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하재규 기자] 한의사들이 감염병 환자 및 의심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시행하고, 감염자를 질병관리청이 운영한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에 신고하는 것을 거부한 행위는 잘못됐다는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향후 한의의료를 통한 감염병 진단 및 치료의 새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23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한의사들이 감염병 환자 및 의심자에 대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시행 후 질병관리청이 운영한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에 검사 결과를 신고하고자 했으나 한의사의 접속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한의사의 정당한 책무를 침해한 것이라면서 피고(질병관리청장)가 원고들에 대한 코로나19 정보 관리 시스템 사용 권한 승인 신청 거부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2022년 4월 대한한의사협회 김형석 부회장 등 한의사 회원 13명이 질병관리청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사용권한 승인신청 거부처분 취소의 소’(2022구합63317)에 따른 것이다.
당시 김형석 부회장 등 원고들은 “한의사들의 코로나19 진단 참여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정당한 행위인 만큼 한의사들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및 코로나19 시스템을 통한 신고 역시도 정당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접속 승인 거부는 ‘한의사들은 RAT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진료권 침해이자 한의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이들 원고들은 또 “감염병예방법은 코로나19 확진자 진단·신고의무에 관해 한의사와 의사를 구분하고 있지 않으며,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사용 역시 한의사와 의사를 달리 대우할 수 있을 만한 어떠한 명시적인 근거 규정도 두고 있지 않기에 질병관리청의 정보관리시스템 승인 거부는 매우 불합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 소송의 승소를 위해 한의사협회는 그동안 원고들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과 함께 감염병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인 고유의 역할에 당연히 한의사도 포함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 더불어 한의의료가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는 당위성을 담은 성명서 발표는 물론 의견서 및 탄원서 등을 지속적으로 제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해 왔다.
특히 서울행정법원에 이 소송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던 홍주의 회장은 “한의사들의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사용권한 승인신청을 거부한 질병관리청의 잘못을 인정한 재판부의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결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국의 한의사들은 새롭게 나타날 수 있는 각종 유행성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어 “한의사들의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의 사용권한 승인 신청을 거부한 질병관리청의 위법 부당한 행태가 크게 잘못됐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한의사들은 대한민국의 의료인으로서 국민이 감염병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한의약의 효과적인 활용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판결 현장에 참석했던 한홍구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사진 오른쪽)은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 및 신고는 감염병의 예방과 확산 방지에 많은 도움을 줌으로써 국민의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긍정적 효과를 완전히 무시한 채 한의사의 감염병 진단 및 신고시스템 사용을 불허해왔으나 이번 판결로 인해 감염병 창궐 시 한의사의 분명한 역할을 인정받게 됐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이어 “감염병은 감염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의료인이 진료에 부담을 느끼는 질병”이라면서 “그렇기에 법으로 강행 규정을 두어 진단하고 국가기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며, 한의사들은 이 같은 법령을 성실히 지키면서 감염병 진단과 보고를 성실히 할 각오와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권선우 의무이사(사진 왼쪽)는 “최근 한의사들이 초음파 진단기기나 뇌파계 등 현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합법 판결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의료인이면 누구나 현대화된 도구나 장비를 이용하여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한·양의 간 반목과 갈등이 아닌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