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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통증질환 CRPS, 국내 발생률·유병률 감소 추세”좌측부터 이은정 교수, 박소현 박사 [한의신문]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원장 박양춘) 이은정 교수 및 박소현 박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의 10년간 변화 양상을 전국 단위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CRPS 환자의 발생률과 유병률 변화를 분석한 연구로, 국내 CRPS의 장기 역학 변화를 전국 규모로 추적한 대표적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 (F: 4.3) 4월호에 게재됐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 CRPS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은 외상이나 수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난치성 통증질환이다. 손이나 발이 붓고 타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며, 가벼운 접촉에도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조차 어려워 ‘세계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질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이 아직 명확하지 않고, 객관적인 검사법도 부족해 국내 환자 현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장기 연구는 드물다. 이은정 교수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의 전국 단위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CRPS 환자 현황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신경손상이 명확하지 않은 CRPS type I 환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RPS type I의 발생률은 2013년 인구 10만 명당 20.5명에서 2022년 6.5명으로 감소했으며, 유병률 역시 같은 기간 10만 명당 30.6명에서 16.8명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원인으로 Budapest 진단 기준의 정착, 외상 및 수술 후 관리의 질적 향상, 조기 재활 및 통증치료 전략의 발전 등을 제시했다. 또한 최근 진단코드 체계 변화 역시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실제 신경손상이 동반되는 CRPS type II는 연구기간 동안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type II의 경우 객관적인 신경손상 소견을 기반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 기준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환자 유병률은 감소, 초고령층에서는 증가 CRPS 유병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았으며, 60~70대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과 유병률을 보였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결과는 초고령층에서 나타났고, 대부분 연령대에서는 CRPS 환자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80세 이상에서는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고령층에서 증가하는 골절과 수술, 여러 만성질환이 함께 존재하는 다질환 상태(multimorbidity), 회복력 저하 및 의료 이용 패턴 변화 등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이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노인 통증 및 재활의료 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초고령 사회 대비한 통증·재활 전략 필요” 박소현 박사는 “이번 연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10년간 국내 CRPS 환자의 변화 양상을 전국 단위로 분석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특히 CRPS를 유형별·연령별로 세분화해 분석함으로써 국내 역학적 특성과 초고령층에서의 증가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은정 교수는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만큼 향후 노인 맞춤형 통증 관리와 재활의료 전략 마련이 중요하며, 이번 연구가 난치성 통증질환 정책 수립과 CRPS 진료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천연물 규제과학의 허브로 토대 다지겠다”[한의신문] 동남권 천연물 안전관리의 허브 구축을 목표로 출범한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이하 연구원)의 초대 원장인 최준용(전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한방병원 교수) 신임 원장으로부터 연구원의 역할과 비전을 들어봤다. Q. 연구원의 출범 배경과 비전은? 2017년 경남 양산시 일원에 동남권 의생명특화단지 조성이라는 지역 공약 추진을 위해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부산대한방병원 등이 경상남도, 양산시와 함께 기획안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천연물임상지원센터’라는 초안을 작성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부처 기능과 역할에 맞도록 사업안을 수차례 수정했다. 이후 ‘천연물안전지원센터’로 방향이 정리됐고, 2020년 식약처 지원으로 1.5억 규모의 타당성 조사 기획과제를 수행했다. 개인적으로 부산대한방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자로서 한약·한약제제의 기초·임상 연구를 수행하면서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체감해 왔다. 특히 한약과 한약제제 등 천연물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은 천연물의 기원 문제, 위품 혼입, 제제약의 품질관리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 케미컬 의약품이나 바이오·재생의료 분야에 비해 국민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시장 성장도 충분치 못한 점, 전통의학의 오랜 경험과 자산에도 세계 천연물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안전하고 품질 높은 한약과 한약제제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후 2021년에는 로드맵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기획과제를 추가로 수행했고, 2022년 설계에 착수했다. 2023년부터 건축이 진행돼 2025년 12월17일 준공됐고 약사법 개정(2026년 11월 시행 예정)을 통해 법인 설립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를 바탕으로 2026년 1월 식약처 산하 재단법인인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이 정식 출범하게 됐다. 연구원의 핵심 추진 전략은 ‘과학적 품질관리 기술개발(Science)’, ‘생산 및 제품화 지원(Support)’, ‘시설·인력 등 인프라 구축 지원(Synergy)’의 3S로 설정했으며, 이에 맞춰 세부적인 중장기 과제를 수립하고 있다. 