 타박과 염좌 등의 급성 근골격계질환에는 외상 후 통증을 억제하고 부종을 줄여주는 治打撲一方의 활용이 늘어나는 등 외과계에서 한의치료의 수요가 높다고 했다. 또한 강연자는 기존 치료에 호전되지 않는 복통, 변비, 구토와 같은 증상에 한의치료를 통해 입원률이 감소한 사례, 소화성 궤양·두통 등에 진통제 사용이 줄어든 사례, 반복되는 감염에 항균제 사용 빈도 감소로 이어진 사례, 항생제가 듣지 않던 MRSA, C. difficile 감염 등에 유효했던 사례 등을 공유했다. 만성 질환뿐만 아니라 각종 급성기 통증이나 감염, 수술 후 합병증 등에 한의치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일본의 의료환경을 엿볼 수 있었다.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의치료 적극 활용돼야 필자는 장기적으로 국내에서도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한의치료가 적극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에서 한·의협진은 일부 질환에 있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입원환자의 급성 증상에는 제도 및 절차상 활발한 협진이 어려운 면들이 많다. 일본의 모델을 보며 급성기 병원뿐만 아니라 장기 입원 위주의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 병동에서도 충분히 한의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적극적인 한의치료가 뒷받침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데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 국내 한의 임상의들도 이러한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개입을 하는 한편 한의 연구자들은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도구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최적의 한의치료를 수행하는 것은,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국가 의료재정의 부담을 더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번 학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돼, 온라인페이지를 통해서도 실시간 참여가 가능했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학회 전에 인터넷을 통해 ‘한의입문세미나’ 녹화 강연을 들을 수 있게 했는데, 한의학의 기초 개념, 한의진찰법, 진단학, 그리고 한약과 침구치료에 대한 강연으로 구성돼 있어 초심자들도 한의학에 대해서 먼저 접하고 학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있었다. 또 학술대회에서 진행된 강연 내용들도 모두 6월30일부터 7월23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수강할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한의사 회원들은 수강해도 좋을 것 같다. -
한약처방 본초학적 해설-41주영승 교수 (전 우석대한의대) #편저자주 : 한약물 이용 치료법이 한의의료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상황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모든 문제 해답의 근본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처방의 진정한 의미를 이 시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응용률을 높이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痛症 종류에서 요통(19∼24회)과 肩胛痛(25∼29회)의 처방 소개에 이어, 痛症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약물치료처방들을 분석함으로써 치료약으로서의 한약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한다. 향후 대상질환을 점차 확대할 것이며, 효율 높은 한약재 선택을 위해 해당 처방에서의 논란대상 한약재 1종의 관능감별 point를 중점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인체에 발생하는 통증은 질병에 대한 표징을 포함한다는 진단학적인 부분과 인체가 직접 느끼는 불편함으로 빨리 제거할 필요를 가지고 있는 치료 방면에서의 부분으로 설명된다. 인체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긍정적인 내용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접근 및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통증은 손상된 신체 부위가 회복되면서 사라지지만 때로는 그 후까지 지속되기도 하는데, 특히 인체노화 혹은 질병의 만성화로 나타나는 허약성 통증이 이에 속한다. 허약성 통증 역시 모든 증상과 마찬가지로 우선적으로 통증의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검토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원인에 대한 대응을 기본적으로, 허약성이라는 특수성에 맞춰 인체의 면역기능 항진 등에 대한 배려를 함께 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補益藥 부분에서 여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주지하디시피 補益藥은 기능적인 부분의 補氣와 補陽, 기질적인 부분의 補血과 補陰으로 다시 세분해, 이에 해당되는 한약재와 이를 활용한 처방으로 임상에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補益의 총괄적인 개념은 체내의 抗病능력 향상(扶正祛邪), 체질 증강, 延年益壽 등으로, 통증 제압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1. 