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하다는 판결이 재확인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재판장 이성복)은 14일 파기환송심 선고를 통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시키는 원심(제1심)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인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선고는 지난해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파기환송한데 따른 결정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파기환송심 선고는 당초 8월 24일 예정돼 있었으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소송인들이 재판에 필요한 관련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는 것이 지연되면서 이날(14일) 선고가 이뤄졌다.
이 사건은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박 모 원장이 2010∼2012년에 걸쳐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내원한 환자의 질병 상태를 파악한 것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과 2심 판결을 통해 박 모 원장에게 의료법 위반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으나, 3심 재판부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22일 박 모 원장의 의료행위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건을 재심리하도록 파기 환송시켰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결문을 통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한의사가 환자의 복부에 한의학 진단의 보조적 수단으로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 행위를 의료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대한한의사협회는 새로운 판단기준의 근거가 될 각종 자료들을 구하여 법조계에 제출해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의 정당성을 확인시켰으며, 탄원서도 재판부에 제출하며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해 왔다.
특히 지난 달 11일 홍주의 회장과 한홍구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직접 방문해 제출한 탄원서에서는 초음파 진단기기는 서양의학적 원리가 아니라 물리학적 원리에 기초한 것으로써 인체에 대한 잠재적 위해성 등의 측면에서 혈압계나 체온계 등 일상생활 영역에서 널리 이용되는 의료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시와 같이 한의사가 환자에게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 한의학적 진찰법으로 사용하던 사진(四診)에 보조적으로 사용하여 그 변증유형 판정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는 게 지극히 타당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판 현장에 참석했던 한홍구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선고 기일이 늦춰지면서 재판부의 판단 여부에 다소 불안한 부분도 있었지만 옳은 것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이어 “2010년부터 시작된 기나긴 싸움이 이제야 비로소 막을 내렸다”면서 “한의사들의 의권 신장과 직결된다는 판단아래 그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해 수도 없이 재판정을 드나든 해당 한의사분의 열정과 노고에도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또 "한의약육성법이 2003년에 제정되어 2011년에 한번 개정되고 금년 6월30일 두번째 개정이 있었으나 한의사에게 필요한 정책은 답보 상태에 있고 헌법재판소와 법원을 통해서만 한의사들에게 필요한 판결이 나오고 있으나 이제는 정부가 한의학 육성에 필요한 정책을 제시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주의 회장은 “재판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제시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판단을 존중해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준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 대한한의사협회 3만 여 한의사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대 의료기기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국민의 건강 증진과 생명 수호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은 또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의 근골격계 초음파 재교육에 대한 일선 회원들의 뜨거운 관심이 개원가의 임상 현장에서도 최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현대 진단기기의 급여화에도 온 힘을 쏟아 양질의 한의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층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