연구원의 핵심 역할은 기존 천연물 관련 시험·분석 기술을 고도화하고, 품질 및 안전과 관련한 약리 기반 AI기술 등 첨단기술을 도입해 국민이 보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천연물 유래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중장기적 목표로는 세계적 수준의 규제과학 역량을 확보해 해외 의약품 규제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국내 기업의 품질관리 기술을 높여 우수한 국산 천연물의약품이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Q. 식약처가 강조하는 ‘천연물 의약품의 전주기적 안전관리 체계 구축과 천연물 산업 활성화’라는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원의 중요한 기능은 무엇인지요? 전주기란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천연물의 기원과 재배환경에서부터 시작해, 주로 건조한 동식물·광물 등의 한약재 제조과정, 한약·생약제제의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에 대한 다양한 시험·분석 방법, 개발 전 단계의 인허가에 필요한 의약품 규제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런 안전관리는 한 단계라도 놓치면 국민 건강에 직접적 위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 규제 및 심의 업무를 과학적 연구개발 측면에서 적극 보조·보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우수한 안전관리 기술을 국내외에 적극 알리고, 이를 통해 한약재와 한약·생약제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보건의료인과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결국 시장의 확대와 산업 활성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원은 식약처의 공식적인 규제와 심의업무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전문 산하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Q. 연구원은 AI와 디지털을 어떻게 한의약과 접목할 계획인지? 천연물은 성분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매우 큰 분야이기 때문에, AI와 디지털 기술이 도입될 경우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식약처에서도 AI를 활용한 한약재 관능검사학습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천연물의 경우, 산지와 재배 조건에 따라 축적되는 방대한 성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AI 이미지 인식기술과 다성분 분석모델을 결합하면, 지능형 품질판별 및 진위감별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시스템이 실제 작동하기 위해선 각 요소에 대한 개별적이고 충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면 천연물의 재배부터 유통까지 전주기 이력관리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어, 보다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당장 모든 것을 구현하기보다, 향후 이러한 기술들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Q. 산·학·연·병 협력 플랫폼으로서 연구원이 국내 천연물 산업계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은? 연구원이 위치한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일대에는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의료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상급종합병원, 재활병원, 어린이병원, 한방병원, 치과병원 등이 집적돼 있으며, 의·치·한·간호학과 등 보건의료계열 대학과 정보의생명공학대학이 함께 위치하고 있어 천연물 관련 제품의 초기 아이디어 발굴부터 제품 승인과 임상까지 전 주기적 연구가 가능한 매우 우수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 인근의 부산항은 우리나라 한약재 수입 통관의 가장 중요한 항구다. 때문에 연구원은 천연물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과 안전관리에 매우 적합한 입지라고 생각한다. 산업계와 기업에 대해서는 제품화 연구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전문가의 컨설팅을 연구원 플랫폼을 통해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동남권에 위치한 한약재 제조업체들에게는 개방형시험실 서비스를 통해 한약재 확인시험과 필요 시 지표성분 및 유효성분 확인 등을 통해 hGMP에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약재 제조업체 이외의 천연물 유관 기업, 대학, 병원 등과도 협업을 통해 연구 및 개발(R&D), 아이디어 구체화 가설 검증, 시제품 제작, 기술 사업화까지 폭넓은 품질관리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한약·생약제제 생산 제약회사에는 의약품 기준 및 시험법 지원, 제품화를 위한 한약 조성 설정, 임상시험 관련 자문 등 실질적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구원이 이제 막 출범한 신생기관인 만큼,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은 개방형시험실을 통한 한약재 품질관리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한약전과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수록된 여러 시험법을 실제 산업현장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에 우선 집중하고자 한다. Q. 기존 한약 산업과의 연계 또는 지원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한약재의 품질관리는 연구원의 매우 중요한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다. 상당수의 hGMP 한약재 제조업체는 규모가 영세해 충분한 자체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약처가 운영하는 개방형시험실 서비스는 이러한 소규모 한약재 제조업체들이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활용해 품질관리와 hGMP 기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서울 1개소에서만 운영되고 있었는데, 올해부터 연구원 내에도 개방형시험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천연물 단계에서부터 한약재의 기원과 진위를 보다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약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고 보다 안정적인 품질관리 기반을 마련코자 한다. Q.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지? 천연물의약품의 세계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대만, EU,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한의학에서 활용되는 소재를 포함한 다양한 천연물을 추출·가공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과 전통의학의 경험이 있음에도, 까다로운 해외 규제의 장벽을 넘지 못해 글로벌 시장 진출이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연물의약품 분야의 규제외교’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한다. 