三氣飮 三氣飮은 溫補 위주의 治法에 주력한 명나라의 張介賓이 편찬한 景岳全書에 소개된 처방으로, 風痺와 鶴膝風에서 寒勝한 경우에 응용되었다. 우리나라의 方藥合編에서도 ‘治風寒濕三氣乘虛 筋骨痺痛及痢後鶴膝風’이라고 동일한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위의 구성 한약재 13품목을 허약성 통증을 적응증으로, 용량을 참작해 본초학적인 특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氣는 溫性10.3(溫5 微溫3.3 熱2), 平性3, 凉1로서, 溫熱性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허약성 통증의 대강이 寒性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배합이다. 아울러 凉性의 白芍藥은 反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2)味(중복 포함)는 甘味10, 辛味6.3(辛5.3 微辛1), 苦味2, 酸味2, 淡味1로서 주로 甘辛味이며, 酸味가 收斂固澁 기능으로 甘味로 귀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甘味에 더욱 치중된 처방으로 정리된다. 여기에 독성약물인 附子가 추가된 형태이다. 甘味는 滋補和中緩急, 辛味는 能散·能行하는 작용(發散·行氣 혹은 潤養)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苦味와 淡味는 燥濕과 淸熱降火라는 점으로 보조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전체적으로는 補益性의 甘味와 순환을 통해 行氣滋養하는 辛味의 효력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3)歸經(중복 및 臟腑表裏 포함)은 腎10(膀胱1), 心9, 肝8, 脾6.3(胃1.3) 肺5.3(大腸1)로서 주로 腎心肝經에 歸經하며 脾肺經으로 보조하고 있다. 이는 腎藏精(腎主骨) 心主血 肝藏血(肝主筋) 脾統血로서 精血이 부족한 허약성 질환의 특성에 부합되며, 전체 순환 촉진에 관련하는 肺主氣로서 肺經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다. 4)효능은 補血藥6(補陰藥1포함), 補陽藥3(溫下焦藥2포함), 發散風寒藥2, 助脾藥1, 活血祛瘀藥1이다. 여기에 보조약물로서 調和와 소화보조의 甘草와 生薑이 배합돼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三氣飮은 전체적으로는 허약성 통증에 대해 근본적인 물질인 津液 보완을 위한 補精血약물(君藥)로 허약성 통증의 補筋骨을 위한 적극적인 배합을 하고 있으며(臣藥), 기본처방으로서 四物湯과 景岳全書의 右歸飮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주된 君臣약물에 대해 發汗과 除脾濕 및 活血을 통한 순환을 배려하고 있으며(佐藥), 전체 처방의 調和와 소화보조를 염두에 두는 배합(使藥)으로 구성돼 있다. 2. 문헌에 따른 구성약물의 변화 및 가감 분석 문헌에 따라 처방구성에서 다음과 같은 약간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 細辛을 대신해 獨活을 사용- 發汗을 통한 순환과 더불어 부수적인 통증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發散風寒藥의 細辛을 대신하는 배합이다. 祛風濕止痺痛藥인 獨活로의 교체는 細辛이 가지고 있는 부수적인 통증 관리 부분을 더욱 보강하는 교체라고 볼 수 있다. 2) 구성약물에서 附子의 제거- 附子는 溫下焦시킴으로써 補陽藥의 보조를 담당하고 있으며 부수적으로 통증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실제 임상 위주의 서적(晴崗醫鑑 등)에서 附子를 제거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독성약물인 附子사용의 조심성에 연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3) 氣虛의 경우에 人蔘 白朮의 추가- 三氣飮이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補血처방인 四物湯의 의미에 補氣의 대표처방인 四君子湯의 보완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補脾氣(人蔘) 및 除脾濕(白朮)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氣血과 陰陽의 補益性을 강화하고자 함이다. 4) 風寒勝의 경우에 麻黃의 추가- 發汗을 통한 活血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細辛과 白芷를 보강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의 麻黃 추가는 三氣飮 원래의 취지인 허약 보강과는 상치된다는 점에서 무리한 추가라고 생각한다. 5) 冷痹不能屈伸에는 穿山甲 全蝎 蔥白을 추가하고 술(酒)을 소량 넣고 끓여 熱服하고 取汗- 추가되는 약물의 주된 효능인 穿山甲(活血祛瘀) 全蝎(平肝止痛) 蔥白(發散風寒) 酒(活血通絡)의 보강으로 설명된다. 3. 구성약물의 세부 분류 1. 君藥-補精血을 위한 주된 약물 1) 熟地黃과 當歸- 補血藥으로서 溫性을 가지고 있어 虛寒證에 진액을 보충해주는데 적합한 약물이다. 熟地黃의 경우 補血을 통한 補陰효능으로, 當歸의 경우 補血은 물론 活血의 기능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2) 白芍藥- 補血藥으로서 凉性을 가진 反佐의 약물이다. 만약 虛寒에 대한 적극적 대비와 柔肝止痛의 강화를 목적으로 할 때에는, 炒用하거나 酒炙하여 溫性으로 변환시켜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3) 枸杞子- 補陰藥으로서 寒性도 아니고 熱性도 아닌 平性으로 陰虛 陽虛에 모두 응용할 수 있다고 했으나, 주로 陰虛에 사용빈도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위의 君藥과 더불어 虛寒證에 진액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2. 