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MSTA 제183차 몽골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1>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단장 김주영·이하KOMSTA)은 8월 6일부터 12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 한몽친선병원에서 제183차WFK 해외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이번 봉사에는 일반단원 7명과 한의사 4명 총 11명이 참여했으며, 현지 주민 880명을 대상으로 침, 부항, 한약 처방 등 한의약 치료를 제공했다.
언어보다 먼저 통한 마음
첫 해외 의료봉사를 앞두고 가장 걱정했던 것은 언어였다.
현지에 도착해 배운 몽골어는 “센베노(안녕하세요)”와 “바야를라(감사합니다)” 두 마디가 전부였다.
그런데 막상 진료가 시작되자 언어가 생각만큼 큰 장벽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통역사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두 마디의 몽골어와 손짓, 표정으로 환자분들과 간단한 의사소통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오히려 환자분들의 표정과 눈빛, 몸짓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3일 차에는 환자분들도 우리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여기 아프신가요?”라고 물으면 “아파요”라고 대답하고, “괜찮아요?”라고 물으면 “괜찮아~”라고 우리말로 답해주기도 했다.
짧은 단어 몇 마디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이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언어가 달라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만나면 소통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몽골에서 만난 환자들
현지에서의 진료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고, 피부 건조나 알레르기, 변비 등 다양한 증상을 함께 이야기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특히 식생활의 차이가 인상적이었다.
육류 중심의 식사를 하고 채소 섭취가 많지 않은 생활환경 때문인지 변비를 비롯한 소화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채소를 가축의 먹이로 여기는 인식이 있다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가족 단위로 진료를 받으러 오신 분들도 많았다.
그중 식욕부진과 피부 건조를 호소하던 한 아이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침을 무서워해 첫날에는 피내침도 다 맞지 못했지만, 점차 용기를 내더니 마지막 날에는 침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다.
침을 하나 놓을 때마다 잘했다고 다 함께 박수를 쳐주자 아이도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순간의 따가움을 잘 참아냈다.
한 가족이 함께 진료를 받고, 그 안에서 나 역시 어느새 하나가 되어 함께 웃었던 순간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부 환자분들이 통증의 원인을 장기와 연결해 설명한다는 점이었다.
허리가 아프면 신장이 좋지 않다며 함께 소변 문제를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고, 맥진으로 진단받기를 원하는 환자분들이 많았다.
환자분들이 자신의 증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한국에서 만나는 환자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진단이나 치료 방향을 한의학적인 언어로 설명했을 때 오히려 더 쉽게 이해하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포스트잇으로 전한 마지막
3일 차에는 다음 날까지 다시 찾아오지 못하는 환자분들이 많아졌다.
‘이분과는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인사를 건네는 마음도 달라졌다.
그날은 한 분 한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리법까지 안내하며 평소보다 더 시간과 마음을 내어 진료했다.
짧은 기간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마지막 인사를 건넬 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고, 하루의 진료를 마치고 단원들이 소회를 나누는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다 또 목이 메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떠나기 전날에는 통역사 선생님들과 마지막 시간을 가졌다.
진료실을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서로에게 편지를 썼다. 벽에 기대어 작은 포스트잇에 짧은 글을 적어 건넸다.
긴 문장도, 완벽한 언어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함께 진료하며 쌓인 고마움과 아쉬움을 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다시 생각하게 된 ‘봉사의 의미’
첫 해외 의료봉사였기 때문에 모든 순간이 진한 향으로 남았다.
이번 봉사에서 나는 수없이“괜찮아요?”라고 물었다.
환자의 통증이 괜찮은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돌아와 생각해 보니 그 한마디는 단순히 증상을 확인하는 말만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상태를 궁금해하고,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봉사는 치료받고 싶은 간절함에 응답하고, 누군가가 낫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봉사란 의료의 본질과 가장 가까운 모습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봉사를 통해 내가 의료를 하면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환자의 아픔을 살피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잃지 않는 의료인으로 남고 싶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KOMSTA와 한몽친선병원에서 봉사를 도와주신 문성호 원장님께도 감사드린다.
이번에 나눈 마음과 경험이 한 번의 봉사로 끝나지 않고, 한국과 몽골의 의료 현장에서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
몽골에서처럼 “괜찮아요?”라는 한마디를, 이제는 한국의 진료실에서도 오래 간직하고 싶다.
많이 본 뉴스
- 1 ‘한의협 미용의료 안전성 교육’ 이수 한의사 500명 돌파
- 2 한국한의약진흥원 통폐합, 한의약 '육성'인가 '고사'인가?
- 3 한의협, 22대 국회 후반기 계류 법안 등 현안 해결 속도전
- 4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 5 ‘예방접종관리법안’ 추진…한의사, ‘이상반응 감시체계 주체’로 명시
- 6 국무회의 앞둔 ‘8주룰’…“추간판·힘줄 파열도 ‘경상’인가!”
- 7 비대면진료, 12월 시행…“한의, 첩약·변증·CPG 기반으로 설계해야”
- 8 日 일왕가의 절망 치유한 19세기 漢方醫, 현대 통합의료에 질문을 던지다
- 9 “한의사의 레이저 사용, 1987년부터 인정받아온 한의시술”
- 10 “방대한 고방의 세계, ‘藥證’과 ‘方證’으로 임상의 지도를 완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