단순히 규정을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각국의 규제 체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과할 수 있는 규제기술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필요할 경우, 외교적 협력과 제도적 지원까지 연계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보다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구원의 중장기적인 목표다. Q. 신뢰받을 수 있는 천연물(한약재)의 위상 제고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설정하고 있는가? 신뢰받을 수 있는 천연물의 출발점은 무엇보다 천연물의 품질과 안전관리다. 여기에 더해 가공된 한약재의 품질 확보, 제약회사에서 제조하는 다양한 제형의 한약·생약제제 및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과학적이고 엄격한 품질관리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그동안 다소 침체되고 위축됐던 한약과 한약·생약제제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품질관리뿐 아니라 적극적인 홍보와 신뢰 회복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홍보성 광고를 넘어, 엄격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발표하며, 그 결과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해당 분야와 관련한 ISO 국제 표준을 선도해 천연물 안전관리 분야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겠다. 제약회사들도 품질관리가 까다로운 의약품들을 연구원과 협력해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제품화에 성공할 수 있다면, 국민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나아가 국민의 신뢰는 국내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의 기반이 돼, 우리나라 천연물의약품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향후 대한한의사협회와의 협력 방안은? 한약재 및 한약제제 품질의 개선은 한의사의 처방 확대, 국민의 신뢰도 상승 및 시장 확대라는 바람직한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연구원은 대한한의사협회와 양방향 소통을 통해 연구 주제의 발굴, 연구결과 홍보 등을 계속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
동의대-한의학연, '신허(腎虛)' 기반 중년 우울증 예측 AI 모델 개발[한의신문] 우울증 위험을 예측하는 과정에 한의학의 전통 병리 개념인 ‘신허(腎虛)’를 접목한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이 제시돼 주목된다. 특히 중년층 정신건강 관리 분야에서 한의학적 변증 지표의 활용 가능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권찬영 교수와 한국한의학연구원 정지연 박사 연구팀은 한의학의 신허(腎虛) 평가 지표를 활용해 50~65세 중년 성인의 우울증 위험을 예측하는 머신러닝 기반 모델을 개발하고 그 유효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우울증은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대표적 정신건강 질환으로, 특히 중년 및 노년층에서는 피로감, 수면장애, 식욕 변화, 만성 통증 등 노화 관련 증상과 혼재돼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기존 우울증 선별 방식은 주로 자기보고식 심리 평가나 사회환경적 위험요인에 의존해왔으나, 신체 기능 저하와 전신 상태 변화까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연구팀은 고령화 코호트(KoMAC)에 참여한 지역사회 거주 중년 성인 1000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우울증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분석 과정에서는 한의학적 병리 개념인 ‘신허’ 상태를 평가하는 신허 설문지(KDQ) 점수를 중심으로 사회적 지지 수준, 체질량지수(BMI) 등 다양한 임상·생활습관 변수를 통합 분석했으며, 머신러닝 알고리즘 간 성능 비교를 통해 최적 모델을 도출했다. 연구 결과, KDQ 총점과 사회적 지지 정도, BMI 등 3가지 핵심 변수만을 조합한 다층 퍼셉트론(MLP) 모델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해당 모델은 독립 테스트 데이터셋에서 ROC-AUC 0.820을 기록했으며, 특히 음성 예측도(NPV)가 0.922에 달해 우울증 저위험군을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관리에서 1차 스크리닝 도구로 활용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기존의 심리사회적 요인만으로 구성된 예측 모델보다 신허 지표를 추가했을 때 예측 성능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구진은 신허 개념이 단순한 주관적 증상 평가를 넘어, 피로·무기력·수면 이상 등 우울증과 연관된 복합적 신체 취약성을 반영하는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통 한의학의 변증 개념이 데이터 기반 정신건강 예측 모델에서도 설명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한의학적 진단 개념을 현대 AI 분석기법과 융합해 정량적 예측 모델로 구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정신건강 분야에서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와 개인 맞춤형 예측 모델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통의학 기반 생체·증후 정보를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권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의학의 신허 개념이 실제 임상에서 우울증의 예측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정량적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통해 입증한 첫 번째 사례"라며 "기존의 심리사회적 위험 요인에 신체적 활력 저하를 평가하는 한의학적 지표를 통합함으로써, 중년 성인의 우울증 위험 계층화를 향상시키고 보다 전인적(holistic)인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더 다양한 코호트 및 지역사회 환경에서 모델을 전향적으로 검증하고, 나아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 지표나 염증 바이오마커 등 객관적인 생리학적 지표를 추가하여 모델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Explore (SCIE급, IF=2.2) 22권 4호에 게재됐다. (논문명: Predicting depression in middle-aged adults using kidney deficiency questionnaire: an exploratory machine learning study) https://doi.org/10.1016/j.explore.2026.103449 -