臣藥-强筋骨을 위한 보조약물 1) 杜仲- 補陽藥으로서 “肝主筋 肝充則筋健, 腎主骨 腎充則骨强”의 생리기전에 적합한 약물이다. 한편 기본적으로 活血祛瘀의 효능을 가진 佐藥의 牛膝이 酒蒸하면 補筋骨 효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三氣飮의 경우 酒蒸牛膝을 사용한다면 補筋骨의 효능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2) 肉桂와 附子- 溫裏藥으로서 모두 溫下焦하는 약물로서, 散寒止痛하고 補腎陽(命門火) 혹은 諸經血脈을 통한 散寒의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附子는 風寒濕痺로 인한 周身骨節疼痛 등에 응용되는 강역한 순환촉진 효능을 가지고 있다. 3. 佐藥-發汗과 除脾濕 및 活血을 통한 순환 목적의 약물 1) 發散風寒으로서의 細辛과 白芷- 모두 發汗을 통한 散風 혹은 風寒濕 3氣를 제거하기 위한 배합이다. 2) 除脾濕을 위한 白茯苓- 滲濕利尿를 위한 배합으로서, 痰飮이 뭉친 것을 풀어주어 체외로 배설시키는 祛濕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 活血祛瘀를 위한 牛膝- 잔류된 瘀血의 제거를 위한 배합이다. 한편 牛膝은 修治에 따른 효능 차이가 뚜렷한 약물로서 散瘀血의 목적에는 生用하며,補肝腎 强筋骨의 목적으로 腰膝骨痛 四肢拘攣 痿痺 등에 응용할 경우에는 酒蒸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使藥 1) 甘草- 대표적으로 諸藥을 조화하는 약물로서, 여기에서의 炙甘草 사용은 溫性을 강화시켜 준다. 2) 生薑- 使藥으로서의 生薑은 和中溫胃의 작용을 수행하며, 여기에서는 附子와의 相須작용으로 附子의 溫裏力을 증대시킬 수 있는 부수기능도 포함된다. 정리 三氣飮은 精血 부족으로 인한 허약자의 통증에 응용될 수 있는 처방이다. 허약성의 특성인 虛寒에 대한 대비로 溫補 위주로 구성된 처방으로서, 精血을 보강하고 氣血을 소통시켜 筋骨을 튼튼하게 함으로써 만성화된 風寒濕을 제거시킬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補血의 四物湯과 溫補의 右歸飮 처방에 근간을 두고 있어, 관절의 굴신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허약성의 신경통, 관절염, 류머티즘 등에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정리된다. -
-1화 ‘마음의 병도 한의원에서’ 편- -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24이경재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1학년 뼛속까지 이과였던 내가 눈을 떠보니 연극 동아리 회장??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이과를 선택해 수학과 과학의 언어를 배우다 보니 숫자처럼 명확히 구분되는 것들이 익숙하고,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문학 분야와는 거리가 항상 멀었다. 한의과대학에 들어와서 접하게 된 한의학 또한 고등학교 과정 내내 배운 사고와 달리 명확히 1과 0으로 구분되는 학문은 아니어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새로 배우는 관점에 적응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기들도 모르다 보니, ‘과연 내가 한의과대학에 왔으니 한의사가 되는 것이 맞는 건가?’라는 의구심을 떨쳐 버리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고전 연극에 관한 교양 강의를 들으면서 ‘오이디푸스왕’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오이디푸스왕’은 유아기의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보이는 이성적 애착을 설명하는 유명한 단어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유래로, 오이디푸스 본인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운명을 극복하려는 비극 대본이다. ‘오이디푸스’의 대사 중에 “포이보스 신께서는 내가 묻는 일에 관해서는 가르쳐 주시지 않고, 괴롭고 무섭고 비참한 다른 이야기를 알려 주셨소. 그건 내가 내 어머니와 결혼해서, 차마 볼 수 없는 자손을 세상에 내놓고 나를 낳은 아버지를 죽일 운명이라는 것이었소. 그 말을 듣고 나는 코린토스를 피하여, 오직 별들만을 의지해 그곳의 위치를 재며 내게 대한 그 비참한 신탁의 불길한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곳으로 달아났소”라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신에 의해 정해진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숙명이 내 자신의 정해진 진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오이디푸스는 마지막까지 운명에 저항했고 실패했지만,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려는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나 역시 오이디푸스처럼 정해진 진로에 저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더 나아가 기원전에 지어졌음에도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극’이라는 장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무대 위에 오르게 되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 즉, ‘한의대생’이 ‘한의사’가 되지 않고, ‘요리사’, ‘변호사’, ‘수리기사’가 될 수도 있고, ‘남자’가 ‘여자’가 될 수도 있으며, ‘여자’가 ‘남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연극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문학과 거리가 멀었던 나는 무대가 주는 즐거움과 감동에 매료되어 연극 동아리 애오라지에 들어가게 됐다. 