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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9일 (월)

[시선나누기-13] 미쳤다는 말

[시선나누기-13] 미쳤다는 말

문저온.jpeg

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최근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 모임을 토요일 5시로 정했습니다. 공연 예정인 극장에서 시연을 하기로 했으니 준비해 오기 바랍니다. 장소는 삼선교 근처 4호선 한성대입구역입니다.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 일을 조금 앞당겨 마치고 간당간당하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늦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장소를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시면...... 극단 ‘하땅세’ 맞나요?

- 성북동칼국수 지하입니다. 지금 극장을 꾸미고 있는 중입니다. 모임 시간을 6시로 늦추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공간을 칠하는 사람

휴대폰 지도를 검색해서 찾아간 곳은 한창 내부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지하 소극장이었다. 새로 바른 칠 냄새, 자르고 붙인 목공 냄새, 말라가고 있는 타일 냄새 같은 것들이 지하 특유의 서늘함과 함께 코끝으로 몰려왔다. 조금 어수선하지만 들떠 있는 새집의 기운이 느껴진다. 계단 아래로 일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는 목례를 한다. 


“여기가 극단 하땅세인가요?”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바닥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 춘천, 진주에서 모인 사람들이다. 유진규 선생은 소설가 이외수 선생의 장례를 치르고 오셨다고, 며칠간의 피로가 얼굴에 묻어난다. 그렇구나...... 두 사람 모두 춘천 사람. 오랜 지기이다. 한 사람은 소설로, 한 사람은 마임으로, 나란히 한 시대를 걸어왔다. 그를 떠나보내고 오는 마음이 어떠했을 것인가.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자 벽에 기대 서 있던 의자를 둥글게 펼쳐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새 공간을 마련해 이사 중인 극단의 자부심이 공간 안내와 자랑으로 이어진다. 자랑이라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자기 집 자랑하는 것과 좀 달랐는데,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이거 우리 극단 배우들이 직접 자르고 붙인 거예요. 칠도 직접 다 했어요. 이거는 소품으로도 쓸 수 있고 보관함으로도 쓸 수 있는데 이것도 직접 만들었어요. 공구 정리함도 되는데 보여드릴까요? 여기 공간이 좁고 불편했는데 이렇게 벽을 세워 정리했어요. 

 

공연 때는 저기도 관객들을 앉힐 거예요. 객석을 여기서 여기까지, 사방으로 블랙박스처럼 무대를 꾸밀 수 있어요. 전기를 쓰지 않는 공연장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몇 가지 어려움 때문에 포기했어요. 여기서 여기까지 검은 커튼을 치면......”

 

연출가는 들떠있다. 어떤 작품들을 펼쳐낼지, 관객이 어떻게 감동할지, 빛과 소리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창문 하나, 계단 입구까지 어떻게 작품에 이용할지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무궁무진하게 일어나는 상상과 기대와 흥분이 우리에게 전달된다. 무언가를 함께 준비하는 집단만이 가질 수 있는 기운. 그것은 창작하는 인간만이 만들어내는 아우라일 것이다.  

그는 극단 하땅세의 연출가이자 우리 공연의 연출을 맡게 된 사람이다. 


◇시간을 칠하는 사람  

- 공연 자리는 미리 준비해 놨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오세요.

 

‘<시간을 칠하는 사람>은 1980년 5월 전남도청과 그 건물에 얽힌 칠장이의 이야기다. 이 공연은 아시아 최대 블랙박스형 공연장인 ACC 예술극장에 움직이는 객석을 만들어 관객이 작품의 흐름과 배우의 움직임, 이야기를 따라 극장 내를 여행하듯 관람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유진규 선생의 배려로 극단 하땅세의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우리 작품을 연출할 사람의 공연을 미리 보아두자는 것, 관람을 마치고 우리도 우리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자는 것.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우리 공연이 아닌 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어서 설레었다. 우리는 출연자가 아니라 관객이다.

 

문저온2.jpg

 

공연은 실로 어마어마했는데, 무엇보다도 예술극장의 공간 탓이었다. 체육관을 넘어서는 크기에 무대 세트를 세웠는데, 말하자면 ‘장면1: 도청 3층 사무실’이라면 실제로 3층 높이의 세트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 3층의 벽에 매달려 칠을 하는 수직 동선의 관람이 조금 있다가는 앉은 객석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끼기긱 돌아가는 수평 체험으로 바뀐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런 방향 전환이나 앞뒤로 이동하는 객석의 움직임은 배우들이 직접 손으로 몸으로 밀어서 만든 것이었다.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극단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품은 시간을 되돌리며 5월 광주 이야기를 세대에 걸쳐 펼치는데, 그것을 360도 회전하는 객석으로 물리적으로 체험하게 하며, 천장에서 바닥까지, 심지어 바닥 아래까지 물 샐 틈 없이 이용하는 스케일로 관객을 압도한다. 

 

공연을 마친 뒤 무대 철거까지 끝내고 온 연출가는 땀에 젖어 있었다.


“저는 작품 하나를 하면, ‘우와! 미쳤다!’ 소리를 듣고 싶어요.”

 

미쳤다는 말. 그게 예술하는 인간이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 세상에 없는 것을 창작하고 싶다는 그의 달뜬 얼굴이 생기로 넘쳤다. 

 

“이 작품을 야외에서 할 거예요. 서울, 밀양, 진주, 광주. 순회공연이에요.”

 

이걸 야외무대로 옮긴다고? 어떻게? 

 

입이 벌어지는 우리 앞에서 그는 연신 싱글거리며 부푼 계획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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