한국어판 안면마비 평가 지표 신뢰도·타당성 입증[한의신문]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기능적 장애와 삶의 질을 평가하는 국제 표준 도구인 FDI(안면장애지수·Facial Disability Index)의 한국어판 번역 및 신뢰도와 타당도 검증이 완료됐다. 이는 국내 안면신경마비 환자 연구에 활용 가능한, 문화 적합화된 첫 K-FDI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이윤재 부소장 연구팀은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남상수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어판 FDI를 검증한 연구 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 ‘Science Progress(IF=2.9)’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풍부한 안면신경마비 환자 데이터를 보유한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와 번역·문화 적합화·통계 검증 등 방법론 전문성을 갖춘 자생한방병원 연구진의 협력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안면신경은 음식을 씹는 저작근육은 물론 언어 및 표정 등 감정 표현을 담당하는 핵심적 신경 구조물이다. 그러나 안면신경은 감염, 외상, 종양 등 다양한 원인으로 말초성 마비 증상이 발현되며, 급성 특발성 안면마비인 ‘벨 마비(Bell’s palsy)’의 경우 연간 10만명당 약 20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불완전한 눈 감김, 입꼬리 처짐, 안면 비대칭 등이 있으며, 미각 변화나 청각 과민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국내 임상서 활발히 활용되는 FDI의 한국어판 부재 이러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치료로는 스테로이드 및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 약물치료와 침·약침·추나요법 등을 활용한 한의통합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가 권고되고 있다. 특히 마비 발생 후 72시간 이내 정확한 감별 검사와 진단에 따른 치료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가운데 전세계 공통으로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의 감별 진단을 위해 안면마비 정도 평가인 ‘House Brackmann(HB) Grade’ 평가를 표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표는 마비 및 회복 단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용이하지만, 환자의 불편감과 안면기능의 이상정도를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국내 임상에서는 신체적 기능 장애와 사회심리적 영향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FDI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지만, 공식적인 번역 및 문화적 타당화를 거친 한국어판은 부재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 연구팀은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FDI를 번역하고, 임상적 신뢰도 및 타당도 검증을 실시했다. FDI 번역을 위해 연구팀은 총 8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 보건의료 분야의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인 ‘Beaton의 문화적 적응 5단계 절차(순번역, 번역 통합, 역번역, 전문가 위원회 검토, 예비 테스트)’를 엄격히 준수해 한국어판 FDI를 정립했다. 크론바흐 알파 분석 활용해 FDI 일관성 평가 이후 연구팀은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에서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 안면마비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타당도 확인을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한국어판 FDI의 내적 일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크론바흐 알파(Cronbach’s alpha)’ 분석을 사용했다. 크론바흐 알파는 설문·검사 등에서 여러 문항이 같은 개념을 얼마나 일관되게 측정하는지를 나타내는 신뢰도 지표로, 0.7 이상이면 수용 가능한 수준, 0.8 이상은 양호한 수준으로 해석한다. 분석 결과 10개 문항으로 구성된 한국어판 FDI의 전체 신뢰도 계수는 0.78로 나타났으며, 하위 영역으로 신체기능 영역은 0.81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또한 측정 도구의 신뢰도를 다각도로 검토하기 위해 ‘검사-재검사 신뢰도(Test-retest reliability)’를 통한 안정성 평가도 병행했다. 이는 외부 요인이나 우연에 의한 오차를 최소화하고, 안면마비로 인한 불편함 등의 측정이 시간 경과 이후에도 일관되게 측정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한의약 안면마비 임상연구의 표준화된 평가도구 활용 기대 이를 위해 연구팀은 3주 간격을 두고 측정을 실시한 뒤, 측정의 일관성을 나타내는 급내상관계수(ICC: 0∼1·Intraclass Correlation Coefficient)를 통해 일치도를 분석한 결과, 신체기능 영역의 ICC는 0.76으로 양호한 신뢰도를 기록했으며, 사회정서 영역은 0.65로 수용 가능한 수준의 안정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구성타당도 검증을 통해 연구 내 설문이 측정하고자 하는 개념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를 확인한 결과 신체기능 영역에서 HB-Grade와 안면신경마비 중등도 이상의 상관관계를 보여, 마비가 심할수록 환자가 느끼는 기능적 불편감도 커지는 경향을 입증했다. 아울러 사회정서 영역에서도 삶의 질 지표(SF-36) 정신점수와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이는 안면신경마비로 인한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일수록 사회·정서적 불편감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윤재 부소장은 “이번 연구는 FDI 도구 한국어판을 국제 기준에 따라 번역,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국내 한의약 안면마비 임상연구에서 표준화된 평가 도구로 활용되고, 임상에서 치료 반응 모니터링 및 환자 중심 치료 계획 수립 지원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술·임상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한편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남상수 교수팀은 안면신경마비 환자에 대한 한약과 스테로이드 병용치료의 안전성 확인을 위해 107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간·신장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Multidisciplinary Healthcare’에 게재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Frontiers in Neurology’에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와 함께 진행한 ‘통합의료서비스 모델 연구’를 발표, 한의학과 의학의 통합의료 서비스를 받은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완전 회복률이 83.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면신경마비는 2024년부터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대상질환으로 포함돼 환자들이 적은 경제적 부담으로 한약 치료를 받을 수 있다. -