애오라지에 들어와서 바뀐 생각들 애오라지에 처음 들어갔을 때에는 동아리원이 4명 밖에 없었다. 4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인해 기대했던 연극을 직접 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미뤘던 40주년 기념행사를 하게 되면서, 연극을 했던 추억을 가진 한의사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다양한 기수의 선배님들이 ‘연극’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또한 ‘의료인’이면서도 ‘의료’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들로부터, 진로고민에 대해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3년간 대입을 위해 혼자 공부하는데 익숙하고,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코로나로 인해 선후배 동기 얼굴도 잘 몰랐던 나에게 ‘같이’의 의미를 알게 해줬다. 애오라지 덕분에 연극을 연극(演劇)이 아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줄 수 있는 ‘連(이을 련)劇’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애오라지에서의 활동과 목표 올해는 신입생 4명이 들어와서 총 8명의 부원이 있다. 8명이서 함께 연극을 무대에 올리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으시는 애오라지 선배님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애오라지의 캐치프레이스인 ‘인생은 연극처럼’이 목표다. 무대에 올라서 멋진 연기를 펼치기 위해 어떤 배역에도 몰입하려고 계속 노력하는 배우처럼, 저 또한 한의대를 다니는 동안 한의학에 최대한 몰입하려고 노력해 졸업 후에는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를 보여 줄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
2023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중부권역, 주요 발표내용은?[편집자주] 2023전국한의학학술대회 중부권역 행사가 오는 8월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학술대회는 ‘생애주기별 한의학’이라는 주제로 4개 회원학회에서 주관한다. 본란에서는 대한약침학회, 한방재활의학과학회의 강의를 소개한다. ◇SESSION 1 - 대한약침학회 △한의약 소재로서의 대마 연구(진종식 전북대학교) 진종식 교수는 대마의 전통적인 활용과 향후 천연 식의약 소재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한 연구의 방향성에 대해 개괄할 예정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대마의 산업화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한의약적 접근 또한 필요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한의약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소재화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대한약침학회와 새싹대마를 활용한 약침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도전 중 하나로, 전통적으로 한의약 소재였던 대마를 다시금 치료에 활용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마의 한의 임상적 역사와 미래(조성훈 경희대학교) 조성훈 교수는 대마가 예로부터 어떻게 쓰였는지 알아보고,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살펴본다. 특히 최근 대마는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법적인 제약들이 많아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미래를 준비할 예정이다. 조 교수는 “대마는 우리 선조들이 예로부터 의료용으로 취급해온 소재로 한의사로 오랜 기간 일해 오면서 이러한 소재들에 대한 관심이 한의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느꼈다”며 “대마의 부작용은 줄이면서 그 효능을 백분 활용할 수 있다면 한의치료에 있어 새로운 분야가 마련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의료 목적 대마 규제에 대한 글로벌 최신 동향(이기평 한국법제연구원) 이기평 연구원은 최근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아오고 있는 각 국의 대마 합법화 추세 속에서 대마의 의료적 이용에 관한 주요 국가의 법제도와 시행 현황을 소개한다. 또한 국제조약상 대마 규제 변화와 이를 기초로 형성된 국가들의 의료 목적 대마에 대한 규제 현황에 대해 조망한다. 이 연구원은 “대마는 일부 부작용과 오남용 문제가 있지만 적절히 관리, 통제한다면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뿐 아니라 나아가 신소재·토양정화능력·탄소저장능력으로 전방적인 산업적 활용이 가능하다”며 “오늘날 우리 사회의 주류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마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한의학계가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마의 이해와 한국 대마산업 발전방안(이만효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이만효 팀장은 영양성분이 다량 함유된 식품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마씨앗, 대마 성분 중에서도 뇌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CBD 성분 등 대마의 특징들을 설명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 의료용 대마의 합법화 및 세계화 시대의 대마산업 전망을 통해 향후 우리가 나아갈 바를 소개한다. 