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의사국가시험 응시자가 10분의 1로 급감하면서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응시수수료 수입이 끊기자 기관 운영이 마비 수준으로 악화됐고, 필수 시험사업 축소·문항 개발 중단 등 국가시험의 질과 공정성까지 흔들리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의료대란의 여파로 시험 시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정부의 긴급 국고 지원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의사 등 26개 보건의약 직종의 국가시험을 주관하는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의료대란으로 의대생들의 대규모 응시 거부 사태가 이어지며 수입 기반이 무너졌고, 기관 유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송파구병·보건복지위원회)은 “국시원이 의사, 약사, 간호사 등 필수 보건의료 인력의 국가시험을 시행하는 핵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재정난으로 필수사업이 축소되고 출제문항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으면 기관 존립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시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예산 부족액은 47억3800만원에 달한다.
이미 금융기관에서 36억4000만 원을 차입했으며, 이자만 연간 1억7500만원에 이른다.
상환 능력조차 상실한 ‘부도 직전’ 상태라는 지적이다. 남 의원은 “정부가 적정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시험 시행은 물론, 최소한의 운영비조차 충당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국시원의 수입 구조는 응시수수료 70.3%, 국고보조 20.5%, 기타 9.2%로, 응시수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나 의료대란으로 인해 의사국가시험 응시인원이 급감하면서 이 구조가 무너졌다.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수업과 시험을 거부하면서 응시자격을 얻지 못한 것이다.
당초 국시원은 의사 필기시험 응시자 3265명을 예상했지만 실제 응시자는 300명에 불과했다.
실기시험 역시 3232명 예상에서 1040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전체 응시자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남 의원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시험 운영은 전 정부의 졸속적인 의대증원 정책이 초래한 구조적 문제로, 국시원은 이를 통제할 권한도, 대비할 수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국시원은 2023년 47만명이던 전체 응시자가 올해 23만명으로 반토막 나며 연간 90억원의 수입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응시자도 35만3000명에서 12만명으로 급감했다.
재정난은 시험 품질 저하로 직결되고 있다.
국시원은 2023년 33개 시험·8184문항을 개발했으나 올해엔 13개 시험·1980문항만 개발하는 데 그쳤다.
20개 시험이 줄고, 6200여 문항이 사라진 것이다. 신규문항 개발이 76% 축소되면서 국가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도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인순 의원은 “국시원은 다른 경비는 최대한 절감하더라도 시험 문항의 질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문항 질 관리 사업’만큼은 반드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보건의료인력의 자격 검증 시스템이 흔들리면 의료체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