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의원 “지역·필수 의료 강화, 민주적 공론장에서 논의돼야”
[한의신문]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위원장 강청희)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언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4일 공동개최한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에서 의료현장을 떠났던 전공의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의료공급자뿐만 아니라 의료소비자의 목소리도 반영된 의료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청희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은 의료대란을 초래한 의료붕괴의 원인이 됐으며, ‘지역·필수 의료 강화’라는 최초의 목표는 실종된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면서 “회피가능사망률이 증가되는 현 상황에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과 사회적 갈등으로부터 피해받는 국민이 없도록 세심히 보살피고, 섬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의료개혁 정책은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지역의료를 되살리는 정책 설계가 얼마나 세심하고, 철저히 이뤄지느냐에 따라 증원 규모 역시 달라지기에 정부의 밀실 논의 방식이 아닌 열린 민주적 공론장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국회에 입성해 그동안 대표발의한 의료개혁 법안들은 필수의료 관련 학회, 공공병원, 의료취약지 병원, 의료현장의 교수와 전공의 등 다양한 의료계와 토론하며 나온 결과물로, 앞으로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 더 많이 소통하고 경청하겠다”고 전했다.
▲좌측부터 강청희 위원장, 김윤 의원, 오주환 교수
이어진 토론회에서 오주환 서울대 의대 의학과 교수(보건의료특위 위원)는 ‘2024 보건의료인력 추계연구 결과’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며 앞으로 2년간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시스템 개선 방향을 확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를 새로 추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이 2035년을 타깃으로, ‘미래 의료 수요 폭발 및 의사 공급량 정체’라는 논조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홍석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가 미래 의료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3분의 1이며, 나머지는 △의료서비스 가격의 상승(경제 성장에 상회하는 상승) △의료서비스 양의 증가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오는 2033년 우리나라는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16%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이는 경제성장 속도보다 의료비 비중이 늘어나고, 건보료 또한 지금의 1.6배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현재 수입의 약 7%인 건보료를 1.6배 늘린 약 10%대로 올리는 과정에서 시민들에 의해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우려했다.
이에 오 교수는 △1000명의 증원을 5년간 실시·이후 매년 3%씩 감원 △500명 증원을 5년간 실시·이후 매년 3%씩 감원 △250명의 증원을 5년간 실시·이후 매년 3%씩 감원해도 약 2050년까지 의사 수는 충족된다고 제시했다.
오 교수는 “의대정원 확대는 당장 급하지 않기에 2027부터 적용하고, 내년부터 2026년까지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시스템 개선 상 확정과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를 새로 추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면서 “국민참여 숙의회의라는 민주주의 과정에서 사회구성원이 바라는 의료시스템이 시나리오에 잘 반영됐는지 확인하고, 사회적 합의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청희 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패널토론에서 홍승권 일차보건의료학회장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선 지난 2012년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전략을 펼쳤음에도 불구, 많은 학생들이 졸업 이후 의사면허증을 수여받지 못했는데 이는 전공의·전문의 수련 등 정부에서 부여하는 자격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단순히 의사 수를 확대하는 것이 아닌 일차의료 강화를 의료개혁에 중심에 두고, 의대생들이 지역사회에서 지역의료를 배우고,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중심의 지역의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넓히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는 “정부와 양방의료계가 말하는 필수의료의 개념과 의료소비자가 생각하는 필수의료의 개념은 다르다”면서 “지역에서의 필수의료는 꼭 중증·응급환자가 아니더라도 지역주민에게 당장 필요한 의료로, 이에 지역적·인구적 특성과 여건이 분석돼 지역별 맞춤형으로 시스템이 체계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이어 “일차의료 또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자체, 의료계, 지역의료소비자가 함께 해당 지역의 일차의료 강화 방안 모델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오 교수가 발표한 의사 수 추계 연구 등과 관련해서도 지역일차의료 강화에 대한 부분도 포함해 진행하고, 의정협의체만이 아닌 환자 당사자인 의료소비자를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분명 정부의 의료정책이 환자를 위한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과 미래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시작됐으나 논의체 등에선 실제로 그 누구도 ‘환자’를 이야기를 하지 않고, 오직 의대생과 전공의를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의료대란으로 많은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지금도 병원문을 두드리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김 회장은 이어 “언론 및 의료계 등 의대정원 수에만 집중해 당장 죽음을 앞둔 중증질환자들은 간과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양방의료계도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대상자가 환자임을 잊지 말고, 논의에서 꼭 포함해 중점적으로 다뤄야한다”고 촉구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전공의는 “7개월째 강원도 산간 지역의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3일 계엄포고령에서 전공의 처단 관련 조항을 보고,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면서 “이로 인해 환자들이 지난 2월 의료대란부터 느껴왔을 공포에 대해 통감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울러 “그동안 의료계의 일방적인 주장만 들어온 것에 반성하고, 이제라도 공급자인 의사 목소리뿐만 아니라 환자의 목소리도 반영돼야 한다”면서 “임상의사, 보건의료정책 전문가, 정책 당국, 소비자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의료제도로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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