이 팀장은 “대마를 마약류로 규제하기 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의료용으로 취급해 사용하고 있었다”며 “한의학적으로 대마 뿌리 등은 한약 소재로 활용이 가능하고 각종 Cannabinoids 성분 역시 의료적으로 활용 가치가 아주 높은데, 대마의 규제 완화 및 활용적 가치 명분을 얻기 위해 한의학계 인식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ESSION 2 한방재활의학과학회 △[청장년기] 생활체육 상해 진료의 노하우-상지편(박지훈 박지훈한의원) 박지훈 원장은 스포츠 손상 중에서 swimmer shoulder, tennis elbow, golf elbow, skier thumb 등 스포츠와 관련된 별칭이 붙은 상지부 질환 및 어깨탈구, 팔굽탈구 포함 9개 질환을 선별해 진단·치료·재활·예후 관련 진료 노하우에 대해 강연한다. 박 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며 생활체육 인구가 늘었고, 이로 인해 상해 환자도 증가했다”며 “생활체육인부터 엘리트선수까지 임상경험이 쌓일수록 보다 꼼꼼한 진료가 가능한 만큼 이번 강의가 스포츠 손상 진료에 친숙해지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중년기] 관절 질환의 예방과 재활(이정한 원광대학교) 이정한 교수는 근육량이 점점 줄어들고, 연골 손상이 취약해지는 중년기에 주로 나타나는 관절질환에 대해 알아보고 이에 대한 예방과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활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재활에 대한 최신 연구동향과 유익한 정보 등도 함께 제공한다. 이 교수는 “중년기 관절질환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흔한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관절통증과 기능저하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년기 관절질환의 예방과 재활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노년기] 골절의 예방과 재활(이은정 대전대학교) 이은정 교수는 노년기에 발생하는 골절의 특징을 알아보고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노년기 골절 예방과 재활 치료방법에 대해 강의한다. 또한 노년기 골절은 낙상 같은 가벼운 외상으로도 쉽게 발생하는 골다공증성 골절이 대부분으로,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환자를 교육·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재활 치료에 대한 정보를 학술적 근거와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노년기 환자에게 골절을 예방 관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일단 발생한 골절을 적극적으로 치료해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
“지식을 전달만 하지 않고, 만들어 가는 한의사이고 싶다”하나연 경희의료원 임상조교수 ‘제4회 대한여한의사회 한의융합인재상’을 수상한 하나연 경희의료원 임상조교수는 그동안 기능성소화불량 변증도구 및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에 실무자로 참여해 한의치료의 표준화와 과학적 근거 창출에 큰 기여를 해왔다. 또한 다빈도 한약제제인 ‘내소화중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등 한약제제의 근거 마련 및 보장성 강화에도 역할을 해왔다. 하나연 교수는 “그동안 임상에서 환자를 보면서 건강을 회복한 환자의 얼굴을 마주할 때보다 더 보람 있는 순간은 없었다”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수요를 반영한 연구를 기획하는 이유도 더 많은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보건의료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하나연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한의융합인재상 수상 소감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상을 주신 여한의사회에 매우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정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부끄럽지만 기쁜 마음으로 수상했다. 연구는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간 좋은 인연으로 도움을 줬던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함께 고군분투했던 의국원들과, 연구의 첫걸음을 떼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낌없는 지도를 해주시는 김진성 교수님에게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Q. 뇌-장-미생물 축 연구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진료실에서 기능성소화불량, 과민대장증후군과 같이 검사상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기질적인 질환이 확인되지 않고, 통상적인 약물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많이 접한다. 