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보건법 개정 후 한의사 보건소장 처음 임명, 공공의료 현장 지휘
보건소 모든 사업 관리,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 주민 건강 증진
[한의신문] 지난해 6월 지역보건법이 개정됨에 따라 한의사도 보건소장으로 임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속초시에서는 첫 한의사 보건소장으로 임명된 박중현 소장이 지역 공공의료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본란에서는 박중현 소장이 전하는 한의학과 공공의료의 조화, 그리고 지역의료 붕괴 문제 해결에 대한 그의 고민과 포부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박중현 속초시 보건소장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속초시 보건소장 박중현입니다.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속초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1994년도에 첫 대학으로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진학했으며, 군 복무 후 벤처 기업에서 일하며 결혼을 하고나서 서른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2005년, 수능에 다시 도전해 상지대학교 한의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했습니다. 졸업 후 산본에서 부원장을 거쳐 용인 수지에서 개원의로 활동하다가, 2016년에는 속초에서 두 번째 한의원을 열었습니다.
평소 대학원 진학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어서 2016년에 상지대 한의과 대학원 한방재활의학과에 입학하여 2018년 초에 한방재활의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의사로서 또 개원의로서 열심히 환자를 돌보던 중에 속초시에서 보건소장을 공개 채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하여 다행히 합격하여 2024년 9월 1일 보건소장으로 임용받고 속초시 보건소로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Q. 임용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소감은?
2024년 9월 1일, 제가 속초시 보건소장으로 첫 발을 디뎠던 날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영광스러운 날입니다. 또한 한의계에서도 바뀐 지역보건의료법에 따른 첫 한의사 보건소장 배출이라는 의미 깊은 날이기도 합니다.
보건소 직원분들과 시장님을 비롯한 시청 직원분들이 매우 친절히 대해주시고 협조해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워낙 업무를 오랫동안 처리하던 분들이라서 보건소 업무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활동도 잘 수행하고 도와주십니다.
Q. 임상과 행정 업무의 차이점이 있다면?
개원의로서 환자 진료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형화되는 패턴이 생깁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변화를 주고 싶었고 다른 분야에서도 발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막상 진료를 멀리하려니 환자분들이 눈에 밟히더라구요. 정말 미안한 마음이 크고 끝까지 진료를 못 봐 드려서 다시 한번 죄송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진료에서 잠시 손을 떼려니 진료가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환자분들을 보는 행위는 면허가 있는 분 중에서 그것도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합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환자를 줄이는 것이 지역사회 건강 증진에 매우 중요한데 그러한 역할을 의료기관에서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환자를 잘 낫게 해주기 위해서는 환자를 아끼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고 최신 트렌드를 주기적으로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건소장의 행정 업무는 보건소의 모든 사업을 지휘하고 시설, 인력 등을 관리합니다. 이런 모든 보건소 활동의 목적은 지역사회의 건강증진에 있습니다. 행정 업무는 관련 기관과 협조가 매우 중요한데 보통 시청의 여러 과와 도청의 의료 담당과와 주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의 주요 병원과 한의원, 의원, 치과의원, 약국들과도 소통합니다.
Q. 보건소장으로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정책은?
현재는 속초시 보건소 업무가 원활히 수행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러면서 한의사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나 프로그램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노인 의료 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행이 가속화되는 사회 현상에서 사각지대에 놓이는 분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분들을 케어하기에 한의사가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지역 보건의료 공백의 해결책이 있다면?
사실 보건소장의 공석을 해결한 것만으로도 이미 큰 공백을 메꾸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종 결재자의 부재와 조직의 리더가 없는 상황은 불안감을 키우기만 합니다. 보건소 직원분들이 편안하게 안심하면서 근무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보건소장의 부재중에도 대리 업무를 맡아주신 여러 과장님들 덕분에 큰 공백없이 잘 이끌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부재중이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현재는 사실 양의사들의 지방에서의 부재, 공공의료에서의 부재가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Q. 한의학이 전국 지역 의료 붕괴에 기여할 방안은?
지역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공백 사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비가 2010년대부터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양의사 인력 부족 사태가 큽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로 양의사 인력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의협과 전공의, 의대생들의 반대로 실천이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여러 해결 방안이 있을 것인데요. 그중에서 제일 좋은 것은 한의사의 활용입니다. 한의사들의 양방 의학 지식과 환자를 돌보려는 열정은 누구보다 뛰어난데 사회나 보건복지부, 기타 일부 양의사 사이에선 잘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를 해결할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한의대 교육 수준의 향상과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에선 한의대에서 카데바 해부 실습하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한의대에서 양의학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강조해야 하는 사실이 한의사로서 안타깝지만 일반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게 한의사가 현대의학을 충분한 수준으로 배우고 있다고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한의사는 과거 조선시대 한의사가 아니라 현대 의학과 전통 한의학을 모두 배우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홍보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의사에 대한 사회적 믿음을 회복하여야 된다고 봅니다.
지역의료 붕괴 문제 해결 첫 번째는 의료계 환경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해야 됩니다. 수도권 집값 상승이라든가 교통, 교육, 문화, 체육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해야 의료인들이 걱정 없이 지방에서 생활하고 진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양의사 편중의 의료체계를 수정해야 합니다. 이것은 대한한의사 협회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공공보건의료 중에 만성질환이나 재활, 예방접종 등은 충분히 한의사가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교육을 거쳐서 한의사 인력을 투입하면 많은 환자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지속적인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한의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보건소장에 지원하면서 이미 한의사로서 보건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두 분이 계신데, 전라북도특별자치도 익산시의 이진윤 보건소장님과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의 이재성 보건의료원장님이십니다. 직접적인 연락을 취하진 못했지만 두 분의 인터뷰를 읽고 많은 참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바뀐 지역보건법에 의해 직역을 확장시켜서 뽑은 첫 번째 한의사 보건소장이라고 합니다만 이미 보건소장 자리에 계신 두 분 덕분에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감사하고 우리 한의계 입장에서도 참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만나 뵙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보건소 업무가 행정 업무가 차지하는 분야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공공의료의 다른 한 축을 공공책임의료기관이라는 의료원이나 국립대학교 병원이 맡고 있습니다. 보건소가 할 수 있는 공공의료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증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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