한의임상해부학회, 연구성과 공유·임상 연계 통합 교육 진행[한의신문] 한의임상해부학회(회장 권오빈)는 7일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초음파 유도하 약침술의 임상 적용과 실제’를 주제로 특강 개최, 연구성과 공유 및 임상 연계 통합 교육 진행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특강은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류호룡 학장 및 최영진 외래교수(경희다복한의원)의 초빙으로 마련됐으며, 재학생과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강의에서는 한의임상해부학회가 SCIE 학회지에 게재한 초음파 유도하 약침술 관련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실습도 함께 진행돼 이론과 임상을 연계한 통합 교육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국제적으로 공인된 SCIE 저널 등재 연구를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이번 특강에는 ㈜알피니언이 초음파 기기를 후원해 실습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의임상해부학회 강의기획팀 송주환·국창인·정헌영·박정수 한의사가 실습 강사로 참여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1:1 질의응답과 실습 교육을 병행했다. 이와 관련 권오빈 회장은 “초음파 유도하 약침술은 앞으로 침술 고도화 연구의 핵심 분야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근거 중심의 한의학 교육 확산을 위해 다양한 교육 기회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의임상해부학회는 해부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의 임상 기술의 과학화·표준화를 추구하며, 관련 연구와 교육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
“만성피로증후군, 호르몬 부족 문제 아니다”[한의신문] 만성피로증후군(ME/CFS)의 원인이 단순한 호르몬 부족이 아니라,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조절 장애’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대전대 한의과대학·대전한방병원 만성피로증후군연구센터 손창규·이진석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 46개 연구, 약 2700명의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양’은 정상과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로 체내에서 활용되는 ‘활성 상태’는 유의하게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정신신경과학 분야 최상위권 국제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IF=10.1)’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호르몬 부족이 아닌 체내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대응과 생체리듬 유지에 핵심적인 호르몬으로, 일반적으로 아침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며 하루를 시작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서는 혈액 내 총 코르티솔 수치는 정상 범위에 가깝지만 타액, 소변, 모발 등에서 측정되는 ‘활성 코르티솔’은 전반적으로 낮았으며, 특히 아침 시간대에 가장 뚜렷한 감소를 보였다. 이는 환자들이 충분히 쉬어도 아침에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연구팀은 이를 “호르몬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체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에서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이 운동이나 활동 이후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 즉 운동 후 악화(PEM·post-exertional malaise)와 관련된 중요한 패턴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나 운동 후에는 코르티솔이 증가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서는 다음날 오히려 코르티솔 반응이 과도하게 저하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과 관련해 이를 “스트레스에 대한 생체 반응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억제된 상태”라고 해석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객관적 평가지표 개발 기대 그동안 코르티솔 이상은 만성피로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대부분 혈액검사 중심 연구에 머물러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 이공계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우태욱 박사과정생이 주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혈액뿐 아니라 타액, 소변, 모발 등 다양한 생체 지표를 통합 분석해 코르티솔 ‘양’과 ‘활성’의 차이를 구분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 통합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연구를 진행한 대전대 한방병원 만성피로증후군연구센터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향후 만성피로증후군의 진단과 치료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단순 혈액검사 중심 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고 호르몬의 기능과 활성도를 반영한 새로운 평가방법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만성피로증후군을 단순한 호르몬 결핍 질환이 아닌, 신경-내분비 조절 시스템의 기능 이상으로 이해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는 그동안 명확한 진단 기준이 부족했던 만성피로증후군의 객관적 평가 지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손창규 교수는 ‘Scientific Reports(IF=3.8)’에 질병과 피로도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Comparative study for fatigue prevalence in subjects with diseas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라는 제하의 논문을 게재하는 등 만성피로증후군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WHO 전통의학 협력센터, ‘협력’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한국한의약진흥원 정책본부 세계화센터 최서란 선임연구원 [한의신문] 필자는 지난 4월 7일부터 9일까지 프랑스 리옹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제1회 세계보건기구 글로벌 협력센터 포럼(Global Forum of WHO Collaborating Centres)’에 참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처음으로 전 세계 협력센터를 한자리에 모은 이번 포럼은 ‘협력의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자리였다. 