그리고 식사량의 현저한 감소로 삶의 질이 많이 떨어졌던 환자들이 한의치료의 도움을 받아 상태가 호전되는 경과도 많이 봐왔다. 동일한 한약치료에 대해 환자마다 치료 반응과 예후가 다른 이유를 여러 가지 기전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뇌-장-미생물 축에 대한 한의치료의 역할에 대해 탐구하고 싶었다. 또한 기능성 위장장애를 진단하고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비침습적 마커를 확인함으로써 예방 및 개선용 한약제제를 활용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싶다. Q. 난치성 질환에 대한 통합연구를 계획 중인데. 통합연구의 목적과 장점은 상호보완적 가치에 있다. 의과 치료를 꾸준히 받아왔음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반응이 불충분해 재발하는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기존에 의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동일하게 복용하거나 최소한의 용량으로 조절해 복용하면서 동시에 침치료, 한약제제 투약을 병용했을 때 환자의 증상과 치료 만족도가 향상되고 부작용은 경감되는 경우를 임상과 연구 모두에서 흔하게 접했다. 이를 바탕으로 가슴쓰림과 산역류 증상이 대표적인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중 통상적인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양성자펌프억제제와 육군자탕 한약제제를 병용투여해 그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현재 수행 중이다. 또한 소화기질환 환자들은 경구섭취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암 환자에게 식욕부진, 수술 후 오심과 구토 증상이 빈번하게 동반되므로 팅크제, 껌 형태 등 특화된 제형 개발을 통해 복약 순응도를 개선시키고자 한다. 다만, 약물 간의 상호작용,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지식을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의과 의료진과의 협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Q. 임상과 연구를 조화롭게 이어가는 방안은? 연구에서 임상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임상에서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한다. 물론 연구 결과가 항상 임상 현장에 적확하게 반영되는 것만은 아니며, 임상에서 다용되는 한의치료법이 연구에서는 기대 이하의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진료가 끝나고, 연구가 종결되고 전과정을 복기하면서 임상이 아니라 연구였다면, 연구가 아니라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어떤 점을 다르게 평가했을지, 예측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이었을지 연구와 임상의 구분 없이 한 연결선상에서 원인과 결과를 연계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직군의 선후배, 동료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각적인 검토를 받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해결책을 얻게 되는 경우도 많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연구방법론을 공부하고 진료에 적용하기 위해, 임상한의학 분야에서 소화기질환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을 통한 진단과 치료, 평가까지 연계되는 모델을 구축해 한의진료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싶다. 아직 초보 연구자이기 때문에 많은 교수님,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배우면서 연구를 수행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임상과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이제 좀 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심지어는 틀린 것으로 결론이 날 때가 있어 항상 배우는 자세로 겸손하려고 한다. 연구에서 구축한 근거를 바탕으로 임상에서 효용성을 평가하고, 교육을 통해 그 결과를 축적하고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긍정적 피드백을 위해 진료실과 연구실, 강의실에서 지식을 전달만 하는 한의사가 아닌, 지식을 만들어 나가는 한의사이고 싶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병원에 근무하면서 건강을 회복한 환자의 얼굴을 마주할 때보다 더 보람 있는 순간은 없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수요를 반영한 연구를 기획하는 이유도 더 많은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보건의료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더불어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운 좋게 임상한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 귀한 자산으로 남은 나의 경험을 동료, 후배 한의사들과 나누고, 여러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내가 받은 만큼 주변에 도움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 -
