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경쟁력 확인…‘외상 전문 한의사’ 보다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
조성준 원장(자연재생한의원)
[편집자주] 최근 조성준 자연재생한의원장이 1만번째 외상환자를 진료했다고 밝혔다. 본란에서는 지난 2007년 화상 치료를 시작으로 손가락 절단, 피부괴사, 욕창 등 외상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조성준 원장으로부터 외상환자를 전문으로 진료하게 된 계기, 외상 치료 전문 한의원으로 자리잡기까지의 어려웠던 점,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외상환자를 전문으로 진료하게 된 계기는?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처음에는 통증 치료를 중심으로 진료했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당시 자연재생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천승훈 원장님이 함께 해보자는 권유가 있어 외상 진료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외상, 특히 화상 치료에 호기심을 갖게 된 이유는 치료의 끝이 있다는 점이고, 치료 결과가 양방의 치료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이었다.
외상진료를 시작하기 전 주변의 의견을 들어보니 대부분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 ‘그냥 대부분의 한의사가 하는 진료를 해보는 것이 좋지 않느냐’ 등의 부정적인 조언들이었다. 하지만 외상 치료를 시작하고 외상에 대한 한의학적인 치료의 장점을 확인하면서부터 양방의 상처 치료에 비해 통증이 적고, 이식이 필요하다는 범주의 상처들도 수술하지 않고 잘 회복시킬 수 있기에 상처 치료 분야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외상 전문 한의원으로 자리잡기까지 어려웠던 점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오래할 지는 몰랐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기에,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가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돌이켜보면 초창기에는 처음 보는 사례들이 많았고,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온갖 돌발상황에서의 대처, 같은 외상이라도 특이한 경우 등 외상 치료에 노하우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다. 즉 상처들이 어떠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나아가는지, 또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변수들을 어떻게 통제하면서 치료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가는 과정이었으며, 이렇게 한 2년을 보내다보니 어느 정도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의 정석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최근에 책을 저술하면서 예전의 치료 자료를 찾아보고는 하는데, 당시의 환자의 상태가 더 심하고 어려웠다는 느낌이 든다. 그때는 ‘젊음’이라는 힘으로 일단은 부딪쳐보자라는 생각으로 지금 봐도 어려운 중증 환자 사례였는데도 고비를 잘 넘기면서 잘 치료했던 것 같다. 하루 3번씩 치료하고, 한의원에서 8년 동안 당직을 서며 환부를 살펴보고, 상처를 10만번 이상 들여다본 과정, 이러한 고단한 과정들이 있었기에 외상을 치료하는 한의원으로 버텨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외상을 한의학으로 치료한다는 인식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외상’이라고 하면 당연히 양방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지금 내원하는 환자들만 봐도 사고를 당한 후 수일 내에 오는 경우는 없고, 양방에서 2∼3주 치료하다가 피부이식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찾아오는 경우들이 많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진료하다보니 환자들 사이에서의 입소문, 블로그를 검색해 방문하는 환자 등 외상을 한의학으로 진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초창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신뢰도도 높아진 것 같다. 또 한의진료를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한의학을 알리는 것은 외상뿐만 아니라 모든 질환에 대한 한의치료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즉 각자의 한의원을 알리는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홍보는 치료를 잘하는 것이다. 100번 중 99번을 잘 치료해도 1번을 실패하면 더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한의학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반면 한의치료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은 효과를 인정하고, 한의학에 우호적이 된다.
결국 한의학의 신뢰를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치료의 기본으로 돌아가 질병을 잘 치료하고, 더 잘 치료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환자들이 한의학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사의 경쟁상대는 내 옆의 한의사가 아니라 주류인 양의사가 치료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 질환이며, 특히 과도하게 수술하거나 약을 처방하는 의료 현실라고 생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의사 회원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화상 환자를 시작으로 다양한 외상 분야로 치료가 확대되고 있는데.
“화상 진료를 시작으로 현재는 절단이나 욕창 등 다양한 외상 분야로 치료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 모든 것이 이름을 다르지만 그 본질은 상처이며,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은 모두 같기 때문이다.
외상 치료를 어려워하지만,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생각보다 외상은 쉽게 치료할 수 있다. 18년 넘게 다양한 외상환자를 보면서 확인한 부분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외상 분야로 치료의 범위를 넓혀나갈 생각이다.”
Q. 외상 환자 치료에 대한 학술적인 근거도 꾸준히 마련하고 있는데.
“3도 화상 환자 중 피부이식수술을 원치 않는 환자에게 침과 한약 연고로 치료한 증례를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Burn Care & Research’에 게재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피부이식수술을 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며, 환자의 삶의 질 유지는 물론 흉터 발생이나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를 발표, 화상의 한의치료에 대해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화상과 관련한 한의사의 논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일반 한의원에서 이와 관련된 논문을 작성하고,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치료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좋은 임상사례들이 나온다면 지속적으로 논문 게재를 통해 한의 외상치료의 근거를 구축해 나가고 싶은 바람이다.”
Q. 한의 외상치료를 널리 알려나갈 계획은?
“외상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사가 보다 많이 양성됐으면 한다. 외상 진료에 있어서는 치료의 실패나 실수가 없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경험에 비춰보면 적어도 2년간의 수련기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외상 분야에 뛰어들었을 때는 달리 물어볼 곳이 없었다면, 이제는 언제든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외상환자들을 계속 보면서 그들은 자신의 손가락 한마디를 더 살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게 됐다. 치료되는 과정을 알아가는 과정이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환자들의 나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외상 치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 자신 역시 손가락 절단을 앞두고 있었던 막 돌이 된 어린 아이의 손가락을 살려냈던 치료 경험을 ‘내 인생의 보람’이라고 칭할 만큼 깊은 감동을 받고, 외상 진료에 더욱 매진하게 된 계기가 됐다.
지금 외상과 관련한 서적 발간을 준비하고 있으며, 후학들을 양성할 구체적인 계획도 가지고 있는 만큼 보다 많은 한의사들이 한의 외상 진료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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