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트워크 약리학으로 천연물 치료기전 규명…비만·대사 연구 선도
[편집자 주]대한여한의사회(회장 박소연)가 선정하는 ‘한의융합인재상’은 임상과 연구, 교육을 아우르며 한의학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인재를 발굴·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올해 학술 부문 수상자인 이민승 경희대한방병원 임상조교수는 비만·대사질환 분야에서 빅데이터와 AI 기반 연구기법을 활용해 천연물 유효성분의 치료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며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확장해 왔다. 이에 본란에선 그를 만나 AI 시대 한의학의 발전 방향,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 수상 소감은?
우선 한의인재융합상을 수상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학부 시절에는 연구와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관심 분야의 최신 논문을 꾸준히 접하고 교수들의 지도 아래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익히면서 연구자로서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늘 이끌어준 경희대 신계내과학교실 안세영·안영민·이병철 교수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특히 젊은 한의학 연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매년 뜻깊은 상을 수여하는 대한여한의사회 박소연 회장과 임원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번 수상을 더욱 연구에 매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한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현재 임상조교수로서 진료와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경희대한방병원 신계내과 임상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가천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경희대한방병원 신계내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전임의를 거쳐 현재 경희대한방병원 신계내과에서 3년째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신계내과에서도 비만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FLD), 지방간염(MASH) 등 비만과 연관된 대사질환이다.
진료 활동은 경희대한방병원 비만센터에서 비만과 이에 동반되는 다양한 대사질환 환자를 마주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는 진료와 연구, 교육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 영역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임상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진료 현장에서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임상 경험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의료인을 양성하는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Q. 비만과 대사질환 관련 빅데이터와 AI 기반 분야로 수상했다.
연구 분야는 천연물 유래 유효성분의 대사질환 치료 기전 규명이다. 그동안 염증, 오토파지(Autophagy), 인슐린 신호전달 등 다양한 생물학적 기전을 중심으로 천연물과 단일 성분이 비만 및 대사질환에 미치는 치료 효과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특히 빅데이터와 AI, in silico 기법을 활용해 연구 대상 성분이 어떤 유전자와 단백질, 신호전달 경로에 작용하는지를 사전에 스크리닝하고 연구 가설을 수립한 뒤, 이를 바탕으로 동물실험 등 in vivo 연구를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통 한약재의 유효성분이 현대 의학에서 제시하는 분자 표적에 작용한다는 점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으며, 한의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객관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Q. 해당 연구에 착수하시게 된 계기와 어려웠던 점은?
과거에는 특정 천연물 유래 성분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수많은 후보 유전자와 단백질을 하나하나 실험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 연구 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AI와 데이터 기반 스크리닝 기술이 도입되면서 기존 문헌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유효성분의 표적 유전자와 단백질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물론 AI가 제시한 결과는 반드시 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하지만, 연구의 시행착오를 크게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과 치료 기전 규명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인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학병원에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만큼 장기간이 필요한 실험실 연구를 폭넓게 수행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융합·협업 연구를 확대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Q. AI시대, 한의학과 어떤 형태로 융합돼야 할까?
AI 기술의 도입은 한의학 연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크게 높였다. 앞으로는 다양한 천연물과 복합처방의 다중 표적(Multi-target) 작용 기전을 AI 기반 네트워크 약리학(Network Pharmacology)으로 분석함으로써 한약의 복합적인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AI는 연구뿐 아니라 임상과 진단 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맥진과 설진, 문진 등 한의학의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AI 학습 모델과 결합한다면 변증 진단의 객관성과 재현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한의 진단의 표준화와 과학화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
Q. 향후 연구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AI 기반 천연물 스크리닝과 실험적 검증을 병행해 비만 및 대사질환 치료에서 한약의 유효성을 보다 명확하게 규명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유전체와 장내 미생물군, 대사체 등 다양한 생체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시스템의학(Systems Medicine) 기반 연구를 구축해 환자별 치료 반응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반응군 특이적 기전(Responder-specific mechanisms)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기초·중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환자 진료와 직접 연계되는 파일럿 임상연구를 설계하고, 비만 및 대사질환 환자를 위한 근거중심의 임상 치료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자이자 임상의로서의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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