건보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서울 보건의료 상생협의회 개최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본부장 원인명)는 지난 26일 지역본부 세미나실에서 박성우 서울시한의사회장을 비롯해 서울지역 의약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상반기 서울시 보건의료 상생협의체’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유애정 건보보험연구원 센터장은 재가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는 통합지원 시범사업 방향 등 커뮤니티케어 현황 및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커뮤니티케어가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전 선도사업의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한 홍보 확대, 재정적인 뒷받침과 더불어 건보공단-지자체-의료계 협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소득부과 보험료 정산 제도 △상병수당 2단계 시범사업 △의료기관의 수진자 확인 의무화 규정 등 건보공단의 주요 현안도 공유됐다. 원인명 본부장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의료·돌봄 연계 서비스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통합지원 시범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해 정부 정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
공공의료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윤석열 정부 1년간의 공공의료 정책을 짚어보고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이상헌·고영인·이용빈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 평가와 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예비타당성 조사 문제점 및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옥민수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 △공공병원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방안(임준 서울시립대 교수)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 공공보건의료시설에 대한 예타 면제 필요 이날 옥민수 교수는 울산의료원 건립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재조사에 탈락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옥 교수는 “정부의 이번 예비타당성 조사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예비타당성 조사 지침을 개발하는 과정에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가 배제되고, 지침 내 경제성 분석에서 수요 추정 및 편익 산출과정에 문제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또한 옥 교수는 “비용과 편익 분석 자체에 한계가 있었고 지침 내 보건의료 관점 반영이 미흡한 점, 정책적 분석 평가자 구성 및 방식, 건강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개선해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공공보건의료시설 설립의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예비타당성 제도를 개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공공보건의료시설 설립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공공의료기관 설립의 로드맵과 우선순위 결정 등을 위한 절차적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관련 연구용역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공공병원 역량 강화해야” 이어진 발제에서 임준 교수는 “저출생 고령화 위기, 공중보건의 위기, 취약한 공공의료 인프라 등 보건의료체계의 난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당시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됐고, 이에 의사 수·진료건수·수술건수·중증응급의료점유율·필수의료과 개설률 등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의료 손익을 놓고 봤을 때도 공공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은 손실 규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하고 의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임 교수는 현재 정부가 내놓은 공공의료 정책은 공공병원에 불리한 공공정책수가, 민간병원 위탁, 보상 위주로 편성된 예산에 불과해 공공병원의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공공병원의 역량을 높이고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 강화, 국립대학교 병원 부처 이관, 권역책임 역할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공급구조 개혁을 위해 병원의 구조조정, 부족한 의료인력 양성과 분포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