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지(桂枝)의 예와 임상 효과
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
(주)뉴메드 대표이사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회로 계지 이야기를 마치려 한다. 네 번째 글이니, 두 가지를 함께 정리하려 한다. 하나는 계피류 약재의 현대 임상근거다. 과학적 연구를 기준으로 실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어디까지인지 보려 한다. 다른 하나는 본초 효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문제다. 월경통을 예로 보면, 처방에서 쓰인 경험이 어떻게 후대 본초 효능으로 정리되었는지 잘 보인다.
계피류의 임상효과는 어디까지인가?
현대 임상연구에서 말하는 cinnamon은 대부분 어린 가지 계지 하나가 아니다. 대개 계피류의 분말, 추출물, 정유, 또는 계피류가 들어간 복합처방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계지 단독 효과가 아니라 계피류의 현대 임상효과로 보는 것이 맞다.
계피류에서 사람 대상 연구가 가장 많은 영역은 혈당과 대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효과는 있다. 그러나 치료제 수준은 아니다. 당뇨병이나 전당뇨 환자에게 계피 분말이나 추출물을 복용시킨 연구들을 보면, 공복혈당이나 인슐린 저항성이 좋아지는 결과가 종종 나온다. 일부 메타분석에서는 식후혈당이나 HbA1c도 낮아지는 방향의 결과를 보고했다. 계피류가 혈당 대사에 아무 작용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뇨 치료 효과라고 확정하기는 어렵다. 연구마다 계피의 종류, 용량, 기간, 대상자가 다르고 결과도 일정하지 않다. 임상적으로는 전당뇨, 식후혈당이 잘 오르는 사람,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에게 보조적으로 조금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 당뇨약을 대신할 수는 없고, 당뇨 진행이나 합병증을 막는 근거도 아직 부족하다. 특히 cassia 계피를 장기간 고용량으로 먹을 때는 coumarin에 의한 간 독성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월경통도 효과가 있다. 다만 강한 진통제 수준은 아니다. 원발성 월경통 연구에서 계피 분말 420mg을 하루 세 번 복용한 군은 위약군보다 통증 강도와 지속 시간이 줄었다. 그러나 ibuprofen보다는 약했다. 그러므로 월경통에서 계피류는 가벼운 보조 진통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한의학적으로는 차가우면 더 아프고, 따뜻하게 하면 편해지는 월경통, 아랫배가 차고 월경색이 어둡거나 덩어리가 있는 경우와 잘 맞는다. 이는 계피류의 온경산한, 온통경맥, 산한지통 효능과 연결된다.
항균·항진균 작용도 자주 언급되지만, 대부분 cinnamaldehyde나 계피 정유를 미생물에 직접 접촉시킨 실험실 결과다. 계피나 계지를 복용해서 감염증을 치료한다는 임상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계지복령환 연구도 있지만, 이것은 계지 단독 효과가 아니라 복령, 목단피, 도인, 작약이 함께 들어간 처방 전체의 효과로 보아야 한다.
정리하면 계피류는 혈당·대사에서 작은 보조 효과가 있고, 월경통에서는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 항균·항진균은 실험실 효과에 가깝고, 계지복령환은 처방 효과다. 이것이 현재 임상근거에서 읽을 수 있는 현실적인 결론이다.
월경통 효능은 어디에서 왔나?
월경통은 계피류의 현대 임상근거와 한의학적 설명이 만나는 좋은 자리다. 그런데 『신농본초경』의 계 주치에는 월경통이 나오지 않는다. 상기해역, 결기, 후비, 이관절, 보중익기 등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가 계지에서 말하는 발한해기, 온경통맥, 조양화기, 평충강기 같은 효능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한대의 『상한론』과 『금궤요략』 처방을 보면 계지의 자리는 훨씬 넓다. 계지탕은 표를 풀고 영위를 조화시킨다. 계지가부자탕은 양기를 도와 냉증과 통증을 풀어준다. 오령산은 기화를 도와 수습을 움직인다. 계지복령환은 어혈을 움직이고 혈맥을 통하게 한다. 온경탕은 충임허한과 하복부 냉증을 따뜻하게 풀어준다.