이 글에서는 리옹 현장에서 논의된 핵심 메시지와, 그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새로운 협력의 방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One Health Summit :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One Health 개념을 글로벌 차원에서 공유 세계 보건의 날(4월 7일)에 맞춰 프랑시 리옹에서 열린 ‘고위급 원헬스 정상회의(High-Level One Health Summit)’에는 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20여 개국 정상 및 장관급 인사가 참석했다. 원헬스(One Health)는 보건, 농업, 환경 등 그동안 서로 다른 영역에서 다뤄지던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자는 접근 방식이다. 이는 감염병의 상당수가 동물에서 기원되고, 환경 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식품과 항생제 문제 역시 보건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 자리에서 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감염병,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과 같은 위협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보건 분야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위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를 막기 위해 One Health 접근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가 수준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WHO의 조정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과학이 행동을 이끌어야 하고 협력이 힘이 되어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과학에 기반한 예방과 국가 간·분야 간 협력의 재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활동’에서 ‘프로그램 참여’로: 협력의 구조가 바뀌다 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WHO 협력센터 포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협력센터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려는 흐름이었다. WHO는 협력센터가 단순히 개별 과제를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WHO 프로그램의 설계와 이행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일부(part of the programme)’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활동(activity)’ 중심에서 ‘프로그램 참여(programmatic engagement)’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제시되었는데, 이는 그동안 연구 수행, 교육 제공, 기술 지원 등 개별 활동 단위에 머물렀던 WHO 협력센터의 역할이 앞으로는 WHO의 중장기 전략과 직접 연결된 프로그램 단위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각 협력센터가 모든 것을 다 하려 하기 보다는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무엇을 할 것인가”뿐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함께 결정하는 것이 전략적 협력의 핵심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지역 불균형과 협력센터 네트워크의 확장 두 번째 세션에서는 협력센터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현재 많은 협력센터가 고소득 국가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질병 부담이 높은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협력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WHO는 협력센터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다국가 협력 모델을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단일 기관이 개별 국가 단위에서 활동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협력센터가 함께 참여해 지역 단위의 역량을 구축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병원 기반 협력센터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WHO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용하고 이를 통해 지역 역량을 강화하는 모델이 소개됐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지속 가능한 보건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WHO 우선순위(2025-2028)와 협력센터 업무의 정렬(alignment) WHO의 최상위 전략인 GPW14(2025년~2028년)는 모든 사람의 건강과 웰빙을 증진·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이 전략과 협력센터의 활동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주요하게 논의됐다. WHO는 감염병 대응, 비감염성 질환 관리, 보건 시스템 강화, 허위정보 대응 등 다양한 우선순위를 제시하며, 협력센터가 이러한 흐름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country impact pathway’라는 개념이 강조됐다. 이는 글로벌 논의가 실제 국가 정책과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는 실행 경로를 의미한다. 협력센터는 이 과정에서 연구를 정책으로 연결하고, 정책을 다시 현장에 적용하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허위정보(misinformation) 대응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 전달과 소통은 앞으로 협력센터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강조됐다. One Health와 전통의학: 통합적 접근의 가능성 포럼과 함께 진행된 논의에서는 One Health와 전통의학의 연계 가능성도 언급됐다. 전통의학은 예방 중심의 접근과 생활 기반 관리, 그리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One Health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논의 과정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행동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국가 간 비교하는 연구 아이디어가 제시됐고, 이는 문화적·환경적 요인이 건강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접근으로 공감을 얻었다. ‘협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시점 리옹 포럼은 협력센터의 역할이 단순히 WHO가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 수행을 넘어, 공동의 목표를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포럼을 마무리하며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WHO와 협력센터의 관계가 더 이상 보고와 행정 중심의 관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공동 기획과 공동 책임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이고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또한 협력센터 간 네트워크 확대와 지역 간 불균형 해소, 그리고 WHO와의 양방향 소통을 통해 실제 국가 수준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도 핵심 메시지로 제시됐다. 