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보의의 국민신문고 접수기

기사입력 2022.11.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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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살다보면 불필요한 모욕을 견뎌야 하거나 맞대응해야 할 일이 생기기 마련”

    김휘문 공보의.jpg


    김휘문 공중보건한의사

    인천시 강화군 길상보건지소


    “의료법령에서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진료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초음파 영상진단장치 구입 자체를 제한할 법령상 근거는 없으며, 한의사가 학술, 임상연구를 목적으로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 5462, 2015. 11. 30.


    필자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보건지소에서 지소장으로 근무 중인 3년차 공중보건한의사이다. 비록 군 복무 신분이지만 한의사가 공직에 근무하다 보면 보람찬 일과 동시에 불가피한 공격에 시달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기록부(논문 읽는 한의사)’라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섬에서 근무하던 1년 차 공보의 시절부터 책을 읽고 난 리뷰 혹은 맛집을 다녀온 후기를 쓰는 등 취미삼아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러다 바로 얼마 전 11월 초, 이전에 작성한 블로그 게시글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린 사건이 있었다. 독자 분들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침 시술을 위한 초음파 유도하 침 시술 가이드북’이라는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발간된 책을 알 것이다. 그 책의 리뷰를 작성하며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토대로 한의사들은 연구, 학술 목적의 동의서를 환자분들로부터 받고 초음파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환자 분들의 진료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다.

     

    김휘문 공보의-1.jpg



    ‘생각기록부’라는 네이버블로그 게시 글 논란 


    이 게시글에 어느 주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조회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소위 ‘한무당’을 비롯한 각종 조롱 섞인 내용을 담은 댓글들이 봇물처럼 달리기 시작했고 당황한 필자는 신고와 삭제를 반복하며 애써 잠깐의 해프닝으로 이 사태를 넘겼다.


    그리고 그 다음 주가 되어 근무 중인 보건소의 공중보건의 담당 주사님으로부터 충격적인 내용을 듣게 됐다. 필자에게 블로그 게시글 두 건(초음파 관련 내용)을 대상으로 각각 다른 사람에게서 국민신문고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공무원 신분의 한의사로서 불법의료를 조장, 홍보하고 있기에 시정을 요청하고 현재 지소에서 불법의료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한 이에 더해 개인의 근무태도까지 문제를 삼아 성실여부를 조사하고 피드백을 달라는 요지였다.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국민신문고 접수


    그저 취미로 사견을 곁들인 글 몇 조각을 쓰던 블로그로 인해 개인 감사까지 받게 되다니 충격이 여간 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민원인이 누구인지, 정확한 민원 내용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신고자 비밀 의무에 따라 알지 못하므로 지금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게시글의 갑작스런 조회 수 증가, 악성 댓글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당시 달린 댓글 중 본인이 정형외과 전문의라고 주장하며 (초음파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라는 글도 있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아무래도 의사와 관계된 커뮤니티 혹은 집단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들었다.


    담당 주사님과 통화를 끊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다음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회 오픈카톡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과 관련한 블로그 내용으로 인해 국민신문고가 접수되었고 이로 인해 개인 감사를 받게 되었는데 협회 차원에서의 도움을 주실 수는 없는지 하는 문의였다. 답변은 금방 왔고 잠시 뒤 문영춘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님의 연락을 받았다.

    필자가 요청 드렸던 사항은 민원이 제기된 블로그 내용들을 검토해주시고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라 가능함을 보건소 측에 공문 형태로 발송해주실 수 있는지 등의 여부였다. 


    공무원 신분으로 민원이 들어온 이상 개인 근무태도 및 불법의료행위 여부 감사는 진행될 수밖에 없지만 이 일로 인해 보건소에서도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생길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내용을 검토한 후 한의협에서는 보건소로 공문을 발송해주셨고 침착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이사님께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결과적으로 국민신문고 민원 건은 무탈하게 잘 해결됐다. 불법의료 광고 내리듯 글을 내리거나 비공개로 하는 일도 없었고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내용을 상단에 크게 적시함으로써 더 이상 이 내용에 토를 달지 못하도록 글을 재정비하는 기회도 됐다. 

    보건소 의약관리팀에서는 필자의 근무지에 불시 방문하여 근무 태도 등을 확인하고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과 관련한 법령 및 유권해석, 문제가 된 블로그 게시글과 책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 문의한 결과 등을 토대로 민원 건과 관련하여 문제없음을 확인한 후 답변을 했다고 한다.


    위 내용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필자와 같은 공중보건의사 등 공직 한의사의 경우 개인적인 주장을 하더라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물론 전역을 5개월여 앞둔 상태에서 문제를 키우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고자 글을 내리거나 비공개 전환을 하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의사의 의권과 관련한 법령에 대한 문제이며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직역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 하에 위와 같은 행동을 취하게 됐다.


    “한의계 의권을 위해 용기 있게 목소리 내”


    한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살다보면 불필요한 모욕을 견뎌야 하거나 맞대응해야 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조용히 넘어갈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며 현명한 방법일 수 있으나 의권을 위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어 필자와 유사한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대한한의사협회 혹은 소속 협회, 지회로 도움을 요청하고 조언에 따라 차분히 대응한다면 얼마든지 위기를 돌파할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도움을 주신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회 임원진 분들과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 분들, 특별히 문영춘 한의협 기획이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표한다.


    <참고>

    ◇ 책 리뷰: 안전하고 효과적인 침시술을 위해 초음파 사용은 더욱 권장되어야 합니다(feat.초음파 유도하 침 시술 가이드북, 한국한의학연구원). 관련 링크: https://blog.naver.com/ahen1101/222869037001

    ◇ 초음파 자격증: RMSK 근골격계 초음파 자격증 접수 완료했습니다(feat.소노하니, 한의사, 초음파 유도하 자침). 관련 링크: https://blog.naver.com/ahen1101/22285945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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