이때만 해도 본초경의 짧은 주치와 처방 속 계지의 역할은 일치하지 않았다. 『신농본초경』의 주치는 오래된 단방 사용 경험을 짧게 정리한 것이다. 반면 『상한론』과 『금궤요략』의 계지는 여러 약재와 배합된 복방 안에서 훨씬 정교한 역할을 맡는다. 단방 관찰의 자리와 복방 안의 자리는 같지 않다.
본초와 처방이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송대 이후다. 성무기의 『주해상한론』은 『상한론』 처방을 약물의 성미와 효능으로 해석하려 한 대표적인 저작이다. 이후 금원시대에 방제학이 발전하면서 처방 안에서 각 약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따지는 작업이 본격화되었다. 청대에 이르러 『본초비요』, 『본경소증』 같은 책들에서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외우는 계지의 효능이 비교적 분명한 형태로 정리되었다.
이 효능들이 어디서 왔는지 다시 보면 어렵지 않다. 발한해기는 계지탕과 갈근탕에서, 온경통맥은 온경탕·당귀사역탕·계지복령환에서, 조양화기는 오령산·영계출감탕에서, 평충강기는 계지가계탕에서 계지가 맡은 자리다. 결국 처방에서 계지가 한 일을 후대 본초학이 이름 붙인 것이다.
계지탕의 조화영위도 마찬가지다. 조화영위는 계지 하나의 단독 효능이라기보다 처방 전체의 효과다. 계지는 밖으로 열고, 작약은 안으로 거두며, 생강·대조·감초가 위기를 조절한다. 이 배합 속에서 영위가 조화된다. 그런데 후대 본초학은 이런 처방 속 역할을 다시 계지의 효능으로 설명해 왔다.
본초 효능은 크게 두 갈래로 만들어졌다. 하나는 약재를 단방으로 쓰거나 간단히 배합해 온 오랜 경험이 짧게 정리된 것이다. 『신농본초경』의 주치가 여기에 가깝다. 다른 하나는 복방 처방 안에서 그 약재가 반복적으로 맡은 역할이 후대 본초학으로 들어와 정리된 것이다. 오늘 우리가 계지에서 말하는 발한해기, 온경통맥, 조양화기, 평충강기 같은 효능은 대부분 이쪽에 가깝다. 계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황, 당귀, 황기 같은 주요 약재들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계지를 어떻게 쓸 것인가?
이제 네 번에 걸친 계지 이야기를 정리하려 한다. 계지와 육계를 완전히 같은 약으로 보아 아무렇게나 바꾸어 쓸 수는 없다. 肉桂는 두껍고 향이 강한 수피이고, 桂枝는 가는 가지나 어린 가지다. 같은 계피류이지만 농도와 작용 강도는 다르다.
그러나 두 약재를 전혀 다른 약처럼 절대적으로 나눌 필요도 없다. 현대 임상연구도 대부분 계지 하나가 아니라 계피류 전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혈당·대사, 월경통, 일부 복합처방에서 확인된 효과도 분말, 추출물, 정유, 또는 처방 전체의 효과다.
따라서 임상에서는 이름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약재의 성격을 보아야 한다. 계지가 필요한 자리에 육계를 쓴다면 용량을 줄이고, 육계가 필요한 자리에 계지를 쓴다면 용량이나 조제 방식을 조절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계지냐 육계냐의 이름이 아니라, 처방의 목적에 맞게 부위와 농도, 제형과 용량을 조절하는 일이다.
본초 효능은 책 속에서 갑자기 정해진 말이 아니라, 약재의 산물 차이, 약명의 정리, 처방 운용, 임상 경험이 겹치며 만들어진 말이다. 그 과정을 알면 이름에 묶이지 않고, 처방의 뜻에 맞게 약재를 쓸 수 있다.
계지와 육계의 구분도 그렇다. 버릴 것도 아니고 절대화할 것도 아니다. 계피류 안에서 부위와 농도, 제형과 용량, 처방 안의 역할을 보고 쓰면 된다. 그때 계지와 육계의 구분은 외워야 할 경계가 아니라, 임상에서 조절해 쓰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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