전통의학에 대한 인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전통의학은 더 이상 경험에 의존하는 영역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글로벌 보건에 기여하는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세계 보건의 날을 맞이해 제시된 메시지,‘Stand with Science’는 전통의학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통의학 역시 검증 가능하고, 설명 가능하며, 재현 가능한 지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WHO 전통의학 협력센터로서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역할 한국한의약진흥원은 WHO 전통의학 협력센터로서 크게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첫째는 실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 RWD)를 기반으로 전통의학의 근거를 축적하는 것이다. 실제 임상과 국민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과와 활용 양상을 분석하고, 이를 WHO와 공유함으로써 정책과 가이드라인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 둘째는 한약을 포함한 전통의약품의 품질관리와 표준화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시험·분석, 기준 설정,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전통의학 기반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Stand with Science’라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데이터로 효과를 설명하고, 표준으로 품질을 확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글을 마치며 결국 전통의학 협력센터의 역할은 전통과 과학을 연결하는 데 있다. 경험을 근거로 전환하고, 지역의 지식을 글로벌 기준으로 확장하며, 이를 통해 각국 보건 시스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리옹 포럼은 한국한의약진흥원을 비롯한 WHO 협력센터들이 WHO와의 관계를 ‘지식과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의학 품질관리, 연구, 정책 지원 등 기존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진흥원은 WHO의 글로벌 전통의학 프로그램 안에서 실질적인 기여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전통의학이 글로벌 보건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보다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자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감정은 마음만의 문제 아냐”…몸의 상태로 읽는 정서 연구 제안[한의신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채윤병 교수 연구팀이 감정을 뇌의 인지 과정만이 아니라, 몸의 상태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체화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최근호에 ‘Listen to your inner body: embodied emotions in predictive neuroscience and traditional East Asian medicin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현대 신경과학의 ‘예측처리(predictive processing) 관점’과 전통 동아시아의학의 ‘기(氣)·균형·정서 조절 개념’을 연결, 감정을 단순한 심리 현상이 아니라 몸 안팎의 신호를 예측하고 조절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경험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신경과학에서는 뇌를 외부자극만 처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몸 내부 상태까지 지속적으로 예측하고 조절하는 기관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감정은 심장 박동, 호흡, 위장 감각, 긴장감 같은 내수용감각(interoception) 변화에 대한 뇌의 해석이며, 이는 전통 동아시아의학에서 감정이 기의 흐름과 신체 균형을 변화시킨다고 보고 있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행복, 슬픔, 분노, 공포 등이 가슴, 복부, 머리, 팔다리 등 서로 다른 신체 부위의 감각 패턴으로 경험될 수 있다는 기존 연구들을 바탕으로, 감정의 ‘신체 지도(body maps of emotion)’ 개념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감정의 신체 지도 개념은 전통 동아시아의학 임상에서 환자들이 불안 시에는 흉민과 두근거림이, 또한 분노 시엔 목과 머리의 긴장 등 감정을 신체 상태로 호소하는 양상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침, 명상, 기공, 호흡 훈련 같은 전통 동아시아의학 기반 중재가 이러한 체화된 감정 조절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즉 느린 호흡과 주의 집중, 침 자극 등은 자율신경계, 정서 조절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에는 생리신호, 계산모델, 임상평가를 함께 활용하는 융합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 채윤병 교수는 “감정은 단지 마음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몸의 상태를 예측하고 조절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체화된 경험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예측 뇌과학과 전통 동아시아의학을 직접 동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두 체계가 만나는 지점을 바탕으로 감정과 신체의 관계를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연구 틀을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
