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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27일 (목)

한의학과 양자역학 : 음양과 상보성

한의학과 양자역학 : 음양과 상보성

반대되는 것은 서로를 보완한다

박연철.png

 

박연철 경희대학교 침구의학과 교수

 

물리학에서는 양자역학이 고전역학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을 ‘중첩’과 ‘얽힘’이라는 현상이라고 한다. 중첩(superposition)이란 계의 물리적인 상태가 0 또는 1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0 또는 1로 측정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측정’이라는 행위를 통해 파동함수가 0 또는 1로 ‘붕괴’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물질의 상태를 기술하는 파동함수에 대한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한다. 기존의 결정론적인 사고방식과는 배치되는 개념이다. 얽힘(entanglement)이란 두 입자의 상태가 01 또는 10의 중첩상태로 되어있어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여 0이 관측되면, 계의 01상태가 붕괴되어 다른 입자는 반드시 1의 상태로 관측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3년 캐나다 오타와대와 로마 사피엔자대 공동연구팀은 ‘광양자 진폭 및 위상에 대한 간섭 현상’논문을 국제학술지 ‘Nature Photonics’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양자 얽힘 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연구를 진행했으며, 실험을 통해 얻은 양자의 위상과 진폭 분포를 시각화한 결과, 그 패턴이 태극 문양과 유사하게 나타났다는 점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러한 유사성에 기존의 과학자들은 흥미롭지만 그 이상 과학적 의미는 없다고 한다.

 

박연철교수님 기고.png
Interferometric imaging of amplitude and phase of spatial biphoton states Nature Photonics. 2023. 17,1009–1016

 

코펜하겐 해석으로 양자역학의 새 지평을 연 닐스 보어는 태극문양을 보고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마련하여 상보성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Contraria sunt complementa.”라는 짧은 라틴어 문장은 “반대되는 것은 서로를 보완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닐스 보어가 자신의 가문 문장(Coat of Arms)에 이 문구를 새기고, 그 옆에 태극(太極) 문양을 배치했다는 이야기는 물리학뿐만 아니라 사상사적(思想史的)으로도 널리 회자되는 일화다. 태극 문양에 담긴 음(陰)과 양(陽)의 조화는 동양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서양의 근대 과학을 혁신한 양자역학의 대가가, 어떻게 전통적인 동양 사상의 정수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자신의 문장에 병기하게 되었을까.

 

닐스 보어는 20세기 초 혼란에 휩싸여 있던 물리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 혹은 둘 다인지를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던 시기에, 그는 서로 모순되거나 대립되어 보이는 성질이 사실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해야만 온전히 설명될 수 있다는 통찰을 제시했다. 이것이 바로 보어가 주창한 상보성(相補性, Complementarity) 원리다. 고전 물리학 시대에는 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오직 하나의 속성만 참이 될 것이라 여겨졌지만, 양자 세계에서는 관찰자가 어떤 조건에서 실험하느냐에 따라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하는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다. 이렇게 배타적으로 보이던 두 개념이 실제로는 상호 의존적이라는 보어의 주장은, 당시로서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혁명적 사고였다.


동양 철학에서 태극 문양에 담긴 음양 사상은 상보성 원리와 놀라운 유사성을 지닌다. 음과 양은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둘이 합쳐져야 비로소 온전한 전체를 이룬다는 점에서 상반된 속성의 동시적 존립이라는 구조를 공유한다. 음과 양은 대립함과 동시에 통합을 지향하며,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우세해지면 다른 쪽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궁극적인 조화를 깨뜨리게 된다. 이러한 음양의 사유는 수천 년간 한의학의 이론적 토대를 형성해 왔다. 한의학에서 사용했던 태극, 음양, 오행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이 개념이 아니라 인체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이다. 핵심은 자연 만물의 순환 체계인 상승과 하강(升降)이고, 그 현상은 대표적으로 뜨거움과 차가움(寒熱) 로 나타난다. 서로 상반되면서 상보적인 음양은 움직임이 없는 태극상태에 혼재해 있다가 추동력(中氣)의 발동과 함께 상승(陽)과 하강(陰)으로 분리되어 순환한다. 이는 자연 만물 변화의 핵심을 가장 단순하게 설명한 체계일 뿐이다. 

