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문화적 측면에 대한 탐색”
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문화(cultura)’란 라틴어로 ‘경작하다’를 의미하니, 무엇을 경작하고 다듬어서 더 나은 형태나 방식으로 만든다는 뜻이 있다.
문화는 인간이 형성한 가치 있는 삶의 총체로서 수십만년 동안 축적한 것이다. 건축, 복식, 음식 등 물질문화가 있는가 하면 법, 윤리, 조직 등 제도적 문화와 예술, 철학, 종교 등 정신적 문화는 비물질 문화에 속한다 할 수 있다. 한자 문화권에서 ‘文化’란 文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것(化)을 의미하는 단어를 조합하여 ‘culture’라는 개념을 수용한 것이다.
일찍이 Tylor(1832∼1917)는 “문화 또는 문명이란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및 기타 사회구성원인 인간에 의해 획득된 모든 능력과 관습의 복합적 총체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명은 특정한 시간과 특정한 공간에 한정되지만, 문화는 초시간적이고 초공간이라는 의미가 된다.
유네스코에서 2002년에 문화를 정의한 것이 있다. “문화는 사회와 집단의 정신적, 물질적, 사상적 그리고 감정적 특질의 제도이며 문화는 예술과 문학을 비롯하여 생존방식, 집단적 생활의 방법, 가치체계, 전통 그리고 신앙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문화 개념은 18세기 이후 서구에서 계몽주의의 발달로 근대 민족국가가 형성되면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기에 서구중심주의로서의 문화 개념이 우위일 수밖에 없어 패권주의와 제국주의라는 개념의 등장 유래가 되기도 하였고, 문화상대주의와 문화민주주의라는 대립되는 관점이 형성되기도 하였다(이상 이승환의 『인문학 개념어 사전』, 소명출판, 2022 참조).
한의학과 문화를 접목시켜서 생각해볼 차례이다. 문화가 인공적, 흐름을 가짐, 복합적, 생명력, 커뮤니케이션적 속성이 있음, 수용자의 선호성을 갖는다는 점, 그 문화만의 표현체계를 갖는다고 생각할 때 한의학만의 독특한 문화적 측면은 문화라는 맥락에서 충분이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전부터 논의되어 왔던 생노병사, 장생관, 안마도인, 예방사상, 자연관, 종교관, 음양오행, 삼재사상, 천인상응, 유학적 의학관, 도교와 연단사상, 불교의학 등으로부터 앞으로 논의가 요망되는 생태환경과 한의학, 유행병 이론, 과학기술과 한의학, 생식문화와 한의학, 성문화와 한의학, 한의학과 음식문화, 한의학과 궁중의학문화, 한의학과 민간의료 등이 그 중심 주제로서 추천될 만한 것들이다.
아울러 한의학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는 주제로서 의학 윤리라고 할 수 있는 醫德, 치료경험을 모은 醫案, 한의학 관련 이야기를 모은 醫話, 학자적 한의사들의 집단적 활동을 표상하는 儒醫, 의학사 속에서 물질적 바탕으로 계속이 이어져온 각종 의료기기인 한의학 유물, 한의학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역사를 추동해온 한의학 관련 인물들, 한의학의 학술적 연원과 전승에 중요한 핵심적 역할을 한 醫書의 편찬과 보급과 교육에의 활용, 한의학의 전수와 교육의 중추적 세력인 學術流派의 형성과 활동, 한의학의 지식적 전승의 중심 코어인 학술사상 등이 이러한 문화적 측면의 중요 콘텐츠라 할 것이다.
문화는 공유성, 학습성, 축적성, 전체성, 변동성을 갖는다. 이것은 한의학이 가지고 있으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게 된 근본적 속성과도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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