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진 학생(경희대 한의대 본4)
익숙한 현장, 새로운 역할로 다시 찾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남국제평화마라톤 한의진료부스 의료지원에 참여했다. 작년에는 처음 마주하는 마라톤 의료지원 현장의 생동감과 한의진료의 현장성이 인상 깊었다면, 올해는 조금 더 익숙해진 시선으로 현장을 바라볼 수 있었다. 특히 본과 4학년이 되어 병원 임상실습을 경험한 뒤 다시 참여하는 활동이었기에, 지난해와는 또 다른 배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올해는 지난해 담당했던 예진 업무에서 벗어나 진행팀으로 참여해 접수와 안내를 비롯한 부스 운영을 맡았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증상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참가자들의 동선을 살피고 원활하게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었다. 같은 행사에 참여하더라도 맡은 역할에 따라 보이는 풍경과 배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출발 전부터 완주 후까지, 분주했던 한의진료부스
10월 5일 이른 아침, 삼성1동 주민센터 앞은 마라톤을 준비하는 참가자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오전 9시 출발을 앞두고 한의진료부스에도 많은 러너들이 찾아왔다. 다양한 부위에 테이핑을 받으려는 참가자들이 이어졌고, 의료진과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자 부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완주한 참가자들이 하나둘 돌아오면서 러닝 후 발생한 근육통과 관절통에 대한 진료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출발 전에는 테이핑을 중심으로 경기 준비를 도왔다면, 완주 후에는 침과 부항 등을 통한 통증 관리가 주를 이뤘다.
올해는 한의사 11명과 한의과대학 학생 13명 등 총 24명이 의료지원에 참여했으며, 한의진료부스를 방문한 인원은 441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많은 인원이 방문했지만 의료진과 학생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큰 사고 없이 진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진행팀의 일원으로서 현장의 흐름을 살피고 안내하는 과정에서, 원활한 진료를 위해서는 의료진의 치료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운영과 협력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짧은 만남 속, 한의학의 가치를 전하다
진행팀으로 활동하면서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된 것은 한의진료부스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이었다. 출발선으로 향하던 참가자들 중에는 부스를 지나치다 “여기서는 어떤 걸 하는 거예요?”라며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출발을 앞둔 러너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짧은 순간 동안 어떤 내용을 전달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다.
중요한 것은 한의진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순간에 전달하는 일이었다. 출발 전에는 테이핑을 받을 수 있고, 완주 후에는 침과 부항 등을 통해 통증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결하게 안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경기 전후의 상황에 따라 한의진료가 제공할 수 있는 도움을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참가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게 진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난해부터 대한한의사협회 앰배서더, 서울특별시한의사회 K-MEX 학생위원 등 다양한 대외활동에 참여하며 한의학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 왔다. 콘텐츠 제작부터 현장 홍보와 행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여러 경험을 쌓아왔지만, 이번 마라톤에서는 출발을 앞둔 참가자들에게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이를 통해 효과적인 홍보란 단순히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상황과 관심에 맞춰 핵심 메시지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일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한 번의 치료 경험이 다음 만남으로 이어질 때
이번 의료지원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한의진료를 경험한 뒤 지속적인 치료에 관심을 보인 시민의 모습이었다. 평소 통증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했음에도 불편감이 지속되던 한 시민이 한의진료부스를 찾았고,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자 앞으로 방문할 만한 한의원을 추천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있어 실제 진료 경험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이루어진 치료가 당장의 통증 관리에 도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한의치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이처럼 시민들이 직접 경험한 긍정적인 변화는 한의학에 대한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진료의 현장을 넘어,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다
지난해 강남국제평화마라톤에서는 러너들의 통증에 대응하는 원장님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스포츠 현장에서 한의학이 지닌 가능성을 느꼈다. 올해는 한 걸음 떨어진 진행팀의 자리에서 시민들이 한의진료부스를 발견하고, 관심을 갖고, 실제 진료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본과 4학년이 되어 임상실습을 경험하면서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는 일의 중요성을 배워가고 있다. 이번 의료지원에서는 그에 더해, 시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한의진료에 대한 관심과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세심한 안내와 진료 경험이 한의학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시민들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두 번째로 참여한 국제평화마라톤은 지난해와는 또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난해에는 스포츠 현장에서 발휘되는 한의학의 임상적 강점을 가까이에서 확인했다면, 올해는 그 강점이 시민들의 관심과 신뢰로 이어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한의진료에 대한 높은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을 마주하며, 한의학이 지닌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앞으로도 예비 한의사로서 전문성을 쌓아가는 동시에, 다양한 현장에서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한의학의 우수성과 매력을 더욱 널리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두 번의 국제평화마라톤 의료지원은 한의학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깊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되새기게 해준 뜻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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