 

Coat_of_Arms_of_Niels_Bohr.svg.png
닐스보어 가문 문양

 

 

순환을 가장 단순하게 시각한 것이 원(O)이며, 01과 같은 음(⚋)과 양(⚊1)의 기호로 순환의 형태를 도식화한 것이 선천팔괘이고, 순환의 실제 모습을 도식화한 것이 후천팔괘이다. 태극,음양,팔괘의 위치와 형태를 통해서 순환의 상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한의학에서는 각 영역에 특성에 맞는 경락과 장부를 배속하여 인체를 이해했다. 이러한 체계속에서 관찰을 통해 얻은 증상들의 관련성을 패턴화하고, 합리적 추론을 통해 변증이라는 진단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한의학의 변증체계는 개개인에 대한 맞춤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같은 질환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다른 처방을 사용하기도 하며, 다른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처방을 사용하기도 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사는 지역, 먹는 음식, 계절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 적용하기도 한다. 이는 인체의 요소들을 독립적인 객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상호 반응하는 기능적인 요소로 보는 특징이 있다.

 

물리학의 상보성과 한의학의 음양론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많은 과학자들이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사이의 유사성에 흥미를 갖고 있지만, 이러한 유사성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 과학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과학은 실험적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양자역학과 인식론적인 공감대나 철학적 접점은 분명 존재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필자는 한의학이 새로운 기술과 융합한다면 단순한 흥미를 넘어 의학적 패러다임의 변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수천 년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음양학을 적용해 왔다. 지금 이 시대에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학문은 한의학이고, 한의학은 이론적 체계에 국한되지 않고 실제로 인체에 적용하여 매 순간 한의학 이론 체계를 검증하며 발전해 왔다. 그러나, 오늘의 한의학은 현대의학의 과학화라는 걸맞지 않은 검증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질병을 바라보는 체계가 다른 눈과 잣대로 한의학을 평가하려는 짧은 시간 동안 한의학의 본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다.

 

현시점에서 양자역학과 한의학을 직접 연결 지으려는 시도는 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에서 강조하는 상보성 그리고 한의학에서 말하는 음양의 동시적 공존과 순환 체계에서의 상보적 기능은 “서로 대립하거나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온전한 틀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해 준다.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대립적으로 보이는 두 속성이 사실은 분리 불가능한 한 덩어리라는 사실이다. 입자성이 옳고 파동성은 틀렸다는 이분법이나, 그 반대가 옳다는 식의 단정은 양자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통찰은 한쪽 면만으로는 사물의 전모를 볼 수 없다는 태도로도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한의학에서는 특정 장부나 국소 부위만 떼어 진단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인체 전체를 유기적 구조로 파악한다. 몸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 개개인의 체질적 차이 따라 보는 관점을 달리한다는 점, 자연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는 점 역시 한의학이 오랫동안 견지해 온 통합적 시야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각을 조금 더 확장해 보면, 모든 학문이 독자적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결국은 유기적 연관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로 다른 접근법이 충돌하는 지점이 곧 혁신이 일어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양자역학의 등장이 고전 물리학 체계를 뒤흔들었듯이, 한의학도 다양한 학문 분야와 융합 연구를 통해 전통 이론을 새로운 언어로 해석하고 검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이는 한의학의 미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과정이 될 것이다.


결국 닐스 보어가 자신의 문장에 태극 문양을 새긴 일화는 상징적 장면으로서, 서양의 첨단 과학과 동양의 전통 철학이 인식론적 차원에서 만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이 만남이 실제로 어느 정도 실질적 인과성을 갖는지, 혹은 단순히 비유적 해석에 불과한지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이 충돌할 때, 그 안에서 새로운 조화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인류의 지식과 문화에 커다란 진보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반대되는 것들 사이에 놓인 경계를 허물고, 그 경계 위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완함을 깨닫는 태도가 바로 “Contraria sunt complementa”라는 문구가 오늘날에도 전해 주는 중요한 울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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