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침 원료는 규격품 한약재 사용…공동이용탕전실 158개 항목 평가
대한약침학회 “약침 자체와 일부 업체 운영 문제 구분해야”
“약침액, 158개 평가기준 아래 식약처 인증 한약재로 조제!”
“약침,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안전하고 합법적 시술!”
[한의신문] 국회 국정감사에서 약침의 성분과 안전성, 예비조제의 적법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양의사 출신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이 약침액에 대해 성분을 알 수 없는 물질이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으며, 예비조제 역시 불법 의약품 생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약침학회(회장 안병수)는 약침의 원료와 조제 과정에 관한 법적·제도적 관리체계가 이미 마련돼 있으며, 특히 한의사의 사전조제는 대법원 판례와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통해 인정돼 온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 한의사가 장래 조제할 약침액을 사전조제 요건에 따라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올 3월에는 약침조제 공동이용탕전실의 평가인증 기준을 강화해 원료한약 관리부터 무균관리, 완제품 관리까지 158개 항목을 평가하도록 했다.
◎ 한지아 의원 “약침은 성분조차 몰라…불법 약의 생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만희)는 지난 27일 보건복지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대상으로 종합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은 약침액을 직접 들어 보이며 약침의 성분과 안전성, 예비조제의 적법성 등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질의했다.
한 의원은 “이 약침액은 주사로 목에도, 머리에도, 허리에도 들어간다”며 “인증이 됐다고 하지만 보건복지부 인증이 된 약품이냐”고 물었다. 이에 정은경 장관은 “시설에 대한 인증”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 의원은 “일반 주사제라면 식약처의 엄격한 품목허가를 거쳐야 하지만 약침은 성분조차 알 수 없다”고 주장하며 약침액의 유통기한 책정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예비조제 문제도 거론하며 “환자가 어떠한 약이 들어가는지조차 모른다”며 “이는 불법 약의 생산”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특정 한방병원과 자동차보험 문제를 언급하며 정부의 대응을 요구하자 정 장관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개선이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며 관련 방안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요구했고, 오유경 식약처장은 “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 “성분조차 알 수 없다?”…약침 원료는 규격품 한약재 사용
한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 대한약침학회는 약침의 원료가 관련 법령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는 중금속·잔류농약 검사를 거친 규격품 한약재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원료는 ‘대한민국약전’ 등 국가 기준을 따른다. 약침 역시 이러한 규격품 한약재를 원료로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해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올 3월 발표한 공동이용탕전실 평가인증 기준에는 △원료한약 관리 △조제관리 △포장관리 △문서관리 △지속적 질관리 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약침의 원료와 조제 과정에 관한 관리기준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약침 전반을 성분 관리체계가 없는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학회 측 입장이다.
◎ 일반 주사제와 약침, 적용 법령부터 구분해야
한 의원이 약침액에 대해 “일반 주사제였다면 식약처의 엄격한 품목허가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대한약침학회는 “제약사가 제조·판매하는 의약품과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를 위해 조제하는 약은 적용 법령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학회에 따르면 품목허가와 임상시험은 제약사가 제조·판매하는 의약품에 적용되는 ‘약사법’상 절차이며, 의료기관에서 진료에 따라 조제하는 약은 한·양방을 막론하고 품목허가 대상이 아니다. 약침 역시 규격품 한약재를 원료로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해 사용하는 한의의료행위라는 것.
보건복지부도 올 3월 공동이용탕전실 평가인증 기준을 발표하면서 약침을 ‘한약추출 약액을 약침주입기를 사용해 인체의 압통점, 경락, 경혈점 등에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정의했다.
즉 약침의 품목허가 문제는 일반 의약품의 제조·판매와 의료기관의 처방에 따른 조제라는 차이를 고려해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학회 측 입장이다.