WHO 사무총장, 한의약의 현대적 통합, 글로벌 보건의 미래 'K-MEX'에 이례적 축전서울특별시한의사회가 주최하는 ‘K-MEX(한의약 및 통합의약 국제산업박람회)’가 오는 4월 25일(토)부터 26일(일)까지 양일간 서울 코엑스 D홀 및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세계 보건 기구 수장으로부터 이례적인 축전을 받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전달된 축하영상을 통해 한의약이 가진 전통의 가치와 현대적 기술의 결합이 인류의 보건 증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WHO 사무총장, "한국의 한의약, 보편적 건강 보장의 핵심 동력"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축전을 통해 대한민국 한의약이 가진 오랜 역사와 생명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전통의학의 길고 풍부한 전통을 가진 국가로,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삶과 보건 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서두를 뗐다. 특히 그는 ‘WHO 글로벌 전통의학 전략 2025-2034’를 언급하며, "전통의학은 일차 보건 의료를 강화하고 보편적 건강 보장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갈수록 중요한 기여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축전에서 WHO는 전통의학을 현대 의료 체계에 책임감 있게 통합하는 ‘통합 의학(Integrative Medicine)’의 개념을 공식적으로 정의하며, K-MEX의 취지가 이러한 글로벌 우선순위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K-MEX, ‘디지털 한의약’으로 세계 보건의 패러다임 바꾼다 이번 K-MEX의 핵심 테마는 ‘한의약의 현대적 기술 통합’이다. 이는 WHO가 지향하는 증거 기반의 혁신 및 규제 강화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엑스포 현장에서는 AI 기반 진단 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현대화된 한약 제제 등 한의약의 과학적 성과들이 대거 공개된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국가들이 더 포용적이고 탄력적이며 사람 중심적인 보건 체계를 구축함에 있어, 과학과 안전, 윤리, 형평성에 기반한 전통의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K-MEX가 보여주는 한의학의 미래지향적 행보에 격려를 보냈다. 서울특별시한의사회, "한의약의 글로벌 스탠다드 구축에 박차" 박성우 서울특별시한의사회장은 "WHO 사무총장의 축전은 한의약이 단순히 한국의 전통을 넘어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핵심 의료 자산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K-MEX를 통해 한의약의 디지털화, 과학화, 그리고 세계화를 가속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K-MEX는 국내외 유수의 의료진과 헬스케어 기업들이 참여하여 한의약의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매칭을 통해 한의약 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의 영상 축사 전문(영문)은 아래와 같다. Honorable ministers, distinguished guests, dear colleagues and friends. Annyeong-haseyo.(안녕하세요) Like many countries, the Republic of Korea has a long and rich tradition of traditional medicine, which continues to play a vital role in healthcare and in the lives of many people. Traditional medicine is increasingly recognized as an important contributor to primary healthcare and to advancing universal health coverage. This recognition is reflected in the WHO Global Traditional Medicine Strategy 2025 to 2034. The strategy provides a clear framework to strengthen evidence, innovation, regulation, and the responsible integration of traditional,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medicine into health systems. For the first time, it formally defines integrative medicine as an interdisciplinary evidence-based approach to holistic health. The theme of this exposition, highlighting the integration of Korean medicine with modern technologies, aligns closely with these global priorities. As countries work to build more inclusive, resilient, and people-centered health systems, traditional medicine has an important role to play, guided by science, safety, ethics, and equity. WHO stands ready to work with member states and partners to advance this agenda in support of health for all. I congratulate you once again on this important initiative, and I wish you a successful exposition. Kamsahabnida.(감사합니다) -
“경혈 특이성, 신체 전반의 연결성·반응 패턴 속에서 이해돼야”[한의신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채윤병 교수 연구팀이 경혈 특이성을 해석하는 새로운 개념적 틀을 제안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Neuroscience’ 최근호에 ‘Decoding acupoint specificity: from neural patterns to bodily maps’라는 제하로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동안 경혈 특이성은 주로 말초신경 분포, 국소 해부학, 척수 분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 뇌영상 기반 연구를 통해 설명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침 자극이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보여주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실제로 특정 경혈이 신체 어느 부위의 증상에 활용되는지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연구팀은 경혈의 기능을 감각 지도(sensation map)와 적응증 지도(indication map)라는 두 가지 신체 지도(body map)로 파악하는 접근을 제안했다. 감각 지도는 자침 후 나타나는 국소 및 전파 감각의 분포를, 적응증 지도는 실제 임상에서 해당 경혈이 사용되는 증상 부위의 분포를 시각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두 가지 정보를 같은 신체상에서 함께 살펴보면, 개별 경혈의 전신적 반응 특성을 보다 정량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자침 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감각 분포와 실제 임상 적응증의 분포가 서로 겹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는 경혈 특이성이 단순한 국소 자극의 결과가 아니라, 신체 전반의 연결성과 반응 패턴 속에서 이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윤다은 박사(경희대 한의대 경혈학교실)은 “이러한 관점은 경락 이론을 비롯해 전통적으로 설명돼 온 경혈과 신체 반응의 관계를 측정과 비교가 가능한 신체 공간 정보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라면서 “향후 신체 지도와 뇌 영상 지도, 임상 결과를 통합한 연구가 축적된다면 경혈 특이성에 대한 보다 정량적이고 임상적 유용성이 높은 설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경희대 한의과대학 윤다은 박사·채윤병 교수, 한국한의학연구원 류연희 박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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