◎ 대법원·복지부, 한의사 예비조제 적법성 인정
이번 국정감사에서 법적 쟁점으로 떠오른 부분은 약침액의 예비조제다. ‘예비조제’란 앞으로 예상되는 처방에 대비해 약제를 미리 준비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 의원은 이를 “불법 약품 생산”이라고 주장했으나 앞서 대한한의사협회는 사전조제의 적법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와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제시한 바 있다.
한의협이 지난달 공개한 대법원 판시(1992년 3월 31일 선고한 91도2329 판결)에 따르면 극미량 약제성분의 칭량(秤量) 오차를 최소화하고 예상되는 처방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약속 및 사전처방에 따라 약제를 미리 준비했다가 처방전 발행 후 투약하는 행위를 제조가 아닌 예비조제로 판단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1997년 5월 1일과 1999년 11월 12일 유권해석을 통해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장래 예상되는 처방에 대비해 한약을 미리 준비하는 행위를 적법한 업무범위로 판단한 바 있다.
특히 복지부는 2014년 3월 17일 유권해석(한의약정책과-1743)에서 현재의 특정 환자나 특정 질병의 치료·예방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한의사가 병원의 사정과 필요에 따라 장래 조제할 약침액을 사전조제 요건에 맞춰 미리 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2017년 국정감사 서면답변에서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의료기관의 예비조제를 일률적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의협은 지난달 성명문에서 “한약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약재를 가감하여 조제하기도 하고, 효율적인 투약을 위해 필요에 따라 사전조제를 하기도 한다”며 이를 불법행위로 호도하는 데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 공동이용탕전실도 의료법령에 근거…약침조제 158개 항목 평가
약침액을 조제하는 공동이용탕전실 역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운영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공동이용탕전실은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3에 따라 한의사의 처방에 따른 약침·탕약·환제 등을 전문적으로 조제하고, 여러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대한약침학회는 개별 한의원이 고가의 조제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현실에서 일정한 기준을 갖춘 탕전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이 품질 관리에도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공동이용탕전실 평가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27개 공동이용탕전실 가운데 25개소가 인증을 받았다. 이 중 약침조제 탕전실은 8개소, 일반한약조제 탕전실은 17개소다.
평가인증은 △탕전실 시설 △탕전실 관리(청정구역 관리) △경영 및 조직운영 △직원관리 △문서관리 △지속적 질관리 △원료한약 관리 △조제관리 △포장관리 등 9개 영역에 걸쳐 이뤄진다.
약침조제 탕전실에는 158개 항목을, 일반한약조제 탕전실에는 80개 항목을 적용하며, 소규모 일반한약조제 탕전실에는 54개 항목을 평가한다.
특히 복지부는 올 3월 27일부터 시행한 3주기(2026~2029년) 평가인증 기준을 통해 △조제용수·멸균기·공기조화시스템 등 무균관리 중요 장비의 성능적격성 평가 신설 △멸균용기·도구 사용기한 및 용수점검·부적합 용수 처리기준 구체화 △약침 완제품 관리기준 강화 등 조제 안전성 관리체계를 보완했다.
따라서 정은경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답변한 것처럼 인증 대상은 약침액 개별 제품이 아닌 탕전실이지만 평가 내용에는 시설뿐 아니라 원료와 조제 과정, 포장 및 품질관리도 포함돼 있다.
◎ 대한약침학회 “약침 자체와 일부 업체 운영 문제 구분해야”
대한약침학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를 약침 자체의 적법성과 일부 업체의 운영 방식, 원외탕전실 관리 문제로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병수 대한약침학회장은 “약침은 한의사가 침과 약의 효능을 활용하여 의료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한의의료행위”라며 “일부에서 제기된 내용들은 추출방법이나 한의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의료 분야는 여야를 떠나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고, 의료 직역 간 공격이 돼서도 안 된다”며 “한의사들은 해외에서 의사들과 침과 약침에 대한 학술적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감에서의 지적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며, 제도적으로는 복지부의 인증원외탕전을 통해 점진적인 발전을 갖춰가고 있다”며 “건강보험이나 인증원외탕전의 규제로만 풀지 말고 한의약 산업을 육성하고 전통의학의 강점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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